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리히 벡의 『위험사회』
위험사회, 대안은 있는가

윤은미 | 논술교사 yuneunmee@hanmail.net

대상 _ 고등 2학년
수업시간 _ 3차시
함께 읽은 책 _ 『위험사회 : 새로운 근대(성)을 향하여』(울리히 벡 / 새물결)
참고 자료 _
『강의 : 나의 동양고전 독법』(신영복 / 돌베개
각종 환경 재해와 핵 방사능 누출사건, 태안 반도 기름 유출 사건 등 관련 신문 자료
함께 본 영화 _ 단편 영화 <인간의 운명>(Divine Fate / 이슈 파텔 / 1993년)
학습목표 _
1. 위험사회의 개념과 그 원인을 안다.
2. 현대 사회에서 일어나는 위험신호를 안다.
3. 한국 사회의 위험요인과 그 대안을 생각한다.


수능을 1년 앞둔 예비 고3 생인 고2 아이들은 학업과 자기가 좋아하는 연예인 소식에 가장 관심이 많습니다. 학업 성적을 올려야 목표하는 대학을 갈 수 있을 테고, 그 때문에 쌓인 스트레스를 연예계 소식이나 동영상을 통해 풀어내는 것이지요. 그런데 그 아이들이 의외로 관심을 두는 분야가 또 있습니다. 자신이 몸담고 사는 사회의 흐름에 대한 것입니다. 사회의 건강성 여부가 자신의 삶과 긴밀하게 관계되어 있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입니다. 촛불 시위의 장단점에 대해 자기의 의견을 제시할 뿐만 아니라 FTA가 이 사회에 끼칠 영향에 대해서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도 그 결과의 성패 여부가 자신이 살아갈 미래를 결정한다는 것을 이 영리한 아이들은 잘 알고 있기 때문이지요.

울리히 벡의 『위험 사회』는 그 용어나 개념에 있어 고2 아이들이 다루기엔 버거운 책입니다. 그러나 이는 현대 사회를 읽는 중요한 관점 중 하나이기에 용기를 내어 선택했고 아이들도 잘 따라와 주었습니다. 그러나 예상대로 수업은 난항을 거듭 했습니다. 첫 시작부터 “도대체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요.”라는 아이들이 보낸 문자가 저의 핸드폰 문자수신함을 연일 장식했습니다. 그러나 신통하게도 자기가 맡은 발제 부분은 빠짐없이 해왔습니다. 그것만으로도 감사하며 3차시에 걸쳐 수업을 진행했습니다. 하지만 수업이 진행되면서 아이들의 얼굴에 드리워졌던 어두운 표정도 점차 풀렸습니다. 마지막 수업 때는 “잘은 모르겠지만 제가 사는 시대의 문제점을 심각하게 성찰해 보는 시간이었어요.”라며 기특한 반응을 하는 녀석도 있었으니 이번 수업이 아이들에게 꽤 도움이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본문 들여다보기


산업혁명 이후 200여 년, 인류는 역사상 유례없는 생산력을 가지게 되었다. 이렇게 도래한 근대 산업사회는 거대한 부를 통해 인류의 생활방식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켰다. 그러나 풍요의 이면에는 거대한 문제가 축적되고 있었다. 과학 기술과 그것에 기반을 둔 군사 경제력만이 우선시 된 근대사회에서는 그 이면에 내재하는 위험 요소는 우연적인 것으로 치부되었다. 그러나 산업사회가 그 정점에서 맞이한 것은 구조적 위험으로 가득 차 있는 ‘위험사회’이다. 환경문제와 생태위기는 풍요를 자랑하는 근대 산업사회가 파괴적인 ‘위험사회’의 원인이 되었음을 입증하고 있다. 독일의 사회학자 울리히 벡은 『위험사회』에서 근대적 합리성에 대한 전반적인 재평가와 미래 사회에 대한 대안 모색을 요구한다. 그가 주장하는 현대사회의 ‘위험성’은 다음과 같다. 첫째, 현대의 위험은 방사선과 같이 인간의 평상적인 지각능력을 완전히 벗어난다. 둘째, 위험 분배의 크기 여하에 따라 사회적 지위가 결정된다. 셋째, 위험의 확산과 이것을 상업화하는 시도는 자본주의를 새로운 단계로 이행시킨다. 넷째, 부는 소유하는 반면 위험은 그저 영향을 받을 뿐이다. 다섯째, 위험은 정치성을 띤다.

이러한 위험사회의 위력은 러시아의 '체르노빌 방사능 누출 사건'을 통해 여실히 입증되었다. 이러한 위험성의 대안으로 벡은 '성찰적 근대성'을 주장한다. 산업사회의 근간을 이루는 과학 기술의 가능성만이 아니라 그 한계도 함께 인식해서 과학에 대한 사회적 제어력을 높이자는 것이다.

이처럼 벡이 사회적 정체성에 중점을 둔 것에 비해 앤서니 기든스는 개인의 자아성찰성에 관심을 기울인다. 그는 과학과 기술이 좋은 결과를 가져다주는 동시에 사회에서의 감시, 전면전의 출현, 경제변동의 불확실성, 자본주의가 유발하는 생태적 위기 와 같은 잠재적(상당부분은 이미 현실적)인 위험을 준다고 보았다. 사회 변동의 예측 불가능성은 위험을 준다. 개인은 예측불가능성 속에서 스스로 판단을 내려야 하지만 현대에는 고정된 판단 준거를 찾기 힘들기 때문에 개인은 끊임없이 기회와 위험에 노출된다. 위험이 과거보다 증가한 것이 아니라 위험이 정체성에 미치는 영향이 더욱 심대해진 것이다. 사회변동에 의한 예측불가능성과 이를 증폭시키는 매스미디어에 의해 위험의 현실에 압도된 개인은 끊임없는 선택과 변화의 필요성을 느낀다. 따라서 자아는 하나의 성찰적 기획이 되며 위험은 사회구조와 행위자 사이의 상호 재생산 관계를 조절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 『위험사회』 서문 요약


1-2차시


1-2차시는 학생들에게 각 항목씩 맡아서 발제를 해오게 했습니다. 서문은 각자 요약을 시켰으며 교재는 교사가 일부 선택을 하여 1, 2부와 3부 7장까지를 진행했습니다. 그리고 이 내용을 학생들에게 적절하게 배분을 하여 발제하도록 했습니다. 그것을 발표하면서 교사가 용어 해석과 시대적 배경 설명을 통해 내용 이해에 주력했습니다. 또한 평소부터 진행해 오던 신영복 선생의 책 『강의』의 『논어』편 내용과 병행을 하며 위험사회의 대안으로써 성찰적 근대화에 대한 개념을 잡으니 이해를 하는 데 좀 더 도움이 되었습니다.


3차시


  수업 전 대화
교사 : 드디어 마지막 수업이다. 지금까지 어렵게 왔는데 뭐 깨닫는 것 좀 있니?
지은 : 제가 사는 사회가 위험사회라는 것을 실감했어요.
고운 : 어렴풋이만 알고 있었는데 그냥 놔두면 정말 편하게 살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소연 : 너무 일방적으로 몰고 가는 느낌도 있어요. 위험이 있으면 그것을 시정하려는 노력도 해왔는데 마치 그동안 아무것도 안 한 것처럼 공격만 하는 것 같기도 해요.
교사 : 그 정도의 시도로써는 우리들에게 닥친 사회적 위험인자를 방어할 수 없기 때문이지. 그동안 위험에 대한 논란들을 애써 눌러온 면도 있고. 얼마 전에 우리 사회에서 일어났던 한국타이어 노동자들 사망사고 사건도 그런 경우잖니?
예림 : 그러고 보면 과학적이라는 것을 맹신한다는 것도 위험한 노릇이에요
소연 : 그러나 위험사회를 회복시키는 것도 과학이잖아요?
교사 : 그렇지 그러나 후자는 시민 모두에게 공개된 것으로, 특정한 계층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닌 과학이란다.


  『강의』 발제부분 발표하기
『강의』는 지속적으로 다뤄오던 책으로, 한 학생이 한 주제씩을 요약해서 발표하고 교사가 보충 설명을 해주는 방식으로 진행합니다.


이 날의 주제는 ‘참된 지(知)는 사람을 아는 것’이었습니다. 『논어』에 나온 ‘지(知)란 지인(知人)이다.’에서 신영복 선생은 공자가 언급하는 지식을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지식의 개념과 달리 해석합니다. 세상의 모든 지식은 인간과 관계되어 있습니다. 자연과학적 지식도 궁극적으로는 인간적 당파성과 연관되어 있습니다. 과학자 그룹의 인정을 받아야 그 과학 지식이 법칙으로 작용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모든 지식은 인간의 삶과 관계되어 있습니다. 그러므로 공자는 ‘인간을 아는 것이 지(知)’라는 담론을 내놓으며 내가 그를 알기 위해서는 그도 나를 알아야 하며, 서로 관계가 있어야 한다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러려면 사랑이 필요합니다. 사람은 근본적으로 사랑하지 않는 자에겐 자신의 본 모습을 보여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인간에 대한 포용과 이해가 모든 지(知)에 근간을 이룹니다.

그런데 자본주의 사회는 상품가치와 자본논리가 지배합니다. 그러므로 모든 인간이 ‘팔기 위해서’ 진력하는 사회입니다. 그러므로 그 속에서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생각하는 지식은 인간의 이해와는 관련이 없습니다. 그렇지만 인간에 대한 이해가 없는 사회는 무지막지한 사회일 뿐입니다.


교사 : 지식이 인간의 이해와 관련이 없어져서 나온 결과가 무엇일까?
고운 : 물질 만능이요, 그래서 사람들이 돈밖에 몰라요.
소연 : 그래서 사람 속에 있는 나름의 가치를 무시해요.
교사 : 그 결과 가장 문제 되는 것이 무엇일까?
지은 : 인간 소외 문제요. 사람이 물질로만 평가되니까 경쟁에서 낙오된 사람들은 인정을 못 받고 사회에서 소외 돼요.
예린 : 경쟁이 너무 치열해져요. 수험생 자살문제도 낙오자가 되면 취급 못 받는 세상이 만들어낸 거예요
교사 : 그래 인간을 생각하지 않는 사회에는 많은 문제가 따른단다. 이것이 우리가 오늘 당면한 위험사회와는 어떤 관련이 있을까?
지은 : 인간에 대한 애정이 없는 정책이 결국 인간의 삶을 파괴하는 환경문제, 오염문제, 핵문제를 만들어 내요.
예린 : 삼풍백화점 붕괴 사건도 돈만 생각한 기업주가 만들어낸 것이잖아요.
고운 : 미국산 쇠고기 문제도 국민의 먹을거리에 대한 관심을 소홀한 정부의 실책이 만들어 냈잖아요.
교사 : 그래 결국 사람에 대한 애정이 결여된 정책들은 당장은 효율적인 것 같지만 결국에는 부메랑으로 돌아와 많은 문제점을 만들어 내지. 우리 사회와 전 지구촌의 양극화 문제도 결국에는 큰 위험요소로 지구촌 전체의 삶을 흔들 수 있단다. 그렇다면 이러한 위험들을 해결하려는 움직임은 무엇이 있을까?
민영 : NGO활동도 있고, 인터넷 아고라 광장을 통한 시민운동도 그 예예요.
교사 : 좋아 잘 말했다. 결국 울리히 벡이 위험사회의 대안으로 내놓은 ‘성찰적 근대화’는 모든 정책 속에 공자가 말했던 ‘인간에 대한 이해와 사랑’의 개념이 들어간 시민이 주체가 되는 정책을 펴자는 것이지. 그러려면 한 나라는 물론이고 세계 시민들이 의견을 나누는 시민운동을 그 대안 중 하나로 내놓을 필요가 있다. 고대시대 현인들이 당면한 사회문제에 대해 내놓은 대안이 수천 년이 지난 오늘 나의 삶 속에 적용 될 수 있다는 것은 참 놀랍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면 각자 해온 발제 부분을 발표하자.


  발제 내용 발표
학생들이 각자 준비해 온 발제부분을 발표하며 교사는 용어해석과 배경 설명을 통해 내용을 이해시킨다.


  단편영화 <인간의 운명> 함께 보고 토론하기

1. 내용 들여다보기
창조된 두 인간은 창조주에게 ‘좋은 것은 놓아두고 필요한 것을 가져가라.’라는 명령을 받는다. 그러나 인간의
부패한 속성은 자신의 욕망을 채우는데 급급해 좋은 것만을 가져가서 욕심을 채운다. 그리고 서로 경쟁을 하며
자신의 부를 늘리려고 다툼을 벌이다 결국 세상을 파멸로 몰아간다는 이야기.

2. 토론하기

교사 : 먼저 우리의 삶 속에서 나를 즐겁게 하는 것과 내 삶에 반드시 필요한 것 5가지씩을 찾아보자
☞ 아이들은 삶을 즐겁게 하는 것으로 영화, 게임, 예쁜 옷, 맛있는 음식 등 문화적 요소를 말했고 필요한 것으로는 사랑, 관심, 돈, 건강, 의식주를 뽑았습니다.

교사 : 그러면 다음에는 분담 토의로 들어가 각 내용을 토론하고 발표하자.
  토의 내용
1. 작품에 나타나는 인물 행위를 통해 우리가 비판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2. 좋은 것과 필요한 것을 구분하는 기준은 무엇일까? 예를 들어 설명할 것.
3. 우리의 사회를 위험 사회로 이끌어 가는 요인을 위 영화와 관련하여 예를 3가지 이상 들어 정리 할 것.
4. 우리 한국 사회에 도래할 위험요소 3가지 이상 정리하기.

  발표 하기
토의 내용 1
A팀 : 욕심만 부리는데 급급해 나와 주변이 망해가는 것은 인식하지 못하고 파멸의 길을 간다.
B팀 : 좋은 것은 놓아두고 필요한 것은 가져가라는 명령을 어긴 것은 사람은 함께 살아가며 공생해야 한다는 원칙을 어겼다는 것과 같고, 그 결과 파멸을 한 어리석음이 비판 거리다.

토의 내용 2
A, B팀 모두 좋은 것의 기준으로 욕망과 욕심을 들었고, 필요한 것의 기준은 ‘생존’에서 찾았다.

토의 내용 3
A팀 : 1) 이라크전쟁은 9.11테러 보복이라는 개념 외에도 미국의 원전 확보라는 이유가 있다. 이것은 자원을 차지하려는 욕심이 전쟁이라는 결과는 가져왔음을 보여준다.
2) 인도와 중국의 개발전쟁이 전 세계의 석유를 고갈시키고 있다.

B팀 : 1) 영국의 신자유주의 정책은 광우병이라는 신종 질병을 지구촌에 불러들였다.
2) 전 세계의 부의 양극화는 결국 전 세계에 위험을 전파하고 있다.
3) 과학의 정점이라는 복제기술은 자칫하면 인간 복제로 이어질 수 있고, 이것은 인간의 존엄성에 큰 타격을 가져올 위험인자이다.

토의내용 4
A팀 : 1) 속도 경쟁으로 날림 공사를 많이 한다. 삼풍백화점이나 성수대교가 그 예이다.
2) 경쟁을 부추겨 모든 사회가 경쟁적으로 감으로써 서로에 대한 관심이 단절된다. 그 결과 인간 소외 현상이나 그로 인한 자살, 정신병자들이 늘어난다. 입식경쟁의 교육정책이 무엇보다 문제다.
B팀 : 1) 자기 욕심만 채우며 주변을 돌아보지 않는 현상은 결국 양극화 현상을 만들어 내어 계층 간에 소통이 끊기고 없는 자들의 저항이 사회를 혼란시킨다. 얼마 전 일어났던 남대문 화재와 대구 지하철 화제 사건이 그 예이다.
2) 미국산 쇠고기 문제는 국민의 건강보다 돈을 중시하는 자본 중심의 사회가 부른 재앙이었다.
3) 산업발전 중심으로 나간 결과 환경파괴가 심각해져 개개인의 삶을 위협한다.

교사 : 쉽지 않게 수업을 다 마쳤는데 각자 소감을 말해볼까?
민영 : 어렴풋이 알고 있던 위험사회가 무엇인지 알 것 같아요.
소연 : 무섭다는 생각도 들고요. 그렇지만 시민들이 나서면 해결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대학에 들어가면 시민운동에 관심을 둬야겠어요.
고운 : 과학이 발전한 것과 함께 어두운 면도 늘어난다는데 정말 그런 것 같아요. 그래도 경쟁에서 지지 않으려면 일단 좋은 대학은 들어가야겠지만 정부 정책에 속지 않게 열린 시각을 가져야겠어요.
지은 : 공자의 『논어』에 나온 이야기가 현대 우리 사회에 대안으로 제시될 수 있다는 점이 놀랍고요. 결국 해결 방법은 사람에 대한 관심을 많이 가지는 것에 있다고 생각해요.
예린 : 저는 내용이 너무 어려워서 내내 힘들었는데요, 영화를 보고 나니 좀 더 이해가 되네요. 위험사회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생각해봐야겠어요.
교사 : 그래 얘들아, 우리가 사는 사회는 위험을 안고 산다. 그런데 그 위험은 고대 사회, 중세, 근대에도 계속 있었단다. 단지 지금의 위험은 과거와는 달리 유전자 속에 내장되어 유전된다는 점이 다르단다. 핵 방사능 오염과 오염물질에 의한 유전자 변형 등이 그런 경우지. 또한, 위험이 한 곳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전 지구촌으로 확산한다는 점이 무섭지. 하지만 희망을 잃지 않는 것은 인류가 지금까지 그 생명력을 유지했듯이 지금의 문제도 대안을 찾아 해결해 나갈 거라는 거야. 그곳에 바로 너희 젊은 세대의 사명이 있단다.



학생이 쓴 글

  글쓰기 과제 : 위험사회의 원인, 성찰적 근대주의는 무엇이며 우리 사회에 위험요소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은 무엇인지 1,000자 이내로 자신의 생각을 쓸 것.


황사, 3월 즈음이 되면 중국의 하늘은 누렇게 변한다. 황사가 심할 때는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중국인들은 입에 모래가 있을 정도다. 하지만 황사의 영향은 우리나라에도 미친다. 우리나라에는 황사를 만드는 사막이 없는데도 말이다. 또 광우병 문제도 심각하다. 물론 수년 전 영국에서 일어났던 그 병은 현재 거의 소멸상태라고 한다. 그러나 완전히 사라진 것도 아니고 잠복기를 10년 거친다고 하니 알 수 없는 일이다. 아무튼 광우병 걸린 소를 먹어서는 안 되는데 소에게 소뼈를 먹이지 않은 우리나라도 광우병에 대한 불안 때문에 연일 촛불시위로 시끄럽다. 이렇게 자국이 행하지 않은 것에 대한 위험 때문에 전 세계 시민들이 고생을 해야 한다. 이런 이유를 울리히 벡은 우리가 사는 사회가 ‘위험사회’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근대산업 사회 때엔 부를 생산하는 것이 우선이었기 때문에 미래에 일어날 위험은 생각하지 않고 많은 공장을 가동시켰고 과학기술을 바탕으로 생산 확대에 집중했다. 처음에는 부가 축적되어 좋았지만 그것이 이제 와서는 위험을 만드는 원인이 되었다. 19세기 초에서 20세기까지는 한 지역에서 발생한 위험은 그 지역 안에서 끝을 냈다. 그러나 지금의 위험은 환경오염, 생태계 파괴, 핵 방사능 오염 등 그 지역 그 나라에 한정되지 않고 국경을 넘어서까지 지구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

이런 위험의 대안으로 나온 것이 성찰적 근대주의다. 성찰과 반성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까지 위험을 방치해 두었던 정책과 행위, 그리고 문명적 만행을 저지해야 한다. 즉 ‘산업사회의 위기를 낳은 과학적 합리성’에 대한 성찰을 통해 인간 중심으로 전환된 과학 의식으로 현재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성찰적 민주주의가 필요하다. 위험사회는 우리 주변에서도 많이 보이기 때문이다. FTA는 국가 경제를 살리는데 도움은 되지만 자칫하며 빈부의 양극화를 만들어내어 계층 간에 갈등이 많아질 수 있다. 그것은 ‘남대문 화재’와 같은 불행한 사건을 많이 만들 수 있는 위험원인이다. 또한 속도를 중시하다 보니 곳곳에서 대형 사고들이 자주 일어난다. 삼풍백화점 사건도 그런 예이다. 이런 위험들을 줄이기 위해선 무엇보다도 돈보다 인간을 중시하는 사고 전환이 필요하다.

그러므로 지금까지는 전문가가 권력집단이 독점적으로 관리해왔던 과학기술을 모든 시민에게 개방하여 함께 의논하고 비판할 수 있는 토론의 장을 만들어야 한다. 현재도 인터넷의 아고라나 다양한 시민운동이 그런 역할을 적게나마 감당하고 있다. 이런 것들이 확장되어 감추어진 위험을 끌어내고 시민 개개인의 문제로서 해결하려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부천고 2학년 길민영 )



우리는 우리가 사는 사회가 안전하지 않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어린 초·중생부터 노인까지 반듯한 윤리의식을 가지고 사는 사람들이 별로 없는 것 같다. 땅에 떨어진 만 원짜리 지폐는 무조건 자신의 것이 되고 자기 출세를 위해 남을 속이는 것은 당연지사로 여겨진다. 또한 TV를 통해 방송되는 끔찍한 살인 사건이나 폭력 사건을 보면서도 아무런 감정 없이 밥을 먹는 사람들이 많다. 이런 윤리에 대한 무감각은 많은 위험을 불러일으키며 우리 사회를 위험사회로 몰아간다.

우리가 사는 지구촌이 원래부터 울리히 벡이 지적하는 ‘위험사회’는 아니었다. 19세기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산업혁명을 바탕으로 자본주의가 들어섰고 소련의 멸망 후 자본주의가 전 세계를 지배했고 이와 연결되어 급격하게 발전을 이룬 과학기술은 전 세계인들에게 풍요에 대한 신화를 만들어 주었다. 사람들은 인간보다 돈을 앞세우고 모든 행위에 효율성을 중시하게 되었다. 과학과 물질은 풍요를 가져다주지만 그 반면 수많은 위험을 동반하고 있는데 이런 점들은 속도 있는 발전을 중심으로 나가는 근대 이후 사람들에겐 무시되었다. 자연의 파괴, 부의 양극화 문제, 인간 소외 등을 무시하고 방치하다보니 사회에는 윤리의식이 약해지고 이로 인해 자기 욕심을 채우려는 사람들이 많아져 전쟁, 핵 위험 등의 위험요소는 더욱 심화되어만 간다.

이런 현대사회의 문제점을 해결하려는 것이 성찰적 근대화이다. 과학과 기술이 생산하는 풍요만 중시하지 않고 그것이 양산하는 문제를 바라보는 것이다. 문제점에 대해 비판하고 토의하여 개선하려고 노력하자는 것이다. 물론 지금까지 과학 중심 사고에서 벗어나서 인간중심 사고로 전환해서 말이다.

우리나라에도 윤리의식 파괴로 인한 위험은 많다. 유영철이 수많은 여자를 죽이고, 두 어린 여자아이를 납치해서 죽인 한 청년의 사건 후 ‘사이코 패스’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냈다. 양심 부재의 인간이라고 한다. 밤길을 가는 여자들을 불안에 떨고 혼자 사는 여자들도 위험을 경험한다. 이것은 결국 발전지향적인 사회가 만들어낸 위험들이다.

이런 위험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덕’을 중심으로 한 윤리의식을 회복해야 한다. 사람이 사람을 중시하며 나와 네가 하나라는 생각을 한다면 남에게 해를 가하는 행위는 줄어들 것이다. 명문대를 가기 위해 친구를 짓밟고 나가야 하는 우리 사회에선 무엇보다 교육구조가 변화되어 경쟁만능이 아닌 서로가 협력하는 관계망이 세워지는 사회가 만들어져야 한다. 교육이 앞장서서 변하면 윤리가 회복되어 우리 사회 속의 위험요소들이 줄어들 수 있다. (상동여고 2학년 송소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