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사와 한국사 연결지어 공부하기
- 초등 고학년 역사논술 8개월 수업 계획

김경옥 | 논술교사

요즘 밤 10시 드라마 황금 시간대의 주류는 사극이다. 사극 열풍이라는 말이 실감난다. 사극의 진화 또한 놀라워서 우리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사극’ 하면 떠올렸던 고정관념을 깨고 풍부한 상상력과 새로운 시각으로 시청자의 폭을 넓히고 있다. 초등학생들도 이제 웬만한 왕이나 중요 인물들 이름정도는 탤런트 이름만큼이나 쉽게 외우고 있어, 역사를 어렵고 따분한 것이라고 여기던 선입견이 많이 없어지는 느낌이다.
하지만 사극을 보다 보면 역사를 너무 흥미 위주로 다루고, 중국의 동북공정에 맞서 우리민족의 우수함을 알린다는 명목 아래 아전인수격으로 역사를 해석해서 지나치게 부풀려도 되는 것인지 걱정이 앞선다. ‘역사의 객관적 해석’ 문제는 수없이 많은 역사가들의 단골 논쟁거리였고, 그것을 여기서 왈가왈부 하지 않더라도 지금의 사극은 사실과 허구 사이에서 지나치게 균형을 잃고 있다. 물론 사극이라는 것이 학문적 목적으로 방영되는 다큐멘터리도 아니고 시청률 경쟁에서 우위만 점하면 되는 방송국의 상품일 뿐이지만, 문제는 그 사극을 많은 어른들과 아이들이 실제 역사로 착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아이들은 역사책에 나온 사실이 TV와 안 맞는다며 헷갈려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사실 역사를 전공한 나 자신도 사극을 보다보면 어디까지가 사실인지에 대해 의구심이 들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주객이 뒤바뀌는 모습이다.
정보의 홍수 속에 잡다한 지식이 넘쳐 나면서 역사 논술이건 일반 논술이건 아이들이 지식에 접하는 환경이 얄팍해지고 잡동사니화 되는 것을 많이 느낀다. 시냇물도 흐를 때 큰 본류가 있고 그 본류에서 샛물이 뻗어 나오듯 지식도 중심 기둥이 세워진 후 나름대로의 생각과 경험에 따라 변형과 창작, 반론이 이루어진다. 역사도 마찬가지여서 아이들은 역사 흐름에 대한 균형 잡힌 시각을 먼저 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처럼 어떤 목적성을 띤 역사물의 범람은 아이들에게 자칫 허황된 상상력과 뒤죽박죽된 가치판단 기준만을 키워 주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 본류가 튼튼한 시냇물은 가뭄에 샛물이 말라 버린다 해도 언제든지 다시 흐를 수 있지만 샛물만 어지럽게 흐르는 물은 한번 말라 버리면 그 흔적만 요란할 뿐이다.
이런 시각에서 역사 논술은 이제 막 가치관을 형성해 가는 아이들에게 올바른 역사관을 갖게 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본다. 선생님의 역량이 부족해서 자칫 제대로 가르치지 못할까봐 두려워 할 수도 있지만, 논술로 역사를 가르친다는 것은 연대표 외우기 식의 사실 나열이 아닌 역사적 사건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에 대한 계속적인 질문과 성찰의 과정이므로 아이들과 함께 공부하는 마음으로 부단히 고민해 나가야 할 부분이다.
또한 역사 논술은 전체 논술 과정의 한 부분일 뿐이고, 그 자체가 목적이 될 수는 없다. 결국 일반 논술의 목적과 같이 나와 너, 우리 사회 모두의 문제를 생각하는 여러 방법 중 하나이다. 역사적 사건들의 원인과 결과를 생각하며 논리력을 키워 나갈 수도 있고, 수많은 고전들을 읽을 때 시대 배경을 이해하는 디딤돌이 될 수도 있다. 또 암기 위주의 역사 수업에서 파편화된 사건들을 자신의 관점으로 끼워 맞춰 역사 퍼즐을 완성할 수도 있다. 이렇게 완성된 관점은 현실의 문제를 보는 데에 더없이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된다.
아래 소개하는 역사논술 수업 계획안은 세계사와 한국사를 시대별로 같이 공부하는 총 1년정도의 수업안 중 후반부 8개월 분량이다.

○ 대상 : 이제 막 자아에 대한 고민과 논리적 사고가 가능해지기 시작하는 5학년부터 6학년, 중1까지
- 학년별 모둠별 상황에 따라 역사 논술 수업을 조정해서 운영할 수 있다. 처음 역사를 접하는 5학년의 경우 힘들어 할 수도 있으므로 역사 논술만 계속 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다. 그리고 이 시기에 꼭 읽어야 할 좋은 책들도 많기에 역사 논술과 일반  논술을 번갈아 가며 수업을 진행하였다. 예를 들어 고대 세계사와 한국사가 3개월 정도로 끝나면 일반 논술을 두세 달 정도 진행하고, 또 중세 시대에 대해 3개월 정도 공부하고 나면 일반 논술을 다시 시작하는 식으로 진행하였다. 6학년 후반기나 중 1학생들의 경우는 학생들의 요구에 따라 1년 동안 역사 논술만 한 적도 있으며, 이 시기의 학생들에게는 비교적 수업이 잘 진행되었다.  

○ 학습목표
- 시대별 큰 흐름을 배우면서 역사의 보편성과 개별성을 계속해서 생각해 본다.
- 과거의 역사가 어떻게 오늘날 우리의 삶과 연결되는지 역사의 현재성에 대해 생각한다.
- 역사 속 인물들이 가졌을 생각과 행동에 대해 머리로 판단하고 가슴으로 느끼는 수업이 되도록 한다.

○ 수업 방식
- 한국사와 세계사를 시대별 특징을 잡아 연결해서 수업한다.
- 세계사를 배우는 것이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한국사를 세계사의 큰 틀에서 비교해 보아야 역사의 보편성과 개별성을 찾아볼 수 있다.
- 수업에 앞서 반드시 과제를 내서 아이들이 책을 제대로 읽어 올 수 있도록 준비한다.
- 주교재는 『한국사 편지 1~5』(웅진), 『엄마의 역사 편지 1, 2』(웅진), 『세계사 오천년 1, 2』(웅진)이며, 시대별 고전이나 관련 단행본들도 같이 수업을 해 나가 수업 내용을 풍부하게 하면서 독해 능력도 키우도록 한다.







※ 수업에 필요한 책 목록

『한국사 편지 1~5권』
박은봉 / 웅진
초등학생에서 중학생까지 역사를 처음 공부하는 학생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책으로 풍부한 사진 자료와 쉬운 설명, 깊이있는 해석이 잘 정리되어 있다.

『엄마의 역사편지 1, 2』
박은봉 / 웅진
세계사를 쉽게 풀어 써 처음 세계사 공부를 하는 책으로 부담이 없지만, 내용이 많이 압축되다보니 건너뛰는 부분이 많아 다른 참고 자료로 보완 해줄 필요가 있다.  

『세계사 오천년 1, 2』
남경태 , 이가은 / 웅진
주제별로 4쪽씩 정리되어 있어 참고 도서로 이용하기는 편하지만 이 책만 가지고 세계사의 흐름을 잡기는 어렵다.

『임꺽정과 일곱 형제들 1~3~
김우일 / 산하
역사 소설의 장점을 모두 갖고 있는 훌륭한 책이다. 옛이야기처럼 쉽게 읽히면서도 역사적 배경을 알 수 있도록 글 중간중간에 설명이 잘 나와 있다. 어려운 단어들을 글 흐름에서 벗어나지 않으면서 잘 설명하는 것이 장점이다.

『이순신을 만든 사람들』
고진숙 / 한겨레 아이들
작가의 철저한 자료 조사와 꼼꼼한 편집으로 훌륭한 내용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책이다. 임진왜란을 승리로 이끈 영웅으로 이순신 외에 다른 인물들도 소개함으로써 역사의 이면을 보는 시야를 키워 주며, 지도자의 자질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한다.

『박씨부인전』
김종광 / 창비
내용은 누구나 다 아는 것으로, 내용에 잘 어울리는 삽화와 적당한 분량으로 아이들이 쉽게 읽어 올 수 있다.

『천동설 이야기』
안노 미쯔마사 / 한림
지구를 중심으로 하늘이 돌고 있다고 믿었던 시대의 이야기를 아기자기한 삽화로 그려 낸 그림책. 글과 함께 그림을 자세히 본다면 이야기할 내용이 풍부하다.

『갈릴레이 갈릴레오』
피터 시스 / 시공사
갈릴레오의 생애를 피터 시스(『마들랜카의 개』, 『왕자와 매 맞는 아이』의 작가)의 독특한 그림으로 풀어낸 그림책. 지동설을 주장한 갈릴레오가 종교 회의에 회부되었을 때 마음 속에 일어나는 갈등과 두려움이 참 재미있게 그려져 있다.

『과학자와 놀자』
김수진, 권성화 / 창비
대부분의 과학책이 외국 책 번역인 실정에서 우리 나라 작가가 탈레스에서 아인슈타인까지 서양 과학사를 쉽고 재미나게 썼으며, 특히 신비로운 분위기의 삽화와 정성 드린 흔적이 묻어 나는 편집으로 어린이 책의 품위를 높였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만화 서양미술사 1』
다카시나 슈지 / 다빈치
서양 미술을 시기별로 분류하여 총 다섯 권으로 엮어져 있다. 각 시대를 대표하는 명화들이 다수 수록되어 있고 만화로 되어 있어 쉽게 접근할 수는 있지만 내용까지 쉽지는 않다. 서양사에 대한 어느 정도 지식이 있으면 쉽게 읽힐 것이고, 반대로 꼼꼼하게 읽는다면 이 책 자체로 서양사 공부를 할 수도 있다.

『80일간의 세계일주 1, 2』
쥘 베른 / 창비
세계 명작이 갖고 있는 영국중심주의, 제국주의 시각을 물씬 느낄 수 있는 책으로 산업혁명 후 잘 나가던 영국의 위상을 알 수 있다. 내용만 따라가며 읽으면 재미있는 모험담 같아서 아이들이 잘 읽어 오지만 하나하나 깊이 꼼꼼하게 읽으며 비판할 필요가 있는 책이다.

『정약용』
햇살과 나무꾼 / 중앙 어린이
위인전의 고리타분한 특징을 벗어 던진 책이다. 쓸데없이 분량이 길지도 않고 과장된 표현도 덜 해 보이며 값비싼 하드보드로 표지를 만들지도 않아 책이 가뿟하다. 내용 전개도 좋고 책 사이사이에 옛 시대 용어 설명이 있어 역사 공부를 하기에도 좋다.  

『열하일기』
박지원 / 파란자전거
조선후기 실학자 박지원이 청나라를 여행하며 쓴 기행문으로 당시 조선과 청나라의 상황과 여행하며 겪는 진기한 풍습들, 소박하고 자질구레한 이야기들을 생생하게 느끼며 읽을 수 있는 고전 중에 백미라고 할 수 있다.

『정선』
박은순 / 나무숲
정선의 일대기를 담은 전기문인 동시에 정선의 그림들이 수록된 작품집이고 한양의 풍광을 보여 주는 화첩이라고도 할 수 있는 그림책이다. 짧은 분량이지만 글 한 줄 그림 하나마다 정선의 그림에 대한 열정이 느껴지는 가슴 뭉클함이 있다.

『옛날 사람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조은수 / 창비
김홍도와 신윤복을 비롯한 조선 후기 화가들이 그린 풍속화들을 중심으로 조선후기 사회상을 설명하고 있다. 화가들마다 다른 그림 기법이나 느낌을 비교하면서 읽는다면 우리 옛 그림에 대해 흥미를 갖게 할 수도 있고, 풍속화가 우리에게 들려주는 많은 말들에 귀 기울이게 된다.

『이야기 동학 농민 전쟁』
송기숙 / 창비
동학 농민전쟁에 참가한 농민들 입장에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어 당시 사람들의 어려운 상황과 고통을 이해하기 쉬운 장점이 있으나 동학 농민 전쟁에 대한 전체적인 흐름을 파악하기에는 다소 산만한 느낌이 있다.

『마사코의 질문』
손연자 / 푸른 책들
일제시대 우리민족이 겪었던 온갖 고통을 다양한 이야기로 전해준다. 조선어 말살정책, 징발, 관동 대지진, 정신대, 친일파, 일본의 이중적 태도 등 이야기마다 무거운 주제를 끌어낼 수 있는 훌륭한 책이다.  

『윤동주』
정진구 / 산하
우리 민족을 대표하는 시인으로 가장 사랑받는 시인인 윤동주 전기문이다. 하지만 내용전개가 어설프고 어이없는 삽화 수준에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아이들 눈높이에 맞는 윤동주에 관한 다른 예쁜 책이 나와 주기만을 기다릴 뿐이다.

『몽실언니』
권정생 / 창비
권정생 선생님의 대표작으로 선생님의 생애와 연결 지어 읽으면 감동이 더 크다. 해방을 전후해  가난한 집에 딸로 태어나 엄마 아빠가 뒤엉킬 정도로 가난하고 절름발이로 고통을 겪으며 6.25라는 시대적 비극까지 겪어야 했던 몽실언니, 그 힘든 삶을 따스한 마음으로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전태일』
위기철 / 사계절
가난이 무엇인지 상상 이상의 것을 안겨 주는 책이다. ‘이렇게 가난하고 밥을 못 먹어도 인간이 살아남을 수 있구나’ 하는 놀라움으로 읽게 된다. 전태일이 죽음으로써 우리에게 말하고자 하는 것에 대해 깊이 생각하며 읽는다면 70년대 성장위주의 우리 경제가 갖는 빛과 어둠에 대해 알게 될 것이다.

『참 좋다 통일세상』
임수경 / 황소걸음
반공논리가 엄중했던 1989년 통일이 민족 과제임을 알리고자 용감하게 북녘을 갔다 온 임수경씨가 아이들을 위해 쉽고 재미나게 풀어 쓴 이 책은 읽는 것만으로도 통일에 대한 당위성에 수긍하게 된다. 특히 분단비용과 통일 비용 설명이 머리에 쏙쏙 들어 온다.  

『딱 친구 강만기』
문선이 / 창비
12살 만기라는 아이를 통해 탈북 과정의 아슬아슬함과 안타까움이 잘 묘사된 책이다. 추운 겨울 살을 에이는 추위를 무릎 쓰고 압록강을 건넌 후 인신매매단에게 어머니는 납치되고 중국의 한 가정에 숨어 살며 아무런 보호 장치 없이 갖은 수모를 다 겪는 만기네 가족, 천신만고 끝에 남한에 오기는 하지만 눈 앞에 펼쳐진 현실은 싸늘하기만 하다. 올 봄까지 탈북자 수가 만 명을 넘어선 때 더 이상 탈북자문제를 강 건너 불구경하듯 보면 안될 것이다.

『내가 처음 만난 대한민국 헌법』
이향숙 / 을파소
헌법 내용 중 일부만을 발췌해서 쉽게 설명해 놓은 책이다. 책 뒤에 부록으로 헌법 전문이 들어 있어 필요하다면 참고해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