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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봉 | 논술교사 sjbong21@hanmail.net

흐름을 멈춘 물은 썩고야 만다

생명을 살리는 물
물은 형태를 끊임없이 변화시킬 수 있는 능력으로 인간에게 언제나 경외의 대상이었다. 이 물은 인류에게 있어 가장 오래된 생명의 상징이며 그 생명을 유지하는 힘, 풍요함, 역동성, 자비로움, 영원함, 영성, 그리고 강인함의 표상이다. 물은 인류 문명의 시원을 시작으로 현재를 가로질러 미래로 흘러가고 있다.
영성의 대상이면서 불가사의한 두려움의 존재인 물은 문명의 발전과 함께 늘 전설과 신화로 되살아났다. 그리스 신화에 의하면 뱃사람들은 바다의 신이자 제우스의 동생인 포세이돈을 항상 두려워하였다. 뱃사람들은 그들이 탄 배를 포세이돈이 바다 속 깊이 가라앉힐 것을 걱정하여 출항 전에 항상 제물을 바쳤다. 구약성서 창세기에는 노아의 방주이야기가 나온다. 타락한 인간에게 분노한 신이 "땅 위의 사람과 짐승과 모든 기는 것과 하늘을 나는 새까지"모두 없애버리기로 하나 정직하고 신실한 노아만은 사려주는 내용이다.
물이 항상 두려움의 대상이었던 것은 아니다. 물은 그 성스러움으로 인하여 인간에게 영감을 불러일으키고 심오한 사색을 떠오르게 해왔다. 특히 신에게 경배를 드리는 장소나 기념비, 사원 등에 신비함을 더해주기 위해 물의 역할은 매우 컸다. 물은 성수로서, 지혜와 영감의 샘인 분수로서, 내면과 근원의 성찰을 위한 연못으로 태어나기도 했다.
또한 물은 삶의 지혜를 알려주는 지표가 되기도 했다. 비유로서 익숙한 삶의 자세인 낮은 곳으로 흘러들어야 한다라든가 흐르는 물처럼 살아가야 한다는 말들이 그것이다. 이러한 물은 사상을 낳기도 하고 처세술의 근본이 되기도 했다.
물에 대해 좀 더 근원적인 탐구를 한 대표적인 저서로는 필립 봅의 『H2O』가 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물의 의미하는 바를 우주에서 지구로, 지구에서 물의 물리학, 화학, 생물학, 지질학 등의 폭넓은 분야로 해석함으로써 물로 인해 생명을 잉태한 지구의 축복과 물의 소중함을 세세하게 설명한다. 한편 패트릭 맥컬 리가 지은 『소리 잃은 강』은 강과 댐, 인간과 환경에 대해 고발한 고전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많은 댐들이 관료주의와 야심, 기술적 이상의 실험, 이윤 관계에 근거한 관성으로 인해 전세계적으로 무분별하게 만들어 지는 댐의 허위성을 낱낱이 고발하고 있다. 물과 관련해 실질적인 생활과 정치적으로 관련된 본질을 밝히는 이 책은 매우 날카로운 시각을 시종일관 견지하고 있다. 관개 계획들이 허술하게 관리되고 정치적 야심이 개입되고, 토양을 파괴하면서 영세농을 빈털터리로 만들어 가는 과정과 지역 주민을 먹여 살리던 땅을 수출을 위한 작물생산지로 바꾸어가는 과정을 다룬 부분은 매우 신랄한 비판으로 가득차 있다. 이 부분에서 저자는 댐은 권력가와 부자를 도와 정치적 약자들이 공유하던 땅과 물, 숲을 빼앗는다고 결론짓는다. 국내에서는 『물의 정치학』이 보기 드문 역작으로 꼽힌다. 이 책의 저자인 이상헌은 세상을 움직이는 물을 정치생태학적 지평으로 분석해 물문제에 개입되어 있는 정치적 배경의 조류를 가감없이 드러내 보이고 있다.

댐과 정비사업이 사람을 살린다?
최근 우리나라도 물부족 국가군으로 분류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여기에서 말하는 물부족은 제철에 필요한 물을 제때에 공급받지 못하거나, 식수로 사용할 물이 부족하다는 의미가 강하다. 무엇보다 우리가 닥친 문제는 식수난이다. 현재 지하수나 인근 하천의 물의 마음놓고 마실 수 있는 곳은 매울 드물다. 맑다고 인정하는 물을 정류하여 수돗물로 공급하고 있으나 별다른 정수장치 없이 수돗물을 마음 놓고 식수로 사용하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다. 지하철에서 생수통을 든 사람들을 쉽게 목격하고 가정마다 정수기는 하나쯤 설치해 두거나 인근 약수터에서 물을 길어다 마시는 것이 최근의 실상이다. 더욱이 맑은 물을 마음껏 공급받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 농촌지역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상류의 골프장과 공장들에 의한 오염, 수십 년을 비료와 농약을 사용해 농사를 지음으로써 오염된 지하수가 지하지반 깊숙이 흐르기 때문에 오히려 농촌지역에서조차 물을 길어다 마시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사람들이 함께 모여 사는 마을을 가리키는 한자 동(洞)은 물(水)이 같다(同)는 의미이다. 이는 같은 물을 마신다는 뜻이기도 하며, 같은 수원지를 끼고 살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 수원은 커다란 못일 수도 있고, 큰 강일 수도 있다. 물이 생명을 살리는 원천이기에 인류는 이 물을 통해 마을을 형성하고, 식량을 생산하며 생존할 수 있었던 것이다.
최근 이명박 정부는 경제부양의 방편으로 4대강 정비사업을 벌이겠다고 공표했다. 얼마 전까지 한반도 대운하를 건설하겠다고 강행하다 국민적 저항에 부딪친 후, 그 내용을 새롭게 포장한 듯한 대규모 정비사업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그 실효성과 효율성이 떨어져 사업성이 없다고 판명된 경인운하사업도 재개하겠다고 발표했다. 경인운하사업은 원래 중동지역에 나가있던 대규모 건설사의 장비가 불황으로 국내로 반입되며 기획된 측면이 고발되기도 했던 무리한 사업이었다. 환경단체는 거대한 배가 드나드는 운하가 필연적으로 거대하게 자연환경을 파괴함과 동시에 강 전체를 오염시킴으로써 식수난을 일으킬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무엇보다 수원이 되는 곳인 강의 상류개발은 불가피한 재앙을 일으킬 것이라고 경고한다. 그러나 경제난 속에서 일자리 창출이라는 목표하나로 정부는 사업을 밀어붙이고 있다.
결국 영성과 치유, 삶의 자세를 가르쳐 준 물이 재앙과 두려움으로 변질되는 과정의 좌표에 우리가 있는 셈이다. 조화로운 생태 속에서 건강한 물의 미래를 위해 고민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생각해 봅시다.

1. 윗글의 요지를 400자 내외로 요약해 봅시다.

2. 여러분은 어떤 물을 마시고 있습니까? 우리 주변에서 마실물의 종류를 찾아보고 그 물은 어디에서 어떻게 우리에게 왔을지 생각해 봅시다.

3. 제시문을 통해 안정적이고 안전한 식수를 공급받기 위한 개인적, 사회적 노력에 대해 생각해 보고 토론해 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