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공간에 눈길 주기
- 사진집 『만화경』

이종림 | 본지 기자

집, 학교, 회사, 사람들을 만나는 장소 등 내가 머물고 있는 ‘공간’은 나의 일상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평소 주위 공간에 대해 생각없이 지나치곤 합니다. 이번 호 사진수업에서는 그러한 일상의 공간들에 대해 관심있게 지켜보는 계기가 될 다양한 생각 꺼리들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좀 더 예리한 눈으로 공간의 왜곡된 면과 모순점 또한 함께 포착해 보겠습니다.

나를 둘러싼 공간은 무엇으로 채워져 있을까요? 평소에 주변을 주의 깊게 보지 않은 사람은 ‘무엇이었을까’ 한참을 떠올려도 생각이 나지 않을 것입니다. 생각이 나기를 조금 더 기다려 본다면 ‘아파트, 빌딩, 아스팔트, 주차장…’과 같은 도시의 풍경을 떠올릴 수 있겠죠. 도시에 사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마도 비슷한 환경 속에 있을 것입니다. 네모난 아파트, 네모난 빌딩, 네모난 창문이 가득한 회색 도시…. 학교도 마찬가지입니다. 콘크리트 벽, 답답한 교실, 좁은 운동장… 주위에 보이는 풍경도 비슷비슷합니다. 설사 다른 풍경이 숨어있더라도 큰 관심을 끌지 못합니다. 주차장의 구획이 얼마나 촘촘한지, 거리에 간판은 왜 저렇게 정신없이 배열되어 있는지… 한번쯤 멈춰서 생각해본 사람은 드물 것입니다.  
어느 날 문득 카메라를 들고 밖으로 나갔다고 상상해 봅시다. 지금부터 내 주위를 둘러싼 일상의 공간을 찍으려고 합니다. 내 모습이나 사람들이 아닌, 우리를 담고 있는 공간을 사진으로 기록하려는 것입니다. 어떤 사진을 찍으면 좋을까요? 그 동안 생각없이 지나쳤던 공간들이 조금씩 다르게 눈에 들어올 것입니다. 우선 내가 몸담고 있던 공간이 어떻게 생겼었는지 찬찬히 살펴봐야겠지요. 그 다음 어떤 곳을 선택할지, 그 공간을 왜 담고 싶은지, 두 눈과 발이 바삐 움직이고 머릿속도 여러 가지 생각으로 분주해질 것입니다.
이번 호에 소개하는 『만화경』(권순평․염준호 엮음 / 눈빛)은 이처럼 쉽게 지나치는 주변 공간에 대해 새로운 시각으로 기록한 사진들을 모아놓은 사진책입니다. ‘애매한 한국적 공간에 눈길 주기’라는 부재를 달고 있는 이 책에는 주변 공간, 나아가 한국적인 공간, 근대에 들어 변화된 공간에 대한 문제의식이 담긴 사진들이 실렸습니다. 열명이 넘는 사진가들은 각각의 주제를 택해 우리 주변 공간을 색다르게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중 몇 가지 주제를 뽑아 일상의 공간에 대해 새로이 고민해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