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 예술이 만나다!
- 발도르프 교육활동 지도서
-『포르멘(FORMEN) : 자아를 찾아가는 선그림 12단계』
루돌프 쿠츨리 지음 / 변종인 옮김 / 도서출판 해오름 / 1권 184쪽 · 2권 320쪽 / 양장(하드 케이스) / 1·2권 한 세트 / 정가 39,000원 / 2004년 12월 31일 초판 발행
“선그림 또는 모양 그리기는 오래 전부터 인류가 가꾸어온 예술 분야 가운데 한 갈래이다. 산사의 처마에 그려진 단청 문양을 보고 있으면 무언가 깊은 세계가 내 안에 번지는 것 같다. 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에 새겨져 빛나는 꼬불꼬불 엮인 선들을 보고 있으면 신의 심오한 섭리를 대하는 듯하다. 달마도에 그려진 동그라미 하나는 세상만사를 다 말해주는 것 같고, 이슬람 사원에 그려졌다는 복잡한 기하무늬나 티벳 불교에 자주 나오는 만다라들은 인간의 굴레를 넘어 신의 경지에 다다르고자 하는 염원이 느껴진다. 날카로운 선은 우리를 긴장되게 하고 한없이 부드러운 선은 우리를 잠들게 한다. 왜 그럴까?”
대입을 목표로 한 지식 위주의 교육에 지나치게 편중되어 있는 우리 현실 속에서, 교사라면 누구나 아이들이 온 몸과 마음으로 세계를 접하고, 지성과 감성 모두를 조화롭게 발전시켜 풍요로운 존재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갖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요즘은 많은 교사와 학부모들이 음악, 미술, 각종 문화체험, 자연체험 등을 통해 아이들이 예술 활동을 보다 적극적으로 누리게 하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이 또한 소재중심적인 일회성 이벤트에 그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보다 지속적으로, 그리고 체계적으로 아이들이 예술과 접하면서 자기 내면에 있는 자존감과 자기정체성을 찾아가게 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은 없을까?
슈타이너가 창시한 발도르프 교육이 전인적인 교육을 지향하고 있고, 또 그 방법으로 예술활동을 중요시 여겨 이를 교육활동 속에 체계화시켰다는 사실은 교육에 관심있는 사람들에겐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에 소개되고 있는 책들은 모두 발도르프 교육의 개요나 그 기반이 되는 슈타이너의 철학을 소개하는데 그치고 있어, 실천할 수 있는 구체적 방법에 목말라 있는 사람들에게는 부족한 점이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포르멘(FORMEN) : 자아를 찾아가는 선그림 12단계』(도서출판 해오름)는 실제 발도르프 교육을 현장에서 손쉽게 실천하는 방법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특히 선그림과 모양 그리기(포르멘)를 본격적으로 소개하며 내적 자아를 찾아가는 창조적인 과정을 그대로 따라갈 수 있도록 단계별로 세세하게 안내하고 있다는 점이 주목할 점이다.
책은 1권과 2권으로 나누어져 있다. 2권(320쪽)은 그대로 따라 그릴 수 있는 선과 문양을 모아놓은 그림책이고, 1권(184쪽)은 2권에 제시한 문양들을 그리는 방법, 각 문양의 의미 등을 설명하는 도움책이다. 난이도에 따라 12단계로 분류되어 있는데, 1단계에서는 단순한 직선 그리기부터 시작하다가 점차 복잡한 문양과 매듭 그리기에 도전하고, 마지막 단계에서는 우주의 일곱 개 별을 모티브로 한 아름답고 신비로운 문양까지도 단순한 선의 원리에 기초하고 있음을 이해하게 된다.
이 책은 발도르프 교육에 종사하는 이들 뿐 아니라 학생들의 정체성 형성과 창의력 향상, 예술적 감수성과 인성의 조화를 고민하는 교사들에게 실용적인 지도서로 권할 만한 책이다. 그러나 그림이나 예술에 소질이 없어도 내적 발전을 찾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배우고 익힐 수 있다. 마음을 열고 명상하듯 한 단계씩 꾸준히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자신의 내면에 잠자고 있는 예술적 창의력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이미 국내에도 많은 사람들이 발도르프 교육의 내용과 성과에 공감하고 있고, 또 이를 우리 현실에서 다양하게 적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이 책은 ‘손에 잡히는 발도르프 교육’을 보여줌으로써, 우리에게 창조적인 교육활동의 길을 열어줄 것이다.
저자 소개
지은이 : 루돌프 쿠츨리(Rudolf Kutzli, 1915~1998년)
스위스 상갈렌에서 태어나 스위스에선 처음으로 루돌프 슈타이너 기숙학교를 몽트르외에 세웠다. 이 학교에서 21년 동안 재직하다 1980년에 정년퇴직을 하고, 그 뒤 여러 지역의 루돌프 슈타이너 사범대학에서 후진을 양성했다. 평생 동안 포르멘을 연구했으며, 대표 저서로 『랑고라드르족의 암각 예술』을 남겼다.
옮긴이 : 변종인
1953년 부산에서 태어나 부산대학교와 스위스 바젤 음악대학에서 음악교육과 고(古) 음악을 전공했다. 그 뒤 스위스 도르나흐 시립음악학교에 재직했다. 다시 도르나흐에 있는 루돌프 슈타이너 사범대학을 졸업한 뒤 현재 「한국루돌프슈타이너인지학연구센터」에서 연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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