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다운 의미의 풍요로움을 위하여
- 『녹색 시민 구보 씨의 하루』

정희원 | 논술교사 hwjung730@naver.com

대상 : 중학교 2~3학년
함께 읽은 책 : 『녹색 시민 구보 씨의 하루』(존 라이언 등 / 그물코 / 2002)
참고할 책 :
『지구를 구하는 경제책』(강수돌 / 봄나무)
『경제성장이 안되면 우리는 풍요롭지 못할 것인가』(더글러스 러미스 / 녹색평론사)
학습목표 :
1. 일상용품의 생산 과정과 그로 인한 환경문제에 대해 알아본다.
2. 개발의 논리에 묻힌 환경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는다.
3. 환경보호를 위한 실천 가능한 대안들을 일상 생활에서 생각해본다.

이 책은 원래 미국의 환경운동가들에 의해 서술된 책인데, 우리나라의 실제 소비 생활에 대한 정보를 반영하여 번역하였다고 한다. 평범한 시민 구보 씨의 하루를 들여다보면서, 우리가 아무 생각 없이 소비하는 일상용품들의 이면에 감추어진 생태학적 문제를 접할 수 있다.
도시에서의 일상적인 소비 생활을 구성하는 품목들을 중심으로 그것의 생산 과정과 그로 인한 환경적 영향을 살펴보면서, 우리는 사소한 일상용품 하나에도 전지구적인 자연파괴 과정이 뒤따르고 있었음을 알게 되면서 새삼스러운 충격을 받게 된다. 일상적으로 마시는 커피, 매일 읽는 신문, 평범한 티셔츠와 운동화, 매일 이용하는 자동차, 업무와 정보를 위해 없어서는 안될 컴퓨터, 간편한 식사로 자주 먹게 되는 햄버거, 감자 튀김, 콜라가 만들어지고 소비되는 과정에서 낭비되는 자원과 에너지에 대해 알게 된다.
이 책의 덕목은 그러한 일상용품들의 생산과 소비에 대한 숨겨진 과정들을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그에 대한 대안으로 자발적 가난을 권하고, 일상 생활 가까운 곳에서 시작할 수 있는 작은 실천들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수업을 통해 일상 생활 속에서의 작은 실천으로부터 문제가 바뀔 수 있다는 인식을 갖고, 가능한 대안들을 찾아보는 노력을 해 보고자 한다.

생각열기

⋅다음 신문 기사를 읽고 느낀 점을 말해 보자. 유럽의 도시들이 자전거를 이용해서 친환경적인 생활을 어떻게 실천하고 있는지 읽어 보자.

파리 ‘자전거 혁명’ 전세계로 쌩쌩
세계 주요 도시가 프랑스 파리의 ‘벨로뤼시옹’(자전거 혁명) 배우기에 나섰다.
지난 7월 15일 시작된 파리의 공공 자전거 길거리 대여 서비스 ‘벨리브’(자전거+자유)는 석달여만에 연 인원 600만명 이상이 이용하는 대성공을 거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에 자극받은 미국 시카고, 러시아 모스크바, 스위스 제네바, 오스트레일리아 시드니, 영국 런던 등이 파리를 본따 비슷한 서비스 도입을 타진하고 있다고 독일의 <슈피겔>이 최근 보도했다. 자전거는 친환경적인 데다, 대도시의 교통혼잡을 풀어주는 해결사로 갈수록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다른 도시가 주목하는 것은 값싸고, 편리한 벨리브의 서비스 방식이다. 실제 독일 베를린, 프랑크푸르트 등도 자전거 대여 서비스를 실시했지만, 전화로 신청을 해야 하는 등 불편해 벨리브와 같은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다.
벨리브는 1유로(약 1300원)를 내면 하루, 5유로를 내면 1주일을 이용할 수 있다. 29유로를 내고 1년짜리 카드를 만들면 첫 30분까지는 무료다. 또 파리 곳곳에 750개 자전거 대여소 어느 곳에서나 바로 빌려, 아무 대여소에나 반납하면 된다. 올해 말까지 대여소는 1460곳, 대여 자전거는 2만대로 늘어날 예정이이다. 석달여만에 약 10만명이 1년짜리 카드를 끊었고, 각 자전거가 하루 평균 10회씩 이용되고 있다. 지하철역에서 사무실 출퇴근, 점심 시간 나들이, 관광용, 장보기 등 교통수단으로 톡톡히 한몫을 하고 있다.
한편, 지세드코라는 광고회사는 파리시에 자전거 대여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신, 파리 1628개 야외 광고판 운영권을 얻었다. 이 회사는 자전거 한 대당 한해 2500유로의 운영비용이 들지만, 10년간 총 6억유로의 광고수입을 기대하고 있다.
- <한겨레> (2007/11/05)

- 우리나라에서는 자전거 타고 다닐 길이 없어요.
- 차 때문에 위험하다고 못 타게 해요.
- 우리나라도 이런 제도가 있으면 좋겠어요.
- 송파구에서 했다던데 자전거가 다 없어졌대요.
- 우리나라 사람들은 공용으로 지켜야 하는 거 잘 못하는 거 같아요.

⋅송파구에 ‘노란색 양심자전거’라고 기증된 자전거가 200대 있었는데 관리도 안 되고 사람들이 가져가서 개인적으로 자기 것처럼 쓴다고 하더라. 시민의식의 부재라고 할까. 그리고 우리나라는 자전거 전용도로가 잘 짜여져 있지 않아서 자전거 이용에 힘든 점이 많다고 해. 앞으로 자전거 전용도로를 확충하고 제도적으로 공용 자전거를 이용하는 시스템을 보완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지? 그럼 읽어온 책 『녹색시민 구보씨의 하루』 내용을 먼저 살펴보면서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일상용품들이 어떤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담고 있는지 알아보자.

펼치기

1. 내용 분석
- 구보 씨의 하루를 살펴보면서 그가 이용하는 일상용품이 생산되고 소비되는 과정을 따라가 보자. 각자 품목을 정해서 그 경로를 그림으로 그려 봐도 좋고, 표로 설명해도 좋겠다.

▷ 티셔츠 _수진이가 정리함

재료및 공정원료 영향1.폴리에스테르 한두 스푼 정도의 석유(인도네시아) *폴리에스테르 무게의 약 4분의 1에 해당하는 질소, 유황 산화물, 탄화 수소, 먼지, 일산화탄소, 그리고 중금속을 대기 속에 방출 → 호흡 곤란, 심장과 폐질환, 면역 체계 파괴
*폴리에스테르를 만드는 것은 그 무게의 10배에 해당하는 이산화탄소를 방출 → 대기 중에 온실효과를 일으켜 지구의 기후를 불안정하게 한다.2.면목화(중국 허베이 평원)*강한 살충제로 훈증 소독된 땅에서 경작. → 빗물과 함께 강으로 흘러들어간다.
*제초제로 들판을 뒤덮는다. 왜냐하면 면화 묘묙과 경쟁하거나 해를 입힐 가능성이 있는 잡초들을 제거하기 위해서. → 지렁이 같은 지중생물 제거
*유기 인산염 계통의 살충제
*고엽제 : 하얀 목화 솜에 얼룩이나 반점이 남지 않도록. → 절반 이상의 고엽제는 근처 들이나 냇가로 간다.
*목화씨로부터 섬유질 분리, 남은 부분은 요리용 기름과 가축 사료3.염료들면과 폴리에스테르 실을 섞어 만든 직물(칭다오 제사 공장, 방직 공장)*면과 폴리에스테르 실을 섞는 과정에서 마찰을 줄이기 위해 광물성 기름 뿌려짐.
*직물 제조 과정 끝나면 기름 닦아내고, 직물을 표백하고, 염색하고, 염소, 크롬, 방부제 등과 ㅏ같은 화학 물질들로 마무리. → 직물에 뿌려진 염료의 3분의 1은 물에 씻겨 내려감.4. 바느질직물을 자르고 바느질(칭다오의 의류 봉제 공장)완성된 셔츠는 한국의 인천항으로 수송.→서울 근교의 창고→도심의 백화점5.세탁커피가 묻은 셔츠*천연가스를 태운 불꽃으로 데운 섭씨 60도로 데워진 물로 세탁.  고농축 폴리에틸렌 병에 들어있는 가루 비누와 표백제가 얼룩 제거.→흘린 커피, 세탁 세제, 표백제는 하수도로 흘러감.
*전기 건조기로 물기 제거 →빨래를 할 때보다 두 배 가량 더 에너지 사용.
*티셔츠가 환경에 끼치는 가장 큰 영향은 바로 세탁 과정-세탁하고 건조하는 것은 생산할 때보다 약 10배 가량의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대안 - 빨랫줄 이용하여 햇빛에 말리기녹색 시민들이 해야 할 일*세탁물이 가득 찼을 때에만 빨래하기.
*에너지와 물을 적게 쓰는 세탁기 구입.
*몸을 따뜻하게(/차게) 만들기
*중고 상점에서 옷 사고 팔기
*유기농으로 지은 면제품과 염료를 사용하지 않은 면제품 사용.
*환경 친화적인 농업을 확산시키기 위해 일하는 단체 지원하기
☞ 같은 방식으로 컴퓨터, 신발 등도 정리하였다.

2. 느낀 점, 생각한 점 이야기하기
- 책 내용 중에서 왜 쌀을 수입하면 안 된다고 할까? / 어떤 채소를 먹어야 할까? / 고기를 먹으면 정말 힘이 세질까? / 왜 자전거보다 자동차가 더 많아질까? / 상품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등을 읽은 느낀 점을 각각 말해보자.

학생: 우리 땅에서 난 쌀을 먹어야 할 거 같아요.
교사: 많은 사람들이 한미 FTA 체결을 반대하는 이유 중에 이런 요인도 포함된단다. 식량이 무기화되면 기본적인 생존조차 위협받는 결과가 올 거라고 걱정하는 거야.
학생: 유기농 야채를 먹는 게 좋을 거 같긴 한데요. 보통 야채보다 많이 비싸지 않나요?
교사: 그러니까 유기농 제품의 가격이 낮아질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겠지. 직거래를 하거나 건강을 위해 직접 재배해 먹는 방법도 있을 테고. 선생님도 생각을 안 하는 건 아닌데 주말에 작은 텃밭 하나 가꾸는 일조차 쉽지 않더라.
학생: 배스킨라빈스 아이스크림 안 먹을래요.
학생: 자동차 회사와 정유 회사가 자꾸 자동차를 이용하게 만드는 건가요?
교사: 자동차를 이용하게 하는 생활양식이 도입되어 많은 사람들이 자꾸 자동차를 이용한 생활을 하게 하는 점도 있지. 대형할인마트도 차를 타고 가야 하고, 자꾸 도로를 정비하고 확장해서 더욱 편리하게 이용하도록 돕기도 하잖아. 그렇다면 자동차를 무조건 못 타게 하면 될까? 일상 생활 중에는 자동차를 안 타도 불편하지 않게끔 우리 삶의 많은 부분이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약간의 불편이라면 우리 건강과 모두를 위해서 감수해야 할 부분도 있지 않을까?

3. 우리 생활 돌아보기
- 일상 생활을 하면서 어떤 물건들을 소비하고 있는지 살펴보고, 그 안에서 우리가 개선할 점은 어떤 것들이 있을지 생각해 보자.

▷ 패스트푸드
학생: 사실 전 햄버거, 감자 튀김, 콜라 이런 거 되게 좋아하거든요. 제가 좀 뚱뚱하잖아요, 그래서 먹으면 안 좋다고 생각은 하는데 친구들하고 먹으러 가면 그냥 먹게 돼요. 그리고 다른 거 먹을 것도 별로 없어요.
교사: 그래, 우리 햄버거, 감자 튀김, 콜라에 대해 먼저 생각해 보자. 햄버거는 어떻게 만들어져 있지?
학생 : 두툼한 빵 사이에 고기와 야채, 치즈 같은 재료가 들어가 있어요. 어떤 것은 한 입에 다 먹기도 힘들어요.
교사: 그 고기와 야채, 치즈, 케첩 등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읽었지? 너희들 말처럼 친구들하고 간단히 먹고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으로 그런 패스트푸드점이 좋기도 하지. 그렇지만 그렇게 먹는 중에 우리가 잃게 되는 것들은 없을까?
학생 : 건강을 잃게 돼요. 뚱뚱해지고요.
교사: 그런 점도 있지. 그런 햄버거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사용되는 복합 사료들, 인공 감미료, 당분 등은 분명 건강에 좋지 않아. 그리고 그런 제품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수많은 소가 길러져야 하고, 그에 따른 쓰레기가 생기겠지. 자연스럽지 못한 생산 과정이라고 할 수 있을 거 같다. 감자 튀김도 그렇겠지. 화학 비료와 농약을 써서 만들어진 감자들과 냉동 과정에서 생기는 환경 오염을 걱정해야 되겠지.

▷ 컴퓨터
교사: 먹는 것만큼 우리 생활에 깊숙하게 자리하고 있는 컴퓨터에 대해서도 한번 생각해 보자. 집에 컴퓨터 없는 사람?
학생들: …….
교사: 그래, 요즘은 컴퓨터가 일상 생활에서 큰 자리를 차지하지. 더구나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도 컴퓨터 보급이 잘된 나라 중 하나야. 각자 가지고 있는 컴퓨터가 얼마나 된 건지 알고 있니?
학생들: 저희 집은 1년쯤 된 거 같아요. / 전 올 봄에 새로 사주셨어요. / 우리 집에는 컴퓨터가 두 개나 있어요.
교사: 이 책을 읽으면서도 생각했겠지만 우리가 컴퓨터를 사용하면서도 에너지를 많이 낭비한다는 생각을 했어. 나도 일하다가 잠시 쉴 때나 잠깐 나갈 때는 그냥 켜둘 때가 있거든. 너희는 어떻게 사용하니?
학생: 주말 아니면 근처도 못 가요.
학생: 숙제 핑계 대고 잠깐씩 할 때도 엄마 때문에 오래 켜둘 수가 없어요.
학생: 저도 친구들하고 채팅할 때 그냥 계속 켜둘 때가 많아요. 켜둔 채로 친구가 들어오면 이야기하고 그러거든요. 이 책을 읽으면서 좀 찔렸어요.
교사: 컴퓨터 자체가 다양한 원료와 화학 물질로 이루어졌다고 하지. 생산 과정에서 유독 물질에 의한 위험도 있고, 그에 따른 환경 오염도 골치 아픈 문젯거리라고 해. 그렇지만 컴퓨터를 사용하지 않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지. 어떻게 하면 환경 오염을 덜하고 에너지의 낭비를 줄이는 생활을 할 수 있을까?
- 꼭 필요한 것만 인쇄해요.
- 안 쓸 때는 꺼야지요.
- 가능하면 오래 써요.

교사: 그래, 방금 한 말들을 지킬 수 있도록 노력해 보자. 그런데 사실 이런 이야기는 초등학교 때부터 계속 해온 이야기가 아니니?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이 책에 나오는 이야기도 아주 몰랐던 사실만은 아닐 거야. 그런데 왜 이런 일이 반복되는 것일까?

▷ 자연 거름을 쓰고, 토종의 씨앗을 써서 농작물을 재배하는 것이 좋다는 것을 알면서도 하지 않는 이유는 뭘까?
- 화학 비료를 쓰게 하려고요. 미국에서 만든 화학 비료를 우리에게 팔기 위해서요.
- 많이 생산해서 돈을 벌려구요.
- 환경이 오염되면 어떤 피해가 있을지 생각 안해서요.
- 선진국이 후진국에 공장을 짓는 것은 자기 나라는 오염시키지 않으려는 거 아니에요? 너무 치사한 거 같아요.

▷ 우리가 만들어서 우리가 쓰면 되는 물건들도 먼 나라에서 사들여오는 건 왜 그럴까?
- 더 싸니까.
- 그래야 우리도 수출하니까 그러는 거 아닌가요?
- 우리나라보다 싸게 만들 수 있는 나라에서 사오면 더 절약되니까 그러겠죠.

교사: 커피나무를 심기 위해 콜롬비아의 숲 생태계가 파괴되고, 펄프를 생산하기 위해 울창한 숲이 벌목되는 것도 무조건 개발해서 싸게만 공급하면 된다는 생각 아닐까? 제조 과정에서 유독성 화학 물질을 쓰면서 그로 인한 생태계의 파괴는 나 몰라라 하는 것 때문에, 결국 우리 삶 전체가 위협받게 된다는 것도 현재의 이득 앞에서는 먼 얘기일 뿐이야. 이 책의 결론을 보면 '흔적을 남기지 마시오'라는 말이 나오지. 이게 무슨 말일까?
- 가능하면 흔적을 남기지 말고 최소한으로 쓰라는 말인 거 같아요.
- 124쪽에 보면 ‘자원 소비를 줄이고 삶의 참된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생활 양식을 변화시키지 않는다면 세계적인 생태학적 재앙을 막을 수 있는 가능성은 희박하다.’라고 되어 있는데요, 그 말이 맞는 거 같아요.
- ‘자발적 가난’을 실천하라는 말도 있어요. 작은 소비가 더 큰 행복을 가져올 수 있다는데 적게 쓰고, 꼭 필요한 만큼만 사용하라는 거 같아요.
- 많이 쓰고, 새로운 것을 쓴다고 행복한 건 아니라는 말인가요?

교사: 물질의 결핍으로 불행을 겪는 경우도 있겠지만, 가령 돈이 없어 학교를 다닐 수 없다던가, 병원비를 못 내서 치료를 못한다거나 한다면 불행하겠지. 그렇지만 돈이 많고 물건을 많이 소유해서 그만큼 더 행복하다고 할 수는 없지 않을까. 사람이 사람과 만나고 서로 소중히 여기는 삶을 추구하면서 더 행복함을 느낄 수 있는 삶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마무리

교사: 지금까지 우리가 우리 주변에서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물건들이 어떻게 생산되고 소비되는지 살펴보고, 그 과정에 쓰이는 자원들, 버려지는 것들, 그로 인한 환경 오염과 자원의 낭비들을 알게 되었지. 하지만 자발적 가난을 실천한다는 작은 행동들이 뭐 그리 큰 대안이 될까 의심스러운 생각도 들 거야. 그런 일들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
- 사실 저도 그런 생각이 들어요. 저 하나 아끼고 그런다고 뭐가 달라질까 싶어요.
- 그렇지만 그래도 알고 있는 사람들은 그렇게 하려고 노력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저도 잘 안되지만요.
- 누구 볼 거 없이 나부터 하면 되는 거 아닌가요? 누가 안 하니까 나도 안 해서 자꾸 안 되는 거 같아요.

교사: 그렇지. 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들이 알고 실천하는 작은 힘들이 모여 자꾸 생각이 커져 가면 큰 힘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이 책 외에 『경제성장이 안되면 우리는 풍요롭지 못할 것인가』라는 책 중에서 4장 「제로성장을 환영한다」를 읽어보면 좀 더 진전된 생각을 해볼 수 있을 거야. 그 부분을 읽고 느낀 점을 이야기하는 것으로 이번 수업을 마무리하도록 하자.  

여론조사에서도 앞으로는 물질의 풍요보다는 마음의 풍요를 찾아야 한다는 대답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받는 돈이 줄어들더라도, 자기 시간을 얻을 수 있다면 그쪽을 선택하겠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그렇게 하고 싶다는 사람이 늘고 있습니다. 지금보다 적게 받더라도 일하는 시간을 줄이고 자유시간을 더 갖고 싶다는 의견도 상당히 많다는 뜻입니다. (중략) 그런데 왜 그렇게 바뀌지 않는 것일까요?
경쟁사회를 지탱하고 있는 기본적인 감정은 두려움이라고 나는 생각합니다. 암묵 속에 존재하는 두려움입니다. 열심히 쉬지 않고 일하지 않으면 가난뱅이가 될지 모른다, 집 없이 떠도는 신세가 될지도 모른다고 하는 공포, 혹은 병에라도 걸리면 병원에 가야하는데 그 병원비를 지불하지 못하면 어떻게 할 것이냐 라는 공포입니다. 그러므로 사고방식을 바꾸고 싶다가도 결국에는 어떻든 일을 계속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하는 개인적인 선택 쪽으로 기울어집니다.
그런 공포가 있다는 것은 사회의 안전구조가 약하기 때문입니다. 경쟁사회란 기본적으로 그런 구조입니다. 즐겁기 때문에 일을 한다 혹은 계속한다고 하기보다, 목이 잘리면 나는 어떻게 되나 하는 공포가 경쟁사회의 원동력입니다. 공포가 사회를 움직이고 있습니다.
공생사회라든가 상부상조의 사회를 실현하고,  그 어떤 이도 빠짐없이 서로 뒤를 돌보아주는 그런 의미의 안전이 보장된 사회라고 한다면, 그 두려움은 크게 줄어들 것이 틀림없습니다. 그런 두려움이 줄어든다면 건전한 제로성장의 사회는 가능해지지 않겠습니까.
제로성장을 환영한다는 것은 소극적인 정책이 아닙니다. 배를 예로 들어 말하면 엔진을 끄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라는 겁니다. 그게 아니라 경제성장보다도 훨씬 재미있는 프로젝트를 적극적으로 추구해 간다는 뜻입니다. 물질만의 풍요가 아니라 참다운 의미의 풍요를 추구하는 사회, 그리고 정의에 바탕을 둔 사회를 어떻게 만들 것이냐는 겁니다. 경제성장 사회와는 크게 다른, 훨씬 재미있고 신나는 역사적인 프로젝트를 추진한다는 뜻입니다.
- 『경제성장이 안되면 우리는 풍요롭지 못할 것인가』(더글러스 스미스 / 녹색평론사)

마치며

학생들과 수업하면서 갖게 된 의문이 두 가지 있었다. 눈앞에 보이는 환경 문제에 대한 미시적인 작은 실천들이 과연 얼마나 의미가 있는가, 그리고 환경 문제가 우리 삶을 위협할 수 있다는 점을 알면서도 왜 개선되지 못할까 하는 점이었다.
우리가 현상적으로 보게 되는 환경 문제는 사실 단순한 것이 아니었다. 재활용품을 분리수거하고, 쓰레기를 줍고 전기나 석유를 아껴 쓰는데 그쳐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구보 씨의 하루를 따라가면서 살펴본 우리 주변의 환경 문제의 이면에는 놀랍게도 전 세계적인 경제 성장 이데올로기가 버티고 있었다.
한정된 자원을 가진 지구에 살면서 우리는 무한한 경제 성장을 꿈꾸고 있고, 풍요로운 나라는 가난한 나라로부터 풍요로움을 수입하고 있다. 계속적인 성장을 추구하면서 우리는 원하든 원하지 않든 과잉 생산과 과잉 소비에 노출되어 있고, 우리 삶의 방식을 돌아보지 못하고 있다. 환경문제를 비롯한 현대 사회의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치적인 해결이 필요할 것이라 생각한다. 성장이 아닌 분배에서 답을 찾고, 무한 경쟁을 유도하는 세계 경제 시스템에서 벗어나 제로 성장을 환영하여 참다운 마음의 풍요를 찾아야 할 것이다. 경쟁 사회를 지탱하는 두려움에서 벗어나 공생 사회, 상부상조의 사회를 실현하기 위한 사회적인 안전망이 구축된다면 참다운 의미에서 풍요롭고,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어갈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그런 사회를 추구하는 과정을 잠정적으로 ‘대항 발전’이라고 부른다. 대항 발전은 소비를 줄이고, 경제 이외의 것을 발전시키자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또 과잉 발전, 과잉 성장을 경계하고 마음이 풍요로운 사회를 지향한다. 일 자체의 즐거움을 찾고 자신에게 의미 없는 일을 줄여가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환경을 지키는 일은 우리의 삶을 지키는 일이며, 다함께 살아가는 공간에 대한 삶의 문제로 다가온다. 당위명제나 구호에 그치고 마는 실천 방안은 결국 공허할 뿐이다. 따라서 현대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성장 논리를 반성적으로 되돌아보고, 환경 문제를 구체적인 우리 삶의 문제로 인식한 후 그러한 문제의식이 반영된 정책을 만들어나가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라 수업을 마무리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