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지 않고 말하는 한시(漢詩)
-『정민 선생님이 들려주는 한시 이야기』

김경옥 | 논술 교사

대상: 중학교 1학년
함께 읽은 책: 『정민 선생님이 들려주는 한시 이야기』(정민 글 / 보림)
학습목표:
1. 교재를 읽고 가장 마음에 드는 한시를 골라 외우며 한시의 멋을 느낀다.
2. 한시의 특징과 의미를 쉽고 즐겁게 배워 본다.

한시(漢詩). 아이들에게 얼마나 먼 나라 이야기로 들릴까요? 아이들이 느낄 거리감을 조금 헤아려 보자면 우리들의 중고등학교 시절을 떠올리게 됩니다. '고전 문학' 시간이 따로 있어서 배웠던 한시들. 한시의 멋이나 뜻은 도통 모르는 체, '따분하다, 어렵다, 졸린다'를 중얼거리며 교과서에 나온다는 이유로 그냥 배웠습니다.
그 시절과 비교해 많은 것들이 바뀐 요즘, 한시에 대한 아이들의 생각은 어떨까요? 아마 우리가 느꼈을 한시에 대한 거리감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을 겁니다. 차라리 영시가 익숙할지도 모르지요. 사실 우리나라 고전이나 단편 문학에 대해 많은 중고생들이 보여 주는 거부감 또한 만만치 않습니다. 그들만의 표현을 빌자면 "차라리 영어가 쉽지, 이건 외계인 말도 아니고 도대체 뭔 말을 하는 건지 모르겠다."는 것입니다.
이런 판국에 한시라니……. 책을 받아 든 아이들 표정이나 읽은 후의 반응 모두가 떨떠름하더군요. 하지만 꼭 읽히고 싶다는 저의 욕심과 한시에 대한 막연한 오해를 조금이라도 덜어주고 싶다는 마음에서 수업을 준비했습니다. 대학 시절 한시를 제대로 배웠을 때 무척 감동을 받은 기억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와 같은 감동을 아이들에게도 부족하나마 느끼게 해주고 싶었습니다. 저 또한 학창시절 '한시', '한자'의 한(漢)자만 보아도 저 멀리 도망갔을 정도로 싫어했지만, 전공이 사학이었기에 한자 문서를 날것으로 접할 기회가 많았습니다. 한자를 알게 되면서 한자 문서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되었는데, 그 중에서도 청학동의 상투 튼 선비에게 배운 『고문진보』의 매력은 지금까지도 아련한 그리움으로 남아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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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에 나와 있는 한시 하나를 외워 오기로 했었지요? 자신이 외워 온 시를 읊어 봅시다.

봄비가 가늘어서 방울도 짓지 못하더니
한밤중에 가느다란 소리가 들려온다.
눈 녹아 남쪽 시내에 물이 불어나니
새싹들이 많이도 돋아났겠다.
- 정몽주(고려 말), 「봄비」
▷ 봄비가 가늘어서 분무기로 뿌리는 듯한 느낌과 소리가 떠오른다. 사각사각 한 밤중에 들리는 가느다란 소리는 정말 들리는 걸까? 아니면 마음 속으로 생각하는 걸까?
아무튼 이 사람은 봄비 오는 것을 좋아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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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 감상을 해 보았는데, 책에서 한시의 가장 큰 특징으로 꼽는 것은 무엇이었나요?
- 모호성이요.
● 그래요. 저자는 '시적 모호성'만 알아도 한시의 가장 중요한 부분을 이해한 것이나 다를 바 없다고 말하고 있죠. 쉽게 말하면 모든 시의 특징이기도 한 함축미와 상징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책의 표현을 빌자면 '말하지 않고 말하는 방법'이라고 할 수 있으며, 독자가 한시를 감상하는데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 두는 것이지요.
옛날 중국의 유명한 철학자인 노자의 스승이었던 상용은 죽기 전 마지막 가르침을 노자에게 남겼어요.
첫째, 고향을 지나갈 때는 수레에서 내려 걸어라.
둘째, 높은 나무 밑을 지날 때는 종종걸음으로 걸어가라.
셋째, 내 입 속을 보아라.
언뜻 보아서는 무슨 뜻이 담겨 있는지 잘 알 수 없지만 노자는 대 스승의 제자답게 금방 알아듣지요.
첫째, 어디에 살든 고향을 잊지 말아라.
둘째, 윗사람을 공경하라.
셋째, 치아처럼 딱딱하고 강한 것은 먼저 없어지고 혀처럼 약하고 부드러운 것은 오래 남는다는 것입니다.
노자와 상용의 대화가 바로 시적 모호성이며, 한시는 이를 통해 독자가 들어갈 빈 공간을 만들어 주는 것입니다. 처음 읽었을 때는 어렵지만, 몇 번을 읽으며 그 뜻을 깨닫게 되면 직접적인 표현으로 단번에 알려 주는 말보다 훨씬 큰 감동으로 마음 속에 남게 됩니다. 이것이 한시의 힘이지요.

● 이러한 시적 모호성을 보여 주는 시를 책에서 찾아봅시다.

흰둥개가 앞서 가고 누렁이가 따라가는
들밭 풀가에는 무덤들이 늘어섰네
제사 마친 할아버지는 밭두둑 길에서
저물녘에 손주의 부축받고 취해서 돌아온다
▷ 임진왜란 직후 '이달'이 쓴 시이다. 할아버지가 강아지 두 마리를 데리고 갈 정도로 멀지 않은 무덤에 다녀오는 모습이다. 노인이 죽은 아들의 무덤에 손주의 부축을 받으며 다녀오는 쓸쓸한 모습을 묘사한 시이다. 전쟁으로 너무도 많은 사람이 죽어 제대로 된 무덤조차 쓸 수 없어 들밭 풀가에 널려 있는 무덤들이 전쟁의 참상을 말해 준다.
처음 아무 생각 없이 읽을 때는 해 질 녘 거나하게 취한 할아버지와 손주 녀석이 걸어가고 그 길을 강아지 두 마리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따라가는 평화로운 모습으로만 보이지만, 문장의 의미를 곰곰이 생각해 보면 슬픈 사연이 읽힌다.

혼자 앉아 찾아 오는 손님도 없이
빈뜰엔 비 기운만 어둑하구나
물고기가 흔드는지 연잎이 움직이고
까치가 밟았는가 나뭇가지가 흔들린다
거문고가 젖었어도 줄에서는 소리가 나고
화로는 싸늘한데 불씨는 아직 남아있다
진흙 길이 출입을 가로막으니
하루 종일 문을 닫아걸고 있다
- 서거정(조선 초), 「혼자 앉아」
▷ 젖은 거문고와 식은 화로는 겉보기에는 쓸모 없어 보이지만, 속으로는 쓸모를 간직하고 있다. 이것은 바로 시인 자신이 처한 상황과 꼭 같아서 세상이 비록 자신을 버렸지만 나는 아직 가슴 속에 세상을 위해 일할 열정과 포부를 지니고 있노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은 때가 아니기 때문에 문을 닫아걸고 기다리고 있겠다는 뜻을 '진흙길이 출입을 가로막으니'라는 시구로 표현하는 것 같다.

● 한시에 자주 등장하는 꽃이나 사물이 뜻하는 상징성을 알아봅시다
1. 연꽃
연꽃은 보통 불교를 상징하는 꽃으로 더러운 진흙에서 피어나 연못을 온통 극락세계와도 같이 깨끗하고 아름답게 장식하는 꽃입니다. 세파에 물들지 않는 고결한 정신과 마음을 나타낸다고도 할 수 있지요.

세 번이나 연꽃 보러 삼지를 찾아 오니
푸른 잎 붉은 꽃은 그때와 변함 없다
다만 꽃을 바라보는 옥당의 손님만이
마음은 변함없어도 머리털이 희어졌네
- 곽예(고려), 「연꽃 구경」
▷ 속세에 물들지 않고 자연과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은 변함 없지만 어느새 훌쩍 나이 먹어 버린 세월의 무상함을 노래하고 있다.

후추를 팔백 가마나 쌓아 두다니
천년 두고 그 어리석음을 비웃는다
어찌하여 푸른 옥으로 됫박을 만들어
하루 종일 맑은 구슬을 담고 또 담는가
- 최해(고려), 「빛 속의 연꽃」
▷ 평생 먹어도 못 먹을 만큼 후추를 쌓아 둔 중국의 원재라는 사람의 욕심을 연꽃이 이슬을 만들어 떨구는 모습과 비교하며 비웃고 있다.

떠나며 보내 주신 연꽃 한 송이
처음엔 너무도 붉었는데,
줄기를 떠난지 며칠 못 되어
초췌함이 제 모습과 똑같습니다
▷ 이별의 슬픔을 이보다 더 잘 비유할 수 있을까?

2. 매화
매화는 사군자의 하나로 눈 속에 피어 선비의 절개를 나타냅니다.

매화는 본래부터 환히 밝은데
달빛이 비치니 물결 같구나
서리 눈에 흰 살결이 더욱 어여뻐
맑고 찬 기운이 뼈에 스민다
매화꽃 마주 보며 마음 씻으니
오늘 밤엔 한 점의 찌꺼기 없네
- 이이(조선 중기), 「매화 가지 끝의 밝은 달」
▷ 세상 유혹이 아무리 커도 나만은 매화 같은 절개를 지키겠다는 마음이 느껴진다.

3. 버들가지
버들가지는 가지를 꺾어 땅에 심어도 다시 뿌리를 내리는 특이한 성질을 지닌 나무로, 꺾꽂이가 가능합니다. 그래서 이별의 선물로 주곤 한답니다.

묏버들 가려 꺾어 보내노라 임의 앞에
주무시는 창밖에 심어 두고 보소서
밤비에 새잎이 나거든 날인가도 여기소서
▷ 헤어지는 님에게 버들가지를 꺾어 주는 모습에는 우리가 비록 지금 이렇게 헤어지지만 훗날 반드시 다시 만나자는 간절한 마음이 담겨 있다. '홍랑'이라는 조선시대 기생이 함경도 관리 최경창과 헤어지며 쓴 시라고 하니 그 마음이 느껴진다.
            
4. 가을 부채
한시에는 가을 부채가 많이 등장하는데, 가을에는 부채가 필요 없는 물건이니 그만큼 자신의 외로운 처지나 처량함을 노래하는 내용에 어울리겠지요.

은 촛대에 가을 빛은 그림 병풍에 차가운데
가벼운 비단 부채로 반딧불을 치는구나
하늘가 밤빛은 물처럼 싸늘한데
견우와 직녀성을 앉아서 바라본다
- 두목(당나라), 「가을밤」
▷ 쓸쓸한 가을 밤, 버림받은 여인의 외로움이 그대로 느껴진다. 특히 '견우와 직녀성을 앉아서 바라본다'라는 대목이 이 여인의 슬픔이 무엇인지를 바로 떠오르게 한다.

새롭게 바라보기
● 시를 감상하거나 쓸 때 남과 같은 방식으로 사물을 관찰하는 것보다는, 나만의 시선으로 느낄 줄 아는 것이 중요해요. 책에 소개된 한시 중에서 그러한 독특한 시선들을 찾아봅시다.

오늘 핀 꽃이 내일까지 빛나지 않는 것은
한 꽃으로 두 해님 보기가 부끄러워서이다.
날마다 새 해님 향해 숙이는 해바라기를 말한다면
세상의 옳고 그름을 그 누가 따질 것인가.
- 윤선도(조선 중기), 「무궁화」
▷ 무궁화가 매일 피고 지는 것은 단 한 분만의 임금을 섬기는 모습을 나타내고, 해바라기가 해님을 따라 고개 돌리는 것은 간신배의 절개 없음을 상징한다. 보통 해바라기는 절개의 상징으로 여겨지나 윤선도는 다르게 해석하고 있다. 그만큼 이 세상에 많은 신하들이 충신 같지만 조금만 달리 보면 해바라기 같은 간신배이며, 자신만이 한 임금을 섬기는 무궁화와 같은 충신이라고 말하고 싶었던 것 같다.

● 한시의 또 다른 특징인 간결성을 잘 나타낸 시는 어떤 것인가요?

작은 창에 햇볕이 가득하여, 나로 하여금 오래 앉아 있게 한다.
▷ 추사 김정희가 쓴 시로, 자연에 묻혀 유유자적하며 세상에 바쁠 것이 없는 편안한 마음을 단 한 줄로 간결하게 표현하고 있다.

● 여기 실린 시들의 작자들은 시를 좀 더 명확하고 간결하게 쓰기 위해 여러 번 다듬고 고쳤을 거예요. 우리도 시인들이 한 것처럼 시를 고쳐 보고, 간결함으로 인해서 시 맛이 어떻게 살아나나 살펴봅시다.

1.
옛적의 좋은 풍속 땅을 쓴 듯 없어지고
다만 봄바람과 술잔 사이에만 남아있다.

옛적의 좋은 풍속 지금도 그대로 있으니
봄바람과 술잔 사이를 살펴보아라

2.
절벽 옆에 말을 세우니 몸이 너무 피곤해서
나무에 시를 쓰는데 글자가 써지지 않는다.

절벽 옆에 말을 세우니 몸이 너무 피곤해서
나무에 시를 쓰는데 글자를 반만 쓰고 말았다.

3.
산들 바람 불어오자 나귀 걸음이 더욱 빨라지고
봄비가 오고 나자 새가 모두 어여쁘다.

산들 바람 불어오자 나귀 걸음이 더욱 빨라지고
봄비가 오고 나자 새가 훨씬 어여쁘다.

● 한 두 어휘만 바꿨을 뿐인데도 시의 맛이 확 달라지지요. 그런데 시어를 조금만 바꾸는 데도 여러분은 이리저리 머리를 굴려야 했죠? 여기 시를 쓰는 고통을 노래 한 시들도 있어요. 우리는 남이 쓴 시를 읽고 해설까지 친절하게 곁들인 책을 읽으니 한시의 멋이 쉽게 이해가 되지만, 사실 시를 쓰는 사람의 고통과 노력은 대단한 것이겠지요.

살아서는 한가한 날 결코 없으리
죽어야만 시를 짓지 않을 테니까
- 당나라 맹교
한 글자를 꼭 맞게 읊조리려고
몇 개의 수염을 배배 꼬아 끊었던가
- 당나라 노연양
● 한시에 대한 설명을 나름대로 정리해 보았는데, 느낌이 어떤가요?
- 재미있어요. '시에 그렇게 깊은 뜻이?' 하는 느낌이었어요.
- 직접 말로 하지 않고 상징적으로 표현하는 게 어렵지만 근사한 것 같아요.

아이들이 책을 읽고 오기는 했지만 제대로 이해를 하고 오지는 않았습니다. 저자의 설명을 다시 읽으며 시를 한편 한편 천천히 감상하자 아이들이 시에 빠져드는 모습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 시를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 알아볼까요? 180쪽에 '내가 너에게 집으로 찾아가는 방법을 가르쳐 주겠다. 도로 네 눈을 감아라. 그러면 바로 내 집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라는 문구가 있지요. 이 말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 한시를 좋아하게 될 방법을 가르쳐 준다는 뜻 같은데요.
- 눈을 감고 마음을 비우고 처음부터 다시 한시를 공부해라 뭐 이런 말 같은데……. 잘 모르겠네요.
● 그렇죠. 한시는 어렵다는 편견을 버리고 깨끗한 마음으로 한시를 이해하자는 뜻이에요. 또 우리의 정신을 어지럽히는 복잡한 세상 속에서 우리 정신의 뿌리를 찾아보자는 의미로 볼 수도 있겠지요.

마무리
● 고려 시대 시인 강일용은 백로를 무척 좋아해 시를 지어 봤지만 늘 자기 마음에 안 찼다고 해요. 그런데 아래의 한 줄을 쓰고 드디어 기뻐했다고 합니다. 미완성으로 남겨진 이 시를 우리가 이어서 써봅시다.

푸른 산허리를 날며 가르네

푸른 산허리를 날며 가르네
하늘 위를 올라가면 무슨 소용 있으리
하늘아래 백로가 나니
백로가 내 이름이로다
- 박찬혁

푸른 산허리를 날며 가르네
겨울의 눈보다 더 하얗고 곱네
푸른 산허리에도 백로 하나
내 마음에도 백로 하나
- 유미영

푸른 산허리를 날며 가르네
저 하얀 백로
너무 밝아 눈을 못 뜨겠네
나의 마음도 백로와 같구나
- 안재현

푸른 산허리를 날며 가르네
여유를 즐기네
푸른 산에 흰 점 백로 한 마리
내 마음으로 날아드네
- 유선우

● 아래의 시 속에 담긴 작가의 마음을 감상글 형식으로 써 보세요.
(감상글을 쓰기 전에 모란과 패랭이꽃의 차이점에 대해 이야기 해 주었습니다. 모란은 화려하고 탐스러워 옛날부터 정원에 심어 가까이 했던 꽃으로 부를 상징하지만, 패랭이 꽃은 산과 들에 피어나는 들꽃입니다.)

패랭이꽃
세상 사람들은 모란을 사랑해서
동산에 가득히 심어서 기른다
그렇지만 황량한 들판 위에도
예쁜 꽃 피어난 줄은 아무도 모르네
그 빛깔은 시골 연못에 달빛이 스민 듯
향기는 언덕 위 바람결에 풍겨 온다
땅이 후미져서 귀한 분들 오지 않아
아리따운 자태를 농부에게 맡긴다
- 정습명(고려), 「패랭이꽃」

모란같이 화려한 사람에게는 많은 사람들이 들러붙는다. 하지만 모란 외에 다른 꽃이 피면 왜 피었는지 관심조차 없다. 그런 꽃에는 농부 같이 소박한 사람들만이 관심을 갖는다. 작가는 패랭이 꽃 같은 자신의 모습도 좀 알아 달라고 하는 것 같다.
- 안재현

눈에 띄는 것만 보는 사람들의 모습을 비판하고 있다. 황량한 곳에 피어 아무도 관심을 가져 주지 않는 아무리 하찮은 것에도 관심을 가져 주자는 것이다. 결국 후미진 곳에 피어 있는 패랭이 꽃이 작가 자신이며 아무도 알아 주지 않는 세상에 대한 원망을 간직하고 있다. - 유선우

세상 사람들은 모두 사치와 욕심의 상징인 모란을 심으니, 패랭이와 같은 꽃은 시골에 농사짓는 기름지지만 한적한 땅에서만 피어난다는 뜻이다. 즉 작가는 욕심 많은 사람보다 욕심 없는 순수한 사람에게 더 복이 온다는 것을 말하고 싶어하는 것 같다.
- 유미영

● 아래의 시는 시적 모호성을 가장 잘 보여 주는 시입니다. 이 시의 훌륭한 점을 찾아 글로 써 봅시다.

쓸쓸히 나뭇잎 지는 소리를
성근 빗소리로 잘못 알고서,
스님 불러 문 나가서 보라 했더니
"시내 남쪽 나무에 달 걸렸네요."

비가 오는 줄 알고 보라 했더니 비가 안 온다. 그럼 그냥 "비가 안 오는데요"라고 해도 되는데, "시내 남쪽에 달이 걸렸네요" 라고 말을 하는 것이 멋지다. 한 번 더 생각해야 말뜻을 알 수 있지만 그냥 말하는 것 보다 훨씬 훌륭해 보인다.
- 유선우

한시에 대한 느낌

한시에 대해 많이 알게 되었다. 처음에는 한시가 무엇인지 잘 몰랐는데, 이제 좀 알 것 같다. 한시에는 자연이 많이 나오는데 그 중에서도 꽃이 많이 나온다. 또 한시는 짧게 쓰고 불필요한 말을 쓰지 않는 게 가장 큰 특징이란 것을 알았다. 특히 한시에 숨겨진 화자의 심정과 화자가 전하고자 하는 뜻이 무엇인지를 찾는 게 제일 재미있었다.
- 유미영

한시는 많은 뜻을 갖고 있다. 하지만 바로 나타내지는 않는다. 예를 들어 혓바닥과 다 빠진 치아의 이야기에서 치아처럼 자신의 권력만 믿는 사람은 금방 그 힘을 잃게 되지만 혓바닥처럼 부드러운 사람은 그 힘이 오래 간다는 교훈을 말해주고 있다. 한시는 이렇게 상징으로 말해주기 때문에 한 번 그 뜻을 알고 나면 더욱 깊고 오랫동안 머리 속에서 잊혀지지 않는다. 또 '모호성'이라는 것은 뜻이 숨겨져 있다는 의미이다. 숨겨져 있기에 읽는 사람에 따라 의미가 바뀔 수도 있고 새로운 해석을 할 수도 있다. 그래서 한시가 재미있다.
- 안재현

오늘 배운 한시를 읽기 전에는 한시라는 말을 듣도 보도 못했다. 또 책을 읽는 동안에도 시의 뜻을 정확히 몰라 지루했다. 하지만 설명을 듣고 수업을 하니 앞으로는 한시의 뜻을 자세히는 아니어도 어느 정도는 알 수 있을 것 같다. 특히 한시의 특징 중에 긴 이야기를 단 몇 줄로 짧게 추려서 표현하는 것이 재미있었다. 생각을 더 하게 되니까 기억에 오래 남고 새로운 생각을 할 수 있어서 좋다.
- 유선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