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 또래 친구에게 믿음 갖기 - 믿음 주기

아이들은 울타리가 되어주는 부모의 품에서 안정감을, 올바른 권위를 지닌 선생님의 태도에서 공정함을 배워나가기 시작합니다. 이런 것들은 아이들 삶의 근본 원리가 되어 앞으로 아이들이 살아가는데 기본 틀이 되어줍니다. 이런 든든한 바탕 위에 아이들은 이제 친구를 사귀기 시작합니다. 어렸을 때는 그저 한 공간에 같이 있으면 친구가 됩니다. 같은 유치원, 같은 반, 같은 아파트, 같은 학원… 그저 시간을 같이 하면 친구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학교에 들어가면 아이들은 좀 더 다른 기준으로 친구를 찾기 시작합니다. 그 다른 기준이란 아이들마다 다르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들 나름대로 뭔가 서로 통하는 걸 찾는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좋아하는 아이도 생기고, 싫어하는 아이도 생깁니다.
슬슬 부모의 품에서 벗어나고, 선생님의 권위도 우습게 알기 시작한 아이들은 이제 또래집단에서 자기와 동질성을 발견하고, 그 속에 매력을 느끼고 흠뻑 빠지게 됩니다. 아이들끼리 어울려 다니기를 좋아하고, 그러면서 또래의 동질성이 자기의 정체성인 양 착각하게 됩니다. 남자아이들은 힘 센 친구를 부러워하고 그런 아이와 있으면 자기도 힘이 세진 양 생각합니다. 여자아이들은 속으로는 시샘을 하면서도 겉으로는 예쁘고, 공부 잘하는 친구와 사귀고 싶어 합니다.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이제 이런 현상은 점점 아래 학년으로 내려가는 추세에 있습니다.)
엄마들은 아이들에게 좋은 친구를 사귀라고 합니다. 엄마들이 말하는 좋은 친구란 대개 나보다 공부 잘 하고, 나보다 똑똑하고, 나보다 점잖아서 나를 주눅 들게 하는 친구입니다. 하지만 막상 그런 아이들은 나랑 친구하기 싫어합니다. 아이들은 나랑 똑같은 친구, 공부도 쬐끔 하기 싫어하고, 장난도 치고, 그러면서도 내 마음을 잘 알아주는 친구를 사귀길 원합니다. 예전엔 같이 놀면서 저마다 서로 어울리고 조화를 이루어 나가는 법을 배울 수 있었지만 지금 아이들은 같이 놀 친구가 없습니다. 학원에 같이 다닐 친구는 많아도 저녁 어스름해질 때까지 밖에서 동네를 몇 바퀴고 같이 뛸 친구는 없습니다. 가상 가족을 이뤄 컴퓨터 온라인 게임을 할 친구는 많아도 내 고민을 진지하게 들어주고, 같이 걱정해줄 친구를 사귀기는 힘듭니다.
이제 아이들은 친구를 통해 따뜻한 인간관계를 경험하고 싶어 합니다.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는 관계,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주는 관계, 그리하여 서로 같이 나아지는 존재가 되는 관계를 통해 아이들은 세상에 대해 믿음을 갖고 더욱 힘차게 나아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