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보험 민영화라는 두려운 미래
- <식코(SICKO)>

전영경 | 논술교사 think-jeon@hanmail.net

대상: 고등학생
영화: <식코> (다큐멘터리, 드라마 / 감독 마이클 무어 / 미국 / 12세 이상 관람가 / 123분 / 123분 / 2008년 개봉)

이 영화의 오프닝 장면은 굉장히 충격적이다. 무릎이 찢어졌는데도 병원에 갈 수 없어 바늘로 자신의 무릎을 꿰매는 사람, 그리고 두 개의 손가락이 절단되었는데도 돈이 없어 한 개는 붙이고 한 개는 매립지에 묻어야 하는 사람의 이야기가 시작부터 관객의 눈을 붙들어맨다. 이렇게 식코(SICKO)는 의료보험을 들지 못한 사람들, 보험에 들어있는데도 불구하고 보험료 지급을 거절당하는 사람들, 그리고 9.11 자원 봉사로 건강이 나빠졌는데도 국가치료를 거부당한 사람들에 대한 다큐멘터리다.
‘보다 나은 의료기술과 서비스’를 위해 미국에서 추진된 의료보험 민영화는 결국 소수 상층민을 위한 것으로, 돈 없는 서민이 아픈 것은 모두 자신의 책임으로 돌아간다. 국민을 위해 최소한의 정부 개입으로 자율적인 시장경쟁을 허용하는 척 하면서 정작 정부 당사자들은 자신들의 이익추구에만 눈이 멀어 서민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사람들은 의료보험 민영화를 자연스러운 일로 여긴다. 정부는 언론 매체를 동원하여 사회주의적 제도가 국민을 위험에 처하게 하며 가난하게 만드는 것과 다르게, 자본주의적 제도는 국민에게 자유를 주고 부자로 만들어 준다고 강조한다. 가장 선진화되었다는 미국에서 의료보험으로 많은 돈을 벌고 있는 정치 세력이 레드 콤플렉스를 동원해 언론플레이를 하고 있기 때문에 국민은 보건복지가 국가정책이라는 생각을 하지 못하는 것이다. 007 영화에 대한 미련을 아직도 버리지 못했는지, 레드 콤플렉스가 아직도 미국에서 먹힌다는 사실이 새롭기만 하다.
자유를 존중하자, 신자유주의 시대에 맞추어 의료보험시장의 경쟁력을 강화시키자, 고령화 사회로 정부가 의료보험 재정 수요를 감당할 수 없다, 한미 FTA에서 의료보험 시장을 차지하기 위한 미국 측의 강력해지는 요구를 피하기 어렵다 등이 당연지정제 폐지를 주장하는 요인이다. 그러나 대개 민영화는 공적인 이익이나 이데올로기보다는 실용성을 중시하는 경제논리에 따라 추진된다. 특히 민영화가 정부 재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추진되는 경우, 시장의 효율성 창출보다는 기업의 독점 출현으로 이어져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복지국가 예산 마련이나 정부 재정 적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통신, 항공, 가스, 철도 등에서 급진적으로 민영화를 추구했던 영국도 실패를 맛보아야 했다.
자본주의 경제에서 부의 분배는 소득의 분배보다 더 불평등하다. 인간의 노동력도 타고난 능력의 차이와 교육에 의해 생산력에서 큰 차이가 난다. 이러한 부와 소득의 불평등은 많은 빈민을 생산한다. 분배의 불평등으로 빈민은 기본적인 생계유지도 어려운 경우가 많다. 그러나 모든 사람은 인격을 가진 소중한 존재이기 때문에 경제적 능력에 상관없이 인간이라는 이유만으로 기본 생활을 영위할 수 있어야 한다.
‘식코’란 아픈 사람을 뜻한다. 이 영화를 보다 보면 현대 사회에서 육체가 병드는 문제보다 그것으로 인해 정신마저 병들어 가는 우리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서글프다. 마이클 무어가 영화를 통해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은 무엇일까? 자, 이제 너도 나서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1차시

◇ 수업 목표:
․ 영화를 보며 사례를 메모할 수 있다.
․ 영화를 감상하고 나와 연결하여 생각할 거리를 찾아 이야기할 수 있다.

식코는 일반적인 다큐멘터리 영화와 다르게 개인이나 국가별로 다양한 사례를 제시하여 아이들이 재미있게 보긴 하지만, 워낙 많은 사례가 등장하기 때문에 보고 난 후 정확한 내용을 근거로 들어 구체적인 이야기를 나누기 어렵다. 그래서 영화를 보며 영화에 나오는 아픈 사람들을 아픈 증상과 보험사의 대응방식 그리고 각 국가별 의료보험 형태로 메모하여 정리하기로 했다.

1. 개인별 사례: 아픈 사람들과 보험사의 대응 정리
아픈 사람원인아픈 증상보험사의 치료 여부보험사의 이유

<아이들이 작성한 표> ※ 칸을 비워 놓은 부분은 영화에 나와 있지 않음

(표는 여기서 생략합니다.)

2. 국가별 의료보험 형태

(표는 여기서 생략합니다.)

3. 영화 내용 정리

다음은 표에 정리된 내용을 근거로 하여 영화내용을 정리하여 보기로 했다.
개인별 사례를 보면 미국의 불행은 개인과 기업간의 문제인 것처럼 보인다. 개인은 병이나 사고에 대해 보장을 받으려 하고 기업은 어떤 이유로든 최대한 이윤을 남기려 하여 결국 민영화된 보험시장에서 마찰을 빚기 때문이다. 그러나 9.11 자원봉사자에 대한 처우나 국가별 사례를 보면 단지 개인과 기업의 관계가 아닌 국가 태도, 즉 제도의 문제인 것 같다. 실제 영국이나 유럽을 뛰어다니며 ‘돈은 누가 지불하냐?’고 묻는 마이클 무어에게 들려온 대답은 한결같이 ‘의료보험이 있으니까’였다. 약값을 대기 위해 늙어서도 일을 해야 하거나 밤에 잠도 못자고 두세 가지의 직업을 가지면서도 병에 걸리면 자식들에게 빚더미를 물려주어야만 하는 미국과 대조적이다. - 미국의 정치인들은 두세 가지 직업을 가지는 국민들을 개인의 능력을 발휘하는 기회를 보장하는 것처럼 선전하기까지 했다. - 이러한 현상은 국민 건강에 대한 국가의 관점에 따라 제도가 형태를 달리 하기 때문이다. 결국 국민건강보험은 우리가 지켜야 하는 것이다. 전 영국의회 의원 토니 벤과의 인터뷰가 그것을 뒷받침한다.

“민주주의야말로 세상에서 제일 혁명적인 것입니다. 사회주의자들의 혁명이나 그 누구의 생각보다도 말입니다. 주권이 있으면 그걸 공동체의 필요를 위해 쓸 수 있는 것입니다. 자본주의에서 흔히 말하는 이 선택이라는 개념은 늘 같습니다. “뭐든 하나 골라라.”라는 거죠. 하지만 이 선택이란 건 선택의 자유가 보장되고 볼 일입니다. 만약 누가 빚꾸러기가 되면 그 사람에겐 선택의 자유가 없지요.“
“평범한 직장인이 빚에 몰리면 체제는 이득을 볼 텐데요?”
“맞습니다. 빚을 진 사람은 희망을 잃고 절망한 사람들은 투표하지 않으니까요. 자, 그들은 늘 온 국민이 투표할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렇지만 제가 보기에는 만약 영국이나 미국의 가난한 사람들이 모두 들고 일어나서 자신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후보들에게 표를 던지면 민주투쟁이 될 것입니다. 그러니 그들은 그런 일이 없도록 국민들이 계속 절망하고 개탄하도록 하는 거죠. 국민을 통제하는 길은 두 가지가 있다고 봅니다. 첫째는 공포를 주는 것이고, 둘째는 질서를 문란하게 하는 것입니다. 교육받고 건강하고 자신감 넘치는 국민은 휘어잡기가 더 어렵습니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을 대하는 특별한 자세가 있지요. 저 사람들은 배워도 안 되고 건강해도 안 되고 사기충천해도 안 된다. ‘망치가 가벼우면 못이 솟는다.’라고요. 인류의 상위 1%가 세계의 80%의 부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기가 막힐 노릇은 사람들이 그걸 참는다는 것입니다. 그들은 가난하고, 어지럽고, 겁을 먹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자신들의 최선이란 시키는 대로 일하며 소박한 꿈이나 꾸고 사는 것이라고 믿고 살아갑니다.”

민영화를 추진하여 제약회사나 보험회사 등 기업의 자율권을 준 미국을 보면 미국 내 서민의 건강에 대한 평등권은 보장할 수 없었다. 그러나 민영화를 하지 않은 캐나다나 영국, 프랑스는 국민 건강에 대한 평등권을 지킬 수 있었다.
의료보험의 민영화로 인한 불평등과 불공정성을 없애기 위해 국가는 건강보험을 실시하여야 한다. 건강을 잃는 것은 개인에게 기회의 균등을 빼앗는다. 뿐만 아니라 사회의 도덕윤리를 붕괴시킨다. 보험회사들에게 보장된 자율은 지나친 이윤 경쟁으로 치달아 의사와 같은 전문인, 정치인과 같은 공직자의 도덕 윤리마저 붕괴한다. 의사는 환자 치료보다는 환자의 치료거부 실적으로 능력을 인정받으며, 정치인은 공익보다 부정한 사적 이익 추구가 당연하게 여겨지기 때문이다. 결국 경제적인 약자들은 건강에서마저 소외된다. 이들을 보호해야 하는 것은 국가다.
처음에는 메모를 귀찮아하던 아이들이 영화 중반부에 이르니 메모를 하면서 보니까 사례가 많아 영화를 이해하기 쉬운 것 같다고 웃는다.
그렇다면 영화와 관련하여 생각해볼 문제는 무엇이 있을까?
의논 끝에 민영화 실패 사례는 무엇이 있을까, 미국은 왜 많은 문제가 일어나고 있는데도 계속 의료보험 민영화를 실시하고 있을까, 우리나라의 의료보험은 어떠한가, 의료보험 민영화가 우리나라에 적합한가 등에 대해 간단하게 조사하여 생각해 보기로 했다.

2차시

수업 목표:
․ 생각해 볼 문제를 바탕으로 의료보험 민영화에 대해 토론할 수 있다.
․ 자신의 생각을 글의 형식에 제한 없이 글로 표현할 수 있다.

일주일이 지난 뒤라 아이들은 이야기를 나누며 영화 내용을 회상해 보았다. 아래는 아이들이 회상한 내용이다.

미국의 의료보험은 프랑스나 영국의 의료보험과는 달리 국민의 건강이나 생명이 아닌 돈만 추구한다. 미국의 각종 치료비나 수술비는 대부분 보험의 혜택을 받지 못한다. 그래서 미국의 서민들은 개인이 부담해야 하는 비싼 치료비에 절망한다. 설혹 운 좋게 보험회사에서 돈을 지불할지라도 각종 이유를 들어 다시 강탈해간다. 보험회사의 민영화로 의사나 보험회사들은 위급한 서민을 도와주는 대신 정치적 로비와 최소 경비로 최대 이윤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과 달리 영국, 프랑스 등은 국가 보험으로 국민의 치료비를 개인이 부담하지 않는다.
9.11 자원봉사자들도 미국 의료보험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개인이 치료비용을 부담하고 있다. 보험회사의 민영화는 갖은 핑계를 들어 지불을 거부하며 돈이 없는 환자들을 거리에 내다 버리며 물질만을 추구한다. 자신의 몸집 불리기에만 급급하다.
마이클 무어는 9.11 자원봉사자 및 각종 의료보험 피해자들을 데리고 테러범을 수용하고 있는 관타나모로 가서 치료를 요구한다. 그러나 거절당하고 ‘마왕이 살고 있다’는 공산주의 국가 쿠바로 가 무료로 의료 서비스를 받고 약까지 타서 돌아온다.
그 후, 마이클 무어는 자신의 안티 카페 운영자 부인이 암에 걸려 치료비용을 마련하느라 카페를 운영할 수 없게 되자, 무기명으로 돈을 지원해 주기도 한다.

지난 시간에 생각해 볼 문제에 대해 조사해온 것으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이들이 수행평가와 시험일정에 쫓겼기 때문에, 조사한 것을 정리해오게 하지는 않았다. 아이들이 나눈 이야기를 정리해 보았다.

먼저 민영화의 경우, 처음에는 서비스 개선과 경제적 효율성을 들어 추진하지만 기업의 이윤 추구로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실패 사례를 찾아보면. 영국의 경우, 처음에 흑자를 내던 통신․항공은 현재 운영난을 겪고 있으며, 1993년 민영화되었던 철도는 상습적인 지연 발착, 잦은 사고, 불결한 객실, 비싼 운임료 등이 문제가 되어 다시 국영화되었다. 멕시코의 철도 역시 돈이 안 되는 곳은 운행되지 않고 있으며 돈이 되는 구간만 비싼 요금으로 운행되고 있다. 볼리비아의 경우, 1999년 미국의 벡텔에 상수도를 넘겨주었는데 수도요금이 3배로 뛰었다. 게다가 강수량이 줄어든다는 이유로 자신의 지붕 등에 고이는 물을 받아먹는 것도 금지하는 내용의 법안이 추진되었다. 결국 가난한 지역의 아이들이 물을 기르기 위해 악어가 서식하는 지역에 물을 길러 가다가 사망하는 사고들이 발생한 것을 계기로 민중봉기가 일어나 다시 수도는 국영화하였다. 한편 물이 풍부한 프랑스조차 상수도 민영화로 수도요금이 1.5배 뛰었다.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지역은 민영화 후, 잦은 단수에 수돗물에서 독성 박테리아가 쏟아져 나오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식코와 관련하여 우리나라의 의료보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우리나라는 건강보험으로 당연지정제이다. 건강보험은 나라에서 운영하며 태어날 때부터 가입되는 법적으로 강제되는 보험이다. 당연지정제란 모든 병원이 건강보험과 계약하여 거래하도록 강제적으로 정해놓은 제도이다. 모든 병원은 건강보험에서 정해놓은 가격을 받아야 한다. 여기서 ‘건강보험이 돈을 많이 주려고 하지 않으므로 남보다 좋은 기술이나 의료시설을 해도 원하는 만큼 돈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애써 노력하지 않는다. 그래서 당연지정제를 폐지하여 의사나 병원 간에 경쟁을 하게 하여 우리나라의 의료기술과 의료여건을 발전시키자’는 주장을 하게 되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보다 오랫동안 많은 돈을 들여 더 열심히 공부하였는데 투자한 만큼은 보상을 받아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그래서 내과나 외과 같은 필수 진료과목보다 건강보험과 관계가 적은 피부과나 성형외과로 몰리는 것이 아닐까.
그러나 당연지정제를 폐지하면 의사들도 더 좋은 병원으로 가려고 하고 돈이 있는 환자들도 실력 있는 의사가 많고, 시설도 좋은 병원으로 가려고 할 것이다. 결국 그런 일이 반복되면 건강보험은 있으나마나 할 것이다. 병원의 진료비나 치료비도 많이 오를 것이다.
건강보험 덕분에 우리도 시설이 좋은 병원이나 유명한 의사를 만날 수 있었다는 것을 몰랐다. 약 30% 미만인 미국의 의료보험사 지급률에 비해 우리나라 건강보험의 지급률은 90%가 넘는다. 그래서 건강보험을 정부가 하는 것 같다.
생각보다 어른들은 자신들이 가입한 보험에 대해 잘 모른다. 새로운 상품도 많고 들어도 복잡하고 어려워 잘 모르겠다고 하시는 경우도 많다. 그러니 미국 사람들처럼 우리도 규정을 모르고 비싼 보험료 내고 지불을 거부당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고령화 사회로 건강한 젊은 세대보다 나이 많은 세대가 더 많다. 따라서 건강보험에도 들어오는 돈보다 나가야 할 돈이 더 많아지게 되므로 정부는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의료비를 올리기만 할 수도 없으니까 민영화 방안을 검토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
얼마 전 텔레비전에서 ‘네델란드는 96% 보장하는 반면 우리나라는 64%를 보장한다. 그러나 네델란드는 개인당 월 26만원을 내는 반면 우리나라는 개인당 월 4만2천원을 부담한다. 내는 돈에 비하면 결코 낮은 보장이라 할 수 없다. 그러나 선진국에 비해 좁은 보장을 하므로 이에 대해 고민하여야 한다’는 이야기를 본 적이 있다. 잘 사는 사람들은 의료보험 민영화에 찬성하며, 돈을 적게 내면서 많은 것을 바란다고 질책한다. 소득에 따라 걷어서 필요에 따라 쓰기 때문에 잘 사는 사람들은 많은 의료비를 내는 것에 비해 혜택이 적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건강을 돌볼 수 있는 여유와 건강하다는 것에 감사해야 하는 것 아닌가? 여유가 없어 건강을 돌보지 못하고 사느라 몸이 아프게 된 것이 잘못은 아니다. 누구나 아플 수 있는 것인데 정말 뻔뻔하게 돈은 적게 내고 많은 보장을 바라는 것일까? 사실 지금도 우리 부모님은 세금이 많다고 걱정이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이런 논쟁이 있었다. 그런데 다른 나라의 경우. 기업과 정부에서 많은 부담을 하고 있었다. 우리나라는 소득액의 5%를 낸다면 2.5%가 개인 2.5%가 정부 부담이다. 그런데 소득액의 13.8%가 되는 프랑스의 경우, 개인의 부담률은 0.75%라고 한다. 가까운 대만의 경우도 소득액의 8%를 내지만 개인 부담은 2.3%이고 나머지는 기업과 정부가 부담한다고 한다. 우리도 부족한 돈은 기업이나 정부가 확충하도록 해야 하지 않을까?

지금까지 나눈 이야기를 바탕으로 하여 토론으로 이야기를 정리하도록 했다.

의료보험 민영화 토론

찬성과 반대 의견을 각각 정리한 후, 그것을 근거로 스스로 판단하여 의료보험 민영화에 대한 의견을 서너 줄로 적어보게 했다.

의견1) 건강보험의 민영화는 이루어져야 한다. 병워너은 민간보험과 계약을 맺으면 이윤을 많이 남길 수 있게 된다. 이윤을 많이 남기기 위해 병원들은 서비스를 증대시키며, 동시에 가격까지 올린다. 이로 인해 손님은 줄고, 의료 관련 노동자들의 노동 환경은 개선된다. 사람들은 돈을 더 지불함으로써 선택의 폭도 넓어진다. 의료보험을 민영화함으로써 외국의 선진 의료 기술을 도입할 수도 있다. 그래서 우리의 의료기술이 발전도리 수 있는 기회를 제공받는다. (서은혜)

의견2) 건강보험의 민영화는 고소득층과 저소득층간에 위화감을 조성한다는 점에서 큰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 또한 저소득층이 돈이 없어 의료혜택을 봇 받는 일이 생기게 되면 소득별 평균수명에서도 큰 차이를 보일 것이다. 그것은 곧 빈익빈 부익부의 심화로 가는 길이며, 사회는 상위 10% 정도의 사람들만을 이끌고 나가는 꼴이 될 것이다. 더욱이 인간의 생명을 다루는 의료산업에서 철저한 이윤추구를 목적으로 한다면 그것은 기본적인 사회의 도덕성마저 무너뜨리는 일이 될 것이다. 따라서 건강보험은 자본주의의 기본 목적인 ‘기회의 평등’을 실현해야 하며, 이것은 당연지정제로 유지될 수 있을 것이다. (김강후)

의견3) 의료보험이 민영화가 되면 대기업들이 큰 이윤을 거둬서 의료서비스의 질을 개선할 수 있다고 한다. 물론 서비스의 질이 좋아지지만 그 의료서비스를 받는 사람의 수가 적어진다. 빈곤층은 제대로 된 진료를 받지 못하고 죽어간다. 미국에서는 가난한 사람을 택시에 태워 길거리에 버린다. 아마 의료보험 민영화가 되면 우리나라도 사람들을 길거리에 버리고 말 것이다. 이것은 국민의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행위이다. 생명이 보장되지 않고서는 삶의 질이 높아질 수 없다. 먹고 사는 것에 급급해져서 다른 것에 신경을 쓸 수 없게 된다. 하지만 지금의 당연지정제는 소득의 재분배 효과로 모든 국민이 의료혜택을 받게 하고 그것은 국민의 삶의 잘을 향상시킬 수 있다. (강지연)

학생글

강지연(이화여고 1학년)
영화의 처음 장면에서 한 남자가 술을 마시고 자신의 찢어진 다리를 꿰매고 있었다. 대부분의 미국인들이 다치거나 아파도 치료비가 비싸기 때문에 병원에 가지 못 한다. 의료보험비가 비싸 가난한 서민들은 가입할 수도 없다. 건강하고 젊은 사람만이 가입할 수 있다.
미국사람들은 보험에 가입해도 이런 저런 이유로 보험금을 받지 못 한다. 계약서의 허점을 발견하거나, 예전에 곰팡이 균 병을 앓았다는 등의 이유로 거절당한다. 예상하지 못한 응급상황에 구급차량을 부르는 것도 허락을 받고 불러야 한다. 또 너무 젊은데 병에 걸려도 안 된다. 우리나라는 국민 건강보험이 있어서 모든 국민이 의료혜택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미국은 의료보험이 민영화되어 평등한 의료 혜택을 받지 못한다. 그런 미국의 현실이 안타까웠다. 아파서 고통 받으면서도 병원에 가지 못하는 미국 대부분의 국민이 불쌍하다. 병에 걸려 약이라도 계속 먹으려면 죽을 때까지 쓰레기 치우기 같은 허드렛일이라도 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 우리나라도 의료보험 민영화를 한다고 하니 마음이 착잡했다.
미국의 9.11 테러현장에 자원봉사를 나간 많은 사람들이 현장의 뜨거운 열기와 재로 인해서 기도에 화상을 입거나, 심각한 호흡기 질환에 걸렸다. 악몽으로 밤에 자는 동안 이를 갈아 손도 못쓰게 앞니가 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미국정부는 서류상의 증거를 보여주지 않으면 책임질 수 없다며 어제까지 영웅으로 모시던 사람들을 헌신짝 버리듯이 버려버렸다. 이들은 치료를 위해 집을 팔고 파산하게 된다.
두세 가지 직업을 가진 사람은 능력 있는 사람이라며 미국은 언제나 기회를 준다고 자랑한다. 하지만 그들의 지친 얼굴은 고통으로 일그러져 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들의 삶은 풍요로워지지 않았고, 더 많은 빚과 직업병에 시달리게 되었다. 아이들과 놀아도 미소가 번지지는 않았다. 보호받지 못하고 소외된 채로 절망적인 삶을 살아가는 이유를 잊어버린 채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안타까웠다.
이런 미국과는 반대로 영국과 프랑스는 모든 국민이 평등한 의료서비스를 받고 있었다. 자국민은 물론 여행중인 외국인까지도 차별 없는 치료를 받고 있었다. 물론 영국과 프랑스 시민들은 세금을 많이 낸다. 하지만 영국과 프랑스 국민은 의료서비스는 물론 교육까지 거의 무료였다. 가난해서 치료받지 못하고 교육받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도 그 혜택을 주어 기회 평등을 보장하는 소득의 재분배가 효과적으로 실행되고 있었다. 우리는 미국의 방식이 좋다고 따라가려고 한다. 의료보험 민영화가 되면 의료서비스의 질이 개선된다고 한다. 미국을 보면 민영화가 되고 그 좋아진 서비스를 누리는 사람은 극소수의 사람들이었다. 또 대기업이 벌어들인 돈은 회사 행정비용, 관리비용, 사람들의 월급과 비자금으로 모두 빠져나가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 의료 서비스의 질이 개선될 수 있을까? 아니다. 대기업은 행정, 관리, 정치 로비로 인해 빠져나간 돈 이외에는 자신들이 차지할 것이다. 더 많은 돈을 차지하기 위해 의료 서비스의 개선은 생각하지도 않을 것이다.
의료서비스의 질 개선이라는 목표로 민영화를 추진하는 것은 설득력을 잃었다. 교육제도가 이윤목적으로 운영되지 않듯 생명을 다루는 의료보험제도도 이윤목적이 되면 안 된다. 영국의 철도 민영화, 미국, 영국, 아르헨티나의 상하수도 민영화 등 민영화에 실패한 경험을 가진 나라들이 많다. 아르헨티나도 수도를 민영화한 이후로 단수가 잦아졌을 뿐만 아니라, 수돗물에서 독성 박테리아가 나오기도 하고, 새로운 하수처리장의 설치를 방치하여 도시 하수가 그대로 강으로 들어갔다고 한다. 이런 심각한 민영화 실패 사례에도 불구하고 민영화를 추진하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민영화를 추진하려는 정부에 맞서 생각만 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국민의 의견을 표현해야 한다. 개인이나 기업의 문제가 아닌 우리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밑바닥 인생을 어떻게 대하는지 보면, 그 사회를 알 수 있다고 한다. 테러범들에게 최고급 시설을 만들어주는 세계에서 가장 잘 살고 인심 좋다는 미국에서 정작 병원비를 못 낸다는 이유로 국민을 차에 실어서 길에 내버리는 모습은 도덕적 가치가 바닥으로 붕괴되는 현실을 보여주는 것 같아서 씁쓸하다.


김강후(중앙여고 1학년)
건강 보험의 민영화를 찬성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소수의 고소득층이다. 그들이 당연지정제를 폐지해야 한다고 드는 가장 큰 이유는 가장 많은 돈을 내고도 실질적으로는 큰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데에 있다. 즉, 왜 그들이 저소득층 서민들의 건강까지 책임져야 하냐는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한 가지 잊고 있는 것이 있다. 그들이 고소득을 올릴 수 있는 것은 사회에서 저소득층의 값싼 노동이 있기 때문이다. 자본을 바탕으로 고소득층이 보다 많은 혜택을 누리는데 비해 저소득층은 상대적으로 더 적은 혜택을 받으므로, 그들은 누리는 혜택만큼 사회에 대한 책임도 있어야 한다. 따라서 고소득층이 건강보험을 통해 얼마간의 규제를 받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한편, 건강보험의 민영화를 찬성하는 사람들은 개인에게 자유로운 선택의 기회를 부여 할 수 있다는 점을 또 다른 이유로 들고 있다. 이는 표면상으로는 개인에게 선택의 권리를 부여해 보다 민주적인 의사 결정을 할 수 있을 것같이 보이지만 사실 그 이면에서 보는 관점은 매우 다르다. 선택은 오직 고소득층만이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저소득층은 삶의 질을 높이거나 하는 등의 생각은 할 새도 없이 비용이 낮은 곳만을 찾아가게 될 것이다. 어쩌면 그나마 비용도 부담스러워 건강보험에 가입하지 못하는 사람이 부지기수로 늘어날지도 모를 일이다. 건강보험의 민영화는 이 같은 여러 문제점을 갖고 있기 때문에 나는 민영화를 반대한다. 가장 큰 이유는 빈곤층 서민들의 소외와 도덕성의 파괴이다. 민영화가 되면 대다수의 서민들은 의료혜택을 받기 어려워진다. 그렇게 되면 개인의 평등이 파괴될 뿐만 아니라 소득차이에 의한 계층간의 위화감이 조성되어 국가에 대한 불신까지 생길 것이다.
국민의 건강을 민간기업에 맡긴다는 것 또한 도덕성 측면에서 크게 염려된다. 더 많은 이윤을 추구하기 위해 국민의 생명을 외면하는 심각한 결과를 낳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민영화를 하지 않을 때에도 발생하는 문제점은 있다. 고소득층이나 의사, 기업의 반발이 따를 것이란 점이다. 그러나 이것은 그들이 고급병실이나 고급 서비스를 원하는 것에 대해 간섭을 하지 않는다면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도 민영화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자율성과 정부의 타율적 제재를 적절히 조화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일 것이다. 그러나 둘은 결코 대조되는 것이 아니다. 상호보완적인 관계이므로 우리 정부가 지혜로운 해결책을 내놓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서은혜(중앙여고 1학년)
민영화란 국가가 운영하던 일을 기업에 맡겨 기업들이 대신 그 일을 운영하는 것을 말한다. 어떤 일을 경쟁에 노출시켜 질이 더욱 좋아지도록 하기 위해 이루어지는 민영화는 이 자체로써는 우리에게 매우 이롭다. 그래서 나는 단순히 민영화가 우리나라에서 이루어지면 우리에게 이로운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적어도 <식코>를 보기 전까지는.
식코에서는 미국의 의료보험 민영화의 실태를 보여준다. 정부는 민영화로 이익을 많이 얻고 싶은 보험사의 뇌물을 받고 꼭 국민을 위한 것처럼 의료보험의 민영화를 선포한다. 이로 인해 부자들은 양질의 서비스와 좋은 약을 받게 되었고, 서민들은 병원비가 없어 상처 부위를 스스로 꿰매야 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정부는 국민들에게 선택을 하라며 선택의 자유를 주었지만, 서민들은 돈이 없어 선택할 수 있는 기회조차 잃었다. 이렇게 보면 자유가 항상 좋은 것은 아니다. 때로는 자율보다 타율적인 제재가 더 필요하다. 프랑스처럼 우리나라에서 국민에게 높은 세율을 요구한다면, 우리 국민들은 미국산 쇠고기 반대 시위처럼 들고 일어날지도 모른다. 나부터가 유럽의 세율을 듣고, ‘그게 무슨 민주주의야, 거의 약탈에 가까운 사회주의지!’ 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다른 나라들은 어떻게 하고 있을까? 우리 서민이 정말 염치없이 다른 나라에 비해 세금은 조금만 내고 많은 서비스를 바라는 것일까? 프랑스의 경우 건강보험료를 내는 비율이 13.8%로 5%인 우리나라보다 2배가 넘도록 높다. 하지만 프랑스는 기업의 보조가 13.1%나 된다. 그래서 실질적인 국민들의 부담은 0.75%밖에 안 된다. 반면 우리나라는 국가의 보조가 2.5% 밖에 되지 않아 실질적인 국민들의 부담은 프랑스의 3배가 넘는 2.5%나 된다. 국민이 세금을 적게 냈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는 아닌 것이다.
프랑스는 병원비는 물론이고 대학 등록금까지 무료이다. 게다가 출산시 정부에서 필요에 따라 부모를 지원하는 사람까지 집으로 보내준다. 이렇게 사람이 사는 데에 필요한 것들을 정부에서 지원해주기 때문에 프랑스의 서민들은 여가를 즐길 수 있는 여유가 있다. 반면 잘 사는 나라, 성공의 나라, 행복과 자유가 있는 나라로 알려진 미국은 충격적이게도 돈이 없는 병든 할머니를 병원에서 내쫓았다. 정부의 복지국가에 대한 견해가 국민들의 삶과 행복에 큰 차이를 보였다. 어떤 사회의 수준을 알려면 그 사회의 가장 하층민의 삶이 어떤지 보라고 하였다.
우리나라의 의료보험이 민영화되면, 원래 부자들이 냈던 건강보험료로 병을 치료할 수 있었던 서민들이 이제는 그렇게 할 수 없게 된다. 서민들의 적은 의료보험료로 질이 더 낮은 서비스와 보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삶의 질이 문제가 아니라 돈이 없어 죽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의 의료보험 제도가 안정되기 위해 국가는 더욱 합리적인 국민 건강 보험료 부과 방식을 고민하고, 기업이나 가진 사람들에 대한 세금 제도의 개혁으로 국민 건강에 대한 재정을 추가로 확보해야 한다. 이제 우리는 이러한 사실을 아는 것으로 만족해서는 안 된다. 애착을 갖고 비판적인 눈으로 보며, 적극적인 대안을 찾아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