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정책에 대한 견해 분석하기

김혜진 | 누리하제 전임강사

부동산 정책 시사수업에 도입하기
집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서민들이 괴롭다고 이야기한다. 11월 15일 정부에서는 집값을 잡겠다고 새로운 대책을 내놓았지만 그 대책을 비웃기라도 하듯 집값과 전세값은 전혀 가라앉을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학생들은 부동산 문제에 대해서 별로 관심이 없지만 그래도 우리 사회를 뒤흔들고 있는 중요한 사회적 현안이므로 이 주제에 대해서 이야기 나누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부동산 대책 자체에 대해서 논평을 하는 것은 아이들 수준에서 할 수 있는 일도 아니고, 그래야 하는 것도 아니다.
현재 치솟는 집값의 원인과 그러한 현상이 내포하고 있는 화두는 무엇인지 생각해보는 과정이 필요하다. 먼저 관련 주제를 다룬 주장글을 충분히 접해 본 후 학생들 수준에서 분석하고, 그 주장 너머에 있는 가치관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다음 두 글을 읽어보자.

시장의 복수
노무현 정부의 부동산정책 실패는 시작부터 예고된 것이었다. 부동산 투기를 막겠다는 취지야 오죽 바람직한가. 그러나 그의 실패는 시장을 지나치게 무시하고 깔보면서 시작됐다. 시장을 깔아뭉개고 이길 수 있다고 믿었던 어리석음을 진정한 용기로 확신했던 나머지, 시장과의 타협을 권하는 의견들은 철저히 정책결정 과정에서 배척당했다. 전무후무한 세금 공세가 전개됐다. 도망 갈 구멍을 틀어막고서 세금폭탄을 까 넣으면 제까짓 것들이 항복하지 않고서 배겨낼 재주가 있겠는가라며 몰아붙였다. 그러나 결과는 어찌 되었는가. 거래는 실종되고 값은 규제에 아랑곳없이 계속 오르고, 게다가 공격 목표였던 강남뿐 아니라 다른 지역에까지 요원의 불길처럼 투기 열풍이 번져나갔으니…….
자고로 세금으로 부동산 잡은 사례가 없다는데 참여정부는 이걸로 승부를 걸었던 것이 불행이었다. 시장을 상대로 "네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해 보자"며 수십 번의 돌격 작전을 펼쳐 왔다. 결국 전과(戰果)는 참담한 부작용뿐이었다. 세금폭탄을 얻어맞은 시장의 복수의 독기가 기승을 부린 탓일까. 서슬 퍼렇던 정부 나으리들은 회복 불능의 망신 사태에 빠져들었고, 국민 불신은 한층 가중되었으니 말이다.
당분간은 기대를 접자. 아무리 추가 대책을 연발해도 근본적인 변화가 없기 때문이다. 첫째 이유로 정책의 총수인 대통령의 부동산관(觀)이 꿈쩍도 않고 있다는 점이다. 여전히 그는 도덕주의에 얽매여 시장의 순기능보다는 역기능에 대한 적개심을 떨쳐내지 못하고 있다. 둘째로 세금정책을 지금 와서 후퇴시키거나 수정할 참여정부가 아니다. 셋째, 강남에 대한 감정적 편향을 제거하고 아파트 재개발 등에 대해 근본적인 정책 전환이 있어야 하는데, 그것 또한 지금까지의 정책을 감안하면 정부의 체면상 돌이킬 수 없는 입장이다. 넷째, 집값 결정의 주요 원인인 교육환경 문제들을 함께 해결해 줘야 하는데, 평준화 정책의 틀을 고집하는 상태에서는 이것도 기대하기 어렵게 돼 있다. 다섯째, 거시정책 면에서는 금리를 올려야 하는데 이런 경제 분위기 속에서는 선택 불가능한 대목이다. 여섯째, 신도시를 건설한다고 공급 문제가 해결되는 게 아니다. 얼마가 될지 모를 비싼 대가를 치를 대로 치르면서 갈 때까지 가는 수밖에는 없다. 결국 당해 봐야 아는 가장 어리석은 상황으로까지 치닫는 느낌이다. 시장의 복수가 얼마나 혹독한가를 실감하면 그때는 정신을 차리겠지.
- 『중앙일보』 이장규 칼럼

부총리들과 공공성 파괴
백약이 무효라고 했던가? '헌법보다 바꾸기 힘든 정책'이라던 8 31 대책마저 가을 바람 속 낙엽의 신세다. '세금폭탄'이라는 근거 없는 루머를 퍼뜨려, 종부세와는 아무 상관도 없는 중산층마저 떨게 만든 수구언론만 탓할 수 없게 됐다. 이번에는 검단 신도시 발표가 태풍의 진원이었다. 공급을 늘리는 정책을 발표했는데 오히려 가격이 급등하는 것은 일견 경제학의 기본 원리를 거스르는 것으로 보인다.
이 역설적 현상은 수요 곡선이 더 빨리 오른 쪽으로 이동하기 때문에 생긴다. 가격 상승 기대가 이동의 주요 변수다. 신도시 발표, 재건축 규제 완화 등 공급 대책이 나오면 사람들은 투기를 억제하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의심한다. 그도 그럴 것이 공급 확대 외에는 부동산값을 잡을 방법이 없다는 주장은 시장주의자들의 전유물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잘못은 지난 3년간 반복되었다. "결국 부동산 가격은 오를 것"이라는 예측이 실현되면서(자기충족적 예언) 이제 전형적인 버블 팽창의 메커니즘을 따르게 된 것이다.
하지만 나는 지금 이 순간에도 보유세 강화, 시장 투명화라는 참여정부의 정책 기조가 옳다고 믿는다. 문제는 그 신호를 문제 발생 초기에 일관되게, 충분한 강도로 시장에 보내지 못했다는 데 있다. 사실 8 31 대책은 2년 전 10 29 대책의 원안을 다시 끌어낸 데 불과하다. 원 정책의 입안자들은 문제를 정확히 인식하고 있었으나 불행하게도 역부족이었다.
전 현직 부총리들이 거기에 있었다. 종부세 부과 기준을 6억 원에서 9억 원으로 끌어 올리고 3주택 보유자에 대한 양도세 강화를 흔든 사람은 이헌재 당시 부총리였고, 이리 저리 타협하여 정부를 통과하니 정책은 만신창이가 되었고 시장에 보내는 신호는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금리 인상 역시 지난해 5 4 대책 때 검토됐으나 이번처럼 재경부의 반대에 부딪혀 한국은행 총재의 검토 발언 정도의 신호를 보내는 것으로 '타협'된 바 있다. 그때나 지금이나 0.25% 정도의 금리 인상이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다. 현재는 금리 때문에 투자가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 아니다. 오히려 한은은 전반적인 물가상승 없이 일부 자산가격의 급등락이 되풀이되는 현재의 상황에 걸맞은 정책목표와 수단을 갖춰야 한다.
교육 의료와 함께 부동산 환경 등을 통째로 시장에 맡기면 안 되는 것은 공공성 때문이다. 공공성은 경제학적으로 잘 정의되어 있지 않지만 필수재다. 보통 사람의 생활에 직접 영향을 미치며 일정 수준의 평등한 접근 기회 및 공급이 주어질 때 나라 전체의 경쟁력이 획기적으로 높아진다. 우리의 부총리들은 예외 없이 이러한 특수 재화나 공공 서비스를 고스란히 민영화해야 한다는, 즉 공공성을 파괴시켜야 더 값싸게 효율적으로 공급할 수 있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다. 물론 그 결과는 필요 이상의 가격 변동이며 자산을 현재 얼마나 소유하고 있느냐가 이러한 변화에 대한 대응능력을 결정한다. 결국 공공성의 파괴는 양극화를 확대 재생산하고 인간적 삶을 파괴한다. 앞으로 역사는 공공성의 강화와 시장을 조화시킨 국가가 결국 승리한다는 것을 증명할 것이다.
- 『경향신문』 경제칼럼

두 개의 글은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11월 15일에 발표된 이후 비슷한 시기에 나온 글이다. 정부의 부동산 대책 발표에도 불구하고 집값이 계속 오르고 있는 같은 현상을 놓고 둘은 서로 다른 진단과 해결책을 이야기하고 있다. 아이들에게 두 사람의 견해 차이가 어디에서 나타나는지를 찾아보게 해보자.

두 글의 견해 차이
두 사람의 견해 차이는 금방 드러난다. 부동산 문제의 원인에 대해서 세금으로 부동산 투기를 잡겠다는 발상이 현재의 문제를 일으켰다는 주장과, 그 발상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일관되게 실현할 수 없었던 구조가 문제라는 주장이다. 즉 그 정책의 기조는 옳은데 그것이 계속 윤색되면서 나타나는 문제라는 것이다.
이런 차이는 매우 중요한 가치관 차이를 전제하고 있다. 그것도 역시 두 개의 글에 잘 나타는데, 첫 번째 글에서는 시장을 인정하라고 이야기한다. 강남의 아파트가 좀 비싸면 어떻고 어떤 사람들이 집 두 채를 갖고 있으면 어떠냐는 것이다. 그냥 두면 시장이 알아서 조절을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이 주장은 고교평준화는 문제이고 아파트 재개발을 자유롭게 하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과 연결되어 있다. 경제적으로나 정치적으로 모든 규제를 없애고 시장이 알아서 잘 하도록 내버려두라는 것이다. 그런데 시장이 알아서 잘 한다는 뜻은 양극화나 차별이 없도록 기능한다는 뜻이 아니라, 차별과 문제가 있다 한들 그것이 합리적인 선택에 의해서 이루어진 것이거나 범법행위에 의한 것이 아니라면 문제가 없다는 뜻이다.
두 번째 글의 주장은 이와 다르다. 부동산은 필수재이기 때문에 평등한 기회 접근과 공급이 주어져야 나라 전체의 경쟁력이 획기적으로 높아진다고 이야기한다. 즉 시장에 맡겨두면 필요 이상의 가격 변동이 생겨 문제가 되고, 공공성을 강화해야만 이런 문제가 해결된다는 입장이다. 특히 우리 사회의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삶의 질을 파괴하는 주범으로서 모든 것을 시장으로 해결하려는 태도를 꼽고 있는 셈이다. 특히 두 번째 글에서는 이렇게 부동산 정책이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부동산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못하는 이유가 첫 번째 주장과 같은 논리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부동산은 어떤 성격을 갖고 있나?
이쯤 되면 아이들과 무엇을 토론해야 할지 분명해진다. 부동산 정책 그 자체에 대해서가 아니라, 부동산을 어떻게 보아야 하는지, 시장과 공공성의 관계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으로 넘어가는 것이다.
그렇다면 다시 이야기를 해보자. 부동산이란 어떤 성격을 가진 것일까? 땅은 애초에 누구의 소유도 아니었다. 그런데 그 땅이 누군가의 소유가 되기 시작했다. 국가가, 때로는 개인이 소유하면서 농민들은 그 땅에 붙박이로 있는 존재였다. 자본주의 사회에 들어서면서 사람들은 땅의 소유로부터 자유로워졌지만 동시에 무언가를 생산할 수 있는 수단을 잃어버렸다. 땅이 누군가의 소유가 되는 것은 어떤 의미를 갖는가? 그것은 그의 노력의 산물이므로 정당한가? 만약 노력의 산물이라면 그것은 도대체 어느 정도까지 인정해주어야 하는 것인가? 아니면 땅은 개인의 소유가 아니라 모두의 것이 되어야 하므로 땅에 대한 사적인 소유는 어느 정도 제한되어야 하는가? 이에 대한 답이 부동산 문제를 풀어나가는 과정의 시초이다.
그런데 학생들이 알기에 땅은 원래부터 소유주가 정해져 있었으므로 땅에 대한 소유를 문제제기하는 것이 이상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렇다면 물은 어떨까? 물은 누군가의 소유가 아니었지만 국가에서 '상수도'라는 형태로 관리하면서 국가의 소유가 되었다. 그렇지만 아직은 누구나 '물'이 공공재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 이 물이 개인의 소유가 되어버린다면 많은 사람들이 반감을 가질 것이다. 그런데 지금 FTA 협상에서는 물도 개인에게 팔아넘기라고 국가에 요구한다. 물이나 전기, 가스 등도 땅과 마찬가지로 개인의 것이 되고나면 이후에는 그런 것들이 공공재였다는 사실 자체도 잊게 될 수 있다.
즉 공공재가 민영화되고 그것이 개인의 소유로 넘어가는 과정에 대한 역사적 고찰이나 이해가 없으면 부동산이 공공재였음을 이해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현재 누군가의 소유로 되어 있다고 해서 원래 그렇다고 간주하게 하지 말고, 부동산의 성격을 어떻게 보아야 할 것인지를 토론하게 해야 한다.

시장과 공공성의 관계
두 번째 질문은 시장과 공공성의 관계에 대한 것이다. 시장은 무조건 옳은가? 학생들이 배운 아담스미스에 따르면 시장에는 '보이지 않는 손'이 있다고 한다. 그런데 역사적으로 자유시장경제가 현실에서 나타났던 적이 있을까? 제국주의 시대에는 함대를 몰고 다른 나라를 침략한 정부의 힘에 의해서 시장이 확보되었고, 그 이후에도 독점적인 거대기업들이 자유시장이 아닌 자신들의 힘으로 시장을 재편해왔다. 그리고 현재는 세계적인 초국적 기업들이 FTA 협상에서도 볼 수 있듯이 '국가'를 앞세워서 자신들의 이익을 누리려고 한다. 즉 자본주의 역사에서 '보이지 않는 손'이 순수하게 작동했던 적은 없는 셈이다.
이런 역사적 과정에 대한 이해 없이, 학생들은 교과서에서 이야기하는 사실들을 진실로 믿곤 한다. 예를 들어 복지정책의 폐해로 나타난 문제들로 인해서 신자유주의가 생겼고 그래서 국가 개입이 아닌 신자유주의가 필요하다는 이야기 말이다. 하지만 80년대 신자유주의가 먼저 시작된 곳은 복지국가가 아니라 미국과 일본, 영국 등이었다. 그리고 신자유주의는 국가의 개입을 최소화하고 자유 시장 경쟁을 하는 시스템이 아니라, 오히려 초국적 독점 기업들이 국가의 힘을 빌어서 다른 시장에 자유롭게 드나들기 위한 구조를 만드는 시스템이다. 학생들이 생각하는 '자유시장'은 신자유주의와는 거리가 먼 셈이다.
학생들과 부동산 정책에 대한 국가개입이 타당한가, 아니면 시장에 맡겨야 하는가를 토론하려면 기존의 상식을 깨지 않으면 안 된다. 공공성을 갖는 것은 효율이 떨어진다는 상식, 자유 시장 논리로 나가면 실제 시장에서 자유경쟁이 실현된다고 믿는 상식, 자유경쟁은 효율을 높일 것이라는 상식은 말 그대로 상식이지만 그것이 현실로 들어오는 순간 전혀 현실적이지 않다는 것을 알게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자신이 알고 있는 상식으로 현실을 재단하는 우를 범할 수 있다.

각 글의 허점 찾아내기
앞서 이야기했듯이 학생들은 부동산에 대한 정보가 없고,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지를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에 부동산 문제 자체에 대한 토론은 어렵다. 그래서 부동산 정책을 놓고 서로 다른 견해를 보이고 있는 글을 읽고, 그 안에 숨겨진 가치관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서 분석하고 토론을 하게 했다.
그런데 이처럼 원론적인 부분 외에도 각각의 글에 담긴 허점들을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첫 번째 글에서는 부동산 집값의 상승이 '시장의 복수'라고 했는데 정부가 8·31 대책을 내놓으면서 개입을 시작한 것이 이미 터무니없이 상승한 집값 때문이라는 사실을 놓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두 번째 글에서도 '결국 부동산 가격은 오를 것'이라는 예측 때문이라고 하는데 그런 예측이 왜 생기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해야 한다. 비정상적인 가격이 유지되고 있고 언젠가는 그 거품이 꺼질 것이라고 다들 이야기를 하는데도 왜 부동산 가격이 오를 것이라고 예측한다고 단언하는지 이야기를 해야 하는 것이다.
결국 많은 문제들이 시사쟁점이 된다는 것은 그 원인과 해법을 둘러싸고 이견이 생긴다는 뜻이다. 학생들은 어떤 문제에는 하나의 해법이 있고 우리가 해결방안을 토론하는 것은 그 하나뿐인 해법을 찾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문제의 진단에서부터 해결방안을 찾는 데에 이르기까지 시사쟁점에는 가치관이 반영되어 있기 때문에 의견의 차이가 생기기 마련이다. 물론 어떤 가치관이 특정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데 더 우월할 것인가 하는 점도 이후에는 토론을 해보아야 하겠지만, 해법을 제시하는 입장들 안에 담긴 가치관을 먼저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