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시 논술, 어떻게 준비할까

김형준 | 본지 편집주간

여름방학이 시작되면서 수험생들은 이제 본격적인 수시 준비에 들어설 시점입니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수시 1학기보다는 수시 2학기에 중점을 두고 있으며, 수시 2학기 시험이 10월, 11월에 집중되어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여름방학 기간을 어떻게 보내느냐가 중요한 관건이 되기 마련입니다.
더구나 대다수의 학생들이 수시에 대해 별다른 고민을 하지 않다가, 막상 원서접수 기간에 쫓기듯이 원서를 제출하는 것이 현실적인 상황이라면, 여름방학 기간부터 계획적으로 준비하는 학생이 매우 유리한 위치에 있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은 자명합니다. 특히 수시 논술에서 출제되는 논제가 대부분 난이도가 높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비슷한 난이도나 유형의 문제를 한번이라도 더 접해본 학생이 좀 더 수시 논술에 잘 적응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나 다른 한편 수시는 기회이기도 하지만, 많은 학생들이 수시에 실패해 결과적으로 입시에서 좋은 결과를 내지 못하게 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도 있습니다. 현실적으로 수시에 대비하고, 시험을 치르는 기간이 수능준비를 마무리하는 시간과 맞물린다는 점을 생각하면, 수시 준비를 하는데 있어 단순히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데 만족할 것이 아니라 전략적이고 효과적인 준비가 필요하다는 점도 잊어서는 안됩니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최근 출제되고 있는 논제의 경향과 유형을 살펴보고, 이러한 논제들을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계획을 짜는 것이 중요합니다. 여기서는 먼저 최근 주요대학의 출제 경향을 분석하고, 이에 대한 대비책을 생각해보겠습니다.

수시 논제의 공통적인 경향과 유의 사항

1. 난이도가 높다.

대체적으로 수시 논제는 정시 논제보다 난이도가 높습니다. 이것은 먼저 수시가 대체적으로 정시에 비해 경쟁률이 높기 때문이기 하지만, 수능이라는 객관적인 지표가 작용하는 정시에 비해 수시에서는 논술의 변별력이 매우 높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평균적인 논술 시험의 수준을 생각하고 시험에 임하면 좋은 결과를 내기 힘들다는 사실을 반드시 이해하고, 준비를 할 때도 보다 난이도 있는 문제들에 집중하는 것이 더 도움이 될 것입니다. 특히 일반적으로 사설학원에서 시행하는 모의고사의 경우 문제 자체의 출제의도가 그리 깊이 있는 경우가 드물어 학생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기 어려울 것입니다.
또, 학생들이 수시 논제에서 난이도 문제를 크게 느끼는 것은 시험시간이 그리 넉넉하지 못하다는 점도 들 수 있습니다. 보통 3문제 내지 4문제, 2000자 내외를 쓸 것을 요구하는 시험이 두 시간 정도인데, 수시 시험을 치르고 난 많은 학생들이 문제를 채 다 풀지도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더구나 많은 학교에서 연필 사용을 허용하지 않고, 학교에서 지급한 필기도구(주로 볼펜)만을 사용하도록 하는 점도 학생들에게 시간의 압박을 크게 느끼게 하는 요인이 됩니다.
사실, 이러한 문제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분야에서 시간을 줄여나가야 하는데, 첫 번째는 독해 및 요구 조건의 이해 능력이고, 두 번째는 글을 작성하는 능력입니다. 특히 글을 작성할 때 걸리는 시간을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한데, 문제의 요구조건에 맞는 글의 구조를 철저히 익히는 것이 시간의 압박을 해결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2. 학교별 유형이 뚜렷하다.

수시는 정시에 비해 학교별 특성 내지는 유형이 뚜렷이 드러난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따라서 자신이 지망하는 학교의 기본적인 출제 유형과 요구 사항 등을 숙지하는 것이 필요할 것입니다. 특히 수시에서 학교별 유형 차이는 단순히 다루는 주제의 차이가 아니라, 영어 혹은 수학 문항의 출제 여부, 한 문항의 글자 수, 질문의 방식 등 학생들이 문제에 접근하는데 필수적인 사항과 관련된 것이므로 반드시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연세대학교 같은 경우 자신들이 출제하는 논술에 '다면평가형 논술'이라는 명칭을 붙이고 있는데, 이는 단일한 사항에 대해 다양한 학문적 소양으로 접근할 수 있는지, 또 다양한 관점을 통해 접근할 수 있는지 등을 묻고 있다는 점을 이해한다면 학생들이 실제 논술문제를 풀면서 출제의도를 파악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각 학교에서 발표한 모의 논제는 놓쳐서는 안됩니다. 모의 논제를 발표하는 것은 대개 작년의 시험과 일정한 변화가 있기 때문에 그 변화가 적정한지를 평가하는 의미도 있지만, 또 그 변화를 수험생들에게 미리 알리는 역할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최근들어 모의 논제의 요구 문항을 그대로 놔둔 채 제시문과 주제만을 바꾸어 실제 시험을 출제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도 명심해야 할 사항입니다.
이밖에도 자신이 지망하는 대학과 비슷한 출제 유형을 보이는 대학의 문제도 다루어보는 것이 실제 시험에서 좋은 결과를 낳을 수 있는 방법 중의 하나입니다. 예를 들어 이화여대를 준비하는 학생의 경우 중앙대 수시 기출문제들을 풀어본다면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3. 기초학력 평가의 성격을 지니는 경우가 많다.

수시는 수능이라는 객관적 지표를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대학당국으로서는 학생들을 선발하는데 보다 신중함을 기울일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상위권 대학을 제외한 대학에서는 학생들의 내신이 곧 수학능력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논술을 통해 기초적인 수학능력을 평가하고자 하는 욕구를 가지고 있습니다. 최근 들어 중앙대, 이화여대에서 꾸준히 수리적인 문제를 출제하거나, 외국어대 논술 모의고사에서 영어 제시문이 출제된 것도 이와 같은 근본적인 욕구에서 나타난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조심해야 할 사항은 수리적인 문항, 혹은 영어 제시문을 출제하지 않는 학교에서도 다양한 방식을 통해 학생들의 기초학력을 평가하고자 한다는 것입니다. 그 대표적인 경우가 교과서에서 다룬 개념을 활용한 제시문을 문제로 출제하는 것입니다. 수시 기출문제를 보면 갈등론과 관련된 내용, 문화상대주의와 관련된 내용이 종종 출제되었으며, 이밖에도 교과서의 중요개념에 대한 성찰을 요구하는 문제가 적지 않습니다.
또 다른 방식으로 교과서 주요과목의 학습목표를 요구조건으로 변형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국어 교과의 학습목표인 요약하기, 혹은 문학작품 감상하기 등이 많이 출제되고 있는데, 이는 학교 당국에서 수험생들의 기초적인 학력을 평가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꾸준히 개발하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수시 준비를 하는 학생들은 교과서를 꼼꼼히 살펴보는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특히 많은 학생들이 수능을 준비하면서 교과서보다는 참고서를 주로 공부하는데, 교과서에 실려 있는 학습 목표, 주요 쟁점, 기본 개념, 심화 문제 등은 언제든지 출제될 수 있는 내용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될 것입니다.

4. 다문항으로 구성되어 있다.

수시 논제의 또다른 특징 중의 하나는 서울대학교 외에는 단일한 주제에 대한 비교적 긴 글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비교적 짧은 분량의 많은 문항에 답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런데 똑같이 다문항으로 구성되었다 할지라도 여기에는 두 가지 유형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먼저, 문항과 문항이 유기적인 관련성을 맺고 있는 경우입니다. 이 경우 논제는 큰 틀의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고, 이에 접근하는 각 단계들이 구체적인 문항으로 출제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은 논제의 경우 각 문항의 답을 연결하면 하나의 완결된 글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학생들에게는 먼저 각 문항들의 관련성과 그 안에 숨어있는 큰 틀의 출제의도를 먼저 생각하고 구체적인 문항들에 접근하는 태도가 요구됩니다. 이와 같은 유형의 문제는 연세대, 고려대, 한양대, 성균관대, 외국어대, 숙명여대 등에서 주로 출제됩니다. 이러한 유형은 한 주제에 대해 깊이 있는 문제의식을 요구한다는 장점이 있지만, 한 문제를 오해하면 다른 문제까지도 전부 출제의도에서 벗어난다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다문항으로 구성된 다른 유형의 경우 큰 틀의 출제의도를 공유한다기보다는 대학이 요구하는 각 평가항목을 기계적으로 결합시켜놓은 경우입니다. 예를 들면 1번 문항은 요약을, 2번 문항은 수리적 이해를, 3번 문항은 대안 제시를 요구하고 있지만 이들 각각을 공통적으로 흐르는 주제의식은 없는 경우라 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각각의 문항들이 개별적으로 평가되기 때문에 하나의 문제를 놓치더라도 나머지 문항에서는 좋은 점수를 얻을 수 있지만, 문제 자체의 깊이가 떨어진다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중앙대, 이화여대, 경희대와 같은 학교들이 이와 같은 유형을 주로 출제합니다.
최근 들어 이 두 가지 유형을 결합해 두세 가지 주제의식을 바탕으로 문제를 결합해 출제하는 경우가 늘고 있는데, 이와 같은 경우 문항 수가 대폭 늘어나게 됩니다. 대표적인 경우가 서울대학교 정시인데, 이 경우 문항수는 8개이며, 총 글자수는 대략 5,000자 가량이 됩니다.
여기서 학생들이 주의해야 할 사항은 문제에 접근하기 전에 먼저 각 문항들에 일관된 출제의도가 있는지를 생각하는 일입니다. 시간에 쫓기다보면 첫 번째 문항만을 읽고 바로 글을 쓰기 시작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와 같은 경우 큰 틀의 출제의도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많다는 점을 이해하고, 일단 문제 전체를 읽고 구체적인 문제에 차분히 접근하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5. 심층적이고 다양한 독해능력을 요구한다.

이것은 사실 모든 논술 논제에 공통된 사항이지만, 수시에서는 이것이 다양한 방식으로 보다 깊이 있게 출제되고 있다는 점에 특이점이 있습니다. 먼저, 다양한 독해 능력을 평가하기 위해서 비문학 외에도 문학적인 제시문들이 종종 출제되고 있으며, 나아가 기호나 그림의 의미까지 묻는 문제 또한 등장하고 있습니다.
특히 통계나 도표의 내용을 묻고 제시문과의 관련성을 찾는 문제는 최근 수시 논제에서 두드러지게 자주 출제되고 있는 유형으로, 수시를 준비하는 모든 학생들은 반드시 이에 대비해야 합니다.
또한, 내용의 이해를 묻는 방식도 점점 난이도가 높아지고 있는데, 단순히 제시문 하나의 내용을 요약하는 문제에서 제시문들의 요약을 바탕으로 관련성을 찾거나 비교하는 문제들이 많이 출제되고 있다는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학생들이 이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제시문 혹은 도표나 그림, 기호의 내용을 한 문장으로 명쾌히 요약하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학생들이 제시문들의 관련성을 정확히 찾지 못하는 경우 대부분 제시문들의 내용을 명확히 정리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점을 생각한다면 이는 학생들이 가장 중점을 두어야 할 부분 중 하나라고 할 것입니다.
다음으로 각 제시문들이 어떤 구조를 가지고 있는지, 특히 단락의 구성에 중점을 두어 글을 읽는 연습을 충분히 해야만 합니다. 글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구조를 이해해야만 하고, 구조는 단락을 통해 표현된다는 점을 이해해야만 느낌으로 글을 이해하는 태도에서 벗어나 글을 객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될 것입니다.
또 최근 논제들의 출제경향을 보면 제시문의 독해뿐만 아니라 요구조건의 독해 역시 주의를 기울어야 할 점입니다. 요구조건이 기존보다도 복잡하고 낯선 용어들로 종종 표현되기 때문에 요구 조건의 명확한 의미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출제의도에서 벗어난 글을 쓰게 됩니다, 특히 수리 논제의 경우 수리적인 능력보다도 제시문의 내용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더 중요한 논제들이 많다는 점도 학생들이 수시를 대비하면서 반드시 기억해야 할 내용입니다.

수시 논제에 대비하기

현실적으로 수시 논제를 준비하는데 많은 시간을 투자하기 어려운 것이 수험생들의 상황입니다. 따라서 시간을 보다 효율적이고 계획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특히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거창한 배경지식이나 시사상식을 묻지않는다는 점에서 이에 시간을 많이 투자하는 것은 비효율적인 대비책이라 할 것입니다.
학생들이 지금 준비해야 할 것은 제시문과 출제의도를 정확하게 읽어내고, 그것을 분량과 시간에 맞게 깔끔하게 작성하는 일입니다. 따라서 준비하는 학교의 기출문제와 비슷한 유형의 문제를 많이 접하는 것이 수험생으로서는 가장 효과적인 대비책이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