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의 비밀
- 궁에서 하는 역사체험 연극놀이

강미해 | 극단 '사다리' 배우

대상 : 초등 3∼6학년
수업시간 : 5시간(이른 10시~늦은 3시)
장소 : 경복궁
학습목표 :
1. 경복궁에서 직접 연극놀이 활동을 하며 활동하면서 궁궐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본다.
2. 경복궁에 얽힌 비밀을 풀면서 참여자들 스스로가 궁궐에 흥미를 갖고, 우리 문화재를 친근하게 느끼며 소중히 할 줄 아는 마음을 갖도록 한다.

아침 아홉시. 광화문 뒤쪽 의자에 앉아서 아이들을 기다리고 있다.
'어떤 아이들이 올까? 재미있게 활동할 수 있을까? 준비물 빠진 것은 없나? 비가 올까 안올까?' 이런저런 고민과 걱정을 하고 있는 사이 아이들이 하나 둘 씩 오고 있다. 토요일 아침부터 먼 곳까지 찾아와 준 아이들이 6시간이라는 길고 소중한 시간을 헛되이 보내게 하지 않기 위해 이런저런 다짐을 하며 아이들을 반갑게 맞는다.
아이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극단 '사다리'에서 이번에 새롭게 시작하는 역사탐방 프로그램 중 두 번째인 '궁궐을 소재로 한 연극놀이'를 하기 위해서다. 이 프로그램은 경복궁의 창건 배경과 궁궐의 면모를 구석구석 살펴보면서 아이들에게 일정한 도전거리를 주고 경복궁에 담겨 있는 비밀을 풀어가는 내용으로 꾸며 보았다. 안내판을 읽고 수첩에 옮겨 적으며 단순히 구경만 하는 궁궐 유람이 아니라, 직접 참여하는 연극 안에서 우리 역사와 문화재에 대한 생각을 자연스럽게 불러일으키기 위함이다.

전통놀이로 마음열기

20명의 초등학교 3∼6학년 아이들이 모두 모였다. 처음 만나는 시간이기 때문에 서로가 익숙해 질 수 있는 놀이를 먼저 시작하였다. 딱딱하게 일어서서 자기 이름을 대며 뻔한 자기소개를 하는 것보다는 놀이를 통해 서로 알아 가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저는 ∼한 사람을 사랑합니다" 라는 놀이를 하였다. 원으로 둥글게 서서 그 가운데 선 술래가 자신의 이름을 이야기하면 모두가 반갑게 인사해 주고, "저는 모자 쓴 사람을 사랑합니다"라고 이야기하면 해당되는 사람들이 서로 자리를 바꾸는 놀이였다. 한 명도 빠짐 없이 술래가 되어 보게 해주고 나면 좀더 친숙해 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어서 우리나라 전통놀이인 '진드기 놀이'를 시작하였다.
멀뚱히 서 있는 부모님들이 네 개의 기둥이 되고 아이들을 네 모둠으로 나누어 줄을 서게 한다. 줄 선 아이들 앞에 술래가 엎드려 있으면 '진드기 10'이라고 숫자를 부르며 술래를 넘어가 기둥에 찰싹 붙어 있는다. 모두 술래를 넘어가면 10초 동안 술래는 기둥에 붙어 있는 아이들을 떼어내야 한다. 처음 만나는 서먹하고 조용한 분위기가 이내 소란스러워지고, 아이들은 처음 만나는 사이임에도 어색해 하지 않고 서로 몸이 부딪혀도 놀이에 집중한다. 이런 것이 놀이의 놀라운 힘 아닐까 한다. 자발적인 참여와 자연스러운 몰입.
경복궁 문을 열기도 전에 벌써 마음이 설렌다. 교사와 함께 놀이를 하고 나면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교사의 말에 집중하게 된다. 크게 소리를 지르거나 통제하지 않아도, 아이들은 또 다른 놀이를 하기 위한 준비가 되어 있다는 기운을 나에게 넘겨주는 것이다.

경복궁 속으로

1. 궁궐을 어디에 지을까

드디어 경복궁 안으로 들어간다. 경복궁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지 알기 위해서는 경복궁 창건 당시로 돌아가 보아야 한다. 이제 경복궁 홍예문을 지나면 아이들은 옛날로 돌아가 건국 당시 이성계의 고민을 담은 짧은 연극을 보면서 그 안에서 태조 이성계(역할교사)에게 도움을 주게 된다. 관람자의 입장에 있다가 참여자의 입장으로 자연스럽게 변화하기 위해 아이들에게는 '개국공신의 신하들'이라는 역할을 주었다.
태조 이성계가 도읍을 세우기 위해 어느 곳이 좋을지, 도읍이 갖추어야 할 요건이 무엇인지 개국공신들에게 물어보면 아이들은 '교통이 좋아야 한다', '사람들이 잘 살 수 있어야 한다', '강이 있는 곳이어야 한다', '산이 있어야 한다' 등의 대답을 해준다. 그 대답에 맞춰 좋은 산이 어디 있는지 물어보면 아이들은 아는 산들을 모두 대답한다. 그때 같이 있었던 무학대사(역할교사)가 한양을 추천하고, 그곳에 다녀오겠다고 하면서 태조 이성계는 퇴장한다.
무학대사가 한양에 도착하면 아이들에게는 한양을 둘러싸고 있는 네 개의 산(북악산, 남산, 낙산, 인왕산)을 만든다. 교사가 먼저 제시해 준 산의 특징과 모습에 대해 알고 난 후 몸으로 산을 표현한다. 네 개 산의 위치가 어디에 있는지 정확하게 잘 몰라도 설명을 들으며 진지하게 참여한다. 소나무의 푸른 기운을 표현하기도 하고, 꿈틀거리는 낙타봉도 만들고, 불법의 기운이 있는 선바위까지 표현하고 있으면 태조 이성계가 다시 등장하면서 어느 산을 등에 지고 궁궐을 세워야 할지 고민한다. 정도전(역할교사)과 무학대사의 설명을 들으면서도 산이 된 아이들은 자기 산이 최고라고 아우성이다. 하지만 결과는 이미 결정되어 있으니….
태조 이성계는 어렵게 고민하다가 북악산을 등에 지고 낙산에 청룡을 인왕산에 백호를 남산에 주작을 북악에 현무를 두어 사방이 궁을 지키는 산이 되라고 명하고 궁궐을 짓는 작업을 착수하라고 이야기한다.
탈락한 산들은 아쉽지만 태조가 경복궁을 짓기 위해 그만큼 심사숙고했고, 그만큼 많은 의미를 담아 지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더불어 서울에 있는 산 이름도 더 알게 되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사방신에 대해서도 다시금 환기할 수 있게 되었다. 홍예문 회랑에서 바라보면 인왕산과 북악산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창건 당시 이야기를 몸으로 접하고 나니, 정기를 뿜어내는 듯한 산 아래 궁궐의 모습이 새삼스럽다.

2. 내 손으로 경복궁 짓기

이제 아이들은 조선 최고의 건축가가 되어 궁에 주요 건물을 짓는다. 이 활동을 통해 아이들은 경복궁 주요 건물들의 의미와 쓰임새에 대해 터득할 수 있게 된다.

- 건축전문가를 찾아가자

궁을 짓기 위한 1단계는 세계 여러나라의 건축전문가(역할교사)와 만나 각 나라 건축물의 특징과 양식, 지을 때의 초점 등을 듣는 것이다. 다른 나라의 궁과 우리 나라 건축 양식에 대해 알려주었다. 하지만 아이들이 앉아서 설명을 듣는 주입식 학습이 아니라, 제한 시간 내에 모둠별로 해당 건축전문가를 찾아가 설명을 듣게 하는 방식을 채택하였다. 징 소리에 맞춰 아이들이 달려오고, 설명을 들은 후 다른 교사에게 달려가는데, 그 열기가 뜨겁다. 이런 형태를 통해 아이들에게 '중요한 임무에 도전하고 있다'는 실감을 주고, 늘어지지 않게 짧은 시간 내에 정보를 접하게 하였다.

- 건축물을 설계하자

궁궐짓기 2단계는 모둠별로 각 건물의 용도를 적어 주고 전지에 직접 그림을 그려 설계할 수 있는 시간을 주었다. 아이들은 자신들만의 독특한 아이디어를 제시하며 건축물을 설계하였다.





임금과 왕비를 지키기 위해 미로로 된 굴을 만들어 적의 침입을 막겠다고 하고, 멋진 용 장식물을 그려 놓아야 한다고 하고, 최대한 높게 지어야 한다고도 하는 등, 아이들이 상상한 궁궐은 화려함과 막강한 힘을 자랑했다. 물론 아이들의 용도에 맞게 설계된 건축물은 실제의 건축물과도 흡사한 점이 많았다.

자신들의 건축물을 발표하고 난 후 본격적으로 경복궁을 둘러보기로 하였다. 자신들이 지은 건축물이 실제로 경복궁에 어디에 있고, 실제 이름은 무엇인지 지도를 보며 직접 찾아보게 하는 것이다. 예전에 경복궁에 왔을 때 단순히 건축물 앞 팻말을 보고 알았던 지식보다 훨씬 더 많은 배움들이 아이들의 머릿속을 풍부하게 하고 안착되지 않았을까. 해당 건물을 찾은 후에는 그 공간의 건축물과 어울리는 OX 퀴즈를 풀어 보았다. 이렇게 3시간을 보낸 후 아이들은 한 시간의 점심시간을 갖게 된다.

3. 자선당을 둘러싼 수수께끼 속으로

점심시간을 보내고 난 뒤 아이들 이름표에 '궁궐박사' 스티커를 이름표에 붙여 주었다. 이 조그만 행동이 계기가 되어 아이들은 경복궁의 미스테리로 빠져들기 위한 준비를 하게 되고, 커다란 '자선당'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 자선당 관리인의 간밤의 꿈;
노란 봉투와 빨간 봉투, 크고 딱딱하고 차가운 것


함께 자선당으로 가서 관리인(역할교사)을 만났다. 자선당은 세자와 세자빈이 공부를 하던 곳이고 '동궁'이라고도 불리는 곳이다. 동궁이라 불리는 이유는 해가 동쪽에서 떠오르는 기운을 받아 후세가 잘 자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지은 이름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해주며, 관리인은 자신의 꿈 이야기를 한다. 누군가 울고 있는데 그 형태는 알 수 없는 차갑고 딱딱한 느낌의 꿈이었고, 눈을 뜨고 나니 눈앞에 노란 봉투와 빨간 봉투가 놓여져 있었다는 것이다. 관리인은 종소리가 들리면 먼저 노랑봉투를 열어 보고, 두 번째 종이 울리면 빨간 봉투를 열어 보라는 메시지를 받았다고 이야기하며, 그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요청한다. 아이들은 관리인의 꿈 이야기에 몰입하기 시작하였고 집중도가 높아졌다.
왜 관리인은 이런 꿈을 꾸게 되었을까? '크고 딱딱하고 차가운 것'은 무엇일까? 교사와 아이들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관리인이 하나의 이야기를 더 해준다. 이 자선당은 1993년에 훼손된 이유를 알 수 없지만 다시 복원된 것이라고 알려주자. '복원 당시로 가자!'고 누군가 크게 이야기한다. 시간과 공간은 현재 그대로 남아 있지만 아이들의 상상을 통해 문 하나를 지나가면 1993년 복원 당시 공사현장으로 시간과 공간은 모두가 바뀌게 된다. 누구 하나 거짓말이라고 하지 않고 복원 당시 공사현장의 사람들이 되어 그들(현장관리자)의 이야기를 듣게 되는 것이다.
공사현장의 사람들로 위장한 아이들은 일하는 재료가 없어도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일하면서도 귀는 쫑긋 세우고 무슨 단서가 있는지 지켜보고 있는 아이들은, 마임을 하는 것도 재미있지만 무언가 단서를 찾기 위해 위장하고 있는 것에 아주 흥미를 느끼는 듯 했다. 그때 전화가 오면서 자선당이 일본에서 발견되었다는 내용을 알게 되고, 아이들은 다시 일본으로 건너가게 된다.

- 자선당 주춧돌을 위해 일본으로

또 문 하나만 지났을 뿐인데 일본에 도착해 있다. 거기서 아이들은 자선당을 찾았다는 박사를 만나 자선당의 속사정을 듣게 된다. 일본인들에 의해 파손된 자선당 주춧돌 이야기를 박사로부터 듣게 되고, 관리인의 꿈 속에 나타난 딱딱하고 차가운 것은 바로 주춧돌이라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이다.  
그 때 징 소리가 나고, 노란색 봉투를 열어본다. 그 안에는 "돌아가고 싶어라 나 우뚝 서 있던 그리운 그곳"이라는 편지가 들어있고, 이제 아이들은 그것이 주춧돌이라는 것을 확신한다. 이제 자연스럽게 다음 단계로 넘어가면서 자선당의 주춧돌을 다시 가져올 방법에 대한 회의를 하게 된다. 이미 도입에서부터 미스테리 한 구조였기 때문인지 아이들은 한 단계 한 단계 이야기를 들어가면서 무언가 해결해 간다는 자신감이 생기기 시작하였다.
어떻게 일본인에게서 주춧돌을 돌려 받아 다시 가져올 수 있을까? 아이들이 제시한 방법은 가짜 돌 박사로 변장하여 검사한다고 하면서 몰래 빼오는 방법, 서명운동과 모금운동을 하여 많은 돈을 주고 다시 사오는 방법, 유네스코 같은 국제단체에 이야기하여 우리 문화재를 되찾아오는 방법 등이었다. 각자 원하는 방법으로 아이들을 세 모둠으로 나누고 방법과 실행까지 직접 행동할 수 있게 해주었다.
아이들이 연구한 방법을 모두 일본인 사장에서 시도해 보았으나 실패를 거듭하였다. 결국 문화재는 우리에게 가장 소중한 것이고 중요한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일본인에게 직접 찾아가 상황을 이야기하고 반환 받는 방법만이 남았다. 아이들은 일본인(역할교사)과 이야기하면서 자선당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자연스레 이야기하게 되고, 입장을 바꿔 생각해 보라는 권고도 하며 스스로의 논리에 설득력을 추가한다. 결국 감복한 일본인이 자선당의 주춧돌을 돌려주기로 하면서, 일본을 배경으로 한 연극 속에서 빠져 나온다.

- 자선당 주춧돌의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

모두 함께 다시 관리인을 찾아가서는 그 꿈은 자선당 주춧돌에 관한 꿈이고, 일본인에게 돌려 받기로 했다고 아주 들뜬 기분으로 해답을 내놓는다. 하지만 관리인은 아직도 울음소리가 나고 있고 아직 빨간 봉투는 열어보지 못했다면서, 아직도 해결하지 못한 문제가 있다고 암시해 준다. 아이들은 한 가지 문제는 해결하였지만 아직 남아 있는 문제에 대해 고민에 빠졌고, 몇몇은 당장 빨간 봉투를 열어보자고 한다.
그 대목에서 관리인은 일본에서 온 주춧돌이 생각보다 훼손이 심각하여 지금은 다른 곳에 옮겨 놓여져 있다는 말을 해주고, 아이들은 빨리 그곳에 가 보자고 하며 이제는 아예 교사보다도 서두르며 주춧돌 있는 곳으로 향한다.
하지만 그곳은 현재 공사중. 아이들이 너무나 아쉬워한다.
"왜 그럼 아직도 주춧돌은 울고 있을까요?" 라고 교사가 질문하니, '보수 공사가 시작되지 않아 한쪽에 처박혀 있어서', '사람들이 주춧돌에 관심이 없어서' 등 그럴싸한 대답들을 해 준다. 그렇다면 이 주춧돌을 알릴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함께 고민하면서 결국 이런 이야기를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는 방법만이 능사라는 결론을 내고, 자선당 주춧돌의 일대기를 비디오 촬영하여 홍보하기로 했다. 모둠별로 나누어 자선당의 연대기를 몸으로 표현하는 아이들. 비디오 촬영이 다 끝나자 다시 징이 울리고 빨간 봉투를 열어보니 '이제 편안히 쉴 수 있다'는 내용이다. 주춧돌에게 답장을 해주고 3시간의 활동을 마무리했다.

마치며

오전 활동이 조선의 건국 배경과 수도 이전에 대한 정보를 접하는 것이었다면, 오후 3시간 활동을 통해서는 문화재를 둘러싼 역사적인 문제와 함께 우리 문화재를 소중히 할 줄 아는 마음을 갖게 하고 싶었다. 중간 중간 어려운 상황도 있었지만, 아이들이 흥미를 가지고 집중하여 적극적으로 의사 표현하는 모습이 너무나도 자랑스러워 보였다.
아이들에게 호기심을 유발하며, 역사적 사실과 이슈를 신비스러움을 곁들여 상상적 재현으로 풀어낸 오늘의 수업은 아마 아이들에게 오래 기억될 것이다. 다양한 각도에서 궁을 돌아보며 얻게된 지식과 우리 역사·우리 문화재에 대한 관심과 사랑, 스스로 극의 주인공이 되어 사건을 진행하고 친구들과 힘을 합쳐 문제를 풀어냈을 때의 성취감과 뿌듯함… 모두 잊혀지지 않기를 바라며 아이들의 삶에 좋은 자양분으로 쓰였으면 하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