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매화향기』, 『대추리 아이들』외
동화로 보는 우리 현대 역사 속의 숨은 이야기

이선희 해오름평생교육원 전임강사 sunanna@naver.com

 

2009년 5월 29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결식이 국민장으로 치러졌습니다. 경복궁에서 영결식을 마치고 시청 광장에서 노제를 드렸습니다. 영결식에 초대받지 못한 사람들은 꾸역꾸역 시청 광장으로 모였습니다. 그 전날까지도 전경 버스가 시청 앞 광장을 둘러싸 아늑하다는 덕수궁 앞에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노 전 대통령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하려고 모였습니다. 허리가 구부정한 백발의 할아버지, 할머니, 유모차에 어린 아기를 태우고 온 아기 엄마,  점심시간을 틈타 나온 직장인들, 엄마 손을 붙잡고 온 초등학생들, 아주머니, 아저씨들 어디서 그 많은 사람들이 다 왔는지. 노란 풍선이 사람들의 손에 날리고, 그 뜨거운 뙤약볕 아래, 그 많은 사람들은 숨을 죽이고 침묵으로 일관한 조선일보 디지털 전광판을 지켜봅니다.
구름같이 모인 사람들을 뚫고, 노 전 대통령의 운구차가 지나자 그 뒤로 이천여개의 만장이 따릅니다. 끝도 없을 것 같은 만장의 길. 비록 그 만장이 플라스틱 깃대에 매달렸다 하더라도 저마다 소박하게 가는 길을 기원합니다.
우리나라 역사 사상 처음으로 대통령의 화장을 치른 날, 온 국민은 침통해했습니다. 어떤 사람은 국가 원수였던 사람이 자살을 하다니 국가적인 망신이라고 합니다. 어떤 사람은 죽음에까지 이르게 한 치욕으로부터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합니다. 어떤 사람은 자기 부모가 죽어도 저렇게 안 울겠다며 비난합니다. 어떤 사람은 다 자기 설움에 덩달아 더 서럽게 우는 것이라 합니다. 그러나저러나 많은 사람들은 마음에서 나온 눈물로 안타깝게 그를 보냅니다.

국민장 다음날 중학생 친구들을 만났습니다.
“선생님, 우리 학교는 어제 내내 국민장을 텔레비전으로 봤어요.”
“우린 사회시간이었는데도, 선생님이 공부하자며 안 보던데?”
“그런데, 우리가 꼭 그거 봐야 해요? 재미도 없던데…….”

한 고등학생 친구가 말합니다.
“선생님, 이다음에 우리 아이들은 더 고생하겠어요.”
“왜?”
“근현대사 과목에 외울 게 더 많아지잖아요.”
“아…….”

초등학교 때부터 그렇게 숱하게 역사를 공부해 왔어도, 아이들에게 역사란 지식 이외에 아무것도 아닌 것 같아 마음이 아팠습니다. 아이들의 말을 들으면서 제 생각을 합니다. 제가 학교 다닐 때 정말 싫어하고 못했던 과목이 역사였는데, 왜 그렇게 연도를 많이 외워야 했는지, 또 왕의 업적을 많이 알아야 했는지 정말 어지럽고 헛갈렸던 기억이 납니다. 또, 제가 고등학교 3학년 때 박정희 대통령의 암살 사건이 일어났는데 그때 생각도 났습니다. 많은 어른들이 학생들은 그런 거 몰라도 된다고 제대로 설명도 안 해주고 쉬쉬했습니다. 역사란 과거의 것이지 도무지 현재 일어나는 일들을 제대로 알 길이 없었습니다.

시간이 지났습니다. 역사를 공부한 사람들도 많아졌고, 역사를 보는 관점도 달라졌습니다. 역사는 더 이상 과거의 것이 아니라 현재를 관통하여 미래를 꿰뚫는 것이 되었습니다. 역사는 더 이상 힘 있고 권세 있는 사람들의 것이 아니라 그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의 것이 되었습니다. 여전히 역사의 포커스는 가진 자의 편에 많이 서 있지만 그래도 우리는 누가 진짜 역사의 주인공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역사에는 알려진 이야기보다 알려지지 않은 진짜 이야기가 더 많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누가 어디에 카메라를 대고 이야기하느냐에 따라 결론이 달라진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없는 이야기가 아니라 있는 이야기, 몰라도 되는 이야기가 아니라 알아야 되는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그건 아이이건 어른이건 마찬가지입니다. 무엇을 따지고 살피기 이전에, 누가 잘하고 잘못했나를 가리기 이전에, 우선 있는 사실을 바로 아는 것 그것이 먼저입니다.

 

『그리운 매화향기』
(장주식 지음 / 김병하 그림 / 한겨레 아이들)

이 책의 앞머리에는 이오덕 선생님의 추천하신 글이 있습니다.

 

이 책은 우리 어린이들이 꼭 읽어야 할 교과서입니다. 교실에서 억지로 배워야 하는 교과서가 아니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읽는 동안에 저절로 우리 역사를 알게 되고 세상일을 깨치게 되는 참된 교과서이지요.

경기도 화성군 우정면 매향리. 그곳이 어떤 곳인지 아십니까?
매향이란 봄이 되면 집집마다 매화꽃이 만발하여 그 꽃향기가 온 마을에 넘치고 들과 산에 퍼지게 되는 마을이라 해서 붙인 이름입니다. ~ 그 오랜 왕조 시대에 세금을 가혹하게 거두고 재물을 마구 빼앗던 몹쓸 정치도 견디고, 일제시대의 모진 부역과 공출의 시달림도 참으면서, 다만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땀 흘려 일하는 사람들끼리 나누는 따스한 정으로 우리 땅 우리 마음을 잃지 않고 살아 왔습니다.
그런데 2차 대전쟁이 끝나고 일본이 패망해서 이 땅에서 쫓겨난 뒤, 우리 남녘땅에는 미군의 군대가 들어와 곳곳의 넓은 듯이며 산이며 바다를 차지하게 되었지요. 매향리도 그렇게 해서 미군이 들어와 그곳 농민들의 논밭을 빼앗고 들고 바다를 차지해서 날마다 전쟁 연습을 한다고 총탄을 쏘아대는 끔찍한 지옥으로 만들어 놓았습니다.
매향리 사람들은 농사지을 땅을 빼앗기고, 고기를 잡고 미역과 굴을 따고 조개를 줍던 바다를 일고, 날마다 귀청이 찢어지는 비행기 소리며 총탄 터지는 소리에 밤에는 잠을 설쳐야 했습니다. 그리고 많은 어른들과 아이들이 총탄에 맞고 지뢰를 밟아 다치고 죽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그 마을 사람들은 고향을 버리지 않았습니다. 기어코 우리 딸을 찾고야 말겠다고 아직도 그래도 버티면서 미군이 물러가기를 애타게 바라고 있습니다. 지금은 온 국민이 그곳에 남아서 싸우는 마을 사람들을 마음으로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이 책은 1951년부터 오늘날까지 바로 이 매향리 사람들이 살아온 이야기를 적은 것입니다.

 

비행기 조종사가 꿈인 진수는 농섬 비행기 사격장 근처에서 불발탄이 터져 한 눈을 잃게 됩니다. 아기를 가진 진수의 숙모는 갯벌에 조개를 캐러 갔다가 폭격을 당해 죽고 맙니다. 미군들은 농섬 뿐만 아니라 이들이 농사를 짓고 생계를 유지하는 매향리 땅도 내놓으라 합니다. 나라에서 보상을 해주었지만 보상비는 시가의 1/3밖에 안 됩니다. 정부는 사격이 없는 주말 동안 사격장 안의 농토를 농민들에게 빌려주고 임대료를 받습니다. 조상 대대로 일해오던 땅을 빼앗겼지만 달리 오갈 데 없는 사람들은 그렇게라도 살아야 했습니다.
비행기의 소음과 폭탄은 사람들을 황폐하게 만들었습니다. 1988년 주민들은 드디어 자신들의 뜻을 정부에 전하기로 했습니다. 미군과 정부 사이에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던 주민들은 도리어 그동안 해오던 농사마저 못 짓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농사를 지어야 살 수 있는 그들의 논에, 파릇파릇 볏모가 나는 논에 미군들은 돌무더기를 쏟아 붓습니다. 거기에 항거한 주민들은 결국 경찰들에게 끌려가고 재판을 받아 유죄 선고를 받습니다.
2000년 봄 매향리의 일이 인터넷을 통해 사람들에게 알려지고 많은 사람들이 모여 함께 평화로운 매향리를 되찾기 위해 힘을 모읍니다.

2001년에 쓰여진 책 속의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그 뒤 매향리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매향리 지역 주민들은 지난 88년 ‘매향리미폭격장 철폐를 위한 주민대책위를 조직, 16년간 사격장 폐쇄를 위해 노력해 왔으며 결국은 2005년 8월 31일자로 미 공군 ‘쿠니사격장’으로 공식 지정되 사용해오던 매향리 사격장은 완전히 폐쇄되어 더 이상 운영되지 않고 있습니다. 이제 매향리는 매향리 평화마을로 탈바꿈하고 있고 설치 미술가 임옥상은 그 포탄들로 <매향리의 시간>이라는 설치미술작품을 만들었습니다. 기나긴 전쟁이 끝나고 매향리에는 봄이 왔지만 그것은 단지 공간 이동의 문제일 뿐이었습니다. 우리 땅 어딘가 다른 곳에 매향리의 슬픔은 계속 되고 있습니다.

 

『대추리 아이들』
(김정희 글 / 홍정선 그림 / 사계절출판사)

1987년 노태우 대통령 후보는 선거 공약으로 용산 미군기지 이전을 발표했습니다. 2002년 한국과 미국은 연합토지관리계획 협정에 서명하여 주한미군기지와 훈련장을 10년에 걸쳐 돌려받는 대신, 새로운 땅을 미군에 제공하기로 합니다. 여기에 평택의 대추리 땅이 포함됩니다.
땅이 어디든 소중하지 않은 곳이 있겠습니까마는 대추리 땅은 가슴 아픈 사연이 새겨 있는 땅입니다. 평택의 대추리와 도두리 사람들은 이미 두 차례나 자신들이 일군 비옥한 농지를 강제수용 당했습니다. 일제강점기 땐 일본군이 비행장을 만든다며 쫓아냈고, 한국전쟁 직후 미군이 기지를 건설하면서 강제수용을 당했습니다. 그 후 바닷물이 내륙 깊숙이 밀려와 농토로는 가당치도 않던 척박한 땅에 둑을 쌓아 농토로 만든 것은 늙은 농민들이었고, 그곳이 바로 지금 국방부가 강제수용하려는 대추리와 도두리의 너른 들판 황새울인 것입니다.
이 책의 작가 김정희는 그들과 함께 대추리에 살면서 그들의 이야기를 보다 더 가까이 전달하고 있습니다. 소설이 아닌 현실, 꾸며낸 이야기가 아닌 진짜 이야기를 아이들에게 들려주고 있는 것입니다.

짠물이 드나들던 땅을 논으로 만든 한솔이 할아버지 때부터 한솔이네는 대추리에 살아왔습니다. 순하고 평범했던 사람들은 갑자기 땅과 집을 내놓으라니 변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매일 촛불을 들고 자신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미군 부대가 들어와서 삶의 터전을 빼앗기는 사람들과 조금이라도 이익을 보려는 사람들은 대립하기 시작합니다. 이런 대립은 순진한 아이들까지 갈라놓습니다. 친한 이웃들이 하나 둘 야반도주하듯 마을을 떠나고, 빈집은 쓰레기장으로 만들어놓습니다. 대추리를 평화마을로 만들기 위한 마을 지킴이 캠페인도 시작되어 많은 사람들이 도우러 왔습니다.
“올해도 농사짓자”는 게 꿈이던 그들은 시위를 하면서도 함께 모판을 만들고 들녘에 볍씨를 뿌렸지만 국방부는 마을을 철조망으로 에워싸고 농수로를 파괴하고 논에다 콘크리트를 갖다 붓습니다. 군인과 경찰들이 들어와 마을을 파괴하고 그들은 이제 대추리를 떠나 다른 곳으로 집단 이주를 할 수밖에 없습니다.
2007년 3월 대추리, 도두리 투쟁의 상징이었던 주민 촛불행사가 하루도 거르지 않고 935일째로 막을 내리고, 4월 7일 ‘대추리 매향제- 하늘과 땅과 사람이 다시 만나리’ 행사를 마지막으로 3년 7개월의 긴 싸움이 허무하게 끝납니다.
허무하게 끝이 난 것 같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이전엔 소리 소문 없이 그들의 권리를 빼앗겼지만 이제는 평범한 사람들이 자기 권리를 위해 자기 소리를 낼 줄 알게 되었습니다. 저마다 자기 소리로 다 떠들면 이 세상은 어떻게 할 거냐는 질문은 큰소리 내오던 사람들이 하던 질문입니다. 작은 소리를 한 데 모아야 합니다. 빼앗겼던 것들을 다시 찾고, 다시 찾은 것들을 더욱 소중히 챙기고, 그렇게 발전해 나가야 합니다.

『큰아버지의 봄』을 쓴 작가 한정기는 ‘지나간 역사가 지금 우리 아이들에게 어떤 의미를 줄까? 학교에서 배우는 역사를 우리 아이들은 어떻게 받아들이고 이해할까? 고민하면서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지나간 역사를 교훈 삼아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깨닫는 것이라고 합니다.

옳지 않은 일에 분노할 줄 아는 정의감, 실천하는 용기, 그리고 용서할 줄 아는 너그러움, 여러분 한 사람 한 사람이 그런 자질을 갖출 때 우리 사회는 더 이상 아픈 역사를 만들지 않게 될 것입니다. 앞으로 우리 친구들이 써 나갈 역사는 희망과 기쁨의 역사가 되길 간절히 바랍니다.   

이오덕 선생님은 『그리운 매화향기』추천글에서 어린이들에게 부탁합니다. 우리가 아이들과 현대 역사 속의 숨은 이야기를 찾아 읽어야 하는 까닭도 바로 이와 같습니다. 우리 역사를 알고 우리 역사를 사랑하고 우리 역사를 일구어나가야 할 사람은 우리 모두입니다. 우리가 모두 이렇게 나아갈 때 우리나라가 바로 나아갈 것입니다.

 

어린이 여러분, 부디 이 책을 일고 우리가 앞으로 어떻게 하면 이 땅을 살기 좋은 땅으로 만들 수 있겠는가 하는 문제를 여러분 나름대로 자유롭게 생각해 보셔요. 여러분의 눈이 확 트이고, 가슴이 넓어지고, 마음이 산같이 든든하게 되기를 바랍니다.

 
더 읽으면 좋은 책

『제암리를 아십니까』
(장경선 글 / 류충렬 그림  / 푸른책들)
 
 제암리 학살 만행(1919)는 3.1운동 당시에 독립만세를 외치던 제암리 주민들을 일본 경찰이 무차별 학살한 사건입니다. 제암리에 살고 있는 15세 이상의 남자들을 모두 교회에 모이게 한 다음 모두 죽이고 마을까지 모두 불에 태워버립니다. 이 제암리 학살사건을 제재로 한 장편 역사동화로, 일본인 소년 나카무라의 눈을 통해 당시의 역사를 이야기합니다.

 

『순이』
(김영주 글 / 서지함 그림 / 리젬)

우리 민족의 뼈아픈 역사, 우키시마호 사건을 다룬 소설 『떠다니는 사람들』을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추어 새롭게 펴내었습니다. 1945년 8월, 그토록 꿈꾸던 해방이 찾아오고, 일본에 강제로 끌려갔던 조선인들이 조국으로 돌아오는 배에 몸을 싣습니다. 하지만 귀국선이라 믿고 설레는 마음에 우키시마호를 탔던 사람들은 영문도 모른 채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깊고 깊은 바다 속에 잠겨 버리고 맙니다. 일본 시모사바가 앞바다에서 이름조차 남기지 못하고 죽어간 수많은 조선 사람들. 우리가 지키지 못한 그들의 절규가 가슴을 절절하게 하는 동화입니다. 한동안 순이가 눈앞에 아른거립니다.

 

『노근리, 그 해 여름』
(김정희 글/ 강전희 그림/ 사계절)

충청북도 영동군에 가면 노근리라는 아주 작은 마을이 있습니다. 마을 옆으로는 경부선 철도가 지나고, 철도 밑에는 커다란 쌍굴 두 개가 나란히 자리하고 있지요. 겉으로 보기에는 그저 평범한 굴 같지만 1950년 7월, 엄청난 비극이 벌어진 곳입니다.
전쟁이 나자 은실이네 가족들은 미군들의 명령에 따라 피난길에 오르지만, 미군들이 남쪽으로 내려가던 피난민들을 갑자기 노근리 쌍굴 다리로 몰아넣고 사흘 동안 마구잡이로 총을 쏘아댑니다. 굴 속에서 엄마와 동생을 잃고 시체의 핏물을 먹으며 버텨야 했던 은실이의 눈을 통해 노근리 사건을 이야기합니다.
그렇게 엄청난 사건을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살아남은 사람들은 냉가슴을 앓으며 속 시원한 대답도, 아무런 보상도 받지 못한 채 근 반세기 동안을 벙어리로 살아야 했습니다. 그런 일이 없었다고 발뺌하는 미국과 거기에 동조한 우리 정부의 무책임함 때문이었습니다.
작가는 감추고 왜곡된 역사의 진실을 제대로 알리기 위해 이 작품을 썼다고 합니다. 지난 역사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 그 비극의 상처와 아픔과 고통을 먼저 들여다보고 개개인의 생명과 삶이 얼마나 소중한지 아는 데서 평화는 시작됩니다.

 

『큰아버지의 봄』
(한정기 글 / 김영진 그림 / 한겨레 아이들)

『큰아버지의 봄』은 제1회 5·18 어린이 문학상 수상작입니다. 삼별초가 몽고군에게 저항했던 진도 용장성터를 배경으로 주인공 경록이가 5·18 민주화 운동을 겪은 큰아버지와 아버지를 통해 우리 역사의 한 페이지를 이해해 가는 이야기입니다.
정신병원에 있다 돌아가신 큰아버지, 술만 마시다 어느 날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아버지, 큰아버지의 아픔을 마음에 담고 사시는 할머니, 은수 이모 등 어른들의 이야기와 서울에서 전학 온 재동이 패거리 이야기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이야기를 두 축으로 엮고 있습니다.
어른들의 역사 속에서 사람들이 목숨을 걸고 지키고자 했던 신념이 무엇인지, 또 진정한 용기란 무엇인지 깨닫게 된 경록은 재동이 패거리에게 당당하게 맞서기 위해 용기를 내고 진정한 용기를 가진 자만이 가질 수 있는 너그러운 마음을 갖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