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오름

하루 내내 마음이 어수선하여

조회 수 13307 추천 수 0 2006.05.31 00:33:05
안정희 *.149.106.138
오늘이 장례일입니다.  최지연 선생님에게 오늘 저녁  갑자기 찾아올 고요함이 제 마음을 아프게 합니다. 그동안 남편의 손발이 되어 힘들고 분주하며 슬펐을 아내가 이제 아무 할 일이 없는 듯 맥을 놓고 있게 될 시간을 생각하니  몹시 슬픕니다. 어떤 말로도 위로할 수 없는 그 빈 마음이 짐작되어 하루 종일, 아니 우윤 선생님의 부음을 들었던 순간부터 내내 제 마음도 어수선합니다.
빈소 앞에 서 있던 어린 두 아들을 보며 참 .... 눈물이 났습니다. 이제 큰 울타리 한 켠이 사라져 버린 그 아이들을 보며 그저 마음이 아플 뿐이었습니다. 꺼칠한 모습으로 슬픔을 누르고 있던 최선생님을 보는 일은 더 민망했습니다.
이제 슬프지만, 견딜 수 없이 슬프지만 몸과 마음을 단단히 추스르고 힘 내서 사시기를 바랍니다.

주변에서 너무 일찍 이 세상을 떠나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안타까운 마음과 함께 내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일생을 순조롭게 살다가 순조롭게 생을 마치는 일이 오히려 더 어려운 세월을 살고 있음이지요.  남은 세월이 얼마간 인지는 아무도 모르겠지요. 또 이 나이에는  부부간에 한 쪽이 먼저 떠날 수 있음도 자주 생각하게 됩니다.
부부가 수십년의 세월을 함께 하면서 처음처럼 사랑하며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어요. 하지만 살면서 모든 부부가 알콩달콩 좋기만 한 거는 아니잖아요. 입의 혀같이 달콤하다가 눈에 불을 키고 싸우다가 그러다가 서로를 바라보는 마음이 남처럼 덤덤하거나 또는 그 아무렇지도 않음이 속상하거나 나와 같지 않음에 마음을 닫고 쓸쓸해 하거나  뭐 ... 그렇지요.
..... 늘상 누군가의 눈물을 보면서 생각을 가다듬습니다. 아직 내게 그럴 기회가 남아있음에 감사하면서..... 그저 서로 측은지심으로 바라보아야 할 거 같습니다. 고집통이거나 쪼잔하거나 간에 자리를 지키고 있어서 고맙다고 말해주면서 말이지요.
오늘 저녁에는 남편이 어떤 모습이든 친절하게 반겨주겠습니다.  친절하고 상냥하게..... 남들에게는 잘 하는 이 행동이 남편에게는 오랫동안 잊혀졌을 겁니다. 뜬금없이 친절하고 상냥한 늙은 아내가 당황스럽겠지만 나는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겠습니다. 적어도 오늘 저녁 만이라도.

삼가 우윤 선생님의 평화로우심을 하나님께 기도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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