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과 먼저 말씀 드리면 보기 좋게 실패(?)로 끝이 났답니다.
말로 약속한 2000상자를 다 직거래로 팔지 못했으니 말입니다.
한가위는 다가오는데 제가 지닌 수첩에 이름 올라간 사람들에게 전화하고 인터넷 올리고 서울 올라가서 길거리에서도 팔아보고 했지만 한 200여 상자를 판 것이 다였으니까요.
조금 전에 친구랑 통화하면서 그래도 한 300상자 팔았다고 인정해 달라고 떼를 써서
이 글 쓰면서 300상자 정도 팔았다고 말씀드립니다.
상자에 담았던 사과도 다 들어 내어서 플라스틱 상자에 담아 공판장으로 나간 것도 있고요,
공판장에 번호표 받아(사과 내려는 사람들이 한꺼번에 밀려오니까 순번을 정하기 위해 번호표를 받는 답니다.) 기다리다가 그곳에 계신 분이 정보를 주어서 롯데백화점 납품 중개하는 분에게도
플라스틱 상자로 한 500-600상자 팔았답니다.
친구밭 나무가 2500주 정도 되니까 한 나무에 한 알만 달려 있어도 2500알이 되지요.
때깔이 덜 낫거나 덜 익은 것들은 나무에 한가위가 지나도 나무에 달려 있었답니다.
그러다 보니 이 친구 애가 달아서 다른 일로 바쁜 저를 불러 들이거나
심지어 저희 아내까지도 불러서 일을 시키더군요.(물론 사과를 따는 일을 저희 아내는 아주 기쁜 일로 받아들이고 일하기는 하지만요)
그래서 '어 이 친구 너무 하는 것 아니야'하는 생각이 솔직히 조금은 들더군요.
사과밭에서 하는 소리나눔(작은 음악회) 행사도 무산이 되었습니다.
신청하시는 분들도 없었고(작은 것이 아름답다와 우리교육이라는 두 잡지에 행사 소개가 되기는 했지만요.)
또 이 친구도 그 폐농가를 헐고 건축폐기물을 버리고 흙으로 땅을 메우고 행사를 열 작정이었는데
아버지께 큰소리 쳐 놓고 일은 잘 풀리지 아니했으니 다른 행사 하겠다고 말할 면목이 서질 않았다 하더군요.
아마도 아직은 저희가 그런 행사를 열기에는 때가 아님을 하늘이 일러준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래도 사과따기 행사에는 제가 서울 있을 때 함께 했던 계모임 아저씨들이 가족들과 함께 온다고도 하고
또 날은 다르지만 서울의 어린이도서관에서 아이들과 체험학습을 온다고 하고 그 일을 잘 풀린 셈이지요.
지난해인가 지지난해인가 제가 서울 있을 때 아이들 한 차 싣고 간 적도 있고 한 적도 있어서 이 일을 하늘이 허한 것은 아닌가 싶기도 하네요.
한가위 맞이 하기 전에 얼마나 애가 탔던지, 괜히 약속은 해 가지고 남의 집 경제에 민폐를 끼치는 것은 아닌지 후회가 들기도 하고 저도 혼자 마음 고생 꽤나 했답니다. 그러던 와중에 공판장에서 인연이 닿아 롯데백화점에 납품 중개상에 상당 물량이 나가게 되니 얼마나 마음이 편해지던지. 정말 고맙고 또 고마운 일이라 생각했답니다.
한가위 지나 공판장에 낸 사과들은 거의 헐갑에 팔려나갔답니다. 이렇게 나가도 소비자들이 사먹는 사과값은 떨어지지 않으니 참 묘한 일이지요. 들어간 품과 정성, 흘린 땀방울 그리고 사과에 담긴 지난 겨울과 봄, 여름과 가을의 기운을 생각하면 턱도 없는 값이지만 그냥 내버려 두면 썩어갈 뿐 팔 길이 없으니 울며 겨자먹기로 공판장에라도 낼 수밖에요.
서울 잠실운동장 앞 아파트 단지 길거리에서 팔 때는 그래도 친구가 사는 아파트 근처라서 친구 아내가 여러 차례 나와보고 길 가는 사람도 붙잡아 사과 권하고, 또 아는 이웃들에게 전화도 하고 와서 보라고 하기도 하고 저녁도 사 주고 그리 했답니다. 참 고마운 친구고 또 친구아내입니다. 그 친구 아내가 아니었다면 10상자도 팔지 못했을 것입니다. 참 막 짐을 싸고 있을 나타난 서울 사는 우리 친구가 또 다른 친구들 데리고 짠 하고 나타나더니 몇 상자 사 가지고 갔습니다. 이 친구 또한 무지 고맙더라고요. 강북에 사는데 제게 전화하더니 어느 틈엔가 짠 하고 나타나데요.
그래서 150상자 싣고 올라가서 20상자라도 낼 수 있었습니다. 같이 올라간 젊은 친구들 품값은 제가 냈습니다. 차마 친구한테 그 품삯 달라고 말하기에는 제 입이 떨어지지 않더군요.
그래도 소중하고 좋은 경험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나중에는 시식을 하는데도 와서 먹지 않고 그냥 한 번 씩 보고 지나가는 사람들이 태반이었습니가. 그래서 아 노점하는 분들이 이럴 때 이런 마음이겠구나 하는 것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습니다.
10시쯤 풍기를 떠나 돌아올 때는 밤 12시쯤 되었답니다.
서울에서 오후에는 학교에서 공부 마치고 오는 중고생들이 꽤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냥 그 친구들에게 사과 한 알씩 주었습니다. 그냥 아무말 없이 맛있는 사과 맛이나 보라고요.
그냥 준다고 해도 눈길 한 번 안 주고 그냥 가는 친구들도 있었고
받자마자(닦아서 그냥 먹어도 된다고 하니) 한 입 배어무는 친구들도 있었답니다.
미래의 잠재고객들에게 사과 홍보는 확실히(?) 한 셈이죠.
2000상자 직거래를 하면서
사람이 살아가면서 말을 쉽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것도 알았고
겪어보지 아니한 것에 절대 호기 있게 자신해서는 안 된다는 것도 알았답니다.
그리고 정말이지 이번에
한 사람 한 사람이 사준 한 상자가 참으로 귀한 주문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답니다.
더구나 얼굴 한 번 본 적 없고, 밥 한 끼 같이 나눈 적 없는 관계인데
인터넷 게시판에 글 한 편 읽고서 믿어준 분들의 주문이
어찌나 귀하게 느껴지던지요.
저나 친구나 이번 일을 통해 참 느끼고 깨달은 것이 많답니다.
사과가 잘 나가지 않을 때는 서로가 신경이 날카로와서 좀 짜증을 갈무리한 목소리를 서로에게 낸 적도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서로 조금씩 참고 양보하면서 종국에는 웃으며 이 일을 마무리할 수 있어서 얼마나 좋은지 모릅니다. 축복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제가 친구에게 이런 말을 했습니다.
지금 우리가 맺은 이 인연이 정말 귀한 인연이다.
이 인연이 밑씨가 되어서 우리 친구가 한 욕심 줄여가며 한 해 한 해 농심으로 농사 지으면
서로 그 마음 오롯하게 받아들이면서
그 정성, 그 품 헤아려 정당한 값으로 사과 사 먹는 이들이 늘어날 것이고
시간이 흐를수록 그 수는 늘어나 끝내는 사과꽃농원 사과 모두 직거래로 나갈 날이 오지 않겠냐고요.
산 속 작은 샘물에 물이 솟아 납니다.
그 물이 흐르고 흘러 개울이 되고 내가 되고 또 강에 이르고
바다로 흘러 가겠죠.
그 바다에 가면 이 산에서 흐른 물
저 산에서 흐른 물
한데 만나 좋아라 넘실거릴 것입니다.
소중한 밑씨가 되신 분들을
우리 친구가 소중히 여기고 또 자기를 낮추어 겸손해지고
한 해가 갈수록 한 욕심 덜며
농업이 생명나눔임을 깨우쳐 간다면
그 씨에서 싹이 나고 줄기와 가지가 나고 다시 잎이 나고 꽃이 피고 열매를 맺은
한 그루 아름다운 사과나무를 키울 수 있을 것입니다.
글 이렇게 써놓고 마지막에 사과 판다는 얘기 적기가 무엇하지만
그래도 제 일이 아니고 친구 일이니 얼굴에 철판 깔고 이어씁니다.
한 50상자(10키로그램) 정도 나올 사과 품종은 시나노스위트라는 품종입니다.
부사 계통의 품종이기는 하지만
부사와는 맛이 좀 다릅니다.
육질의 아삭함은 부사에 견주면 조금 떨어진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당도도 아주 조금은 덜 한 것 같고요, 그래도 달답니다.
지금 이때에 나오는 신선한 사과로는 먹을 만하다고 봅니다.
그리고 이 품종은 본디 좀 사과 크기가 크게 나오는 품종이라고 합니다.
큰 것이 상품 가치가 있었기에 이런 품종이 나오지 않았나 싶습니다.
과유불급이라고 지나치게 크면 조직(육질)이 덜 조밀한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서 친구가 덜 크게 하려고 일부러 한 나무에 사과를 좀 많이 달았다고 하네요.
아무래도 많이 열매를 달면 사과가 지나치게 크는 것을 막을 수 있을 테니까요.
참 이 사과는 석회보드도액을 쳐서 뿌연 가루가 묻어 있답니다.
그냥 흐르는 물에 씻어 껍찔째 드셔도 됩니다.
일찍 먹는 부사와 마찬가지로 친화경인증(저농약) 받은 사과입니다.
오늘 저녁밥 먹는데 친구가 이 품종을 여러 개 가져와서 두 개 깎아먹어 보았습니다.
단맛은 느껴지는데 육질의 아삭한 정도가 좀 아쉽긴 하지만
모든 일에 장단점이 있듯이
오히려 나이 드신 어르신들이 드시기에는 적당하지 않을까 싶고요,
조금 부드러운 육질을 즐기시는 분들에게는 어울리지 않을까 싶네요.
이 사과 받으시면 꼭 냉장고(김치 냉장고가 더 좋다고 합니다.)에 넣어두시고
너무 오랫동안 먹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한 보름 정도 생각하시고 드시면 신선도 유지하면서 드실 것 같습니다.)
(맛있게 먹는 방법 가운데 한 가지는 이웃들과 나눠 먹는 것입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부사는 10월말쯤에 나올 예정이었는데
요즘 날이 따뜻해서(가을다워야 하는데 늦여름 같다고들 합니다.)
아무래도 부사 나오는 때가 예전보다는 더 늦춰질 것 같습니다.
오늘 예전에 제게 올렸던 글에 마지막으로 댓글 다신 분에게 '시나노스위트' 한 상자 보내기로 했답니다.
부사 주문하셨는데 저랑 통화하면서 '시나노스위트'로 바꾸셨답니다.
그러니 이제 마흔아홉 상자가 남았네요.
또 이 마흔아홉의 연을 위해
전 전에 올렸던 게시판들에 이 글을 남길 것이고
또 제 수첩에 올라 있는 사람들에게 전화를 걸게 되겠죠.
참 값은 10키로그램 한 상자에 5만원입니다.
혹시 사과를 사실 분들은 제 전자우편(fiveston@chol.com)으로 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주문하실 때는 보내는 이 / 전화 / 받는 이 / 전화 / 주소가 필요합니다.
사과 파는 얘기를 하고 글을 마치려니 멋있는^^. 말이 생각나는 것이 없네요.
요즘 제가 마음을 두고 있는 채근담에 나오는 말로 마무리를 대신하겠습니다.
하늘이 그대에게 현명함을 준 것은 뭇 사람들의 잘못을 일깨우기 위함이고,
하늘이 그대에게 부유함을 준 것은 뭇 사람들의 가난을 구제하기 위함이니
만일 그대가 그리 하지 아니한다면 그대는 천벌을 받을 악인이니라.
책에 나오는 말을 제가 조금 풀어서 썼습니다.
또 생각나는 말이 있네요.
세상 있는 그 무엇 뜻 없이 있는 것이 없고
세상 되어지는 일 어는 것 하나 뜻 없이 이루어지는 일이 없나니
무릇 세상을 살아감에
내가 보는 그 무엇에
또 되어지는 일 하나 하나에
어드러한 하늘의 뜻이 담겨 있는지 헤아려 볼 일이다. (글 쓴 날 : 2006. 10. 20.)
말로 약속한 2000상자를 다 직거래로 팔지 못했으니 말입니다.
한가위는 다가오는데 제가 지닌 수첩에 이름 올라간 사람들에게 전화하고 인터넷 올리고 서울 올라가서 길거리에서도 팔아보고 했지만 한 200여 상자를 판 것이 다였으니까요.
조금 전에 친구랑 통화하면서 그래도 한 300상자 팔았다고 인정해 달라고 떼를 써서
이 글 쓰면서 300상자 정도 팔았다고 말씀드립니다.
상자에 담았던 사과도 다 들어 내어서 플라스틱 상자에 담아 공판장으로 나간 것도 있고요,
공판장에 번호표 받아(사과 내려는 사람들이 한꺼번에 밀려오니까 순번을 정하기 위해 번호표를 받는 답니다.) 기다리다가 그곳에 계신 분이 정보를 주어서 롯데백화점 납품 중개하는 분에게도
플라스틱 상자로 한 500-600상자 팔았답니다.
친구밭 나무가 2500주 정도 되니까 한 나무에 한 알만 달려 있어도 2500알이 되지요.
때깔이 덜 낫거나 덜 익은 것들은 나무에 한가위가 지나도 나무에 달려 있었답니다.
그러다 보니 이 친구 애가 달아서 다른 일로 바쁜 저를 불러 들이거나
심지어 저희 아내까지도 불러서 일을 시키더군요.(물론 사과를 따는 일을 저희 아내는 아주 기쁜 일로 받아들이고 일하기는 하지만요)
그래서 '어 이 친구 너무 하는 것 아니야'하는 생각이 솔직히 조금은 들더군요.
사과밭에서 하는 소리나눔(작은 음악회) 행사도 무산이 되었습니다.
신청하시는 분들도 없었고(작은 것이 아름답다와 우리교육이라는 두 잡지에 행사 소개가 되기는 했지만요.)
또 이 친구도 그 폐농가를 헐고 건축폐기물을 버리고 흙으로 땅을 메우고 행사를 열 작정이었는데
아버지께 큰소리 쳐 놓고 일은 잘 풀리지 아니했으니 다른 행사 하겠다고 말할 면목이 서질 않았다 하더군요.
아마도 아직은 저희가 그런 행사를 열기에는 때가 아님을 하늘이 일러준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래도 사과따기 행사에는 제가 서울 있을 때 함께 했던 계모임 아저씨들이 가족들과 함께 온다고도 하고
또 날은 다르지만 서울의 어린이도서관에서 아이들과 체험학습을 온다고 하고 그 일을 잘 풀린 셈이지요.
지난해인가 지지난해인가 제가 서울 있을 때 아이들 한 차 싣고 간 적도 있고 한 적도 있어서 이 일을 하늘이 허한 것은 아닌가 싶기도 하네요.
한가위 맞이 하기 전에 얼마나 애가 탔던지, 괜히 약속은 해 가지고 남의 집 경제에 민폐를 끼치는 것은 아닌지 후회가 들기도 하고 저도 혼자 마음 고생 꽤나 했답니다. 그러던 와중에 공판장에서 인연이 닿아 롯데백화점에 납품 중개상에 상당 물량이 나가게 되니 얼마나 마음이 편해지던지. 정말 고맙고 또 고마운 일이라 생각했답니다.
한가위 지나 공판장에 낸 사과들은 거의 헐갑에 팔려나갔답니다. 이렇게 나가도 소비자들이 사먹는 사과값은 떨어지지 않으니 참 묘한 일이지요. 들어간 품과 정성, 흘린 땀방울 그리고 사과에 담긴 지난 겨울과 봄, 여름과 가을의 기운을 생각하면 턱도 없는 값이지만 그냥 내버려 두면 썩어갈 뿐 팔 길이 없으니 울며 겨자먹기로 공판장에라도 낼 수밖에요.
서울 잠실운동장 앞 아파트 단지 길거리에서 팔 때는 그래도 친구가 사는 아파트 근처라서 친구 아내가 여러 차례 나와보고 길 가는 사람도 붙잡아 사과 권하고, 또 아는 이웃들에게 전화도 하고 와서 보라고 하기도 하고 저녁도 사 주고 그리 했답니다. 참 고마운 친구고 또 친구아내입니다. 그 친구 아내가 아니었다면 10상자도 팔지 못했을 것입니다. 참 막 짐을 싸고 있을 나타난 서울 사는 우리 친구가 또 다른 친구들 데리고 짠 하고 나타나더니 몇 상자 사 가지고 갔습니다. 이 친구 또한 무지 고맙더라고요. 강북에 사는데 제게 전화하더니 어느 틈엔가 짠 하고 나타나데요.
그래서 150상자 싣고 올라가서 20상자라도 낼 수 있었습니다. 같이 올라간 젊은 친구들 품값은 제가 냈습니다. 차마 친구한테 그 품삯 달라고 말하기에는 제 입이 떨어지지 않더군요.
그래도 소중하고 좋은 경험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나중에는 시식을 하는데도 와서 먹지 않고 그냥 한 번 씩 보고 지나가는 사람들이 태반이었습니가. 그래서 아 노점하는 분들이 이럴 때 이런 마음이겠구나 하는 것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습니다.
10시쯤 풍기를 떠나 돌아올 때는 밤 12시쯤 되었답니다.
서울에서 오후에는 학교에서 공부 마치고 오는 중고생들이 꽤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냥 그 친구들에게 사과 한 알씩 주었습니다. 그냥 아무말 없이 맛있는 사과 맛이나 보라고요.
그냥 준다고 해도 눈길 한 번 안 주고 그냥 가는 친구들도 있었고
받자마자(닦아서 그냥 먹어도 된다고 하니) 한 입 배어무는 친구들도 있었답니다.
미래의 잠재고객들에게 사과 홍보는 확실히(?) 한 셈이죠.
2000상자 직거래를 하면서
사람이 살아가면서 말을 쉽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것도 알았고
겪어보지 아니한 것에 절대 호기 있게 자신해서는 안 된다는 것도 알았답니다.
그리고 정말이지 이번에
한 사람 한 사람이 사준 한 상자가 참으로 귀한 주문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답니다.
더구나 얼굴 한 번 본 적 없고, 밥 한 끼 같이 나눈 적 없는 관계인데
인터넷 게시판에 글 한 편 읽고서 믿어준 분들의 주문이
어찌나 귀하게 느껴지던지요.
저나 친구나 이번 일을 통해 참 느끼고 깨달은 것이 많답니다.
사과가 잘 나가지 않을 때는 서로가 신경이 날카로와서 좀 짜증을 갈무리한 목소리를 서로에게 낸 적도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서로 조금씩 참고 양보하면서 종국에는 웃으며 이 일을 마무리할 수 있어서 얼마나 좋은지 모릅니다. 축복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제가 친구에게 이런 말을 했습니다.
지금 우리가 맺은 이 인연이 정말 귀한 인연이다.
이 인연이 밑씨가 되어서 우리 친구가 한 욕심 줄여가며 한 해 한 해 농심으로 농사 지으면
서로 그 마음 오롯하게 받아들이면서
그 정성, 그 품 헤아려 정당한 값으로 사과 사 먹는 이들이 늘어날 것이고
시간이 흐를수록 그 수는 늘어나 끝내는 사과꽃농원 사과 모두 직거래로 나갈 날이 오지 않겠냐고요.
산 속 작은 샘물에 물이 솟아 납니다.
그 물이 흐르고 흘러 개울이 되고 내가 되고 또 강에 이르고
바다로 흘러 가겠죠.
그 바다에 가면 이 산에서 흐른 물
저 산에서 흐른 물
한데 만나 좋아라 넘실거릴 것입니다.
소중한 밑씨가 되신 분들을
우리 친구가 소중히 여기고 또 자기를 낮추어 겸손해지고
한 해가 갈수록 한 욕심 덜며
농업이 생명나눔임을 깨우쳐 간다면
그 씨에서 싹이 나고 줄기와 가지가 나고 다시 잎이 나고 꽃이 피고 열매를 맺은
한 그루 아름다운 사과나무를 키울 수 있을 것입니다.
글 이렇게 써놓고 마지막에 사과 판다는 얘기 적기가 무엇하지만
그래도 제 일이 아니고 친구 일이니 얼굴에 철판 깔고 이어씁니다.
한 50상자(10키로그램) 정도 나올 사과 품종은 시나노스위트라는 품종입니다.
부사 계통의 품종이기는 하지만
부사와는 맛이 좀 다릅니다.
육질의 아삭함은 부사에 견주면 조금 떨어진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당도도 아주 조금은 덜 한 것 같고요, 그래도 달답니다.
지금 이때에 나오는 신선한 사과로는 먹을 만하다고 봅니다.
그리고 이 품종은 본디 좀 사과 크기가 크게 나오는 품종이라고 합니다.
큰 것이 상품 가치가 있었기에 이런 품종이 나오지 않았나 싶습니다.
과유불급이라고 지나치게 크면 조직(육질)이 덜 조밀한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서 친구가 덜 크게 하려고 일부러 한 나무에 사과를 좀 많이 달았다고 하네요.
아무래도 많이 열매를 달면 사과가 지나치게 크는 것을 막을 수 있을 테니까요.
참 이 사과는 석회보드도액을 쳐서 뿌연 가루가 묻어 있답니다.
그냥 흐르는 물에 씻어 껍찔째 드셔도 됩니다.
일찍 먹는 부사와 마찬가지로 친화경인증(저농약) 받은 사과입니다.
오늘 저녁밥 먹는데 친구가 이 품종을 여러 개 가져와서 두 개 깎아먹어 보았습니다.
단맛은 느껴지는데 육질의 아삭한 정도가 좀 아쉽긴 하지만
모든 일에 장단점이 있듯이
오히려 나이 드신 어르신들이 드시기에는 적당하지 않을까 싶고요,
조금 부드러운 육질을 즐기시는 분들에게는 어울리지 않을까 싶네요.
이 사과 받으시면 꼭 냉장고(김치 냉장고가 더 좋다고 합니다.)에 넣어두시고
너무 오랫동안 먹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한 보름 정도 생각하시고 드시면 신선도 유지하면서 드실 것 같습니다.)
(맛있게 먹는 방법 가운데 한 가지는 이웃들과 나눠 먹는 것입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부사는 10월말쯤에 나올 예정이었는데
요즘 날이 따뜻해서(가을다워야 하는데 늦여름 같다고들 합니다.)
아무래도 부사 나오는 때가 예전보다는 더 늦춰질 것 같습니다.
오늘 예전에 제게 올렸던 글에 마지막으로 댓글 다신 분에게 '시나노스위트' 한 상자 보내기로 했답니다.
부사 주문하셨는데 저랑 통화하면서 '시나노스위트'로 바꾸셨답니다.
그러니 이제 마흔아홉 상자가 남았네요.
또 이 마흔아홉의 연을 위해
전 전에 올렸던 게시판들에 이 글을 남길 것이고
또 제 수첩에 올라 있는 사람들에게 전화를 걸게 되겠죠.
참 값은 10키로그램 한 상자에 5만원입니다.
혹시 사과를 사실 분들은 제 전자우편(fiveston@chol.com)으로 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주문하실 때는 보내는 이 / 전화 / 받는 이 / 전화 / 주소가 필요합니다.
사과 파는 얘기를 하고 글을 마치려니 멋있는^^. 말이 생각나는 것이 없네요.
요즘 제가 마음을 두고 있는 채근담에 나오는 말로 마무리를 대신하겠습니다.
하늘이 그대에게 현명함을 준 것은 뭇 사람들의 잘못을 일깨우기 위함이고,
하늘이 그대에게 부유함을 준 것은 뭇 사람들의 가난을 구제하기 위함이니
만일 그대가 그리 하지 아니한다면 그대는 천벌을 받을 악인이니라.
책에 나오는 말을 제가 조금 풀어서 썼습니다.
또 생각나는 말이 있네요.
세상 있는 그 무엇 뜻 없이 있는 것이 없고
세상 되어지는 일 어는 것 하나 뜻 없이 이루어지는 일이 없나니
무릇 세상을 살아감에
내가 보는 그 무엇에
또 되어지는 일 하나 하나에
어드러한 하늘의 뜻이 담겨 있는지 헤아려 볼 일이다. (글 쓴 날 : 2006. 10.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