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균관대학교

김소일 | 해오름 평생교육원 전임강사

※아래 자료는 국제 사회의 일부 국가들이 처한 빈곤 상태를 보여준다. 이와 관련하여 제시문들을 읽고 다음의 두 문제에 답하시오.                           자료: UNICEF(2003)

문제1. 아래 6개 제시문들은 빈곤국가를 돕는 일에 관한 두 가지 상반된 입장을 나타낸다. 이 두 가지 입장의 핵심 논지를 대비시켜 요약하시오.
문제2. 이 두 가지 입장 가운데 어느 입장이 타당한지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제시하되, 자신과 반대되는 입장에 대한 비판을 포함하시오.

<제시문 1>
가난과 기아는 인간에게 도덕적으로 행위하도록 하는 동기가 될 수 있다. 그것은 사람의 마음속 가장 깊은 곳에 있는 연민을 건드린다. 연민의 덕을 소유한 사람은 누구나 그러한 고통에 대해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다. 누군가가 그러한 인간의 고통을 보고도 외면한다면 그 사람은 매정한 사람임에 틀림이 없다. 덕 있는 사람은 다른 사람들의 고통을 결코 외면할 수 없다. 가난한 나라에 태어나 궁핍과 기아에 허덕이는 사람들보다 우리가 풍요로워야 할 필연적 이유가 없음을 고려하면, 가난과 기아에 대해서 도덕적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 더욱 분명해진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열심히 일해야 한다는 사실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만일 우리가 르완다나 잠비아에서 태어났더라면, 우리는 열심히 일하고도 굶어 죽을지도 모른다. 우리사회 전체가 누리는 풍요로움은 우리 자신이 잘해서 그렇게 된 것이라기보다는 주로 행운에 의한 것이다. 특히 어린이들은 이 모든 것에 있어서 특별한 위치를 차지한다. 한 어린이가 가난한 나라에서 태어나 기아 상태로 살아가는 것은 자신의 잘못으로 생긴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기아와 가난에 처해 고통을 받고 있는 어린이들에 대해 도덕적 의무감을 느끼고 그들을 도와야 한다.

<제시문 2>
모든 인간은 천부적으로 자유를 가지고 태어난다. 천부적으로 부여받은 인간의 자유는 타인 혹은 국가가 그 자유를 간섭하거나 방해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에서 소극적 자유라고 할 수 있다. 동일한 관점에서, 인간은 자신의 권리를 침해받지 않을 소극적 권리를 지닌다. 인간은 오직 소극적 권리를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소극적 의무만을 가지고 있다. 자유주의 사회의 어느 개인이나 단체도 개인의 생명에 대해서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없는 것처럼, 사유재산권에 대해서도 동일하게 말할 수 있다. 사유재산권을 침해하거나 강요하는 것은 도덕적인 일, 가령 가난한 국가나 가난한 사람들에게 원조를 제공하는 경우에도 문제가 될 수 있다. 가난한 국가나 계층을 돕는 일은 바람직하고 그렇게 하기를 바랄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강요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우리가 타인에게 자비를 베푸는 것은 전적으로 각 개인이 알아서 판단해야 할 문제이지, 거기에 도덕적인 의무를 부여하거나 강요할 문제는 아니다.

<제시문 3>
부유한 나라의 부는 상당 부분 가난한 나라의 빈곤을 딛고서 만들어진 것이다. 이로 말미암아 가난한 나라들은 경제적 곤경에 처해 있으며 사회 정치적 발전을 이루는 데 있어서도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부유한 나라가 가난한 나라를 도와야 한다는 것은 당연하다. 이에 더해서 국제관계의 정치적, 경제적, 군사적, 사회적 측면 등도 고려해야 한다. 부유한 나라가 국제관계의 역학을 도외시한 채 대외원조를 거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자국의 이익에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국제사회의 규범 및 요청에 상응하는 경제원조를 제공하는 나라는 당장 여러 가지 가시적, 비가시적 보상을 얻게 되거나, 당장은 아닐지라도 일정한 시간이 흐른 후에는 예전의 투자를 크게 상회하는 대가를 얻을 수 있는 실용적인 측면을 무시할 수가 없다. 그러므로 부유한 국가의 경제원조는 빈곤국의 사회경제적 발전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자국에도 이익이 된다.

<제시문 4>
아프리카의 예를 들어보자. 아프리카를 빈곤에서 구해내기 위해서는 해마다 약 300억 달러의 원조가 필요하다. 우리가 필요한 원조를 실제로 제공한다면 과연 그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있을 것인가? 과거의 예에 비추어 본다면 아프리카는 교육 수준이 너무 낮아 다른 곳에서는 성공했던 원조 방식조차도 실패할 확률이 높다. 아프리카는 부패가 만연해 있고 권위주의에 물들어 있다. 아프리카에는 경제적 성장에 필요한 자유시장 제도와 근대적 가치가 결여되어 있다. 아프리카의 일부 국가에서는 도덕이 심각하게 붕괴되어 AIDS가 거의 통제불능 상태에 다다랐다. 설령 우리의 원조로 아프리카 아이들을 구한다고 가정해 보자. 그러면 어떻게 되겠는가? 인구폭발이 일어나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기아에 직면할 것이다. 결국 우리는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한 것이 아니다. 굶주린 사람들에게 물고기 한 마리를 던져준다고 해서 크게 달라질 것은 없다. 그들을 진정으로 돕는 일은 그들에게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 주는 것이다. 그러나 이에 필요한 비용은 우리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날 것이다.

<제시문 5>
강연을 하러 가는 길가에는 얕은 연못이 있고, 내가 그 옆을 지나고 있다고 가정해 보자. 그때 나는 한 어린아이가 연못에 빠지는 것을 보고 그 아이가 익사할 위험에 처했음을 알아차린다. 나라면 쉽게 물 속으로 걸어 들어가 아이를 데리고 나올 수 있다. 그러나 그럴 경우 신발과 바지는 흙탕물에 젖게 될 것이다. 그러면 나는 집에 가서 신을 바꿔 신어야 하고, 옷도 갈아입어야 할 것이다. 강연은 당연히 연기되거나 취소될 것이며, 또 내 신발은 원래의 모양으로 되돌아오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린아이의 생명을 구하는 일의 가치보다 그런 작은 사정들을 중하게 여긴다면 그것은 추악한 일이 될 것이다. 어린아이를 구하는 것이 내가 해야 할 일이다. 어린아이를 못 본 체하고 강연을 하러간다면, 나는 뭔가 심각한 잘못을 범한 것이다. 대다수의 부유한 사람들은 하찮은 물건이나 사치품을 사는 일에 돈을 쓸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은 신발이 젖고 흙탕물에 바지가 더러워지는 것만큼이나 사소한 일이다. 사람들이 기아로 죽어갈 위험에 처해 있고, 또 우리의 기부금을 적절하게 사용하여 생명을 구하는 단체들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앞에서와 같이 하찮은 일에 돈을 다 써버린다면 연못에 빠진 아이를 보고도 그냥 지나친 사람보다 우리 자신이 과연 더 낫다고 생각할 수 있겠는가?

<제시문 6>
세계를 부자 나라와 가난한 나라로 나누면, 그중 3분의 2는 절대적으로 가난한 나라이고 단지 3분의 1만이 부자 나라에 해당된다.

비유적으로 말하면 부자 나라들은 부유한 사람들을 태우고 있는 하나의 구명정(lifeboat)이다. 이 구명정에 탄 사람들을 제외한 다른 사람들은 구명정에 올라타려고 하거나 아니면 최소한 부자나라로부터 도움을 구하려고 허우적대는 사람들이다. 구명정에 타고 있는 사람들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구명정에 태울 수 있는 사람들의 수는 제한되어 있다. 우리가 탄 구명정에 50명의 사람들이 타고 있는데, 이 구명정에 10명을 더 태울 수 있다고 가정해보자. 구명정 주변에는 100명의 사람들이 물에 빠져 허우적대면서 자신들도 구명정에 태워달라거나 최소한 자신들의 손이라도 붙잡아달라고 애원한다. 이 상황에서 우리가 "형제를 돌보라"는 기독교의 이상이나 "개인의 필요를 채워 주라"는 맑스의 이상에 따라서 그 사람들을 구한다고 생각해 보자. 물에 빠진 사람들에게 당장 필요한 바가 모두 동일하고, 그들 모두가 '우리의 형제'이기 때문에 우리는 100명 모두를 구명정에 태워야 한다. 그럴 경우 결국 60명을 태울 수 있는 구명정에 150명이 올라타게 된다. 구명정은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모든 사람들이 물에 빠져 죽는다. 이것은 완전한 정의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완전한 재앙에 다름 아니다.

출제방향과 출제의도

성균관대학교가 정시논술고사에서 지난 몇 년간 출제하였던 주제를 보면, '짝퉁 현상'(2006년), '대중음악의 사회 문화적 영향'(2005년), '자아 정체성의 확립'(2004년), '민족의 고유성'(2003년), '자본주의 경제체제에서의 대립과 갈등'(2002년), '청소년 문화의 특성'(2001년) 등이었다. 성대는 논제를 고등학교 수준의 다양한 주제나 현실적인 이슈 등에 한정하고, 고등학교 교육과정의 정상화에 기여하고자 한다고 발표하고 있다. 이번 2007년 입시에서는 '빈곤국가를 돕는 일에 관한 입장'을 출제하였다. 고등학교 교과과정의 시민윤리 교과서 및 사회문화 교과서에서 다루고 있는 빈곤국가에 대한 국제적 지원문제를 논제로 삼은 것이다. 제시문의 출처는 피터 싱어의 『실천 윤리학』, 『하나의 세계: 세계화의 윤리』, 제프리 삭스의 『빈곤의 종말』, 게럿 하딘의 『구명선 윤리: 가난한 이들을 돕는데 반대하는 경우』 등이다.
세계화의 높은 파도가 현실의 우리사회에 깊은 영향을 끼치고, 무역과 여행 등을 통해 우리 자신도 세계에 눈을 돌리게 되면서 아프리카를 중심으로 한 빈곤국들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빈곤국의 어린이들을 위한 모금활동을 주변에서도 볼 수 있는 상황이다. 아프리카 내 빈곤국들의 상황이, 줄어드는 분쟁지역과 높아지는 경제 성장률로 2006년 10대 국제 뉴스에 오르내리기도 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빈곤과 기아에 고통 받는 빈곤국들의 문제 는 인구와 인권, 환경, 전쟁과 평화의 문제 등과 더불어 반드시 풀어가야 할 세계 전체의 문제이다. 세계시민으로서 수험생이 고민해야 할 문제를 제시하고, 논리적이고 통합적인 사고능력을 평가하고자 하는 성균관대의 의도가 이번 논술고사의 주제에 반영되었다.

논제의 이해

1. [문제 1]의 이해
제시문들을 읽고 빈곤국가를 돕는 일에 관한 두 가지 상반된 입장을 파악해야 한다. 핵심 논지를 대비시켜 요약해야 하는데, 문제는 '어떻게 논지를 대비시켜야 하는가'이다.
(1) 논리적 구조의 이해 : 이를 위해서는 우선, 상반되는 두 개의 주장과 근거가 어떻게 논리적으로 구성되고 연결되어 있는가를 파악하는 것, 즉 제시문의 논리적 구조를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2) 대비의 기준 파악: 논리적 구조를 파악한 이후 각각의 관점 차이가 어떤 기준에 의해 서로 대비될 수 있는가를 조사해야 한다. 다음 단계는 요약이다.
(3) 요약: 2008년부터 통합논술이 강조되면서 요약문제가 독립된 문항으로 등장하는 일이 많아졌다. 요약의 방법으로는 대개  삭제하기(덜 중요한 부분을 제거하거나 뒷받침문장을 삭제하는 것으로서 사설 분석에 흔히 사용된다.) ②축약하기(핵심적인 내용을 뽑아 줄이는 방법으로 일련의 과정을 나타내는 글에 적용한다.) ③일반화하기(하위개념을 상위개념으로 바꾸거나, 구체적인 것을 추상적인 것으로 바꾸기, 전체 내용을 통괄하는 하나의 명제로 바꾸기)가 사용된다. 대입논술에서의 요약방법과는 '일반화하기'가 가장 유사하다고 할 수 있지만 다음과 같은 방법이 고려되어야 한다.
▷ 제시문 핵심내용의 정확한 이해: 겉으로 드러난 주제문장만 찾아도 핵심내용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경우도 있지만, 그것으로는 부족한 경우도 있다. 제시문에 나타난 문제나 쟁점, 글쓴이의 관점이나 입장, 그런 관점과 입장을 택한 전제와 근거, 글쓴이가 전달하려는 의도 등을 함께 생각해야 한다.
▷ 자신의 언어로 바꾸어 표현: 주제문장을 그대로 옮겨 쓰거나, 중요한 문장이나 어구를 옮겨와 조합하는 경우,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없다. 제시문에 나타난 주장을 자신의 언어로 바꾸어 표현하며, 필요할 때에는 제시문의 핵심 용어를 사용하여 논지를 분석해야 한다. 핵심어나 핵심 어구를 사용하면서, 서술어는 유사한 뜻을 지닌 다른 낱말로 바꾸어 주고 문장구조도 바꾸는 것이 좋다.
▷ 자신의 생각이나 논평을 추가해서는 안 된다: 요약은 말 그대로 중요한 내용을 간추리는 것이다. 제시문의 내용을 간결하게 전달하는 것이 목표이므로, 논지를 변형하거나 의견을 첨가해서는 안 된다.

2. [문제 1]의 이해
두 입장 가운데 한 입장을 선택하고 자신의 주장을 펼치되, 반대 입장을 비판하라는 것이 이 문제의 요구사항이다.
(1) 비판의 대상: 상대방의 주장과 논거가 지니는 논리적 타당성과 적절성, 논리적 비약 여부, 논의가 지니는 더 나아간 함축이나 귀결, 묵시적인 가정이나 생략된 전제 등을 비판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2) 주장의 내용: 보편적 가치로서의 인권과 평화, 정의의 실현에 입각하여 현실적인 대안들을 제시해야 한다. 주의할 것은 반대논리의 근거에 대한 비판과 자기주장의 근거를 설득력 있게 제시해야 한다는 점이다.
(3) 글의 배치방법: 글쓰기의 방법 중에서 자신의 주장과 상반되는 주장을 찾아 이를 비판하고 자신의 주장을 강조하는 방식도 논리적인 글을 쓸 때 많이 사용한다. 이때 배치방법은 비판할 주장을 앞에 세우고 자기주장을 뒤에 제시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자료와 제시문 분석

1. 도표분석
성균관대는 논술 제시문의 주요 소재로 통계나 도표를 자주 사용하고 있다. 주어진 통계자료나 그래프를 활용하여 분석할 수 있는 능력을 평가한다는 것이 기본적인 출제의 방향이기 때문이다. 등장하는 국가들을 보면 예멘을 제외하고 아프리카에 위치하는 나라들이다. 빈번한 정치적 혼란, 높은 에이즈 감염률과 열악한 경제상황, 빈약한 사회 기반시설과 부정부패로 대표되는 '절망의 대륙' 아프리카의 제국들을 보여주고 있다.
제시되는 지표들로는 1인당 국내총생산, 저체중 아동, 하루 1달러 미만으로 생활하는 인구, 영양결핍 아동, 문맹률이다. 지표의 내용은 경제적 수준, 건강과 복지, 교육, 문화적 수준을 나타낸다. 중요한 것은 빈곤과 기아가 단순히 경제와 건강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빈곤국의 역사, 정치, 사회, 문화와 맞물린 복합적인 갈등의 결과물인 것이다. 제시된 도표는 어쩌면 양자택일적이고 평면적일 수 있는 문제의 내용을 여러 가지의 입체적인 양상을 시사하며 보완하고 있다. 즉, 종으로는 빈곤국들의 역사, 정치, 사회, 문화적인 측면을, 횡으로는 빈곤국들의 경제, 건강과 복지, 현재의 교육과 문화를 보여주고 있다.
이 도표는 주로 [문제 2]를 해결하는 데 필요한 논거를 제공할 것이다.

2. 제시문 분석
분석의 목적은 요약과 비판적 이해에 있다. 각 제시문들의 요약도 필요하지만 문제에서 요구하는 것은 입장의 구분을 전제로 하므로, 대비에 기초한 통합적 요약이 필요하게 된다. 각 제시문 요약의 단순한 조합이 문제에서 요구하는 요약은 아니기 때문이다.
제시문 1은 빈곤과 굶주림으로 고통 받는 이들에 대한 연민의 덕과 도덕적 관심을 촉구하고 있다. 우리가 풍요롭게 사는 이유는 우리의 노력이기보다는 오히려 풍요로운 나라에서 태어났다는 운에 근거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자신의 삶에 어떤 책임도 부여할 수 없는 어린이들의 경우 각별한 보살핌이 필요하다. 제시문 2는 모든 인간이 불가침의 천부인권, 특히 자유권을 가지고 있으며, 사유재산의 영역에서도 그러한 자유권이 인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비록 가난한 사람들을 돕는 일이 도덕적으로 옳은 일이기는 하지만, 개인의 자유의사가 아닌 강제로 개인의 의사결정과 행동을 구속하는 것은 도를 넘는 처사이다. 제시문 3에서는 부유국들이 누리는 부는 빈곤국들의 도움에 기초하였다는 점을 지적한다. 뿐만 아니라 국가들 사이에 존재하는 정치, 경제, 군사, 사회의 여러 영역과 역학관계, 중장기적 관점에서의 경제적 이익 등을 고려한다면 빈곤국에 대한 경제원조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제시문 4는 아프리카 빈곤국들에 대한 원조가 그 나라들의 교육수준, 경제적 조건, 정치문화의 저열함 때문에 미봉책이 될 뿐이라고 한다. 빈곤과 기아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서는 의식과 제도의 정비, 청사진을 제공해야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감당할 수 없는 엄청난 비용이 소요될 것이다. 제시문 5는 빈곤국 어린이들의 생명을 구하는 일이 다른 작은 가치들보다 우선시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다른 작은 가치란 하찮은 일과 사치품에 돈을 허비하는 것이다. 굶주림 때문에 죽어 가는 어린이들을 위해 기부를 해야 한다. 제시문 6은 구명선 윤리를 설명하고 있다. 아직은 태울 여분이 있는 구명정에 부유한 사람들이 타고 있다. 그러니 기독교나 맑스의 이상에 따라 다수의 가난한 이들을 모두 태운다면 함께 침몰할 것이다. 이상에 따른 도움은 부유국마저 파탄에 이르게 하는 재앙을 가져오게 할 것이다.
제시문 1, 3, 5는 빈곤국가를 돕는 일에 찬성하는 입장이고, 제시문 2, 4, 6은 반대 입장이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연관관계를 파악해 본다면 제시문 1, 2는 개인의 규범적 근거를, 제시문 3, 4는 사회·제도적 상황에 기초한 실제적 근거를, 제시문 5, 6은 비유를 통한 근거를 표현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각각 도덕과 자유권 및 사유재산권을, 실용적 측면과 근본적 해결측면을, 도움의 가치와 이상추구의 비현실성을 강조하며 서로 대립되고 있다.

어떻게 쓸 것인가?

성균관대의 논술시험 시간은 150분이지만 답안 분량에 제한은 없다. 타 대학의 시간과 분량을 고려할 때, 총 1800자 내외가 적당할 것이다. 그런데 논술고사의 기본방향에 대한 발표문에서, 분량을 제한하는 경우 요약이 전체분량의 1/3을 넘지 않도록 할 것을 예시하고 있다. 또한 문제의 유의사항에서는 문제 당 배점은 동일하다고 밝히고 있다. 배점은 동일하지만, 요약이 가지는 내재적 한계를 감안하면 문제 1은 600자를 넘지 않는 한도, 문제 2는 1200자 내외가 적절할 것이다.

1. [문제 1]해제
논지와 논거로 구성되는 구조를 보면, 본 문제의 핵심 논지는 출제자의 제시문 분류방식과 논거를 통해 구현되고 있다. 핵심 논지는 개인의 도덕심과 불가침의 자유권·사유재산권 간의 갈등으로, 이것은 각각의 방식에 따른 경제 원조의 결과 예상되는 전망의 차이로 나타난다. 이해의 편의를 위해 제출된 답안을 평가해 본다.

<답안 1>
빈곤국의 빈곤문제는 초지역적이며 세계적 맥락에서 바라봐야 한다. 부유국의 경제 원조는 빈곤국의 경제 활성화를 기대할 수 있으며 그로 말미암아 부유국의 경제적 파급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다. 더욱이 미래의 희망인 어린이가 기아와 질병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인류애와 도덕적 의무감을 갖고 빈곤국을 도와야한다.
도덕적 관점에 입각한 경제적 원조가 능사만은 아니다. 빈곤에서 구해내기 위해 해마다 빈곤국을 대상으로 원조를 제공하나 예에서 보듯 빈곤 문제를 해결하는 근본적 해결방안은 될 수 없다. 오히려 빈곤국의 부패를 가속화시키는데 일조할 뿐이다. 부유국의 원조 또한 자국의 개인적 선택과 판단의 문제이며, 빈곤국의 자립경제를 위해 막대한 비용을 일방적으로 감당하는 것 역시 부당할 수밖에 없다.

→ 평가
학생들이 제출한 답안을 평가할 때, 우선적으로 비문 사용여부를 살펴야 한다. 첫 단락의 주술관계가 부자연스럽다. 원조찬성론을 기술한 부분은 제시문들의 핵심논지를 포함하고 있다고 볼 수 있으나, 다만, 초지역적 맥락의 파악은 구명선 윤리에서도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찬성론 특유의 주장인 것은 아니다. 원조반대론을 기술한 부분에서도 구명선 윤리의 내용이 첨가되어야 한다. 제시문들을 살펴보면 어린이들에 대한 도움이 강조되고 있으며 경제적 이익에 관한 언급이 오히려 부가적이다. 그러므로 문장의 배치에 있어서 '더욱이' 뒤에는 경제적 파급효과 부분이 와야 한다. 600자에 육박한 요약문을 쓰려면 빈곤국 원조 찬반론을 구분하고, 각각에 있어 앞서 기술한 제시문 분석의 근거 및 연관관계와 핵심 논지 설명을 보충하면 될 것이다.

<답안 2> 자신보다 못한 사람을 보면 자연스레 우러나는 감정이 연민이요, 콩 반쪽도 나눠먹는다 했던가, 하물며 사람을 구하는 일에 있어서는 그 도움이 그 어떤 것보다 중하므로 돌아올 보상이나 이익, 또는 작은 손해에 무관하게 빈곤국을 도와야 하겠다. 반면, 그 비용이 너무 커서 부담이 되거나 자신이 위태롭게 될 정도로 여겨진다면 함께 침몰할 수 있으므로 원조가 어려우며, 대책 없는 무조건적인 원조는 그들의 자생력을 파괴할 뿐이다.
→ 평가
이익과 무관하게 빈곤국을 도와야 한다는 것이나 적당한 수준의 원조는 제시문의 내용이 아니다. 이 답안은 자신의 의견을 써 놓았다고 볼 수 있으므로 요약의 범위를 일탈한 것이다.

2. [문제 2]해제
빈곤문제에 관한 고등학교 시민윤리 교과서의 내용을 살펴보면, 유엔 개발 계획(UNDP)이 만든 '빈곤 시계'이야기가 나온다. 이 디지털 시계는 세계에서 하루에 1달러 미만의 소득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숫자를 알려 주는데, 오늘날, 절대 빈곤의 상태에 있는 사람들의 수는 대략 13억 명에 이른다고 한다. 세계은행과 인간 개발 보고서의 자료에 의하면, 세계적으로 빈곤층의 숫자는 개발 도상국의 연간 인구 증가율(약 1.88%)과 거의 같은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전 세계의 국내 난민자 수는 다른 국가에서 피신처를 찾고 있는 일반 난민(약 1,210만 명)의 두 배를 능가하고 있으며, 2000년 현재, 세계 은행의 '빈자의 목소리'보고서에 의하면, 세계인구 약 60억 명 중 41억 명이 하루 생활비 약 2달러 미만으로 생활하고 있다고 한다. 교과서는 또한 매우 중요한 점을 지적하고 있다. 빈곤은 지구적 환경 문제의 주요 원인인 동시에 결과라는 점이다. 환경 위기, 개발 위기, 에너지 위기는 서로 분리할 수 있는 위기가 아니라 모두 하나인 것이며, 국가들 사이에 생태적인 상호의존성에 익숙해져야 한다고 기술하고 있다. 수험생들이 교과서 수준의 지식과 평소 읽은 여행서, 교양서의 내용을 바탕으로 제시문을 독해하게 되는데, 자신과 반대되는 입장을 비판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의 논거를 심층적으로 분석해야 한다. 제시문에 나타난 논거에 있어서는 깊이 있는 생각이 나타나야 하고, 숨어 있는 논거나 자신만의 논거도 써 주어야 한다. 또한 자신의 견해 주장에는 창의적인 해결책이 포함되는 것이 좋다. 형식면에서 지나치게 긴 서론은 좋지 않으며 결론도 본론의 단순한 반복이어서는 안 된다.

(1) 빈곤국가를 돕는 일에 찬성하는 입장
2006년 초, 뉴질랜드와 케냐 정부간 '개밥 논쟁'이 벌어졌다. 뉴질랜드 개밥 제조업체 사장이 케냐에 개 먹이용 분말로 된 구호식품을 기부하겠다는 제안을 하자 케냐인들이 이를 환영하고 나선 것이다. 기아 상태에 놓인 아이들을 위해 42톤 정도를 제공하겠다고 제의하자 케냐 정부가 "우리는 개밥을 먹을 정도로 식량난을 겪고 있지 않다"며 거부하면서 양국 사이에 논쟁이 벌어진 것이다. 그러나 정작 루싱아 섬 주민들의 입장은 달랐다. 자식을 굶주림으로 잃어본 주민들은 제안을 거절한 관리들이 자신들의 자존심만 지켰다며 정부를 성토했다고 한다. 구호단체들은 케냐에서 계속된 가뭄과 흉작으로 굶주리는 사람들을 250만~350만 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웃을 수도 없는 이 사건은 전 지구적 빈곤과 기아문제의 한 단면일 뿐이다.
제시문 2, 4, 6에 나타난 빈곤국 원조 비판론은 사유재산권의 무제약적인 보호가 가져오는 부의 세계적 양극화와 기본적 생존권의 보장 측면을 간과하고 있다. 근본적 해결을 주장하기도 하지만 결국 원조를 해줄 수 없다는 것이고 해결의 의지도 보이지 않는다. 대안이 없는 것이다. 굶주린 사람에게 주는 원조로 큰 변화가 일어나지는 않는다는 논거도 죽어가는 아이 앞에서는 공허한 메아리일 뿐이다. 구명선 윤리는 위급 시에 도덕 윤리보다 긴급성과 편의성을 중시하는 사고 방식이지만, 부유국들의 빈곤국에 대한 역사적, 정치적, 환경적 책임을 회피하고자 하는 이론으로 이용되기도 한다.
진정으로 근본적인 해결을 도모하려면 제반 상황을 정확히 인식하고 원인들을 규명하는 것이 필요하다. 우선 널리 유포되어 있는 허구의 신화를 타파해야 한다. 사람들은 기아의 원인이 충분치 않은 식량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오늘날 전세계는 지구상의 모든 사람에게 하루에 3500칼로리를 공급할 수 있는 곡물을 생산하고 있는데, 이는 모든 사람을 비만하게 만들고도 남을 정도다. 에티오피아나 르완다 같은 빈곤국의 식량 부족은 주식보다는 외채를 갚기 위해 환금작물에 더 비중을 두기 때문에 생겨난다. 인구가 너무 많아 식량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것도 문제다. 과도한 인구밀도가 굶주림의 근본 원인은 아니다. 나이지리아, 브라질 등은 인구밀도도 적고 식량자원도 풍부하지만 굶주린 사람들이 많다. 토지, 일자리, 교육, 보건의료에 대한 접근성의 불균형이 기아의 원인이다. 도표는 아프리카를 중심으로 한 빈곤국을 제시하였지만, 기아는 단순히 아프리카에 한정되는 국지적 문제는 아니다. 만성적인 굶주림에 시달리는 사람은 무려 8억 명이며, 이 가운데 4분의 1만이 아프리카에 있을 뿐 아시아, 라틴아메리카 등지에 더 많은 이들이 분포해 있다. 미국어린이 가운데 8.5%가 실제로 굶주리고 있으며, 20.1%는 굶주림의 위협에 처해 있다. 북한의 경우도 기아가 심각하다는 외신을 쉽게 접한다. 북한의 2006년 2250만 인구 중 7%가 기아상태이고, 37%가 만성적인 영양실조상태라고 유엔의 긴급구호조정관이 발표한 바 있다. 필요한 곡물도 3분의 1을 수입해야하는 실정이다. 굶주림의 주된 원인은 농민 스스로 식량의 생산과 소유에 관한 주체적인 결정을 할 수 없고, 소수 거대 자본이 식량을 통제하며 시장을 좌우하는 상황에서 생겨난다. 진정한 원인은 식량부족과 인구과다가 아니라 민주주의의 부족인 것이다.
사회봉사의 세계적 확산이라는 견지에서 사회봉사의 이념에 주목할 만하다. 칸트, 레비나스, 데리다 등의 철학자가 주장한 '환대'(hospitality)는 약자를 돕는 이론적 근거가 될 수 있다. 나의 권리를 확보하기 위하여 다른 사람을 환대하는 방식이 아니라, 타자가 존재하기 때문에 나의 권리 확보와 상관없이 타자를 수용하는 환대이다. 나는 약자인 타자에게 자리를 내주며 타자를 대접한다. 그럼으로써 나는 타자를 돕는 것이지만, 그 타자는 내가 그러한 행위를 통해 나의 경계를 넘어설 수 있도록 해준다. 나보다 더 부족한 존재인 타자가 오히려 나를 돕는 것이다. 또 다른 이념으로 '우애'가 있다. 우리가 강자에게 환대를 요구할 수 있는 근거가 우애이다. 강자와 약자 모두 형제와 같은 사이라는 것을 이유로 약소국에 대한 원조도 요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언급할 수 있는 것은 빈곤과 기아의 문제가 지구촌이 당면한 인구와 인권, 환경과 빈곤, 전쟁과 평화의 문제와 분리하여 생각할 수 없는 문제라는 것이다. 제프리 삭스는 성공한 나라의 조건으로 문맹률의 감소와 주권의 확보, 건강한 환경을 조건으로 들고 있다. 아프리카 분쟁의 원인제공자는 영토의 임의적 분할과 문화의 파괴를 일삼은 서구 제국주의 열강이었다. 지금도 세계화를 강요하는 초국적 국제기구와 초국적 자본의 영향력 하에서 빈곤국 국민들의 삶이 왜곡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제3세계의 가난은 값싼 임금으로 귀결되고, 이는 제1세계 국가의 일자리와 노동조건에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세계적인 민중의 연대가 필요하게 된다. 세계 경제규모 12위인 우리나라의 현재 경제원조 수준이 OECD 30개 회원국 중 폴란드를 제외하고 가장 낮다는 것은 실천적 측면을 더욱 강조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2) 빈곤국가를 돕는 일에 비판적인 입장
고등학교 교과서의 내용이나 일반적인 도덕관념에 비추어 볼 때, 빈곤국가를 돕는 일에 반대하는 입장을 표명하기는 쉽지 않으리라 생각된다. 그러나 이 입장이 빈곤국가를 돕는 일을 전적으로 반대한다고 볼 수는 없다. 제시문 2처럼 원조의 도덕적 기초를 인정할 수 있고, 제시문 4처럼 근본적인 해결을 주장하며 즉각적인 도움에 우려를 표명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반대하는 입장이라기보다는 비판적인 입장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설득력이 있을 것이다. 제시문 1에서 주장하는 도덕적 행위가 강요로 이루어진다면 전체주의의 폭력적 발현인 파시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원조에 따른 경제적 이익도 일괄하여 평가할 수는 없으며 구체적 상황 아래에서 개별적으로 판단할 문제이다.
오히려 근본적인 해결론이나 현실론은 설득력을 더 가질 수 있다. 해외 원조가 기아 해결에 도움을 준다는 신화에 대한 비판도 주요 논거가 된다. 해외원조는 현상유지를 고착화하는 데 기여해 왔다. 미국의 원조는 외교정책의 일환으로 자유무역과 시장 정책에 이용되었고, 식량과 무기의 수출을 늘리는 데 기여했다. 기아를 해결하려면 부채를 탕감하는 데 원조자금이 쓰여야 한다. 일시적인 도덕적 의무감에 때문에 빈곤국을 돕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경제운영 능력의 부재, 부정부패 때문에 발생하는 원조 실패도 감안해야 한다. 일회적 도움보다는 항구적이고 구조적이며 빈곤국의 자립능력을 키워주는 근본적인 도움이 필요하다. 각 국 상황을 정확히 진단하고 면역체계의 발달, 즉 사회 구성요소의 선순환구조를 확립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 방법이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