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의 두 얼굴

김소일 | 해오름 평생교육원 전임강사

우리 앞에 일본이 달려갑니다.
우리 앞에 중국이 달려갑니다.
우리 앞에 세계가 달려갑니다.
이곳은 세계 최대의 시장 미국.
우리는 이 시장을 넘어 세계로 나아가야 합니다.
더 큰 세계로 나아가기 위한 우리의 선택 한미 FTA.
이제 세계 앞에 더 큰 대한민국이 달려갑니다.

Morning aura를 배경음악으로 방영된 한미 FTA TV광고 전문이다. 높은 시청률을 보였던 사극 <주몽>의 시청시간에 맞춰 상영되기도 하였다. 바다 위를 달려 뉴욕에 이르는 장면은 정부의 급한 마음을 드러낸 것이었을까? 일간지와 TV를 앞세운 정부의 한미 FTA 광고공세에 맞서 "우리 앞에 미친 소가 달려옵니다. 우리 앞에 미국이 달려옵니다."로 시작되는 패러디광고도 등장했다. 하지만 '마오. 마오. 그리 마오……'라고 울부짖는 횡성 농민 소리꾼 김지희씨의 소리에는 단지 우스개로 넘기기 어려운 농민의 처연함이 배어 있었다. 어찌하여 이러한 상황에 이르게 되었을까? 많은 사람들의 말과 말, 눈빛과 폭력들이 부딪치며 머리를 어지럽게 한다. 진실은 무엇이고, 어떤 모순이 우리를 이런 혼돈 속에 가두는 것일까?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나? 이런 질문들에 답하기 위해 FTA에 관한 진실과 왜곡들을 하나하나 되짚어 보며 생각해보자.

한미 FTA란?

자유무역협정(FTA : Free Trade Agreement)
- 국가 간 상품의 자유로운 이동을 위해 모든 무역장벽을 제거시키는 협정이다.
- 무역관련 이슈가 협정의 대상으로서 농업, 지적재산권, 금융, 교육, 의료, 투자, 시장 접근권, 경제정책, 노동, 환경 등 경제활동의 전 영역을 포괄하는 협정이다.

WTO(세계무역기구), DDA(도하개발아젠다)와 한미 FTA가 다른 점은?
- WTO, DDA는 다자간 협상이며, 한미 FTA는 1대1 협상이다.
- 다자간 협상이 참여국 사이의 이견으로 난항이 계속되자, 개별 국가 간의 일대일 협상 시도가 늘어나고 있다.
- 다자간 협상은 개도국끼리 공동대응하고 연대하여 불이익을 최소화하거나, 국제 사회에 여론을 형성할 수 있지만, 1대1 방식은 단 두 국가 사이에 이루어지는 협상이므로 상대적으로 힘이 약한 국가가 손해를 보기 쉽고, 자국의 취약한 분야를 지켜내려면 다른 영역에서 양보해야 한다는 딜레마가 있다.

한미 FTA협상 어디까지 왔나
2005/10/30 약값 재평가제도 개정 중단
2005/11 노무현-부시 대통령 한미 FTA협상 개시 약속
2005/11/06 강화된 자동차 배출가스 기준 수입차에 대한 적용 유예 발표
2006/01 한미 FTA협상 개시 공식 발표
2006/01/13 미국산 쇠고기 수입재개 발표
2006/01/26 정부의 스크린쿼터 축소 결정 발표(7월 1일부터 시행)
2006/02/02 한미 FTA공청회
2006/02/03 한미 양국 FTA협상 공식 선언(미의회 의사당)
2006/06/05 한미 FTA 1차 본협상(미국 워싱턴)
2006/07/10 한미 FTA 2차 본협상(서울)
2006/09/05 한미 FTA 3차 본협상(미국 시애틀)
2006/10/23 한미 FTA 4차 본협상(서귀포)
2006/12/04 한미 FTA 5차 본협상(미국 몬태나)
2007/01/15 한미 FTA 6차 본협상(한국)
2007/03 한미 FTA협상 타결 목표

한미 FTA에 관한 진실게임 10가지

  '4대 선결조건'의 양보 주장은 오해와 억측이란 정부의 입장
정부는 PD수첩 등의 한미 FTA 반대론자들이 말하는 소위 '4대 선결조건'의 양보에 대한 오해와 억측을 불식하기 위해 정부의 공식 입장을 담은 광고를 일간지에 게재했다. "주장은 많지만 진실은 하나입니다"라는 제목의 광고는 의약품과 소고기 수입, 자동차 배출가스, 스크린 쿼터 등 4가지 통상현안을 한미 FTA 협상을 위해 미국에 양보했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며 분야별로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의약품 문제에 대해 정부는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약제비 적정화 방안'문제로 한미 FTA 2차 협상 일부가 중단되기도 했습니다. 이를 보더라도 정부가 약가 문제를 미국 측에 사전 양보했다는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강조한다. 특히 "약제비 적정화 방안은 가격대비 효능이 높은 의약품만 건강보험에 넣는 포지티브 방식"이라며 "약가제도 변경은 '선결조건'주장이 사실이 아님을 보여준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정부 최고위층의 사전양보가 이후에 보건복지부의 반발에 부딪혀 후퇴하게 되었다는 의혹을 지울 수 없다. 왜냐하면 "4대 조건은 한국정부가 미국과 협상할 능력이 있는지를 가늠하는 리트머스 시험지다. 4대 조건이 선결되어야 본협상에 들어갈 수 있다."라고 로버트 포트먼 미 무역대표부 대표가 지난 2005년 6월 언급한 바가 있고, 노무현 대통령도 4대 조건의 양보를 암시하는 말을 했기 때문이다.
쇠고기 수입재개에 대해 정부는 "엄격한 국제기준에 따랐다"며 "우리만이 아니라 일본, 대만, 싱가포르, 홍콩 등 아시아 국가들이 2005년 12월부터 2006년 1월 사이에 수입재개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국제기준에 따라 30개월 미만 소에서 생산된 뼈 없는 살코기만 수입한다고 덧붙였다. 쇠고기 수입재개는 국민건강 보호차원에서 다루어지는 문제로 한미 FTA협상과는 별개의 사안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일본의 경우 20개월 미만의 소를 대상으로 하고 있어 우리 정부의 세밀하고 철저하지 못한 결정에 전문가들의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또한 미국에서 광우병이 재발하였고 다른 지역의 소에 대한 광우병 검사도 철저하지 못한 상태에서 그 지역을 제외한 곳의 쇠고기를 수입하여, 광우병 쇠고기 수입에 대한 우려를 낳고 있다.
자동차 배출가스 문제가 선결조건이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우리의 환경기준을 완화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배출가스 기준유예는 양국 간 교역 불균형으로 인한 반덤핑 조치 등 무역마찰 가능성을 고려해 내린 결정이며 우리의 환경기준을 유지하면서 1만대 이하 판매자에게 유예기간을 2년 연장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2005년 기준으로 우리나라가 미국에 71만대를 수출한 반면 미국은 우리에게 5,500대 수출에 그쳐, 양국의 자동차 수출 불균형에 따른 통상현안 문제의 배경도 덧붙였다. 그러나 우리나라 기업 중에 1만대 이하 판매자는 없으므로, 미국기업을 위한 결정이라고 볼 수 있다. 이는 분명히 양보를 한 것이며, 우리보다 경제선진국인 미국에 유리한 수출불균형 사례는 제외한 채, 양국의 수출불균형을 왜 우리 자동차산업에만 적용시키는지 의문이다. 환경기준과 관련해서도 기준을 완화하지 않았다고 하지만, 기준완화의 이유는 '대기오염의 증가' 때문이다. 중요한 판단기준은 대기오염의 정도가 아니라, '환경기준의 정도'여야 한다.
스크린쿼터(한국영화 의무상영 일수)에 대해서는 이미 지난 1988년~99년 한미투자협정 협상 당시 국회 등에서 한국영화 점유율 40%를 스크린쿼터 축소 검토의 기준으로 제시한 바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킨 후 한국영화가 세계와 경쟁할 수준으로 올라섰다는 점을 강조했다. 2001년 50.1%였던 한국영화 점유율이 50% 이상을 유지하고 있어 한국영화의 경쟁력에 큰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덧붙여 "스크린 쿼터 축소가 한미 FTA협상 출범을 촉진한 것은 사실입니다"라고 하고 있다. 여기서 제기되는 비판은 한미 FTA협상 전반에 가해지는 비판인데, 민주적 의사결정과정의 부재를 들 수 있다. 또 스크린쿼터 축소의 논거가 현재의 한국영화 점유율이어서는 안 된다. 축소이후의 면밀한 상황변화에 대한 설득력 있는 예측자료들이 논거가 되어야 할 것이다.

  공청회 개최 등 여론수렴과정이 준비되어있다는 주장

"정부는 국회 한미 FTA특위에 협정문 초안 전문과 협상 결과를 상세하게 보고하겠습니다. 농업, 제조업, 서비스업 등 분야별 단체들과도 더욱 긴밀히 의견을 교환하겠습니다. 취약분야에 대한 지원 프로그램도 마련 중입니다. 정부 내에 별도 국내팀을 구성하여 국민의 목소리를 보다 겸허하게 수렴하겠습니다."
- 한미 FTA 일간지 전면광고

"공청회 개최 등 여론수렴 과정이 준비되어도 물리적 저지로 원만하게 개최되지 못하는 현실에서 정부로서도 곤혹스럽긴 마찬가지이다."
- 재정경제부 경제보좌관

한미 FTA협상과정의 가장 큰 문제점은 협상내용이나 여론수렴의 준비과정이 충분하지 않은 비민주적 절차에 있다. 미국은 이미 5년 전부터 160여명의 정책팀이 조사, 연구, 분석하여 자료를 내놓으면서 1만여 가지에 달하는 협상분야 보고서를 제출한데 반해, 한국은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서 2003년과 2004년에 실시한 연구가 전부였으며, 나머지 자료는 모두 2006년에 와서 급히 만든 것이다. 게다가 2007년 6월 30일 미행정부의 무역촉진 권한법(신속협상권)만료일을 기준으로 미 의회 검토기간 90일을 계산하면 2007년 3월말에 한미 FTA협상을 타결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며, 조급하게 마무리하려는 무책임하고 위험스런 태도를 보였다. 이런 방식으로는 여론수렴과정에도 차질이 올 수밖에 없다. 또한, 미국이 협상과정에서 나온 문서를 3년간 한국에 공개하지 말 것을 요구하였고 한국정부가 수용한 상태에서 제대로 된 토의와 여론 수렴은 불가능할 것이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2006년 2월2일 오전, 삼엄한 경호 분위기아래 형식적인 한미FTA 공청회가 열렸고, 그 공청회가 시작되기도 전에 이미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미국의회에서 한미FTA협상 개시선언을 하기 위해 한국을 떠났으며, 다음날 새벽 미 의회에서 공식선언 했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일련의 흐름 속에는 대화의 전제인 상호신뢰가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발견되는 것이다.

  한미 FTA를 체결하면 투자가 늘어 양질의 일자리가 창출된다.

"한미 FTA는 양국 간의 교역을 활성화하여 성장을 촉진하고 미국은 물론, 제3국으로부터의 외국인투자를 유입하여 양질의 일자리 창출에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이를 성공적으로 추진하면 우리 경제의 성장잠재력이 확대되어 일자리도 창출되고 소외계층을 도와줄 사회안전망 확보여력이 생기게 되므로 양극화 해소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 재정경제부 경제보좌관

투자에는 직접 투자와 간접 투자가 있다. 직접 투자에는 새로 공장을 짓고 신규 투자를 하는 그린필드 투자와 기업을 인수 합병 매각하는 M&A 투자가 있다. 간접 투자는 주식에 투자하는 포트폴리오 투자를 말한다. 간접 투자는 국내 주식의 시세차익을 챙기는 것이므로 생산 분야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투기성 투자이다.
IMF 이후에 외국인 간접 투자는 전체의 51%에 이르고 직접 투자도 M&A가 대부분이다. 제일은행을 인수했던 뉴브릿지 캐피털은 1조 1800억 원의 시세차익을 남긴 후, 세금을 포탈하여 본국으로 돌아갔으며, 법률상 은행업을 할 수 없는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한 후 다시 4조 5천억 원의 시세차익을 남겨 마찬가지로 세금을 내지 않고, 현재 검찰의 수사 중에는 한국에 더 이상 투자하지 않겠다며 본국으로 철수하려 하고 있다.
처음 외환은행을 인수했던 코메르츠 뱅크는 지방 점포 150여 개를 폐쇄하고 이 과정에서 3500여명을 정리해고 했으며, 이를 다시 인수한 론스타도 천여 명의 노동자를 정리해고 했다. 브릿지 증권의 계열사도 노조원의 절반을 정리해고 하고 건물을 매각한 후 회사 자산을 빼돌리려 하고 있다.
결국 투기성 자본의 시세차익을 노린 투자는 막대한 국부가 누출되고 기업은 황폐화되며 수많은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빼앗는 결과를 낳는다.

  미국의 선진시스템과 첨단기술이 들어와 국가경쟁력이 향상된다.

"제조업은 기계나 상품 수입 시 수반되는 기술이전을 통해 기업이 쉽게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으나, 서비스업은 외국인 투자와 함께 유입된 외국 전문인력과 국내인력이 함께 업무를 수행하는 가운데 기술과 노하우의 이전이 가능하다."
- 재정경제부 1차관

"미국은 우리가 취약한 원천기술을 많이 보유하고 있고, 제조업경쟁력에 큰 영향을 미치는 금융, 물류, 유통 등 지식서비스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고 있다. 우리 기업들이 한미 FTA를 통해 제조업과 서비스 산업 전반의 기술수준을 제고하고 선진 경영기법 등을 습득할 수 있다면, 한미 FTA는 우리 산업의 경쟁력 강화와 산업구조선진화에 커다란 기회로 작용할 것이다."
- 산업연구원 원장

IMF 이후 수많은 외국 자본이 국내 기업을 인수하여 운영하였지만 그 어느 기업도 자신의 고급 기술을 넘겨주거나 원천 기술을 제공한 경우는 찾아볼 수 없었다. 오히려 국내 기업을 인수한 뒤 그 기업이 가지고 있는 기술을 사장하거나 본국으로 빼돌린 사례만 있을 뿐이다. 오리온 전기는 기술 선도 산업인 OLED, PDP 사업으로 대우 그룹의 우량기업이었으며, 순자산가치만 2,187억 원에 달했었다. 경영 악화로 법정관리를 받아오다 미국계 투기자본 메틀린 페터슨 펀드에 600억 원에 인수되었다. 중국 기업에 매각 후 4개월도 되지 않아 핵심기술은 본국으로 빼돌려졌고 일방적으로 공장을 폐업, 1,300여명의 오리온 전기 노동자들과 100여 개에 이르는 하청업체 노동자들이 실직자가 되었다. 초국적 자본과 세계화는 자웅동체라고 한다. 문제는 초국적 자본은 생각과 행동에 국적이 없다는 것이다.

  한미 FTA를 체결하면 제조업에 이익이 될까?

"한미 FTA에 의해 가장 큰 편익을 얻는 부문중의 하나는 섬유 의복 등 노동집약적이고 전통적인 산업이다. 한미 FTA는 전통산업 부문에 대한 시장을 확대함으로써 중소기업과 근로자들이 직접적인 수혜를 입을 것이기 때문이다."                
- 재정경제부 경제보좌관

정부는 대미수출 증대로 한미 FTA의 수혜 업종이라며 자동차, 전기, 전자, 섬유, 의류 등의 산업을 들고 있다. 자동차의 경우 미국의 관세가 2.5%의 낮은 수준이라 관세들이 모두 없어진다 해도 커다란 수출증대 효과가 나올 소지는 적다. 자동차 산업에서 우려할 점은 한미 FTA 체결로 미국에서 생산된 일본 자동차가 우리나라에 수입되어 오히려 수입이 증대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전자제품의 평균 관세는 2%의 낮은 수준이며 한국의 주력 전자제품들인 휴대폰, 반도체, 컴퓨터 등은 지금도 이미 무관세 수출을 하고 있어 관세 철폐의 다른 추가 이익은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국내 기업은 한미 FTA에 의해서 반덤핑 및 보복 과세로 인한 고통에서 벗어날 기대를 하고 있으나 미국이 체결한 어떠한 FTA에서도 반덤핑 관세를 폐지한 적이 없다. 미 무역 대표부도 반덤핑 및 보복 과세는 유지하겠다고 강력히 주장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는 섬유 제품의 경우 미국의 평균 관세가 10%에 육박해 수출 이익을 가져다 줄 것이라 말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얀 포워드 기준에 따라 협상을 하고 있기 때문에, 원사를 가격이 싼 중국이나 동남아 등에서 주로 수입하여 쓰고 있는 한국 섬유 제품이 한국 산으로 인정되어 미국으로 수출될 수 있을지 미지수이다.

  한-칠레 FTA가 한국농업에 미친 영향 미미했으므로 한미 FTA도 안전할까?

"칠레와 FTA가 체결되면 칠레 산 농산물의 수입급증으로 인해 한국의 농가는 치명적인 피해를 입게 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협정 발효 2년이 지난 지금 돌이켜 보면 FTA 체결 전 우려는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과수농가의 피해규모는 당시 피해 예상치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최대 28억 원에 불과하다. 칠레 산 농산물의 수입증가율은 포도주를 제외할 경우 2%에도 못 미친다. 양국 간 FTA가 한국농업에 미친 영향은 미미했다."
-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원장
"농업의 경우 피해 최소화 및 구조조정 촉진차원에서 접근하되, 범정부적인 보완대책을 협상 진행과 병행하여 마련할 것이다."                            
- 외무부 통상교섭본부장

"우리 농업이 한미 FTA에서 극복해야 하는 것은 피해규모보다 미국이 세계 최대 농산물 수출국이라는 것과 농산물 시장개방의 공세적 주장 등에 따른 심리적 위축이다. 어차피 극복해야 할 시장개방이라면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충격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찾아나가야 한다."
- 농림부장관

한미 FTA로 곡물관세가 철폐되면 미국은 최소 200%의 식량수출 증대를 예상하고 있다. 미 무역위원회 발표에 따르면 한국은 8조 9천억의 농업 생산 감소로 한 해 총 생산 20조의 45%가 감소하여 현재 350만 농업 인구의 절반이 농업을 포기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해 정부는 쌀을 제외하면 2조 감소에 12만 정도의 일자리가 감소할 것이라 주장했다. 그러나 여기에는 수입 물량의 45%을 차지하는 가공 농산물은 포함되지 않았으므로 이를 포함하면 4조 감소, 즉 현재 생산의 1/3이 감소하여 70만의 농민들이 농촌에서 밀려나게 된다.
게다가 농업 FTA는 물 저장, 홍수 방지, 생태계 서식지, 기온 저감 등 인류 문화를 만들어내고 지탱시켜온 문화의 가치마저 파괴하게 될 것이다. 또한 대규모의 농약 살포, 유전자 조작 농산물의 대량 유통으로 국민들의 건강한 삶마저 위협할 것이다. 스위스가 전체 생산의 1.5%밖에 차지하지 않는 농업이지만 전면 개방을 하느니 차라리 미국과의 FTA를 포기했던 것과, 한일 FTA가 일본의 곡물 관세에 대한 방어로 5년 간 표류하고 있는 것은 무척 의미가 있는 대목이다.

  한미 FTA가 체결되면 한미동맹이 강화되어 한반도 평화에 기여하게 될까?

"FTA는 군사동맹을 대체 혹은 보완하는 것이다."
- 미국 무역대표부 홈페이지

한미 FTA는 동아시아를 통제하려는 미국의 지정학적 전략의 하나로 볼 수 있고 전략적 유연성의 틀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지난 1월 19일 한미 양국은 주한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에 합의하는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전략적 유연성이란 그동안 한반도 전쟁 억제를 이유로 주둔해 있던 주한 미군의 원칙을, 세계 어느 곳이라도 가장 빠르고 쉽게 공격할 수 있는 군사적 대응 태세를 갖추는 전략으로 전환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미 FTA는 경제통합일 뿐 아니라 전통적인 한미 군사동맹에서 경제 외교 안보를 망라하는 동맹의 성격을 지녔다. 미국은 한미 FTA를 통해 한국에게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는 역할을 맡기려 하고 있다. 한미 FTA와 주한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에 따른 한미 동맹은 한반도 평화에 기여하는 것이 아니라 평화를 위협하는 기초로써 작용할 수 있다.
  
  멕시코의 저조한 경제성장률은 NAFTA와 무관한가?

"미국과의 FTA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에서 자주 인용되고 있는 NAFTA직후 멕시코의 저조한 경제성장률도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94년 페소화의 위기에 기인하는 것이지 NAFTA때문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즉, 페소화 위기는 94년 당시의 정치 불안, 경직적 환율정책, 미국의 이자율 상승 등에 따라 외국자본이 이탈하면서 발생한 것으로 NAFTA와는 무관한 것이다."
-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원장

"NAFTA에 대해 부정적인 면만 부각시킨 평가는 멕시코 일부에 해당되는 문제이거나 사실이 아니다."
- 주한 멕시코 대사

멕시코의 실업률은 9.7%에서 15.1%로 오히려 증가해 빈부의 격차는 심해졌으며 제조업 노동 생산성은 60% 증가한 반면 실질 임금은 최고 80%까지 떨어졌다. 농촌의 경우 미국의 값싼 옥수수가 70% 폭락한 가격으로 대량 수입되면서 150만 농민들은 농촌을 떠나 도시 빈민으로 유입되었고 이 유휴 노동력은 다시 고실업과 저임금으로 이어져, "NAFTA는 농민에게 사형선고다"라는 사파티스타 농민 투쟁으로 발전했다. 더 큰 문제는 멕시코 수출품의 90%가 미국으로 향하고 수입품의 85%는 미국에서 들여와, 미국 경제에 대한 멕시코의 구조적 의존이 깊어지면서 미국 경기에 영향을 받는 경제 동조화 현상 때문에 고통을 받고 있다. 또한 최근 멕시코 대통령 선거에서 좌파가 과반수에 가까운 득표를 차지하였는데, 좌파의 중요한 공약중의 하나는 NAFTA의 재체결이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주한 멕시코 대사의 발언은 멕시코 정부의 입장이므로 객관성을 부여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결국, 많은 FTA 찬성론자들의 논거들이 등장하지만, 가장 확실한 논거는 멕시코 국민들의 대선을 통해 반영된 반 NAFTA정서와 농민들의 반대운동일 것이다.

  FTA는 대세이며, 이를 거부하면 세계화추세에 역행할 것이란 주장

"개방한 나라가 성공도 하고 실패도 하지만, 쇄국을 하면서 성공한 나라는 없다. 지역주의가 급속히 확산되는 추세에서 우리가 FTA 추진을 더 이상 늦춘다면 세계 교역질서 흐름에서 낙오될 수밖에 없다. 미주, 유럽, 아시아 등 세계3대 경제권 모두 FTA 체결을 적극적으로 추진 중이며, 특히 최근에는 중국, 일본 등 그동안 소극적이었던 아시아 지역도 경쟁적으로 FTA를 추진하고 있다. 2005년 7월 현재 발효 중인 FTA가 180여 건에 달하고 있고, 전세계 교역량의 50%이상이 지역무역협정 내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 재정경제부 경제보좌관

2006년 1월 27일 미국과 스위스는 농업 분야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해 협정을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 아랍에미리트 연합 역시 지난 3월 국영기업인 '두바이 포츠 월드'가 미국 항만에 대한 운영권 인수가 무산되자 미국과 FTA를 무기한 연기하겠다고 발표했으며, 카타르와 에콰도르도 미국과의 FTA 협상을 중단했다. FTA는 당사국이 선택할 수 있는 협상이지, 일방적으로 끌려가는 대세나 꼭 따라야 하는 세계화도 아니다.

  양극화 심화 주범은 세계화 그 자체가 아니다?

"세계화가 양극화를 유발하거나 악화시킨다는 주장은 정확한 자료에 근거한 것이 아니며, 역사적 경험적 사실에도 부합되지 않는다. 소득의 양극화 현상은 싱가포르나 홍콩보다는 중남미나 인도 등에서 더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었다. 사실 양극화가 심화된 것은 무역자유화 때문이 아니라 지식정보화 사회로의 이행과정에서 IT등 고기술 인력의 수요를 높이는 방향으로 기술이 발전하고 규모의 경제에 따라 승자에 대한 보상이 커져서 나타난 것이다. 즉, 소득불평등의 심화는 기술 및 산업 구조 변화, IT의 발달 등이 세계화의 추세와 더불어 확산되었기 때문이지 세계화 자체가 그 주원인은 아니다."                    
- KDI원장

양극화란 한 나라의 소득 정도를 분석하여 중간 소득을 기준으로 하여 50%에 해당하는 중산층의 비율이 점점 작아지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 7월 6일 경제학자 171명은 서울 종로구 달개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한미 FTA를 정당한 절차 없이 추진하고 있다"며 반대 한다는 입장을 밝히며, 성명서에서 "정부가 한미 FTA를 마치 경제성장과 양극화극복을 이룰 수 있는 만병통치약인 것처럼 말하고 있으나 FTA는 우리 경제와 사회 전반에 걸쳐 오히려 부정적이고 파괴적인 효과를 낼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농업경제학자 45명도 기자회견을 열고 "한미FTA가 체결될 경우 농업 생산액이 7조 1천억 원 이상 감소하는 등 농촌사회가 붕괴할 것"이라면서 "정부는 한미 FTA 추진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정부와 한미 FTA를 찬성하는 지식인 집단들의 의견에 따르더라도 세계 경제에 편입되어 경제 성장만을 추구한 국가의 양극화 현상이 점점 심해지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한미 FTA 찬성론자들도 한미 FTA가 양극화 현상을 해소시킬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자본주의의 세계화라는 현대 사회에서 기술 및 산업구조 변화, IT의 발달과 세계화를 구분 짓는 것이 가능할까?
모순과 대안

  우리 사회의 모순들과 한미 FTA
미국은 1차 워싱턴 협상에서 서비스분야 중 교육과 의료시장 분야의 한국진출에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이러한 미국의 태도에 대해 한국협상단은 의외라는 반응을 보였다. 정부는 이런 사실을 국민의 기본생활과 직결된 공공분야가 훼손되는 협상을 하지 않으리라는 근거로 사용했다. 교육과 의료 시장은 우리 사회의 정신적, 경제적 갈등이 얽혀있는 분야로, 이 영역이 타격을 입지 않게 될 것에 대한 궁색한 안도감이 나타난 것이다.
사르트르는 자기 자신의 모순을 사회적 모순의 개인적 반영으로 보았다. 교육과 의료 영역은 우리 사회에서 언제나 폭탄을 안고 있는 듯한 민감한 사안이었다. 어떤 근본적인 모순이 우리를 이런 갈등상황에 처하게 하는 것일까? 이러한 모순들 중에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것도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이 분단모순이다. 미국은 대북 압박완화와 한미 FTA를 교차거래 하려는 전략을 가지고 있다. 지난 11월 중순 미 의회에서 한 민주당 의원은 "한국이 미국의 대북 정책에 비협조적인데도 우리는 한미 FTA나 하자고 하고 있다"는 발언을 했다. 이는 공화당뿐 아니라 민주당 주도의 미국 정치상황에서도 기존의 FTA 전략에 후퇴가 없을 것이라는 점을 암시한다. 이렇듯 분단 상황은 포용정책, 국내 정치적 갈등, 외교적 관계 설정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다음으로 계층 간의 모순을 들 수 있다. 우리나라는 80년대 발전주의 국가단계에서 신자유주의 요소를 도입하고 90년대 문민정부를 출범으로 신자유주의 국가로 전면적인 이행을 했다는 분석이 있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신자유주의 체제가 본격화되고 북미갈등을 매개로 한 한미동맹이 재편되는 과정을 겪게 된다. 국내적으로는 구조조정과정에서 과거의 관료-재벌연합이 재벌-관료연합으로 재편되었다. 고립무원의 노무현 대통령이 선택한 행보로 인해 역사의 방향추가 신자유주의로 옮겨가고 있다. 이는 대기업 중소기업간, 정규직 비정규직간의 양극화를 낳고, 국민의 3%미만이 60%의 땅을 가지고 있는 반면 40%는 땅 한 평 없는 소유의 양극화 현상을 야기한다. 결과적으로는 교육과 문화적 혜택의 양극화로 이어져 이러한 현상이 계급적 차이로 고착되는 것이다.
세계화가 진행되면서 인근 나라들 사이의 민족갈등이나, 일부 정치인들의 지역감정을 이용한 정치도 다시 등장하고 있다.

  한미 FTA를 넘어, 대안적 세계화로
한미 FTA 협상과정을 거치며 나타난 불협화음을 통해 한국사회의 모순들이 여기저기서 드러나고 있다. 미국의 일방적 세계화에 대해 기소르망의 대안적 세계화가 논술문제로 출제되기도 했으며, 대안적 세계화에 대한 담론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신자유주의의 전지구적 보편성을 근거로 이에 대항하는 운동의 연대성이 강조되기도 하고, 세계시민의 대항권력을 논하기도 한다. 국가 간의 연합, 시민사회의 국제적 연대, 살아있는 인간노동에 대한 재평가를 기초로 한 새로운 차원의 민주 연대가 제시되고, 아르헨티나의 '수평적 시민운동', 인도의 '생태환경운동', 미국의 '지역농업운동', 이탈리아의 '슬로푸드 운동', 세계적인 '공정무역 운동' 등의 사례가 제시되기도 한다. 대안적 지구화의 내용으로 민주적 국제협력기구의 설립, 금융시장의 규제, 지구적 불평등 완화를 위한 조치, 환경에 대한 관심을 드는 사람도 있다.
세계화와 신자유주의에 대해서 표면적인 현상들로만 접해 온 아이들의 입장에서 세계화의 대안이란 것은 말로만 떠드는 도덕적, 교훈적 구호이기 쉽다. 너무도 그 틀이 방대한 세계화나 FTA의 문제에 대해서 찬성하거나 반대할 때에는 먼저 관련 정보가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하지만 FTA에 대한 온전한 정보를 얻기도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논술 문제를 풀기 위하여 FTA 자료를 단기적으로 학습하기보다는 평소에 뉴스나 짧은 신문 기사를 통해서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논제에서 원하는 것은 학생이 얼마나 전문적인 지식을 알고 있느냐가 아니라 메커니즘으로 사고하고 있느냐는 것이기 때문이다. 체계적인 사고란 짧은 기간에 생겨나지 않는다. 게다가 FTA가 야기하는 문제들은 길게 보면 학생들 자신의 삶과도 전혀 무관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