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오름

금평, 그 뜨거웠던 날의 기록

조회 수 3749 추천 수 0 2005.07.30 04:12:20
안정희 *.149.106.167

-2005년 여름 해오름 살림학교를 다녀와서-
강원도 횡성군 청일면 춘당리 (구) 금평분교가 해오름 살림학교입니다. 오래도록 아이들의 소리가 사라졌던 곳입니다. 그 곳에 올 여름, 와글와글 생명의 소리가 울려 퍼져 새들도 벌레들도, 뱀들조차 아마 놀랐을 겁니다.
해는 눈부시게 빛났습니다. 그 뜨거운 한낮에 풀이 숭숭난 운동장에서 공을 찼습니다. 마음놓고 뻥뻥 찼습니다. 잠자리를 잡느라 뛰어다녔습니다. 소리소리 질러도 괜찮았습니다. 길옆으로 흐르는 개울에서 소금쟁이를 보았습니다. 송사리도 보았습니다.
매미소리 요란한 나무밑 평상에서 콩주머니 놀이를 했습니다. ‘콩심어라’놀이도, 도깨비 씨름놀이도 했습니다. 소리지르며 노느라 목이 다 쉬었습니다. 등에인지 벌인지 하루살이인지 자꾸만 날아드는 벌레를 잡느라, 쫓느라 야단 법석을 떨었습니다. 냄새나는 변소에서 코를 막고 엉덩이를 들고 오줌을 누었습니다. 밥먹느라 줄을 길게 섰습니다. 감자를 캐는 건지 도로 파묻는 건지 밭이랑을 다 파헤쳐놓았습니다.
리코더를 불었습니다. 혼자 내는 소리보다 여럿이 함께 내는 소리가 아름다웠습니다. 리코더를 불면서 선생님이 들려주시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내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그래서 스스로 잘 보살펴야 한다는 것도 들었습니다. 리코더 집에 그림도 그렸습니다. 천에다 그림을 그리니 참 예뻤습니다. 공책도 만들었습니다. 바느질로 공책을 만들다니 세상에서 하나뿐인 공책이라 좋았습니다.
밤에는 찐 감자를 먹었습니다. 감자먹고 수박먹으니 더 맛났습니다. 아침에는 저쪽 먼 산을 가로지르는 아침 안개를 보았습니다. 보랏빛 도라지꽃이 지천으로 피어었는 것도 보았습니다.
노래도 참 많이 불렀습니다. 갈 때 차에서부터 사흘동안 짬만 나면 노래를 불렀습니다. 물감으로 그림도 그렸습니다. 빛그림이라고 했습니다. 그게 뭔지 잘 몰라도 그저 내가 그리고 싶은 대로 마음가는 대로 그리니 좋았습니다.
트럭을 탔습니다. 트럭위에서 햇빛과 바람을 맞았습니다. 강에서 놀았습니다. 선생님들과 물싸움도 했습니다. 처음 만난 친구들도 금방 친해졌습니다. 물가에서 먹는 옥수수는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맛났습니다. 물 한 바가지로 몸을 다 씼었습니다. 그래도 끄떡없었습니다.
세 마리 강아지들이 피곤하도록 못살게 예뻐했습니다. 온 몸을 놀려 노느라 밤이 되면 골아 떨어졌습니다. 해가 뜨면 일어나고 해가 지면 잠자는 자연의 리듬에 금방 익숙해졌습니다. 시간을 생각하지 않아 마음이 편안했습니다. 그래서 행복했습니다.
사흘, 아주 길게 느껴지기도 하고 또 아주 짧은 시간으로 기억되기도 합니다. 잘 다듬어진 공간에 익숙한 아이들이라 불편하고 힘들었던 기억도 있을 테지만 아마도 즐겁고 행복했던 기억이 더 많으리라 생각합니다.
이제 조용해진 금평에 아이들의 소리가 다시 울려 퍼질 겨울을 , 내년 여름을 기다려 봅니다.
문서 첨부 제한 : 0Byte/ 2.00MB
파일 크기 제한 : 2.00MB (허용 확장자 : *.*)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책 구합니다~! 폴 크루그먼의 "미래를 말하다" 현대경제연구원 [1] 마니샘 2011-12-18 167925
543 선생님~~ [1] 지후 2009-06-30 18330
542 해날 이야기에 이어서 [1] 다섯돌머리 2009-06-16 17103
541 해날 이야기 다섯돌머리 2009-06-16 14791
540 사춘기, 청소년 그리고 그들의 부모를 위한 책 [형식과 자유사이] 과천자유학교출판국 2009-06-07 15490
539 선생님~ [1] 지후 2009-06-04 19199
538 동시 file [1] 강지성 2009-05-25 16456
537 과천자유학교 공개강좌 5/23 젠 녹선생님 과천자유학교 2009-05-12 14552
536 제4회 양철북독서감상문대회-2009년 여름방학, 카르페디엠 읽고 일본 문학기행 떠나요~ 양철북출판사 2009-04-17 15198
535 과천자유학교 -8학년 문화제에 초대합니다. 4/25 과천자유학교출판국 2009-04-15 14635
534 푸른숲학교 초등설명회개최합니다 김주옥 2009-04-15 18887
533 위안부 할머니들 헌법 소원 관련 서명운동하고 있습니다. 참여해주세요^^ 아시얼 2009-04-07 18238
532 아이와 엄마가 행복한 교육예술강좌 김경주 2009-03-31 16220
531 새로나온 좋은 책 -보틀마니아 이영미 2009-03-31 15255
530 한국 루돌프슈타이너 인지학 연구센터 이전 기념행사 김경주 2009-03-20 17524
529 2009년 여름 스위스 도르낙 조형예술 연수 file 하나 2009-03-17 15911
528 통전,평화,대안 강좌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꽃피는 학교 2009-03-14 14685
527 **교사 모집 공고** 코스모스 2009-03-01 15513
526 발도로프학교를 향해가는 동림자유학교 개교, 입학식에 함께 가요 김경주 2009-02-26 19393
525 발도로프 미술(색채, 형태, 조형)6개월 과정 김경주 2009-02-26 16685
524 *** 푸른숲 학교에서 방과후 교사를 모십니다 *** 푸른숲학교 2009-02-15 159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