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오름

하루 내내 마음이 어수선하여

조회 수 13362 추천 수 0 2006.05.31 00:33:05
안정희 *.149.106.138
오늘이 장례일입니다.  최지연 선생님에게 오늘 저녁  갑자기 찾아올 고요함이 제 마음을 아프게 합니다. 그동안 남편의 손발이 되어 힘들고 분주하며 슬펐을 아내가 이제 아무 할 일이 없는 듯 맥을 놓고 있게 될 시간을 생각하니  몹시 슬픕니다. 어떤 말로도 위로할 수 없는 그 빈 마음이 짐작되어 하루 종일, 아니 우윤 선생님의 부음을 들었던 순간부터 내내 제 마음도 어수선합니다.
빈소 앞에 서 있던 어린 두 아들을 보며 참 .... 눈물이 났습니다. 이제 큰 울타리 한 켠이 사라져 버린 그 아이들을 보며 그저 마음이 아플 뿐이었습니다. 꺼칠한 모습으로 슬픔을 누르고 있던 최선생님을 보는 일은 더 민망했습니다.
이제 슬프지만, 견딜 수 없이 슬프지만 몸과 마음을 단단히 추스르고 힘 내서 사시기를 바랍니다.

주변에서 너무 일찍 이 세상을 떠나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안타까운 마음과 함께 내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일생을 순조롭게 살다가 순조롭게 생을 마치는 일이 오히려 더 어려운 세월을 살고 있음이지요.  남은 세월이 얼마간 인지는 아무도 모르겠지요. 또 이 나이에는  부부간에 한 쪽이 먼저 떠날 수 있음도 자주 생각하게 됩니다.
부부가 수십년의 세월을 함께 하면서 처음처럼 사랑하며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어요. 하지만 살면서 모든 부부가 알콩달콩 좋기만 한 거는 아니잖아요. 입의 혀같이 달콤하다가 눈에 불을 키고 싸우다가 그러다가 서로를 바라보는 마음이 남처럼 덤덤하거나 또는 그 아무렇지도 않음이 속상하거나 나와 같지 않음에 마음을 닫고 쓸쓸해 하거나  뭐 ... 그렇지요.
..... 늘상 누군가의 눈물을 보면서 생각을 가다듬습니다. 아직 내게 그럴 기회가 남아있음에 감사하면서..... 그저 서로 측은지심으로 바라보아야 할 거 같습니다. 고집통이거나 쪼잔하거나 간에 자리를 지키고 있어서 고맙다고 말해주면서 말이지요.
오늘 저녁에는 남편이 어떤 모습이든 친절하게 반겨주겠습니다.  친절하고 상냥하게..... 남들에게는 잘 하는 이 행동이 남편에게는 오랫동안 잊혀졌을 겁니다. 뜬금없이 친절하고 상냥한 늙은 아내가 당황스럽겠지만 나는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겠습니다. 적어도 오늘 저녁 만이라도.

삼가 우윤 선생님의 평화로우심을 하나님께 기도드립니다.
문서 첨부 제한 : 0Byte/ 2.00MB
파일 크기 제한 : 2.00MB (허용 확장자 : *.*)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책 구합니다~! 폴 크루그먼의 "미래를 말하다" 현대경제연구원 [1] 마니샘 2011-12-18 163728
473 교육공동체 두리하나 작은공연-콩알만 한 내 꿈 해오름 2007-12-06 7664
472 푸른숲학교 교사 초빙 공고 김정미 2007-12-04 5508
471 여전히 변함없는 '배째라'식의 남성권위주의와 관료일방주의 나도야초 2007-12-03 4714
470 무료논술교재 받아보세요 김종숙 2007-11-27 5419
469 아담한 공간에서 독서논술 지도하실 분 찾습니다! 박혜옥 2007-11-10 8280
468 <행사안내> 연극으로 읽는 백범 김구 와사삭 2007-11-06 6831
467 오랜만에 인사올립니다. 류제춘 2007-11-06 4701
466 부산 발도로프 학교 -사과나무 홈페이지 주소입니다. 김경주 2007-10-31 18534
465 검색란을 크게 해주세요. 봄빛 2007-10-29 5140
464 성실하고 유능한 논술강사를 찾으세요? 물위의꽃 2007-10-23 6264
463 성미산학교 08년도 신입생 모집안내입니다 성미산전형위 2007-10-21 4821
462 Peace Asia 2008년 연해주 파견 인턴 모집 안내문 해오름 2007-10-18 13263
461 제 1 회 서울 국제 가족 영상 축제 이혜선 2007-10-16 4875
460 단편 '발란스' 석진숙 2007-10-12 6000
459 “조화와 존중의 15년제 평화 학교” 꽃피는 학교 체험학교가 열립니다. 금임순 2007-10-11 4824
458 부산에서 여는 발도로프 학교-사과나무학교 김경주 2007-09-17 8986
457 지방에서 사는 ~ 이정희 2007-09-06 13407
456 과천자유학교에서 알립니다. 미하엘데부스 선생님초청 인지학강연..... 이경옥 2007-08-29 4706
455 제4회 EBS 국제 다큐멘터리 페스티벌 (8월 27일~9월 2일) file 이혜선 2007-08-27 5354
454 2기 고교 통합형 실전논술 강좌 (고등부 논술교사과정)시간조정이 가능하신지요. 정정희 2007-08-02 52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