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1학년 기초 수업 프로그램 16차시 계획안

지금, 여기 그리고 우리

김현우 해오름 전임강사 caute988@gmail.com

 

대학입시에서 수시모집의 비중이 커지고 있으며, 그 중에서도 대학에서 입학사정관제도를 통해 학생을 선발하는 수를 점차 늘려가는 추세이다. 폭넓고 다양한 경험을 지속해 온 것을 바탕으로 대학에서 요구하는 조건에 맞는 학생을 선발하겠다는 의도가 담긴 이 제도의 여러 논란을 잠시 제쳐두고 보면 논술수업에서 시도할 수 있는 몇 가지 가능성이 더 넓어졌다고 평가할 수도 있다. 그 동안의 평가방식에서 더욱 강화된 방식으로 추가된 평가요소들이 직접적으로 ‘’의 문제를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삶의 다양한 문제는 우리에게 너무도 가까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에 잊어버리고, 잊혀지기 십상이다. 이런 망각 때문에 잃어버릴지도 삶의 문제들을 놓치지 않으려면 자연스럽게 익숙해진 자신과 주변을 낯설게, 또는 새롭게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이 때 필요한 것은 자신과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익숙함들을 향해 의심을 던질 수 있는 용기이다. 이러한 용기는 듣고 읽으며 말하고 쓰는 방식을 통해서 접근해 볼 수 있다.

이런 문제의식을 통해 구성한 수업이 효과적으로 대학입시를 준비하는 데 적용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논술이라고 부를 수 있는 일련의 작업이 실천과 사유의 자극이 될 수 있는 일종의 도화선 역할을 한다고 이해한다면 생각의 범주가 행동의 범주와 마주치는 계기를 마련하는 것이 관건이 된다. 이것은 다만 대학에 진학하는 문제를 넘어서서 학생 하나하나의 삶의 결을 밝혀 이를 함께 바라보는 일이 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힘으로 직접 만들어 낸 생각과 행동을 꾸려나갈 수 있는 시도에 이르는 하나의 길을 보여주고 곁에서 조언하는 방식들이 수업 구성에 주된 요소 가운데 하나이다.

또한 텍스트로 사용하는 교재들은 고전(古典)과 문제의식을 간결하게 드러내줄 수 있는 책과 토막글을 주교재로 사용한다. 수업 초기에는 독해연습과 쓰기과제들을 통해서 다소 어렵게 받아들일 수 있는 글이라는 형태의 매체에 친숙하게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이러한 연습이 익숙해진 경우에는 고전을 함께 읽어나가는 방식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고전이 요약된 형태나 개론서가 쉽게 이해할 수 있기 때문에 해당 고전과 직접 씨름해보지 않고도 그 주요내용을 파악할 수 있다. 또한 현대의 시류에 대한 언급을 다루는 글들이 고전보다 적실하게 당대에 대한 비평을 담고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지식이 지성으로 작용할 수 있는 데에는 어떤 사유가 탄력적으로 다양한 문제에 적용될 수 있는지를 생각해보는 시도와 그런 시도의 원천이 얼마나 넓고 깊은지가 관건이다. 따라서 고전과 마주해서 ‘지금 여기’를 생각해보고 이를 돕는 수업을 통해 생각의 폭을 넓히고 고전을 읽는 방식을 연습해본다. 고등학생 시기에는 지식의 양을 축적하는 것보다는 어떠한 문제에 대해서 자신의 판단을 내려보고 그 판단을 검토해봄으로써 자기 자신의 삶의 관성을 타자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다시 자신의 시각을 풍성하게 하려는 시도 자체도 중요하다. 그래서 수업과 토론에서 원활한 의견도출을 유도하는 데 고전을 읽는 연습과 병행해서 문제의식을 잘 드러내주는 글들을 사용한다.

 

 

 

 

 

 

 

 

 

1. 16차시 수업 계획 (2009 해오름 입학사정관 고1 프로그램)

 

<관계란 무엇인가>

1

주제

‘나’를 나이게 만드는 것

텍스트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노벨상수상 연설문>

한완상, <문제의식이란 무엇인가>

목표

새롭게, 낯설게 읽기

2

주제

관계란 무엇인가?

텍스트

신영복,『더불어 숲』

목표

독해의 대상으로써 글과 삶을 인식하기

3

주제

개념을 내게 맞는 도구로 만들기

텍스트

남경태,『개념어 사전』

신영복,『나무야 나무야』

목표

사유의 도구 가다듬기

4-5

주제

삶, 능동성과 수동성 사이에서

텍스트

에리히 프롬,『소유냐 존재냐』

제러미 리프킨, 『소유의 종말』

법정,『무소유』외

목표

구조에 대한 이해와 그 안에서 개인의 자유와 욕망을 살펴본다.

6-7

주제

반성하기, 공부하는 행위에 대하여

텍스트

파트리크 쥐스킨트, <문학적 건망증>

기타 ‘공부론’에 대한 토막글

목표

반성하면서 학습하는 ‘나’를 인식하고 그 안에서 즐거움 찾기

8

주제

가치를 규정하기, 가치를 평가하기

텍스트

김광규, <나>, <생각의 사이>

아담 스미스,『도덕 감정론』

<인간이란 무엇인가>

프리드리히 니체 <선악의 저편>

목표

관계와 구조 속에서 인간의 본성을 이해하고 가치의 본질 이해하기

9

주제

가벼운 춤으로 딜레마를 즐기자

텍스트

데이비드 허친스,『레밍 딜레마』

목표

내 안의 가치를 찾아보고, 내게 주어진 가치체계와 내가 구성하는 가치체계를 구별하기

10

주제

나와 타자, 그리고 우리와 그들

텍스트

남경태,『개념어 사전』

고종석, <불순함에 대한 옹호>

목표

‘우리’라는 이름으로 동일자와 타자 구별하는 방식을 비판적으로 고찰하기

<텍스트로 사유하기>

11-12

주제

자기 극복의 과정

텍스트

헤르만 헤세,『데미안』

장회익,『현대 사회와 과학 문명』

목표

학작품을 읽고 소화하기

『데미안』에서 나타난 자기극복 과정 살펴보기

13-14

주제

앎과 행동, 내 삶의 가치를 실천하기

텍스트

플라톤,『소크라테스의 변론』

목표

‘너 자신을 알라’의 참된 의미를 파악하기

15

주제

작은 하나의 인식과 커다란 하나의 인식에 대하여

텍스트

신영복의『강의』

『세계의 고전을 읽는다 - 동양 교양편』

목표

관계에 대한 고대의 사유를 이해하고 현대에 적용하기

16

주제

다시, 처음으로(da capo)

“지금, 여기 그리고 우리”

 

2. 수업안 해설

 

1) 관계란 무엇인가

 

‘관계에 대한 무엇인가’라는 물음은 이미 항상 외부의 무엇을 염두하고 있는 물음이다. 우선 우리에게 익숙한 것들, 예를 들어 가치관이나 선입견들이 어떤 모습으로 우리의 기준으로 자리잡고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요청된다. 이러한 작업은 자신과 타자에 대해서 익숙했던 것들을 면밀하게 다시 보게 해준다. 내가 ‘나’라고 부르는 것이 신체만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며 ‘자아’라고 부를 수 있는 것 또한 살펴보는 시도를 해볼 것이다. 정확하게 자아라고 한정하기에는 관계를 사유하는데 다소 무리가 있다. 흔히 주체적이라고 생각하거나 자유롭다고 생각하는 판단을 자신에게 즉각적으로 부여할 경우 생기는 오해들을 견지하는 입장에 대해서 고민해 보는 것도 이 수업에서 중요한 흐름 중에 하나이다.

모둠의 친밀감을 높이고 에세이를 쓰는데 익숙해지기 위해서 모둠날적이를 만들어서 낯선 친구에게 자신을 소개하거나 자신의 일상을 공유하는 시도를 병행한다. 또한 한 수업의 구성원 수와는 무관하게 동일한 포트폴리오가 구성된다는 것은 차이 없는 관심사가 반영되었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수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늦어도 공부론을 다루는 6회차에서 8회차 사이에는 개별적인 독서의 흐름을 잡아줄 필요가 있다. 이는 일반적으로 교양을 넓히는 방식으로 구성될 수 있다. 또한 해당 학생이 가지고 있는 특정한 영역의 기초가 될 수 있는 교양서를 소개하고 피드백해주는 과정이 요청된다. 이러한 작업은 학생 수, 곧 학생의 취향에 따라 산만해질 수도 있는데, 이 때 개별적인 욕구를 교사가 수업과의 접점을 찾아 연결해주는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

 

1차시 ‘나’를 나이게 만드는 것

 

‘나’를 나이게 만드는 것이라는 주제로 첫 번째 수업을 연다. 위에서 말한 바와 같이 관계를 사유함에 있어 판단의 근거가 되는 장소인 ‘나’에 대해서 고민해보는 시간을 가져본다. 폴란드 시인 비스와봐 쉼보르스카의 <노벨상수상 연설문>은 시인이 작품을 쓸 때 평범함을 낯설게 보는 데에서 영감을 얻는다는 설명을 하고 있다. 뚜렷한 신념과 애정, 그리고 상상력을 가지고 ‘나는 모르겠어.’ 라고 끊임없이 문제제기를 하는 행동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렇게 자신에게 평범하고 익숙한 습관이나 자신이 가지고 있는 가치를 드러내보는 작업으로 다양한 생각그물(마인드맵)을 그려보고 자기소개서를 작성해본다. 예를 들어 나를 둘러싸고 있는 몇 가지 개념들에 관하여 그려보는 주제를 제시한다. 이어서 한완상의 <문제의식이란 무엇인가>(한완상, 『민중과 사회』의 한 꼭지. 김혜진,『배워서 남주자』2009년 2월 고등학교 1-2학년 기초 수업 프로그램 20차시 계획 <나와 사회 이해하기>에서 재인용 p.51)로 다뤄본다.

 

2차시 관계란 무엇인가

 

우리가 말과 행동, 생각을 할 때에는 우리가 의식하건 의식하지 않건/못하건 겹겹의 의도를 가지고 있다. 이 수업에서는 이러한 의도들이 우리의 판단에 어떠한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 살펴본다. 가족과 학교 등 소위 가시적인 관계로 생각그물을 구성했던 내용을 기호/취향이나 가치들까지 포함된 구체적인 생각그물을 만들어 본다. 이렇게 확장된 생각그물을 통해 자신을 구성하고 있는 개념들을 제시해보고 나를 구성하고 있는 요소들을 검토해본다. 생각그물을 그려 본 흐름을 설명하는 시도를 통해 자신의 생각얼개를 보다 구체화할 수 있는 여지를 발견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이런 자기물음의 전개과정 속에서 "우리 혹은 나의 세계에서 나의 위치는 어디인가?"라는 물음에 대한 단서들을 찾을 수 있다.

또한 수업에서 제시하는 독해문제는 대학에서 출제된 수시/정시논제나 독해문제로 정리된 자료를 사용한다. 비교적 명확하게 드러난 논점이 제시된 문제를 사용하거나 해당 주에 다루고 있는 주제와 관련해서 독해문제를 뽑는다. 이 수업에서는 신영복의 『더불어 숲』의 두 꼭지, <아메리칸 드림>과 <아프리카의 희망봉과 로벤 섬>를 소개한다. 관계에 대한 관점을 환기할 수 있는 신영복의 책을 통해서 모둠활동의 연계성을 높이는 목표와 우화와 같은 문체로 전개된 서술방식을 통해 어렵지 않게 읽고 이야기할 수 있다. 이와는 별개로 학생들이 논술을 처음 시작하는 경우에는 글을 쓰는 것 자체를 부담스러워 할 수 있기 때문에 대강의 논점을 맞춰야 하는 논제보다는 자신의 가치관을 드러내서 글을 쓸 수 있는 인하대학교의 계열공통 문제를 쓰기과제로 제시한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가치관들을 일관되게 드러내는 훈련과 동시에 짜임새 있는 글쓰기를 유도한다.

 

3차시 개념을 내게 맞는 도구로 만들기

 

우스갯소리로 우리는 ‘개념없다’는 말을 종종 사용하거나 듣곤 한다. 이런 식으로 아주 가볍게 사용하기도 하는 개념이 우리의 사유 한가운데 던져질 때 우리는 생각지도 못한 당혹감에 빠질 수 있다. ‘X란 무엇인가’ 라는 물음이 무엇을 설명하는 대답에 그친다면 그 물음과 대답은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내기는 어렵다. 저 물음이 가지는 힘은 무엇을 설명하고자 할 때 대답하는 사람 스스로 어떠한 개념들로 그것과 밀착해서 사태에 대한 해석을 유도하는데 있다. 그렇기 때문에 다만 지식의 획득으로 사태를 파악하는 것은 사태 이후의 분석에 그치기 십상이다. 개념에 대한 사유는 사태 이전에 하나의 시각을 가질 수 있는 실험의 장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실험은 거창하지 않더라도 시도하는 것 자체로, 흔히 말해 실패한다고 해도 언제나 항상 의미 있는 작업이 된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이러한 실험은 실패한다고 말할 수 없는 사유의 경험을 통한 삶의 단편들을 생산하는 일이다.

수업 교재로 사용하는 텍스트는 남경태의 『개념어 사전』과 신영복의 『나무야 나무야』의 몇 꼭지를 사용한다. 위에서 제시한 관점에 대한 하나의 시사점을 보여주고 있는『개념어 사전』의 머리말을 수업의 발문으로 시작하여 지난 시간 과제를 검토하는 데 적용시켜 본다. 이어서 몇 가지 개념어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살펴보는 시간을 갖는다. 이어서 『나무야 나무야』에서 목수의 일화와 『한비자』에서 등장하는 탁과 발의 일화를 비교함으로써 개념에만 치중한 사유의 단점을 이해해본다.

 

4-5차시 삶, 능동성과 수동성 사이에서

 

우리는 흔히 우리가 자유로운 존재라고 생각한다. 여기에서 자유롭다는 말을 사람들은 이것을 하고 저것을 하지 않을 자유이거나 내가 좋아하는 것을 선택하고 싫어하는 것을 회피하는 자유 정도의 의미로 이해하곤 한다. 하지만 우리 삶에 있어 자유가 적용된다고 판단하는 지점들은 보다 미시적인 측면에까지 구조적으로 어떤 선택을 하게 짜여져 있다. 이러한 문제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아는 만큼 보이기 마련이며, 실제로는 안다고 해도 이 구조에서 벗어나거나 구조를 변화시키는 것은 엄청난 노력이 뒤따르는 문제일 경우가 많다.

이 수업에서는 우리가 우리 욕망과 의지의 주체라는 어느 정도의 오해가 담긴 견해에 대한 하나의 대안으로 에리히 프롬의『소유냐 존재냐』를 살펴본다. 『소유냐 존재냐』는 에리히 프롬의 인간학적 이해가 전제된 저서이기 때문에 종교를 다루는 장 같은 경우나 우리의 논의에 필요한 부분까지도 자세한 해설이 요청될 수 있다. 따라서 책 전체를 읽는 것이 다소 부담스러울 수 있다. 위에서 제시한 주제를 다루고 있는 제 2편을 중심으로 수업에서 다루고 나머지 부분에 대한 언급은 기타 자료나 수업에서 개괄하는 방식을 채택할 수도 있다. 프롬의 일반적 서술은 현대 사회의 문제점을 드러내 주고 있는 제러미 리프킨의 글(소유의 종말)이나 법정 스님의 글(무소유)과 관련된 글을 통해 문제의식을 확장할 수 있다.

 

6-7차시 반성하기, 공부하는 행위에 대하여

 

이 수업은 수업열기에서 그 시기에 사회적 이슈에 대한 에세이를 찾아서 활용한다. 이러한 시도는 위에서 다뤄본 바와 같이 자신의 삶을 지탱하는 가치와 어떠한 이슈를 이해함에 있어 보다 자신의 관점을 통해 판단할 수 있는지에 대해 점검해보는 시간이 될 수 있다. 해당 수업에서 활용했던 이슈는 ‘외고 폐지론’이었고 이 이슈를 구체화하기 위해서 평준화 문제와 평등의 문제를 함께 고려해보았다. 이 문제는 대학입시와 관련하여 학생 본인의 문제라고 인식할 수 있었기 때문에 활발하고 적극적인 토론이 이뤄질 수 있었다.

경험과 사유를 단순히 비교하여 어떤 것이 더 우위에 있는지에 대해서 판단하는 것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 그런 비교를 하는 것을 거부하고 경험과 사유가 동등하게 중요하다고 여겨 일치시킬 수 있다는 믿음은 어떤 면에서 보면 순수함에 대한 열망에서 비롯된다고 볼 수 있다. 때때로 이런 열망은 처음에 제시했던 ‘낯설게 보기, 새롭게 보기’에 대한 목표와 상충될 수도 있다. 개인의 삶이 풍성해지는 것은 순수함에 대한 열망보다 ‘자신의 체질을 섬세하게 만들고 자신의 욕구에 귀를 기울일 줄 아는 용기’에서 비롯된다. 이러한 작업의 전제는 솔직함 내지는 정직함이다.

자신의 외부를 둘러싸고 있는 중층적인 요인들에 대해서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태도가 미리 선취될 때 비로소 비판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 언제나 판단기준들은 가치평가되어있기 마련이어서 객관적으로 자신이 가지고 있는 기준들을 검토할 때에는 반성적 태도가 요구된다. 공부는 이러한 반성을 머리와 몸으로 체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제시될 수 있다. 내가 알고 있는 것을 확인하기 위한 공부가 아니라 알고 있는 바를 통해 다른 것을 이해할 수 있는 시도로써의 공부, 알고 있는 것을 행동과 결부시켜 습관으로 만들어 나가는 시행과 반복으로써의 공부, 자신의 습관을 새롭게 전환하여 새로운 습관으로 정착시키기 위한 수련으로써의 공부들이 그 예이다. 소위 ‘스펙’이라는 자극적인 표현을 통해 갖추어야 하는, 혹은 장착해야 하는 (어쩔 수 없지만, 때론 적극적으로 추구되기도 하지만) 조건들로 학생들 앞에 제시되기 때문에 구체적 수치로 드러나는 평가기준으로 우리의 삶이 재단될 수 없다는 주장은 일련의 입시제도 앞에서는 힘을 잃기 일쑤이다. 이 때 버팀목이 될 수 있는 것 가운데 하나가 즐거운 공부라고 생각한다. 이 수업의 목표는 습관으로 만들 수 있는 즐거운 공부를 생각해보고 각자의 리듬과 템포를 찾아가는 것이다.

수업에서 다루는 텍스트는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문학적 건망증>과 공부론에 대한 여러 저자의 토막글을 읽는다. 쥐스킨트의 글은 체험한 내용이 의식의 영역에서 드러나지 않더라도 아주 깊숙이 무의식의 영역까지 이르고 그것을 통해서 새로운 나의 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글이 길지 않아 부담이 적고 작가의 경험을 주제에 맞게 적절히 가공하여 어렵지 않게 따라 읽을 수 있다. 이 글을 통해 경험을 내면화하는 과정이 다만 눈앞에 당장 드러나지는 않더라도 축적된다는 주제의식을 도출하여 습관으로서의 즐거운 공부론을 다룬 글을 함께 읽는다. 공부론에 대한 글을 읽고 자신이 적극성을 발현할 수 있는 관심사를 정리해보고 그에 관한 에세이를 쓴다.

 

8차시 가치를 규정하기, 가치를 평가하기

 

이전 수업의 과제로 제시됐던 에세이를 함께 읽어보기 전에 어렴풋하게나마 프로그램의 주제 가운데 하나인 개인과 사회의 관계를 환기시켜 줄 필요가 있다. 학생이 자신의 선택은 이미 항상 외부를 의식적, 무의식적으로 수용한 결과라는 것을 이해할 수 있게 진행한다. 김광규의 <나>와 <생각의 사이> 등을 수업열기에 활용할 수 있다. 이 시점에서 관계를 염두해야 하는 작업이 필요한 이유는 학생들이 가지고 있는 관심사나 목표 등이 신자유주의의 가치체계나 경쟁을 내면화한 방식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한 사례들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이런 입장이 선/좋은 것인지 악/나쁜 것 인지 가치평가를 스스로 다시 검토해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서 인간본성에 대한 여러 가지 설에 대해서 간략하게 다뤄본다. 토론문제로는 순자의 성악설과 아담 스미스의 『도덕감정론』을 발췌하여 제시한다. 선과 악에 대한 구분을 통해 현대사회에서 인간의 이기심이나 이타심이 어떤 방식으로 드러나는지를 살펴보고 인간을 이해하는 하나의 방식을 선택해본다. 이 때 주의해야 할 점은 학생이 어떠한 입장(성선설, 성악설, 성무성악설 혹은 백지설)을 선택한다고 할지라도 그러한 관점이 타자에게는 폭력적으로 다가올 수 있으며, 심지어 자신에게까지 억압의 기제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게 도와야 한다. 일반적인 도덕이 자기 스스로의 가치를 이미 규제할 기제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하나의 장벽, 다시 말해 외부의 시선을 통한 가능성의 제제에 대한 극복가능성을 드러내준다. 참고자료로는 해오름에서 정리해놓은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글과 프리드리히 니체를 제시문으로 사용한 2010 외대 논제 또는 <선악의 저편> 등에 담겨진 몇 가지 잠언들을 사용한다.

 

9차시 가벼운 춤으로 딜레마를 즐기자

‘선택’은 우리의 삶을 늘 버겁게 한다. 우리는 대화할 때 어떤 어조와 단어로 말을 할지, 또는 ‘무엇을 먹을까?’와 같은 실존적인 고민을 통한 선택에서부터 이렇게 저렇게 고쳐앉고 움직이는 미세한 부분까지 의식의 의지적 선택와 무의식의 자동적인 선택 사이에서 하루에도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선택을 한다. 이런 선택의 구조를 이해할 수 있는 하나의 시도로써 데이비드 허친스의『레밍 딜레마』를 교재로 삼는다. 레밍들의 집단행동과 그것을 비판적으로 이해하려는 레밍의 자각과 시도에 대한 우화로 구성된 이 책은 후반부에 해설과 함께 제시된 몇 가지 부분을 제외한다면 기존의 딱딱한 글에 비해 쉽고 즐겁게 읽을 수 있다. 우선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 사이의 갈등관계와 갈등을 해소하는 방식을 분석한다. 그 후 교안으로 제시된 <가치관경매>를 모둠구성원과 함께 진행한다. 가치관경매를 진행할 때에는 가치관경매 이후에 내가 선택한 가치들이 어떤 연관성을 갖고 있는지, 또한 다른 모둠원이 선택한 가치들은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이해하려고 시도함으로써 내 안의 가치들을 연결하는 방식에 대한 밑그림을 그려볼 수 있다.

 

10차시 나와 타자, 그리고 우리와 그들

 

학생들이 자신의 노력을 투입하는 생각과 행동, 그리고 그 행동의 방향이라고 할 수 있는 자신의 목적을 다룬 에세이를 검토하기 전, 수업에서 도덕에 관한 몇 가지 단상들을 검토했다. 한 개인이 다른 개인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방식이 확장될 때 사회가 구성된다고 받아들일 수 있다면, 상대방과 나의 연대를 이루는 방식에는 상대를 내다보고 자신의 기준으로 상대를 이해하려는 태도가 전제되어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이 수업에서는 이런 결합 방식에서 ‘우리’라는 말의 의미를 살펴본다. 김중혁의 칼럼 <나는 우리가 무섭다>에서 다룬 인도인 보노짓 후세인씨와 2PM의 재범과 관련한 일련의 사건을 환기해보고 ‘우리’와 그를 통해 갖는 정서들에 대해서 검토해본다. 이 때 남경태의 『개념어 사전』의 동일자/타자 항목을 발췌해서 참고자료로 함께 읽는다. 토론문제로는 고종석의 <불순함에 대한 옹호>를 제시한다. 이 글을 통해 우리가 ‘우리’라는 범주를 어디까지 확장하고 있는지, 또 그렇게 확장된 ‘우리’는 어떤 식으로 타자를 배제할 수 있는지 사례를 찾아본다. 쓰기과제로는 민족의 문제를 다루고 있는 논제인 숙명여대 2010 모의논제 등을 제시할 수 있다.

 

 

2) 텍스트로 사유하기

 

지금부터는 우리가 다뤘던 문제들이 고전이라고 부를 수 있는 텍스트에서는 어떤 방식으로 나타나며 전개되는지를 살펴본다. 앞서 말했듯이 고전은 어떠한 문제에 대한 주제를 보편적인 방식으로 시대와 지역을 넘어 통용될 수 있는 방식을 보여주고 있다. 고전을 경유하고 있는 다양한 흐름의 원천을 직접 읽고 그 호흡을 느껴봄으로써 고전에 대한 가치를 이해하고 인간이 가지고 있는 보편적인 문제에 대한 하나의 대안에 대해 사유해 보는 기회를 갖는다.

 

11-12차시 자기극복의 과정

 

고등학생에게 자기를 극복하는 것을 이야기한다는 것이 다소 무리가 있는 행동일 수 있다. 아직 자신의 결이 형성되고 있는 한복판에 놓인 학생들에게 자신을 넘어서라는 표현이나 가치는 전복되는 것이라고 말하는 것을 학생들이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지도 의문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자기를 검열하는 방식이 아니라 자기를 구성하는 방식으로 가치평가를 하고 새롭게 구성된 가치에 매진할 수 있는 하나의 방식으로 ‘극복’이 제시된다면 그것으로도 이런 목표는 목적을 달성했다고 할 수 있다. 앞서 논의된 수업의 내용을 정리하고 쓰기과제를 합평하면서 수업을 연다. 이 때 문제의식을 가다듬기 위해 장회익의『현대 사회와 과학 문명』을 발췌한 자료를 참고할 수도 있다.

이 수업에서는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을 다룬다. 수업에서 줄거리를 다루는 작업이 한 권의 책을 읽은 흔적을 남기기에 다소 용이할 수는 있겠지만 줄거리에 치중한 감상문은 이제 어디에서나 구할 수 있는 시대이다. 또한 내가 경험한 어떤 책이 나의 책으로 거듭나려면 그 책과 울림을 공유할 수 있는 부분을 찾고 그것에 대해 고민하고 생각한 내용들이 드러날 수 있게 도와줘야 한다.

흔히 실존주의적인 영향 아래 저술되었다고 일컫는『데미안』은 청소년기의 개인이 다른 개인과 맺는 관계, 또한 사회와의 관계 속에서 자아에 대한 비판적 고찰을 주제로 다룬다. 책 전체를 읽는 수업에서는 학생이 책을 읽을 때 밑줄을 긋게 하거나 마음에 담긴 구절에 대한 논평 혹은 감상을 기록하게 한다. 이러한 작업이 이후 포트폴리오의 형태를 요구하는 자료의 원천이 되며, 앞서 검토한 ‘문학적 건망증’을 방지해 줄 장치가 된다. 이런 준비작업 이후에는 몇 가지 화두나 토론거리를 제시하고 감상에 근거한 토론을 진행한다. 『데미안』에서는 다음과 같은 예시문항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1. 나에게 주어진 환경이 얼마만큼 내게 영향을 끼치고 있을까?

- 싱클레어의 <두 세계>와 같이 내 안에는 어떠한 세계들이 있는가

 

2. 데미안이 말한 "자유의지가 없다는 것"과 "모든 의지를 하나로 집중하는 것"에는 어떠한 차이가 있을까?

 

3. 싱클레어는 데미안의 카인 해석이나 예수 옆에 있던 도둑의 예를 통해서 자신의 세계에 대한 불안한 믿음을 갖게 된다. 이 불안한 믿음은 삶을 추동하는 하나의 힘이라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여기에서 제시된 카인 해석은 보통 일반적으로 성서에 대해 해석하는 내용과는 배치되는 해석이다. 어떠한 텍스트나 사건, 상황을 데미안처럼 자유롭게 "이해하는 행위"와 "의미를 해석하는 행위"는 자유롭게 열려 있는가?

 

4. <희망>인 개인들과 <절망>인 사회의 간극은 『데미안』에서 어떤 방식으로 해소되고 있는가? 또한 데미안이 공동체를 두려움과 무서움, 당황함 속에서 형성된 결집체라고 규정하는데 동의할 수 있는가?

 

5. 삶에 긍정적인 것과 삶을 긍정하는 것에는 어떠한 차이가 있을까?

 

6. 이 소설에서 가장 유명한 문장,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새는 신에게로 날아간다. 신의 이름은 압락사스 Der Vogel kämpft sich aus dem Ei. Das Ei ist die Welt. Wer geboren werden will, muss eine Welt zerstören. Der Vogel fliegt zu Gott. Der Gott heisst Abraxas.>에 대한 나의, 혹은 우리의 해석을 행위해보자.

 

이 프로그램을 설명하는 중간에 제시된 바와 같이 설명보다는 이해하는 행위가 중요하다. 또한 다만 긍적적인 자세보다는 삶 자체를 받아들이고 지금까지 자신을 구성해 온 관성을 명확하게 파악하려는 시도가 중요하다. 『데미안』은 이러한 관점에서 공동체, 혹은 ‘우리’라고 부를 수 있는 구성체에서 벗어나 자기를 사유하려는 근본적인 하나의 시도로 읽을 수 있을 것이다.

 

13-14차시 앎과 행동, 내 삶의 가치를 실천하기

 

정치의 의미와 정치적인 것의 의미에 관한 남태현의 칼럼을 통해 개인의 행동이 곧 사회적인 것임을 환기하는 것으로 수업을 연다. 우리가 행동하지 않는 것은 실제로 생각하지 않는 것과 동일하게 파악할 수 있다. 이 때 행동과 생각이 일치한 선인들의 자취를 생생한 방식으로 기록한 플라톤의『소크라테스의 변론』을 이 수업의 주요 텍스트로 사용한다. 이 수업에서는 네 가지 문제의식을 기초로 하여 텍스트와 독해문제를 읽고, 토론문제에 임한다.

 

1. '너 자신을 알라' γνῶθι σεαυτόν gnōthi seauton 의 의미는 무엇인가

2. 안다는 것은 무엇을 가리키고, 어떤 의미를 갖는가

3. 실천하는 것, 실행하는 것은 안다는 것과 어떠한 관련을 맺고 있는가

4. 내 삶의 가치는 내게 무엇을 요구하는가

 

플라톤 대화록의 내용을 다루기에 앞서 우리가 인식이라고 부르는 것, 곧 지식을 네 가지로 구분해서 논제로 구성한 고려대학교 2003년 정시문제를 검토해본다. 이 논제를 토론해보면서 도덕과 근본적인 앎이 (자연)과학적 지식이나 실용적 지식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 살펴보고 이 때 전자에 해당하는 것에 대한 하나의 대답으로써 『소크라테스의 변론』을 다룬다. 이 대화록을 통해 “나는 최소한 내가 알지 못하는 것을 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그보다는 더 현명합니다.” 라는 말을 이해하고 ‘너 자신을 알라’ 라고 하는 말의 참뜻을 이해하고자 시도해본다. 이 대화록에서는 죽음에 대한 소크라테스의 자세나 자신의 앎을 곧 행동에 옮김으로써 정치적인 것을 드러내 보인 소크라테스의 모습을 통해 급진적인 의미에서의 철학, 혹은 급진적인 의미에서의 앎과 삶의 관계에 대해 살펴볼 수 있다. 플라톤의 초기 대화록이 갖는 장점은 이 내용이 각색없이 당대 사람들의 육성을 있는 그대로 기록하고 있지는 않겠지만 플라톤의 유려한 문체와 더불어 어렵지 않게 대화를 좇아갈 수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소크라테스의 언변 가운데 인상깊었던 부분이나 표현들도 『데미안』에서와 마찬가지로 기록을 남기는 과제를 내준다. 때에 따라서는 소크라테스의 모습과 지혜를 사랑하는(philosophia) 사람의 모습에 대한 대화편을 함께 다룰 수도 있다. 이 때에는 플라톤의 『향연』을 참조할 수 있는데, 전체 대화록을 다 읽는 것이 부담된다면 지혜와 에로스를 연관해서 다루고 있는 부분을 추려 읽을 수도 있다. 또한 교안으로 마련된 철학과 일상생활의 관계를 다룬 <철학이란 무엇인가>를 활용할 수도 있다.

수업에 활용하기 위해『소크라테스의 변론』에서도 다음과 같은 예시물음들을 제기할 수 있을 것이다.

 

1.『소크라테스의 변론』(이하 변론)에서 소크라테스가 말하는 인간적인 지혜란 무엇을 가리키는가?

 

2. 『변론』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뉜다. 이 세 부분을 나눠보고 소크라테스의 화법이 어떤 식으로 변화하는지 찾아보자. 그리고 이러한 변화는 왜 일어나는 것일까?

 

3. 소크라테스가 제시한 신탁의 의미를 우리는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 신은 어떤 의미에서 소크라테스를 가장 현명한 자라고 불렀을까?

 

4. 소크라테스가 정치인들과 시인들, 장인들과의 대화를 통해서 지혜(sophia)와 소질(physis)의 차이를 어떻게 설명하고 있는가?

 

5. 소크라테스에게서 “아름다움” 과 “비천함”의 차이는 어떻게 나타나는가?

- 소크라테스가 사용한 ‘아름다운’의 의미는 무엇일까?

- 아름다움은 진리나 덕과 어떤 관계에 있는가?

 

6. 지혜(sophia)에 도달하는 방법으로 제시하고 있는 방법을 찾아보자.

- 여기서 찾은 방법은 덕과 어떻게 연결된다고 할 수 있을까?

 

15-16차시 작은 하나의 인식과 커다란 하나의 인식에 대하여

- 일상에서 찾는 삶의 지혜

 

이 수업에서는 동양고전에서 몇 가지 다뤄 볼 만한 우리에게 알려진 동양고전의 폭이 워낙 넓고 그 종류도 많기 때문에 하나의 텍스트를 정하기가 쉽지 않다. 또한 단편으로 전해지는 것들이 많은 문제도 있고 분분한 해석의 여지가 많긴 하지만, 이 수업에서는 신영복의『강의』나 『세계의 고전을 읽는다』등의 책을 통해서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전 시간에 다뤘던 소크라테스의 주장을 ‘수신제가치국평천하’라는 표현과 비교하면서 나를 아는 행동이 어떻게 정치적인 것으로 연결된다고 생각했는지 고대인들의 사유를 읽어본다.

마지막 주차는 그 동안의 작업들을 점검하고 그 동안의 쓰기 과제를 합평한다. 16회의 걸친 세미나의 마지막에 다시 처음의 질문을 되묻는 것으로 수업을 마무리한다. 이 때의 작업은 프로그램의 처음에 요구했던 생각그물이나 자기소개서를 다시 한 번 작성해 보는 것도 좋다. 변화의 추이를 파악하고 그 사이에 ‘나’라고 부를 수 있는 어떠한 자아에 덧붙일 수 있는 몇 개의 사건이 가미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함께 한 공부가 의미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수업 전반에 깔려 있는 주제인 관계 맺기와 나(자아), 즐거움과 공부에 대한『논어』의 단편들을 짚어보며 고대인, 특히 성인(聖人)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의 삶의 자세에 대해 살펴본다. 또한 저술 작업을 하지 않은 성인들의 태도에서 활자화된 텍스트를 넘어서 열려 있는 말과 말을 통한 대화의 중요성을 살펴본다. 여기에서의 대화는 나와 타자와의 언어를 통한 대화뿐만 아니라 나 자신과의 대화, 내가 처한 상황이나 주변 사물들과의 대화에까지 확장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대화의 시작은 정직함이며, 또한 말을 걸어오는 타자와 마주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이러한 만남이 자신의 일상의 많은 굴곡과 감춰져 아직 드러나지 않은 무언가를 펼쳐 보일 수 있는 사건을 마련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