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 독서 연계 교육 (6)
- 수학의 개념을 놀이로 이해하기

|김경분 독서지도사, 죽전 책마루 독서논술 운영|

대상: 3~4학년
함께 읽은 책:
『우리 수학놀이하자! 1』(크리스틴 달 글 / 주니어 김영사)
『아라비안나이트』(이미선 엮음 / 민향기 그림 / 예림당)
『수학 역사기행』(나카다 노리오 글 / 김장열 그림 / 경문사)
참고자료: 『수학교육과정과 교재연구』(김남희 외 / 경문사)
학습목표:
1. 수학의 기원과 역사를 안다.
2. 수학의 개념을 재미있는 놀이로 이해해 본다.

수학의 결과와 평가에 지친 아이들은 수학이 없어졌으면 좋겠다는 말을 자주 한다. 아무리 수학 수업을 놀이와 언어로 접근하여 재미있게 공부한다고 해도, 당장 시급한 평가는 부담이 되기 마련이다. 없어져도 상관없다면 수학 시험을 없애도 괜찮은 일이겠지만 수학이란 학문 자체가 쓸 데 없는 것은 절대 아닌데……. 아이들이 시험에 너무 눌려 있나 보다.
아이들은 수학이 문제를 풀고 답을 내는 것이지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생각은 하기 어렵다. 자기들이 좋아하는 옛날 이야기와 다양한 게임들로 함께 하는 수학이라면 해볼 만하지 않을까? 이번에는 수학의 각 영역이 발생한 까닭과 역사적 사실을 통해 수학을 공부하는 이유에 대해 살펴보았다. 그래서 각종 놀이를 통해 수학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고 근본적인 개념을 이해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수업모형 1 <수학의 기원>
교재 : 『수학역사기행』(나카다 노리오 글 / 경문사)
대상 : 초등 3~4학년
학습목표:
1. 수학의 발생을 안다.
2. 수학을 공부하는 동기와 당위성을 가진다.

오늘날 우리는 무작정 시키는 대로 수학공부를 한다. 이미 만들어진 공식에 정해진 풀이방법을 쓴다. 그 문제를 왜 푸는지 왜 시키는 지도 모른다. 그러면 그 골치 아픈 수학은 언제부터 생겨났을까? 아이들도 자주 묻는 질문이다.

교사 : 여러분은 수학을 언제부터 공부했나요?
지용 : 4학년 때부터요. 3학년 때는 거의 수학을 안 했거든요.
지원 : 학교에서는 했잖아.
민혁 : 나는 지금도 안 해요.
교사 : 음…그렇군요. 최근에 했거나 아직도 안 하고 있는 거군요.
지원 : 학교에서나 집에서 시키기는 하죠. 내가 안 해서 그렇지.
지용 : 수학은 싫지만 게임은 좋아요.
교사 : 맞아요. 나도 게임이 더 좋아요. 많은 게임들이 논리적인 사고를 필요로 하는데 수학을 공부할 때 필요로 하는 것도 바로 논리적인 사고거든요.
민혁 : 아~ 논리적인 사고도 싫어요. 그냥 놀고 싶어요.
교사 : 곧 놀게 될 거예요. 우리 전에 4대 문명에 관한 얘길 한 적이 있어요. 예전부터 항상 강이 있는 곳에 비옥한 땅이 있었고 그 중심으로 사람들이 살았어요. 이집트에 있는 유명한 강이 무엇인가요?
지원 : 나일강이요.
교사 : 나일강은 엄청 커요. 그 나일강에 비가 내리면 어떻게 될까요?
지원 : 강이 엄청 불어요.
교사 : 넘쳐서 나일강 근처 땅까지 물이 넘칠 거예요. 이때 이집트 사람들은 어떻게 먹을 것을 얻었을까요?
지원 : 농사를 지었을 거예요. 그 전에는 나무열매나 짐승을 잡아먹었고요. 강 근처에 사는 걸 보니 이젠 돌아다니지 않게 된 것 같아요.
교사 : 맞았어요. 고대의 왕들은 사각형의 땅을 나눠주고 거기서 세금을 받았어요. 그런데 홍수가 나면 농사지을 수 있는 땅의 넓이가 달라지게 됩니다. 거기에서부터 수학이 생겨나는 거예요.
민혁 : 그게 무슨 수학이에요.
교사 : 왜냐하면 물에 많이 젖은 땅을 가진 사람은 농사를 지어도 수확이 많을 거니까 나라에서는 그것을 정확하게 측량해야 했어요. 그래야 세금을 정확하게 매길 수 있으니까요. 또 있어요. 여러분들 일기예보 본 적 있죠?
아이들 : 네~
교사 : 일기예보는 왜 보나요?
민혁 : 놀러갈 때요. 비 오면 안 되니까요.
교사 : 놀러 가려는 사람도 보지만 물고기를 잡기 위해 바다로 나가는 사람, 농사짓는 사람 등에게도 일기예보가 필요해요. 그 옛날에도 어떤 날씨가 될지 아는 것은 중요했어요. 홍수가 나서 이집트 전체가 물바다가 될 수도 있으니까 농사에만 적절히 이용할 수 있도록 예측하는 수학도 발달했답니다.
아이들 : 아…….
교사 : 이집트말고도 바빌로니아라든지 중국도 세금을 매겨야 하기에 측량에 대한 수학인 기하학이 발달했답니다.
지용 : 옛날에 꼭 필요했네요.
교사 : 지금도 필요해요. 집을 지을 때나 농사를 지을 때나 다 필요하답니다. 이렇게 수학은 사는 데 꼭 필요하기에 생겨났어요. 지금 사는 데에 꼭 필요한지 그렇지 않은지조차 생각 못할 정도로 무조건 많은 양의 수학공부를 합니다. 왜 하는지 정도는 아는 게 좋겠죠? 앞으로 다양한 분야의 수학 역사를 공부할 것입니다. 이제 좀 놀아볼까요?

수학의 어떤 분야를 깊이 통달하면 잘 할 수밖에 없다. 잘하게 되면 더욱 더 잘 하게 되는 것이 수학이다. 어떤 학습이든 동기부여가 되면 효과를 발휘한다. 고대 수학의 발생은 지금 우리 현실과도 맞닿은 지점이 있다.

수업모형 2 <4색 놀이>

◑문제 1
교사 : 각 칸에 색을 칠하는데 서로 닿는 면에는 같은 색을 칠할 수 없습니다.
모두 몇 개의 색깔이 필요할까요?
(표1)
교사 : ①에 빨간색을 썼다면 ①의 각 면이 닿은 ②와 ④에는 빨간색을 쓸 수 없어요.
아이들 : 아…….
민혁 : 그러면 ③과 ⑤에는 쓸 수 있죠?
교사 : 네. 그러나 ③과 ⑤ 둘 중 하나에만 빨간색을 쓸 수 있어요. 만약 둘 다 빨강을 쓰면 겹치는 면이 생기겠죠?
지원 : 아, 알았어요.
교사 : ⑤를 빨강으로 선택하면 이제 더 이상 빨강을 칠할 수 있는 면은 없어집니다.
그래서 ②에 하늘색을 칠해보았습니다. ③과 ④에는 이제 빨간색도 하늘색도 칠할 수 없지요?

지용 : 그럼 어떻게 해요?
교사 : 제3의 다른 색을 칠해야겠지요.

③과 ④는 서로 면이 닿지 않으므로 같은 색을 칠해도 됩니다.

이제 다 완성이 되었습니다. 모두 몇 가지 색깔이 사용되었나요?
아이들 : 3가지요.
교사 : 그래서 서로 면이 겹치지 않도록 색을 칠하는 최소한의 색깔은 3가지가 됩니다. 그러면 다른 문제를 또 해볼까요? 다음 문제들에서는 면의 개수가 더 늘어날 거예요. 처음 문제를 응용해서 해봅시다.
그러면 이번엔 좀 더 복잡한 것을 연습하도록 합시다. 우리나라 행정구역을 나눈 지도, 각 나라 경계선이 있는 아시아, 아프리카 지도, 세계지도를 가지고 이와 같은 방법으로 색을 칠해 봅시다. 같은 색깔 면이 겹치지 않도록 하려면 최소한 몇 가지 색깔이 필요할까요?

보충 자료
모든 지도에서 지역을 색으로 구분할 때 4가지 색만 있으면 된다는 것은 수학적으로 증명되어 알려진 것이 아니라 이제까지 수많은 지도를 만들면서 얻어진 결론이다.
지도에 영역별로 색칠을 할 때 인접한 국경이 색에 의하여 구분 될 수 있도록 서로 다른 색깔로 칠해야 할 것이다. 이때 가장 작은 수의 색으로 색칠하려 한다면 최소한 몇 가지색으로 칠하는 것이 가능할까 묻는 것이 사색문제이다.
이 사색문제는 1840년 뫼비우스가 강의에서 처음 문제를 제기하였다. 그런데 드 모르강에 의하면 지도를 만드는 인쇄업자들은 네 가지 색으로 모든 지도의 구분이 가능함을 경험에 의하여 이미 알고 있었다고 한다.
영국의 수학자 Arthur Cayley는 1878년 런던 수학회에서 어떤 지도도 4가지 색만으로 국경이 구별되도록 칠할 수 있음을 증명하는 문제를 제시하였고, 이를 1879년 Kempe가 증명했으나 증명과정에서 약간의 오류가 있음이 발견되었다.
그 후 100여 년 간 많은 연구가 계속되었지만 증명되지 못하다가 일리노이 대학의 Wolfgang Haken이 Kempe의 증명을 보완 발전하여 증명해 내었다. Haken은 처음에는 혼자서 이 문제를 연구하였는데, 모든 지도를 1936종류의 표준형으로 환원시켜 발전하는 과정에서 사람의 힘으로는 불가능함을 알게 되었다.
그는 같은 대학의 Kenneth Appel 교수의 전자계산기의 힘을 빌어(전자계산기 1200시간 가동)4년 만에 공동으로 문제를 해결하였다.

수업모형 3 <연산게임 만들기>
대상 : 초등 3~4학년
학습목표 :
1. 연산학습에 대한 고정관념을 깬다.
2. 자기 주도적인 연산학습을 할 수 있다.

준비물 : 보드판, 주사위, 말, 찬스카드
·보드판의 네모칸에 +, -, ×, ÷를 사용하여 연산 문제를 만든다.
·중간에 무인도 같은 고난 코스를 만들어도 좋다. (예: 답이 0이 나오거나 하면 고난 코스에 들어간다.)
·미션카드를 만든다.

놀이 방법
①주사위를 던져 나온 숫자만큼 칸을 이동한다.
②그 칸에 제시되어 있는 연산문제를 푼다.
③연산 문제 답에 따라 카드를 뒤집는다.
④그 카드 속에 제시되어 있는 미션을 수행한다. (예: 짧은 문장 만들기, 친구 이름 4명 대기, 아는 요리 ㄱ, ㄴ 순서대로 말하기 등)

수업모형 4 <삐에로 그리기>
대상 : 초등 2~4학년
목표 : 함수개념을 익힌다.

◑문제 1
준비물 : 주사위 1개, 원 그림, 색연필
놀이 방법
①주사위를 던져 주사위 눈이 6이 나오면 모자를 그리세요.
②주사위를 던져 주사위 눈이 5가 나오면 옷깃을 그리세요.
③주사위를 던져 주사위 눈이 4가 나오면 눈을 하나 그리세요.
④주사위를 던져 주사위 눈이 3이 나오면 코를 그리세요.
⑤주사위를 던져 주사위 눈이 2가 나오면 입을 그리세요.
⑥주사위를 던져 주사위 눈이 1이 나오면 눈썹을 하나 그리세요.

광대 얼굴을 제일 먼저 그린 사람이 1등이 됩니다.

이 놀이를 다음과 같이 응용할 수도 있다.
◑문제 2
준비물 : 주사위 2개, 원 그림, 색연필
놀이 방법
①주사위 눈이 모두 합해 12이가 나오면 옷깃을 그리세요.
②주사위 눈이 모두 합해 10이 나오면 눈을 하나 그리세요.
③주사위 눈이 모두 합해 8이 나오면 눈썹을 하나 그리세요.
④주사위 눈이 모두 합해 6이 나오면 모자를 그리세요.
⑤주사위 눈이 모두 합해 4가 나오면 입을 그리세요.
⑥주사위 눈이 모두 합해 2가 나오면 코를 그리세요.

광대 얼굴을 제일 먼저 그린 사람이 1등이 됩니다.

중고등학교에서 배우는 함수는 꽤 어렵다. 하지만 단순화시키면 함수 개념도 주변에 널려있다. 마법이 나오거나 마법에 걸린 공주가 나오는 동화에는 모두 함수 개념이 들어있다.
또, 우리가 늘 사용하는 핸드폰에 단축번호를 지정하는 것도 함수개념이다. 갓난아이가 몸무게가 늘어가는 것, 3단계 스탠드의 점점 밝아지고 어두워지는 것 또한 알고 보면 함수이다. 이렇듯 우리 생활에서 수학적인 개념은 무수히 많다.

수업모형 5 <알리바바와 40인의 도둑>
대상 : 초등 3~4학년
학습목표 :
1. 위치개념을 안다.
2. 위치를 좌표화하는 방법을 안다.

(중략)
마침내 도둑들이 듣고 싶은 대답을 한 사람은 바로 구둣방 영감이었지요. 험상궂은 도둑들이 무서워서 구둣방 영감은 차마 시치미를 뗄 수가 없었어요.
"그 집이 어디요?"
"눈을 가리고 갔기 때문에 어느 집인지는 모르는뎁쇼."
영감은 벌벌 떨며 말했어요.
"그래? 눈을 가렸단 말이지……."
도둑들은 잠시 고민하더니 곧 영감을 보며 말했어요.
"그 때와 똑같이 이번에도 눈을 가리고 가면 그 집을 찾을 수 있을 거야. 영감, 나와 함께 눈을 가리고 가 봅시다. 우리는 그 집을 꼭 찾아야만 하오. 그 집을 찾게 해 준다면 돈은 얼마든지 드리리다."
"분부대로 합죠. 돈만 많이 주신다면……."
돈을 밝히는 구둣방 영감은 무서우면서도 한편으로 좋아했어요. 영감은 눈을 가리고 도둑들과 함께 길을 나섰어요.
"처음에 모퉁이를 왼편으로 돌았고, 다음에는 오른편으로 그리고……."
이런 식으로 영감은 그 날의 기억을 더듬어 걸어갔어요. 마침내 카심의 집 앞까지 도둑들을 안내하고 말았지요.
"여기! 여기가 틀림없습니다."
"분명히 이 집이란 말이지."
도둑들은 카심의 집 대문에 흰 돌가루로 X표시를 했어요. 그리고 구둣방 영감에게 금화를 두둑이 주고는 두목에게 급히 달려갔어요. 구둣방 영감은 금화를 가득 쥐고는 신이 나서 집으로 돌아갔어요.
한편 몰지아나는 심부름을 갔다가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어요. 집에 들어서려는 순간 도둑이 대문에 해 놓은 X표시를 보게 되었지요. 몰지아나는 그것이 무슨 표시인지 금새 알아챘어요. 미소를 띠며 집 안으로 들어간 몰지아나는 흰 돌을 가지고 다시 나왔어요.
"내가 그냥 당할 줄 알았느냐? 이 어리석은 도둑들아! 어디 올 테면 와봐라."
몰지아나는 자기 집 대문에 있는 X표시를 보고 옆집 문제도 또 그 옆집 문에도 똑같이 표시했어요. 근처에 있는 모든 집에다 그렇게 했지요.
그 날 밤, 카심의 집을 찾았다는 보고를 들은 두목은 크게 기뻐하며 그 길로 복수를 하러 나섰어요. 두목은 부하들을 이끌고 한걸음에 마을로 내려왔어요.
(중략)
카심의 집에만 해 놓은 흰 표시가 이 집에도 있고 또 저 집에도 있었어요.
"더 이상 너희를 못 믿겠다. 이제 내가 직접 나서마."
- 『아라비안나이트』중에서 「알리바바와 40인의 도둑」

교사 : 처음에 도둑들은 알리바바의 집을 어떻게 찾으려고 했지요?
지용 : 구둣방 노인에게 물어봐서 찾으려고 했어요.
민혁 : 눈 가리고 가서 알 수 없으니까 다시 눈을 가리고 찾았어요.
지원 : 찾은 집에 X표시를 했는데 몰지아나가 다 똑같이 했어요.
교사 : 맞아요. 그래서 도둑들은 다시 알리바바의 집을 찾을 수가 없었어요. 구둣방 노인이 집을 찾은 것은 한 번 가본 경험과 몸으로 익힌 거리를 추론해서 찾은 거였어요. 만약 도둑이 집을 잘 찾으려면 어떻게 해야 했을까요?
지용 : 두목이 한 것처럼 머릿속에서 익혀야 해요.
교사 : 맞아요. 그 위치를 익혀야 한답니다. 수학을 잘 하려면 관찰도 잘 해야 하고 위치나 좌표도 잘 익혀야 해요. 우리가 낯선 곳에서 길을 잘 찾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민혁 : 원래 알고 있는 데를 중심으로 찾아요.
지원 : 큰 건물이나 게시판을 잘 봐요.
교사 : 여러분이 이야기한 내용 모두 수학의 일부랍니다. 이런 수학내용은 지도에서도 쓰고 일기예보를 그릴 때에도 씁니다. 알리바바가 "열려라, 참깨!"하면 동굴 문이 열리잖아요. 이런 내용도 다 수학적인 내용으로 설명할 수 있답니다. 하지만 너무 길고 어려운 내용을 이야기하면 수학이 또 재미없어질지도 모르니까 오늘은 이만할까요?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은 수학을 잘하거나 좋아하는 아이들은 아니다. 오히려 이미 집이나 학교에서 수학에 대해 상처를 받을 대로 받은 상태였고, 수학에 대한 생각이 매우 부정적이고 공격적이었다. 이 아이들에게 수학을 싫어했던 내 어린 시절 이야기는 꽤나 용기를 주는 모양이다. 그 아이들이 이제 겨우 수학이 연산만 있는 것이 아니며, 연산도 재미있게 풀어갈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 같다.
흔히 영재라 불리는 아이들은 수학적인 재능을 가진 아이들이 많다. 배우지도 않은 미분 적분 문제를 척척 풀어내는 것을 보면 영재란 정말 타고난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그 영재들이 그 재능을 제대로 꽃피우지 못하고 사장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은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중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수학을 싫어하는 이유 중 가장 많은 대답이 '수학성적이 좋지 않아서'라고 한다. 아이들은 비관적으로 한 말일지 모르지만 이것은 수학성적이 좋아지면 수학을 좋아하게 되리라는 희망의 목소리일 수도 있다.
나는 자신의 아이들을 화단의 화초 정도로 보는 학부모들을 가끔씩 마주하게 되는데 정말 답답하기 이를 데가 없다. 어느 중국 고사의 농부처럼, 물 몇 번 주고 왜 자라지 않느냐고 잡아당기면 꽃은 뿌리째 뽑히게 된다. 아이들은 그렇게 상처받고 그 분야에 대해 열등감을 갖게 되는 것이다. 많은 교육 이론가들의 교육법에서도 독서 외에 풍부한 인간성을 강조하는 것을 보게 된다.
하지만 교육회사 중 대기업이라 칭할 수 있는 학습지 회사들의 TV광고는 참으로 비감하다. '앞서가는 힘'이라든가, '상위권 엄마면 생니를 잘못 뽑아도 괜찮다'와 같은 문구, 어린 아이가 평범하게 쓴 글을 생각 없는 글이라고 비난하는 광고를 보면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는 생각이 든다. 도시든 벽촌이든 모두 거대 학습지 회사들이 침투해 있는 걸 보면 이미 그러한 가치관이 대세인 듯해서 안타깝다.
함께 8년 정도 독서수업을 함께 했던 아이가 원하는 대학에 합격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아이는 그다지 성적이 뛰어난 아이가 아니었고, 어머니도 큰 욕심이 없는 분이셨다. 내게 고맙다는 말을 했지만, 성적에 별 도움이 안 되 보이는 수업을 잘 따라주고 믿어준 그 아이와 아이의 어머니에게 감사한 마음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