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국경을 허물어요
- 『까매서 안 더워?』


하정숙 | 논술교사

대상: 초등학교 3~4학년
수업시간: 1차시(90분)
함께 읽은 책: 『까매서 안 더워?』(박채란 글 / 이상권 그림 / 파란자건거)
학습목표:
1. 책 속에 나오는 주인공들에게 감정이입하며 책을 읽을 수 있다.
2. 이주 노동자 자녀들이 우리나라에서 겪는 어려움이 무엇인지 알아본다.

제가 사는 성북동은 대사관저가 밀집된 곳으로, 길을 가다 보면 서양 쪽 외국인들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 필리핀에서 온 외국인들이 많이 모여들었습니다. 이제는 성북동이 안산의 '국경없는 마을'처럼 변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성북동에 있는 학교에도 우리가 '코시안'이라고 부르는 동남아시아계와 우리나라의 '혼혈아'(이 말에 인종차별적 요소가 있다고 하여 이제는 '다문화가정의 자녀' 혹은 '다문화자녀'라고 해야 하지요.)들이 꽤 여럿 학교에 다닙니다. 저의 둘째 아들의 짝꿍도 이 책에 나오는 주인공 '동규'처럼 얼굴이 까맣고 유난히 눈이 크고 쌍꺼풀이 두껍고 속눈썹이 긴 멋진 아라비아 왕자 같은 얼굴을 하고 있습니다. 입학식날 그 아이들의 손을 잡고 온 피부가 까만 엄마들이 눈에 띄었으나 요즘은 잘 보이지 않습니다. 엄마들 중 일부는 한국 남자와 결혼이 파탄 나 아이를 천주교에서 운영하는 시설에 잠시 맡기고 멀리 돈을 벌러 간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저학년 급식 당번인 경우도 그 부모들은 학교에 오지 않습니다. 사정상 멀리 일하러 가는 경우가 있어서 못 오는 경우도 있지만 학교 교문 밖에서 아이들을 맞이하고는 총총 사라지는 엄마들도 꽤 있습니다. 우리보다 조금 더 까만 얼굴을 하고 있다는 이유 때문은 아닐까, 아이를 키우는 같은 엄마라는 마음 때문인지 그 등을 바라보면 왠지 마음이 아픕니다.
『까매서 안더워?』에 나오는 타냐, 성완이, 동규처럼 우리 작은 아이의 짝궁도 마음 속의 어려움을 겪으며 우리나라에서 성장하게 되겠지요. 민영이의 말처럼 우리가 계속 마음에 담을 쌓고 산다면요.

마음열기

·이 책의 주인공들인 티나와 성완이 동규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무엇일까요?
- 다 외국인이에요.

·동규가 외국인인가요?
- 이름이 한국 이름인데…….
- 성완이도 한국 이름이지만 우리나라 사람이 아니잖아.
- 잘 모르겠어요.
- 한국에 살아요.
- 놀림을 받아요.

·그것 말고도 또 있는데? 또 뭐가 있나요? 어떤 공통점이 있을지 책을 함께 토론해 보며 알아가 보도록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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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 번째 이야기 - 티나! 기다려 줘!

·티나는 빨간 옷을 좋아합니다. 우리는 월드컵 응원 때 입은 후 촌스럽다고 입지 않는 빨간 옷을 티나는 계속 입고 다닙니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 자기가 한국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리고 싶어서요.
- 한국이 좋아서요.
- 자기는 한국 팬이라는 것을 알리고 싶어서예요.

·티나는 이처럼 한국을 좋아하고, 자신이 한국을 사랑한다는 것을 표현하는데 아이들은 왜 티나를 놀리고 괴롭혔던 것일까요?
- 한국 말을 잘 못 알아들어서요.
- 필리핀 애라고 무시해서요.
- 철 지난 빨간 티를 자주 입고 다녀서요.
- 아이들이 무슨 말을 해도 못 알아 듣고 웃기만 하니까 아이들이 답답해서 그랬던 것 같아요.

·민영이는 티나가 처음 전학을 왔을 때 티나와 친구가 되어 주어야겠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아이들이 티나를 괴롭히는 것을 보면서 적극적으로 도와주지 않으면서도 마음이 무척 아픕니다. 왜 그랬을까요?
- 아빠를 따라 미국에 갔을 때 놀림을 받은 기억이 있어서요.
- 티나를 보면 자신의 과거가 떠올라서요.
- 아이들이 티나를 놀리는데 자신은 아무 도움을 줄 수 없는 것 때문이에요.

·민영이는 자신이 미국에서 겪은 경험을 생각한다면 티나를 적극적으로 도와야 했을텐데도 오히려 외면하고 있네요. 민영이의 태도에 대해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나요? 좀 비겁한 것은 아닐까요?
- 민영이가 티나 편을 든다면 민영이도 아이들한테 놀림을 받을까봐 그러는 것 같아요.
- 민영이는 티나를 볼 때 자꾸 자꾸 미국에서 자신이 겪었던 힘든 일이 떠올랐어요. 그래서 그 마음 때문에 무척 힘들어요.

·그 일이 티나 잘못도 아닌데 왜 민영이는 티나에게 화를 내고 멀찍이 앉으며 결국 학원에서 반을 바꾸어 달라고 한 것일까요? 선생님은 그런 점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거예요.
(일부러 민영이의 잘못된 행동을 언급하여 아이들로 하여금 민영이의 편을 들며 민영이의 심리를 이해하게 하기 위한 질문을 던졌습니다.)
- 민영이는 놀림을 받는 티나를 보면 마음이 무척 괴로웠어요. 미국의 경험이 자꾸 떠오르기 때문이예요.
- 맞아요. 민영이는 미국에서 무척 괴로운 일을 당했고 힘들었어요. 그래서 한국에 돌아온지도 얼마 되지 않았어요.

·맞아요. 여러분, 여러분 몸에 상처가 나면 상처가 낫는 시간이 필요하잖아요. 마음의 상처가 나을려면 더욱 긴 시간이 필요하대요. 마음의 상처가 나을 때까지 그 상처를 건드리면 안 되는 거지요. 티나를 보면 자꾸 그 상처를 덮었던 딱지가 떼어지면서 피가 나고 상처가 더욱 깊어지고 있어요. 그래서 민영이는 티나에게서 멀리 떨어지려 하는 것이지요.
민영이는 티나가 지금은 친구가 아니지만 언젠가 분명히 친구가 될 것이라고 말합니다. 여러분은 민영이와 티나가 친구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나요?
- 네(아주 힘차게!) 민영이는 티나를 좋아하기 때문이에요.
- 네, 왜냐하면 민영이는 지금은 과거의 사건을 기억하는데 그것을 잊어버릴 것이기 때문입니다.
- 민영이는 결국 티나의 친구가 되어줄 거예요. 티나가 자기처럼 슬플까봐 친구가 되어줄 거예요.
- 네, 친구가 될 거예요. 민영이는 지금은 티나를 보면 괴롭지만 점차 그 기억을 없애면서 친해질 것 같기 때문이에요.

◆ 두 번째 이야기- 새로 사귄 친구

·무언가 말을 하고 싶은데 속 시원히 말을 하고 싶은데 말을 하지 못했던 경험이 있나요?
- 영어 수업할 때 그래요.
- 한국말처럼 마음껏 말을 못해서 친구가 먼저 날 놀렸다고 말하고 싶어도 화만 나요.
- 제 말을 잘 믿어주지 않을 때는 말하고 싶지 않아요.

·성완이는 어느 나라에서 온 아이인가요?
- 몽골이라는 나라예요.

·성완이는 요즘 말을 하지 않습니다. 이모가 하는 말에도, 이모에게 하고 싶은 말도 입 밖으로 나오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 잘 모르겠어요.

·말을 하고 싶은 데 잘 못하는 성완이는 마음이 답답합니다. 좋은 일이 있어도 기분이 우울해지고 조잘조잘 떠드는 아이들의 모습도 무척 부럽습니다. 무엇이 이렇게 성완이의 입을 막아놓는 것일까요?
- 잘 모르겠어요.
- 한국말을 잘 못하니까 말을 하면 놀림을 받을까봐 아예 말을 하지 않은 것 같아요.

·성완이는 마음을 툭 터놓고 즐겁게 말을 하는 대상이 있는데 누구인가요?
- 순돌이요.
- 순돌이가 사람인가요? 난 사람 같아.
- 야, 사람이 아니지, 떠돌이 개잖아.
- 개인데 어떻게 그렇게 말이 통해?
- 그거야 마음으로 말을 하는 거지.

·성완이는 지금 마음의 괴로움을 많이 느끼고 있습니다. 무슨 일 때문이었나요?
- 잘 모르겠어요.
- 성완이가 몽골말을 해서 엄마가 잡혀갔어요.
- 몽골말을 한 것과 잡혀 간 것이 무슨 관계가 있지?

·몽골어로 친구와 신나게 논 성완이에게 어떤 일이 일어났나요? 성완이가 말을 하며 친구들과 신나게 논 것이 잘못이었을까요?

아이들은 성완이가 한국에서 왜 입을 다무는지, 엄마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잘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그것은 아이들이 한 번도 들어보거나 본 적이 없는 일이기 때문이었습니다. 선생님은 불법체류자와 그들의 단속이야기, 단속반에 잡히면 벌이지는 일을 설명해야 했습니다.

·여러분이 생각하기에 이모나 다른 가족들의 말처럼 그것이 성완이의 잘못이라고 생각하나요?
- 아니요, 몽골말을 오랜만에 해 보고 싶어서 했는데 그것 때문에 잡혀간 것은 안된다고 생각해요. 아무도 잘못하지 않았어요. 성완이가 힘냈으면 좋겠어요.
- 아니요. 잘못된 대책을 내놓은 우리나라가 잘못인 것 같아요.

·성완이가 반 대표로 사생대회에 나가 경복궁을 그렸을 때 민태가 이렇게 말합니다.

"얘는 한국 애가 아니라구요. 몽골 애라구요. 한국 애도 아닌데 어떻게 한국적으로 그려요? 우리는 진짜 한국인이고 얘는 가짜에요. 얘네 집 식구들은 그냥 잠깐 돈 벌러 한국에 온 거라고요."

·이 말에 대해 여러분의 의견은 어떤지 이야기해 보세요.
- 꼭 한국 사람만 한국적으로 그릴 수 있는 것은 아니예요.
- 민태가 나빠요. 몽골사람이어도 한국적으로 그릴 수 있어요. 성완이는 한국에서 살고 있잖아요.

◆ 세 번째 이야기- 까매서 안 더워?

·동규는 피부가 까맣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 혼혈인이기 때문이에요.

·동규와 같은 아이들을 무엇이라고 부르나요?
- '코시안'이라고 불러요.

·동규의 성격은 어떤가요?
- 친절해요.
- 아이들한테 친절하고 유머감각이 있어요. 그리고 꼼꼼하고 참는 법도 알고 참을성이 있어요.
- 화를 잘 참아요.
- 참을성이 있고 낙천적이에요.

·이 정도 성격이면 아이들한테 인기가 있을 것 같은데 왠지 아이들은 동규를 싫어하는 것 같네요. 동규가 학예발표회 조에 동규가 되었다는 것을 알고 한숨을 쉬는데요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 얼굴이 까매서인가?
- 동규가 좀 까불어서 그런 것 같아요. 촐랑대니까.

·동규가 늘 가지고 다니는 노트는 무엇인가요? 이 노트에 대해서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나요?
- 만물노트! 만물노트를 동규가 판다면 제가 사고 싶어요.
- 만물노트인데 참 좋아요. 자기가 기록해 놓으면 시간이 지나도 잊지 않을 수 있어요.
- 동규는 그 때 있었던 일을 기록을 참 잘해요.
- 적을 때는 힘들지만 그것을 활용할 때에는 뿌듯한 것 같아요.

·윤서가 마음 속으로 좋아하는 사람은 누구인가요?
- 정준이예요.
- 동규는 방정맞지만 정준이는 침착하고 멋져 보여요.

·동규가 마음 속으로 좋아하는 사람은 누구인가요?
- 윤서예요.

·공포의 삼각관계로군요. 동규네 조 아이들은 학예회에서 연극을 하기로 하였습니다. 동규가 왕자가 될 수 없고 정준이가 왕자가 되어야 한다고 윤서나 동규, 혹은 아이들은 마음 속으로 결정을 내린 것 같은데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 정준이가 공부도 잘하고 얼굴도 하얗고 잘 생겼기 때문이에요.
- 동규는 윤서가 정준이를 좋아하는 것을 알고 양보했어요.
- 아이들은 왕자라면 당연히 정준이가 해야 된다고 생각했어요.

·더위를 많이 타서 아이스크림을 많이 먹는 정준이를 걱정한 동규에게 정준이는 무엇이라고 말하였나요?
- "내가 덥다는데 니가 무슨 참견이야. 넌 까매서 안 더운지 몰라도 난 더워! 그러니까 조용히 해!"

·정준이의 말에 동규는 어떻게 말하였나요? 여러분이 동규였다면 어떻게 하였겠나요?
- 재치로 넘어갔어요.
- "그래, 난 좀 까매서 더위를 안 타나 보다. 그거 좋은 의견인데. 만물노트에 적어놔야겠어."라고 말했어요.
- 제가 동규였다면 울었을 것 같아요.
- 한 대 때려줬을 것 같아요.
- 저는 정준이를 상대하지 않았을 거예요.

·정준이의 말에 여러분은 어떤 생각이 드나요?
- 짜증나요. 자기를 생각해서 해준 말인데…….
- 정준이는 친구가 걱정하는 말을 잔소리로 듣는 것 같아요.
- 자기의 생각만 주장하는 것 같아서 짜증이 났어요.

·학예회 날 갑자기 배탈이 난 정준이 때문에 주인공이 빠지게 되었을 때 동규는 어떻게 하였나요?
- 멋진 아라비아 왕자로 변했어요. 동규는 머리가 참 좋아요.
- 저는 동규에게 박수를 쳐주고 싶었어요.
- 아라비아 왕자 역할을 하였는데 저는 오히려 왕자 역할에 동규가 더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요.
- 아라비아 왕자가 되어서 인기가 많아졌을 거예요. 아이들도 동규가 너무나 고마웠을 거예요.

생각 넓히기

·동규는 친구들에게 핀잔을 받으면서도 수다스럽게 참견하고 개인기를 연습하고 있습니다. 우리들은 동규의 만물노트를 통해 이미 알고 있지만 동규가 일부러 더 촐랑대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 동규가 혹시 자신이 코시안이라고 놀림을 받거나 친구들로부터 따돌림을 받지 않으려고 애 쓰느는 것 같아요. 좀 불쌍해요.
- 친구들과 친해지기 위해서예요.
- 친구들이랑 친해지거나 놀림을 받지 않으려고 애쓰는 동규가 안쓰럽고 불쌍했어요.

·선생님은 '코시안'이라는 말에 비판을 제기하고 싶어요. 동남아시아 즉 필리핀, 인도, 인도네시아등 우리와 가까운 나라 사람들과 한국 사람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들을 일컫는 말인데요 그럼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하고 싶어요.
부모중 한 사람이 미국인이고 한사람은 한국인이라면 그 아이들을 무엇이라고 불러야 할까요? 부모중 한 사람이 일본인이고 한 사람은 한국인이라면 그 아이들을 무엇이라고 불러야 할까요? 부모 중 한 사람이 유럽인이고 한 사람은 한국인이라면 무엇이라고 불러야 할까요?
동규처럼 부모 중 한 사람이 필리핀, 베트남처럼 동남 아시아 사람일 경우 피부색이 좀 진해져서 다른 아이들과 차이가 있습니다. 이렇게 눈에 띄게 피부색의 차이가 나는 아이들을 '코시안'이라고 불리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혹시 이런 말 자체가 '차별'을 만들고 있지는 않은지 의문이 듭니다. 선생님의 이런 의견을 '코시안의 집'에 드렸더니 서양인들과 일본인과의 혼혈인에 비해 동남아시아계 혼혈이 유독 차별을 받는 우리나라에서 그들을 보호하려는 의미에서 그런 이름을 지었다고 하였습니다.
우리들 마음에 국경의 담이 없어진다면 이런 말도 필요하지 않겠지요?

·자, 그럼 티나, 성완이,동규 이 세 주인공이 가지고 있는 공통점은 무엇인지 찾았나요?
- 모두 한국에 살고 차별을 받는다는 거예요.

·이 세 주인공중 여러분이 가장 마음에 드는 친구에게 편지를 써 보세요.
- 저는 동규요.
- 나도 동규.
- 나도!

동규의 인기가 최고입니다.

동규에게
동규야, 너는 코시안이지만 학예회 때 너무 훌륭했어. 정준이가 배탈이 났을 때 왕자를 대신해서 아라비아 왕자로 변장한 것이 웃기고 너무 멋졌어. 동규야! 너의 만물노트는 너무 재미있었어. 나도 너처럼 재미있게 글을 쓰고 싶어. 그리고 얼굴이 까맣다고 부끄러워 하지마. 우리나라에도 얼굴이 검은 사람도 많아. 그리고 세계에는 몸까지 검은 사람도 많고. 검은 사람도 훌륭한 사람이 많아. 마틴 루터 킹처럼 훌륭한 사람이 되도록 노력해 봐.
- 정엽이가 (서울사대부설초 4학년)

동규에게
동규야, 너는 정말 대단해. 나 같으면 친구가 기분 나쁜 말을 하면 확 때려 버렸을 거야. 그런데 너는 친구가 아무리 나쁜 말을 해도 참잖아. 나는 아무리 친구가 없어져도 그냥 때리거나 욕을 했을 거야. 너가 만약 코시안이 아니라면 정준이 보다 더 인기가 많았을 거야. 그리고 학예회 때 훌륭했어. 어떻게 그렇게 빠른 시간에 좋은 아이디어를 생각해 냈니? 대단해!
동규야, 앞으로 더 친절해져서 친구들과 더 친해지렴. 나는 니 만물노트가 참 마음에 들어. 그 만물노트를 복사해서 팔면 장사가 잘 될 거야. 앞으로 만물노트를 더 많이 써서 만물노트를 친구들에게 보여줘 봐. 친구들도 좋아할지도 몰라.
동규야, 니가 얼굴이 까매도 자존심은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 우리는 너의 친구야!
- 윤성이가(서울사대부설초 4학년)

동규에게
동규야! 난 윤석이라고 해. 난 너의 행동이 너무나 답답했어. 조금만 화가 났을 땐 참아도 괜찮지만 화가 많이 났을 때는 따끔하게 한 마디라도 해야 되는 것 아니니? 나는 니가 그런 모습 말고 조금이라도 더 강한 모습으로 변했으면 좋겠어. 그리고 친구들에게 촐싹대지 않고 재미있는 이야기라도 진지하게 이야기했으면 좋을 것 같아. 또, 친구들에게 너의 기분을 적극적으로 표현해 봐. 그러면 친구들이 너를 놀리거나 괴롭히지는 않을 거야, 내가 말해준 대로 한다면 너는 인기를 더 많이 받을 거야. 친구들과의 사이는 지금보다 더 좋아질 거야. 내가 말해준대로 꼭 해봐. 그럼 안녕.
- 윤석이가 (서울사대부설초 4학년)

성완이에게
상완아, 안녕? 나는 서울사대부설초등학교에 다니는 학주라고 해. 나는 너의 그림이 정말 마음에 들어. 나는 몽골에 관해 관심이 있어. 또, 나도 너의 외로운 심정을 알아. 그 이유는 내가 1학년 때 축구를 잘 하지 못해서 놀림을 받았었어. 축구에서 지면 다 내 탓이라고 하면서 놀이에도 끼워주지 않고 나의 말도 무시했어. 너무너무 서러웠지, 또, 너희 엄마가 잡혀간 것은 너의 잘못이 아니야,
엄마 많이 보고 싶지? 그래도 참아. 엄마도 많이 힘드실 거야. 나는 네가 조금 더 당당해졌으면 좋겠어. 그럼 안녕.
- 학주가 (서울사대부설초등학교 4학년)

수업을 마치고

아이들은 참 순수합니다. 편견이 없습니다. 학교에 입학한 둘째 아이의 짝을 설명하는 아이는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00는 참 까매. 엄마, 바다에 너무 많이 갔나 봐. "
"까매도 네 친구인걸."
"응, 맞아, 까매도 내 친구야."
그러나 그 아이들에게 점점 편견을 가르치고 차별을 가르치는 것은 어른이 만든 사회입니다. 아이들은 책을 통해 만난 동규에게 안쓰러움을 느낍니다. 한국에서 다문화가정의 자녀, 혹은 이주노동자의 자녀로 살아간다는 것은 어쩌면 동규처럼 화가 무척 나도 손톱으로 손바닥을 아프게 누르며 주먹을 쥐고 참는 법을 알아야 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그것을 동규는 너무 일찍 알았습니다. 단지 말을 하고 싶었던 것뿐인데, 마음 속에 꾹꾹 참아왔던 말들을 입 속에 훨훨 날아가는 나비떼처럼 내뱉고 나니 엄마가 붙잡혀 갔습니다. 아이는 자신의 잘못이라며 입을 다물었습니다. 그 아이들에게 "까매서 안 더워?"가 아니라 "까매도 내 친구"라고 말해주는 사회, 정말 국경 없는 마음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