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안녕하세요?
 - 『나는 뻐꾸기다』, 『우리 가족입니다』, 『다섯 시 반에 멈춘 시계』 외
 
이선희 | 해오름 평생교육원 전임강사
good-anna@hanmail.net

가족은 사람이 사회를 이루는 기본 구성단위입니다. 인류는 가족의 결속을 통해 계속 이어올 수 있었고, 가정은 사람이 사람으로서 살아가는 방법과 다른 사람과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을 가르치고 배우는 가장 근본적인 역할을 합니다.
두 남녀가 결혼을 통해 한 가정을 이루면 새 생명이 부모를 찾아오게 됩니다. 슈타이너의  말에 따르면 이 때 새 생명은 부모의 의지가 아니라, 새 생명의 의지로 자신을 온전히 잘 펼칠 수 있는 부모를 선택해 이 세상에 온다고 합니다. 이렇게 태어난 새 생명은 이 세상에서 독립된 한 어른으로 성장할 때까지 부모의 사랑과 보살핌에 의해 자라납니다.
아기일 때 아이는 아빠보다는 엄마의 보살핌을 더 많이 받게 마련입니다. 엄마의 눈을 통해 자신을 바라보며, 자기 주변에 존재하는 모든 것을 자연스럽고 열정적으로 모방하며 이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을 하나씩 배우게 됩니다. 이 때, 엄마는 아이의 삶에 안정감과 안전을 보장하는 존재로 닻과 같이 의지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존재입니다.
점점 커가면서 아이는 부모로부터 사람으로서 살아갈 수 있는 여러 가지를 배우는데, 삶의 의미를 전달하는 도구가 될 모국어를 배우고, 인생에서 사람답게 살아가는 일, 즉 해야 할 일과 해서는 안 될 일들을 배우기 시작합니다. 이때의 아이들은 그저 막연히 세상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사례, 즉 부모의 말이나 행동, 지각, 감정, 생각 하나하나를 스펀지처럼 빨아들이며 배우고 그것을 자신의 태도로 삼아 표출합니다. 그래서 아이들이 소꿉놀이를 하는 것만 봐도 그 부모님이 어떤 분이신지 대강 짐작할 수 있게 됩니다.
우리가 자랄 때는 집안일은 아내에게 맡기고 자신은 바깥일만 하면서도 집안에 들어오면 큰소리 치시는 아버지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물론 자녀의 교육은 아내의 담당이었지요. 그러다보니 아버지는 크고 높은 존재이지, 나와 친밀감 있는 존재는 아닌 적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요즘 아버지상은 예전과 많이 달라졌습니다. 가사노동을 군말 없이 분담하는 아빠, 때마다 철마다 가족들과 함께 나들이 하는 아빠, 일요일 아침은 식구들 아침을 준비하는 아빠, 퇴근 후 아이들 공부를 가르쳐주는 아빠, 아이들 학원 상담도 직접 하는 아빠 등등. 예전에 큰소리만 치던 아빠에 비해 오늘날 젊은 아빠들의 활약상은 눈부십니다.
그러나 이런 아빠들도 어쩌면 아직 소수일지도 모릅니다. 대개의 많은 아빠들은 여전히 먹고 살기 바쁘고, 뛰어오르는 사교육비에 허탈감을 느끼고, 게다가 능력이라도 있을라치면 여지없이 기러기까지 되고 맙니다. 엄친아(엄마친구 아들)에서 요즘은 자친부(아들친구 아빠) 세상이라니 아빠들 어깨에 힘이 빠지기도 하겠지요.

가족에 대한 주제수업은 현재 가족이 나에게 어떤 위상을 갖고 있는지 살펴보는 데서 시작해야 합니다. 가족이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는 경우도 있지만 가족이 서로에게 무거운 짐을 지워주는 경우도 있습니다. 또 가족의 형태도 아빠, 엄마, 자녀 이렇게 핵가족을 구성하는 경우, 삼대 이상 대가족이 사는 경우, 편모 · 편부 가정, 조손 가정, 입양 가정, 다문화 가정 등 매우 복잡해졌습니다.
가족이 나에게 갖는 위상. 가족이 나에게 어떤 존재인지 생각하다 보니 부모, 특히 요즘 더 어려운 입장에 있는 아빠란 존재에 대해 여러 생각이 들었습니다. 친한 것 같지만 막상 잘 모르는 아빠. 책 속의 아빠들과 나의 아빠에 대해 살펴보고자 합니다.

꽃밭에서
                       어효선 작사 권길상 작곡

아빠하고 나하고 만든 꽃밭에
채송화도 봉숭아도 한창입니다.
아빠가 매어놓은 새끼줄 따라
나팔꽃도 어울리게 피었습니다.

애들하고 재밌게 뛰어놀다가
아빠 생각나서 꽃을 봅니다.
아빠는 꽃 보며 살자 그랬죠.
날 보며 꽃 같이 살자 그랬죠.


예전에 많이 부르던 노래입니다. 그런데 노래를 부를 때마다 궁금하던 게 있었습니다. 도대체 이렇게 꽃밭을 꾸밀 정도로 자상하고 친절한 아버지가 지금은 어디 있는 것일까요?
옛이야기나 아이들 문학 속의 아버지는 실제 현실에선 역할을 하지 못하거나 아예 역할이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콩쥐가 그렇게 새 엄마에게 설움을 당할 때 콩쥐 아버지는 어디 간 것일까요? 헨젤과 그레텔의 아버지는 새 엄마가 먹고 살기 힘들다고 아이들을 버리자고 하자 몇 번 대꾸해보다가 아이들을 숲속에 버리고 옵니다. 『철수는 철수다』의 아버지는 엄마 때문에 힘들다는 철수에게 엄마 말 잘 들으라고, 엄마 말 들어서 안 된 것 있냐며 철수의 말을 무시합니다. 왜 동화 속의 아빠들은 그런 모습일까요?


1. 아빠의 모습 하나

이번에 새로 개편된 1학년 1학기 국어책에 보면 『세상에서 제일 힘센 수탉』이야기가 있습니다. 이 책의 줄거리는 간단합니다.

아주 힘센 수평아리 한 마리가 태어났다. 어느덧 수평아리는 늠름한 수탉으로 성장해 세상에서 제일 힘센 수탉이 되었다. 세월이 흘러 어느 날, 수탉은 자신의 힘이 예전과 같지 않음을 알고 실의에 빠지게 된다. 이때, 수탉의 부인이 다가와 건강하게 자라나는 손자, 손녀들, 그 누구보다 힘이 센 아들들, 그리고 알을 어느 암탉들보다 많이 낳는 딸들을 보여주면서 여전히 그가 제일 힘센 수탉임을 일깨워준다. ('책 속의 해설' 중에서)

이 책의 그림은 정말 압권입니다. 민화를 보는 것처럼 친근하기도 하고, 화려한 색채감과  뛰어난 표현력으로 짧은 글 속에 다 담지 못한 말을 그림으로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이 책을 읽으면서 자연스레 힘센 수탉과 아버지상을 연관 지어 읽게 됩니다. 그런데 여기 나오는 아버지 상은 그리 긍정적인 모습은 아닙니다.

어려서부터 힘밖에 모르고, 힘센 것이 최고의 자랑이었던 수탉에게 위기가 찾아옵니다. 누구에게나 인생에 위기는 올 수 있습니다. 늠름한 자태를 뽐내던 수탉이 경쟁자에게 진 다음에 취하는 그의 태도에 문제가 있는 것입니다. 힘이 밀리자 그는 이제 동네에서 제일 술을 잘 마시는 수탉이 되어버린 것입니다.

이 책을 읽고 3학년 아이가 이야기합니다.
"선생님. 우리 아빠는 힘든 일 있어도 이 수탉처럼 술 많이 안 먹어요.
우리 때문에 더 열심히 산대요."


2. 아빠의 모습 둘

『금붕어 2마리와 아빠를 바꾼 날』이란 책이 있습니다. 책 제목만 보고도 모든 아빠들이 싫어할 만하지요. 실제로 어떤 아빠가 아이에게 누가 그런 책 읽으라고 했냐고 화를 내기도 했답니다.

아빠는 텔레비전 앞에 앉아 신문을 읽고 계셨다.
아빠는 신문을 읽으실 때면 다른 데엔 신경을 안 쓰신다.

나는 친구가 가져온 금붕어 2마리를 너무나 갖고 싶어 아빠와 홀랑 바꿔버립니다. 그런데 엄마가 오시자 아빠를 당장 찾아오라고 합니다. 그때부터 아빠를 찾기 위한 여정이 시작되는데…….

너희 아빠는 너무 따분해. 신문 보는 것말곤 할 줄 아는 게 없더라구!

금붕어 2마리와 바뀐 아빠는 그 뒤로도 전기 기타와 고릴라 가면, 토끼와 바꿔치기 되었습니다. 하루 종일 이집 저집 다니며 힘겹게 찾은 아빠는 철망 안 잔디에 앉아 신문을 보며 당근을 씹고 계십니다. 외로워 보였고, 양복 바지엔 잔디가 잔뜩 묻어 있습니다.

너희 아빤 좋은 토끼는 아니더라.
원래 토끼가 아니었잖아. 아빠로는 괜찮은 아빠야.                        

아빠는 집에 도착할 때까지 신문을 보면서 당근을 씹고 계셨다.

하루 종일 신문만 보고 있다가 자신이 다른 물건과 바뀌고 있는 줄도 모르는 아빠. 그래도 아이들은 그 아빠를 두둔하며 괜찮은 아빠라고 합니다. 이 아이들은 어떤 아빠를 바랄까요? 괜찮은 아빠란 도대체 어떤 아빠일까요? 


3. 아빠의 모습 셋

『나는 뻐꾸기다』라는 책이 있습니다. 이 책은 우리 사회의 여러 모습을 이야기해주고 있어서 좀 더 깊이 다루고 싶지만, 여기서는 아빠의 모습만 먼저 살펴보기로 하겠습니다.
뻐꾸기는 남의 둥지에 알을 몰래 낳는 새지요. 여섯 살 때 엄마가 외삼촌 집에 두고 간 동재. 이삿짐 차만 봐도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뻐꾸기 동재에겐 옆집에 새로 사귀게 된 친구가 있는데 이 친구가 바로 기러기 아빠입니다. 뻐꾸기와 기러기. 그럴 듯 해 보이지만 사실은 속으론 엄청나게 외로운 사람들입니다. 뻐꾸기 동재는 그래도 씩씩하게 잘 견디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기러기 아저씨는 그렇지 못합니다. 먹을 거라곤 물과 양파밖에 없는 샌드위치와 라면, 그리고 소주밖에 없고 술을 마시곤 아무 데나 널브러지기 일쑤입니다.

아저씨는 왜 안 드세요? 왜 술만 마셔요?
난 이게 더 좋다.
그건 무슨 맛인데요?
이걸 무슨 맛이라고 해야 할까? 이걸 마시면…… 기분이 좋아. 마음이 따뜻해지고……. 조금 졸립기도 하고, 마음이 아프다가도 괜찮아지고……. 그래, 행복한 맛이다. 행복한 맛! 크크.
행복해지기 위해서 술을 마시나?

행복해지기는커녕 행복을 위장하기 위해 술을 마시는 기러기 아저씨. 이혼하자는 아내를 마주할 용기가 없는 아저씨는 술로 자신을 달랩니다. 몇 번의 위기 끝에 기러기 아저씨는 동재에게서 용기를 얻고 미국에 가서 한국에 돌아오고 싶다는 둘째아들을 데리고 돌아와선 "이제 나 기러기 아니다."라고 말합니다.
아이만 유학을 보내는 경우도 있지만 어린 자녀의 외국어 교육(?)을 위해 엄마가 아이들을 데리고 외국으로 가고, 아빠는 한국에서 경제적 지원을 위해 열심히 일하는 모습은 이제 우리 사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아빠의 모습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자녀의 성공을 위해서 기러기쯤은 감수할 수 있다고 다짐하지만 외롭고 힘든 건 사실입니다. 동재 같은 친구도 없는 기러기 아저씨들은 어떻게 이겨낼까요?  
  

4. 아빠의 모습 넷

아이들은 부모의 뒷모습을 보면서 배운다고 합니다. 『우리 가족입니다』란 책은 그리 많은 말을 하고 있지도 않은데도 여운이 두고두고 남습니다. 좋은 책들이 다 그렇겠지만 아마도 이 책 속엔 경험과 진실이 담겨 있어서 그런 것 같습니다. 가족이란 어떤 존재인가, 그 가족을 지키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 것일까, 이런 것들을 말로 하는 것이 아니라 묵묵히 행동으로 보여주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우리 가족입니다.
엄마, 아빠, 나, 동생. 이렇게 네 명입니다.
우리는 엄마 아빠가 하는 작은 식당에서 삽니다.
할머니는 멀리 시골에서 혼자 사세요.

어느 날 갑자기 할머니가 시골에서 올라오십니다. 그런데 할머니는 밥도 잘 못 먹고, 오줌도 싸고, 옷장에 젓갈을 넣어놔서 구더기도 나오고, 옷에다 똥도 싸고 훌러덩 옷도 벗어버리고, 아무 데서나 잠도 자고 이루 말할 수 없이 말썽만 부립니다.

아빠, 할머니 다시 가라고 하면 안 돼요?
안 돼.
왜요? 아빠 어릴 때도 따로 살았다면서요.
그래도 안 돼. …… 엄마니까.
할머니는 아빠 엄마거든.
그런 아빠, 할머니도 우리 엄마처럼 아빠를 사랑했어요?
…….

우리 가족입니다.
엄마, 아빠, 나, 동생, 할머니 이렇게 다섯 명입니다.
우리는 엄마 아빠가 하는 작은 식당에서 삽니다.

부모도 짐이 되면 버리는 세상에, 작은 식당에서 네 식구 살기도 버거운 살림에 치매에 걸린 할머니를 아무 말 없이 치다꺼리하는 아빠에게서 아이들은 무엇을 배울까요? 부모에게 대한 의무감으로 도리를 다하는 것이 아니라 진정한 사랑으로 할머니를 돌보는 아빠는 아이들에게 말없는 가르침으로 온전한 스승이 되었을 것입니다. 


5. 아빠의 모습 다섯

매일매일 내 곁에 있어서 내게 태양이 되고, 내게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시는 아빠. 그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되겠지만 만약 아빠가 이 세상에 없다면 어떻게 될까요?
「아빠를 딱 하루만」이라는 시를 보면 딱 하루만 아빠를 보내달라고 아이가 하나님께 사정을 합니다. 어린이날이나 크리스마스, 아니 생일에, 아니 그냥 아무 때나 아빠를 데려다 달라고 애걸복걸 합니다. 아빠가 매일 곁에 계실 때는 그 소중함을 몰랐는데 아빠가 막상 옆에 없다고 생각하면 생각만 해도 눈물이 나올 것 같습니다.

『늑대왕 핫산』은 아빠 잃은 슬픔을 아름답게 잘 승화시킨 작품입니다.
늘 들고 다니는 가방을 옆구리에 끼고 문간에 힘없이 들어서는 아버지. '바쁜 사람들도/ 굳센 사람들도/ 바람과 같던 사람들도/ 집에 돌아오면 아버지가 된다'는 그 아버지. 아이들과 늑대 놀이를 하며 아이들과 즐겁게 놀아주던 아버지는 과로사로 어느 날 하얀 가루가 되어 돌아오셨습니다. 먹고 살기 위해 공장에 가는 엄마와 집에 홀로 남겨진 어린 아이들. 늑대왕 핫산이 나타나 아이들을 등에 태우고 엄마 일하는 공장까지 달려갑니다. 가루가 된 아빠가 바람에 날려간 언덕에 눈이 옵니다. 동생은 "아빠아!"하고 소릴 지르고, 늑대는 "워우우우우……"하고 울부짖습니다.

'안녕, 늑대왕……. 안녕……. 안녕…….
늦잠 자고 있는 강산이가 깨면 나한테 묻겠지. 늑대왕이 어디 갔냐고. 그러면 난 대답해 줄 거다.
늑대왕 핫산은 하늘 나라로 갔다고.
하늘 나라에 가서 우리가 잘 있는지 늘 지켜볼 거라고.

이야기 속의 아빠는 아이들이 걸려서 죽어서도 얼른 하늘나라로 가지 못하고 늑대왕이 되어 돌아와 아이들을 돌보아 줍니다. 바람이 되어, 구름이 되어, 눈발이 되어 늘 아이들을 지켜줄 아빠. 아이들이 그 하늘과 같은 사랑을 가진 아버지를 이 책을 통해 찾을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6. 아빠의 모습 여섯


똥 먹는 아빠

"아빠는 너희를 사랑한단다."
"아유 귀여워라." 하며 볼을 부빈다.
"아빠는 말이야 너희들을 눈에 넣어도
하나도 아프지 않구,
너희들 똥도 하나도 더럽지 않다구."
술을 한잔 해서 얼굴이 불그스레한 아빠가
달겨들어 말한다.
"에계 더러워라. 퉤! 똥이 더럽지 않다니."

어젯밤 텔레비전을 보니
붉은 머리 뱁새 아기새가 똥을 싸자마자
어미새가 얼른 먹어 치운다.
냄새가 나면 천적인 다른 새가
채 갈까봐 그런다나.

아마도 우리를 누가 잡아가려고 한다면
아빠도 우리 똥을 먹고 말 거야.
암 먹고 말 거야.         

            『똥 먹는 아빠』(김영환 / 산하) 중에서
                                                   
아빠가 진짜 똥을 먹는 건 아니고, 똥이라도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자식을 사랑한다는 것이겠지요. 이 시 속의 아버지는 자식을 위해선 무엇이라도 할 수 있는 믿음직한 아버지입니다. 아이들 시 속에 나오는 아빠들의 모습을 살펴볼까요?


우리 집의 하루 열기

텔레비 선전에서는
'우리 집에 하루는 엄마의 손길로 시작됩니다.'
이러는데
그거 다 개뽕이다.
우리 집은
아버지의 손길로 시작한다.
내가 아직 잠자고 있을 때
방이 따뜻해진다.
나는
이불을 걷어찬다.
부엌에 가면
장작불이 유리창에 비친다.
아버지가 먼저 일어나
장작을 때신다.

          강원 오색초등학교 4학년 양승찬
     까만 손』(오색초등학교어린이/ 보리) 중에서


아버지

봄 여름 가을 겨울
지게를 내려놓을 줄 모르는 아버지

남이 놀 때도 일하시고
무슨 일이 그렇게도 바쁜지
신발을 신고 밥 먹을 때가 많다.

병이 나도 병원에 가실 생각은 않고
곧 낫겠지 하고 말하신다.

일을 쉬었다 하라고 하면
내가 너이들 위해 이렇게 일하니
공부 열심히 하라 하신다.

난 그러는 우리 아빠가
불쌍하다.
        강원 정선 봉정분교 6학년 함순녀
    『엄마의 런닝구』 (한국글쓰기연구회/ 보리)중에서

이 아이들의 시 속에는 꾸밈없는 아버지의 모습이 그대로 나옵니다. 식구들 위해 새벽에 군불을 때시는 아버지, 사시사철 놀지도 쉬지도 않고 일하는 아버지. 많이 가진 것도, 많이 배운 것도 없어도 그 아버지의 마음을 알기에 아이들은 아버지가 소중합니다. 그래서 아이들도 아빠라고 부르기 보다는 아버지라고 부르나 봅니다.


7. 아빠의 모습 일곱

『다섯 시 반에 멈춘 시계』속의 아버지 역시 많이 배우지도, 많이 가지지도 않았습니다. 하지만 자식을 믿는 마음만큼은 하늘같은 아버지입니다. 
30년 동안 다섯 시 반에 멈춰있는 시계. 시계가 귀하던 시절, 인규는 군대 간 형이 3년 동안 월급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서 사준 옆집 형의 시계를 빌려 차고 바닷가에 갔다가 그만 동포역 화장실에 시계를 빠뜨리게 됩니다. 쌀이 귀해서 보리밥을 먹던 시절 쌀 닷 말 값으로 시계 값을 쳐서 물어주었는데 사건이 그것으로 끝나지 않고 도둑 누명까지 쓰게 되자 일이 커지게 됩니다. 할머니는 아버지에게 아들의 누명을 벗겨줄 방법은 역 화장실의 똥을 퍼서 시계를 되찾는 길밖에 없다고 이야기를 하고, 아버지는 아들을 위해 방법을 찾습니다.

"매사가 다 그러허니라. 뭐시냐, 암만 큰 일도 시작은 쪼맨한 거여. 뉘가 그때 뭐시냐, 시계만 빌려차지 않았드라도 이렇게는 안 됐을 거구만."
"공부도 그런겨. 두고두고 쪼맨씩 허다 보면 나중엔 큰 공부가 되는겨. 많은 걸 알게 되는겨. "

똥을 푸러 가는 아버지는 돌멩이에 실을 매달아 화장실의 깊이를 재고 똥바가지의 크기로 몇 통이나 퍼야 할 것인가 계산을 하지만 인규가 학교에서 배운 지식은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아버지의 사연을 알게 된 농업학교에서 똥을 몽땅 퍼주기로 합니다.
이 아버지는 아들의 일을 나 몰라라 하지 않습니다. 아들을 믿고 아들의 누명을 벗겨주기 위해 소처럼 우직하게 똥 푸는 일도 마다않고 합니다. 말보다 행동을 앞세우며 가슴 깊이 사랑을 주시는 아버지. 고전 속에나 있을 법한 아버지인가요? 


8. 우리 아빠의 모습

책 속에 암만 많은 아빠가 나와도 우리 아빠만 못하지요. 하지만 아이들은 정작 아빠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느 나라인가에서는 아버지가 일하는 직장에서 인턴쉽을 하게 하는 경우가 있다고 하더군요. 아버지가 어떤 일을 하시는지 경험하는 것도 좋지요. 하지만 우리 아버지들은 자신이 하는 일을 자식들이 하기를 바라지 않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아빠와 이야기를 나누어 보세요.

* 아빠의 손을 살펴보세요.

1. 아빠 손바닥이 위로 오게 손을 펴고 엄지손가락으로 꼭꼭 골고루 주물러 드립니다.
2. 아빠 손은 어떻게 생겼나요? 어떤 특징이 있나요?
3. 아빠 손은 어떤 일을 주로 하시나요?
집안에서 하시는 일과 집밖에서 하시는 일을 구분하여 살펴보세요.
 - 아빠 손을 만진 느낌이나 생각을 생활글이나 시로 써 보세요.

* 아빠에게 할 말 있어요.
 
아빠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속상했던 일이나 부탁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마음을 털어놓고 편지를 써 보세요. 아빠 주머니에 살짝 넣어놓으면 되겠죠?

* 아빠와 인터뷰를 해 보세요.

 1. 아빠는 어린 시절을 어떻게 보내셨나요?
 2. 학교 다녔을 때 꿈이 무엇이었나요?
 3. 학교 다녔을 때 재미있는 추억거리가 있나요?
 4. 인생에게 가장 기뻤을 때는 언제였나요?
 5. 인생에서 제일 잘 한 일이라고 생각되는 것은 무엇인가요?
 6. 앞으로의 꿈은 무엇인가요?
 7. 자녀에게 꼭 전해주고 싶은 좌우명이 있다면? 
 - 아빠와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간략한 인물 이야기나 기사문을 써 보세요.

* 나는 이런 아빠가 되고 싶어요.
  
 1. 내가 만약 이 다음에 아빠가 된다면 나는 어떤 아빠가 되고 싶은가요?
 2. 자녀와 어떻게 시간을 보낼 것인가요?
 3. 자녀에게 무엇을 가르쳐 주고, 무엇을 전해주고 싶은가요?
   - 자유롭게 생각나는 대로 에세이를 써 보세요.

꼭 여기 소개한 책이 아니더라도 좋은 아버지의 상, 생각해봐야 할 아버지 상들이 많이 있겠지요.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보다 엄마에 대한 이야기들이 상대적으로 많이 다루어지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만큼 아버지는 우리에게 더 어려운 존재였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제 아이들이 여러 아버지 상을 통해 자신의 아버지를 다시 생각하고, 혹시 자신의 아버지가 마음에 들지 않는 모습이 있다 하더라도 아버지의 본심은 하나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화창한 봄날, 아빠의 손을 잡고 길을 가 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