해오름

엊그제 할머니는 당신이 본디 온 곳으로 돌아가셨습니다.



시간은 밤 11시 20분



맥박과 산소포화농도를 재는 기계가 어느덧 일자를 가리키더군요.



전 그 시간에 자리에 없었습니다.



상태가 그만한 줄 알고 집으로 갔다가 병원에 남은 이들의 연락을 받고서야 병원으로 갔으니까요.



사람들은 누군가 돌아가셨다고 하면 그 사람을 위로하려 합니다.



하지만 전 그런 위로를 받고 싶지 않습니다.



천상병 시인의 말처럼 소풍 나왔다 간다는 것처럼



할머니도 당신이 본디 온 곳으로 다시 돌아간 것이니



그것이 어찌 슬픈 일이 되겠습니다.



2년 전에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전 아버지를 가슴에 품었습니다.



그리고 이제 할머니도 제 가슴에 품습니다.



제가 즐겁게 살면 아버지와 할머니도 즐거워하실 것이고

제가 힘들게 살면 아버지와 할머니도 힘들어하실 것입니다.



그러니 지금 이 순간부터 제가 어찌 살아야 하는지는 답이 뻔한 것입니다.



끝은 새로운 시작이라고 했지요.



할머니의 죽음은 제 삶의 새로운 시작을 여는 일이 될 것입니다.



누군가 돌아가신 이가 있으신 분들은



부디 그 분을 가슴에 품고 즐겁게 사시기 바랍니다.



그것이 바로 돌아가신 분들이 남아 있는 이들에게 바라는 바일 것입니다.



2008. 7. 29. 불날에 '어리석은 구름'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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