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대의 일상 읽기
『건축, 우리의 자화상』

김형준|본지 편집주간

대상 : 고등학교 1학년
시간 : 1차시(3시간)
함께 읽은 책 : 『건축, 우리의 자화상』(임석재 / 인물과 사상사)
준비물 : 디지털 카메라, 프린터, 전지, 가위, 풀, 색연필
수업 목표 :
1. 우리 사회의 일상적인 문화들이 갖고 있는 의미와 문제점을 분석한다.
2. 자신이 찾아낸 문제들의 연관성을 생각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표현할 수 있다.

치솟는 부동산 가격이 세간의 화두가 되고 있는 요즘이다. 한쪽에선 부동산에 대해 각종 규제와 신도시 개발 등을 통해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겠다고 공언하고 있고, 다른 한 쪽에서는 그러한 정책이 재산권 침해라고 반발하고 있는 것이 오늘의 우리 사회상이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가 흔히 빠뜨리고 있는 것은 도대체 부동산 가격이 왜 오르는가에 대한 본질적인 의문이다. 모든 물건은 낡으면 가격이 하락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부동산, 특히 아파트는 왜 가격이 오르는가? 그것은 재건축이라는 제도를 통해 아직 집을 사지 않은 미래의 세대에게 부담을 전가시키면서 부를 창출하기 때문이다. 재건축을 통해 아파트 가격이 오른다면 그 차액은 결국 새로 집을 사야하는 사람이 지기 마련인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우리 사회는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는 사람과 아파트를 소유하지 못한 사람의 격차를, 나아가 아파를 여러 채 소유한 사람과 아파트를 한 채 소유한 사람의 격차를 벌리고, 이를 극복할 수 없는 것으로 만들고 있다.
문제는 이 모든 과정에서 우리 사회의 도덕 불감증과 가족 이기주의, 물질주의가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는 점이다. 한 마디로 부동산, 아파트를 둘러싼 우리 사회의 갈등은 우리 사회가 처해있는 정신적 위치를 선명하게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이 근본적인 모순에도 불구하고 아파트를 건축하는 회사들이 만들고 사람들에게 주입하는 아파트 광고들을 생각해보면, 아파트가 단순한 건축물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모습이 집약된 존재임을 알 수 있다.
아이들에게 일상을 성찰하도록 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것은 왜 중요한가? 일상에 대한 성찰이 중요한 이유는 문학작품을 읽는 것이 중요한 것과 같다. 문학작품을 통해 우리는 잘 알고 있지만 실감하지 못한 문제들을 성찰하게 된다. 그것은 문학이 바로 ‘낯설게 보기’라는 작업을 통해 우리에게 현실을 보다 생생하게 접근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일상 문화에 대한 접근 역시 마찬가지이다. 관념적으로는 충분히 이해하고는 있지만, 실감하고 있지는 못하는 우리 사회의 문제를 ‘낯설게 보기’를 통해 생생하게 이해하는데, 그리고 그것을 통해 자신의 삶을 성찰해 보는데에 일상문화 탐색이 갖는 의의가 존재한다.

책 속으로

이 책은 이화여대 건축학과 교수를 지내고 있는 임석재 씨가 우리 사회의 건축물들을 통해, 우리 시대의 모습을 비판적으로 성찰한 내용이다. 그런 까닭에 우리 사회와 건축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가끔 학생들 중에는 이 책을 읽고 나서 그렇다면 우리 건축물들이 지닌 장점은 없느냐는 질문을 하는 경우도 있다. 물론 장점이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무엇인가를 성찰하는 까닭은 비판을 통한 발전에 있다는 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으며, 이에 따라 우리가 모색해야할 것은 주로 극복해야할 문제점일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고 말한다. 또 다른 점에서 긍정적인 점은 없냐는 질문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점도 이해한다면 좋겠다. 책의 내용과 관점에 대한 올바른 비판 방법은 그 내용이 옳은지 그른지에 대한 자신의 구체적인 생각을 바탕으로 이루어져야 하며, ‘무엇인가 다른 측면이 있을지 모른다’는 모호한 생각으로는 합리적인 비판이 되기 어렵다는 점도 이해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책의 내용은 우리 사회의 구체적인 건축물들 - 관공서, 모텔, 백화점, 영화관 - 에서부터, 금연이나 도심공간과 같은 공간을 둘러싼 보다 구체적인 문제들까지도 다루고 있다. 이러한 소재들을 통해 저자가 다루고 있는 것은 단순히 건축물의 문제점 뿐만 아니라, 그러한 건축물을 만들도록 만드는 우리 사회의 구조까지도 다루고 있다. 이런 점에서 이 책은 주로 우리 사회의 상업성과 정체성 상실, 문화적 사대주의, 그리고 자연과의 단절을 다루고 있다.
그런데 이 책은 그 내용이 학생들에게는 약간 딱딱하다는 것이 단점으로 지적될 수 있다. 무엇보다도 다소 도덕적인 내용을 평이한 어투로 말하고 있다는 점이 ‘재미없다’는 평가를 만드는 주요한 원인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거기에 덧붙여 아무래도 건축이라는 다소 전문적인 분야에 대해서 다루고 있다 보니 간혹 등장하는 전문용어도 책을 낯설게 느끼도록 하는 한 원인이 된다. 학생들의 표현에 의하면 ‘수능 언어영역 제시문’과 비슷한 분위기로 느껴지는 것이다.
따라서 이 책을 읽을 때는 미리 학생들에게 꼼꼼하게 모르는 단어들을 체크해볼 것을 권하는 것이 필요하고, 또 수업에 들어가지 전에 주요 내용이나 문장의 의미를 학생들에게 질문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렇게 독서를 강제하지 않으면 학생들에게 잘 읽히지 않는 것이 이 책의 최대 단점이라는 점은 안타깝게 느껴진다. 보다 학생들의 흥미를 끌면서, 학생들이 깊이 있는 성찰을 할 수 있도록 이끌 수 있는 책이 출판되기를 기대해 본다.

1. 『건축, 우리의 자화상』꼼꼼히 보기

수업은 크게 3단계로 나누어 진행했다. 첫 번째는 책의 내용에 대한 이해 정도를 체크하는 단계이다. 이는 주로 문제지를 주고 이를 해결하는 과정으로 진행했다. 여기서 먼저 학생들에게 책의 내용에 대해 질문할 시간을 충분히 갖고 문제를 푸는 것이 좋다. 다음은 학생들에게 제시한 문제지이다.

『건축, 우리의 자화상』 독해 학습지

1. 건축에서 하이테크 양식이 무엇인지, 또 공공역사를 하이테크 공법으로 만들 때의 단점이 무엇인지 설명하라. (하이테크 양식은 가벼운 금속과 유리로 날렵하게 만드는 건축기법인데, 이는 재료 단위가 크기 때문에 대형공간을 만들게 되고, 개인은 인간 중심의 척도를 잃고 정신적인 소외감에 빠지게 된다.)

2. 우리나라 관청 건물의 공통점을 생각나는 대로 쓰시오. (좌우 대칭일 것, 재료는 화강암을 사용할 것, 건물 표면은 적당한 거칠기를 유지할 것, 아니면 아예 금속판을 사용하여 빤질빤질할 것, 화강석이 아니면 최소한 검붉은 벽돌이라도 사용할 것, 한국 전통 양식을 재현할 것, 서양 고전주의도 무방함, 출입구는 큰 계단을 거느리며 위용을 갖출 것, 굵고 높은 기둥이 도열할 것, 지붕은 하늘을 덮을 듯 웅대할 것, 창은 가지런히 반복될 것, 색조는 전반적으로 회색 풍을 유지할 것 등등이다.)

3. 한국 교회 건축의 세 가지 특징은? (서양 중세의 뾰족탑, 서양 현대양식, 대형화)

4. 아르데코 양식이란? (1929년 대공황 이후 위기를 느낀 자본주의는 생산만 가지고는 보족하고 소비를 촉진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다. 이를 위해 대중들의 소비욕망을 자극하는 공격적 장식주의가 등장하게 되었는데, 이것이 아르데코 양식이었다.)

5. 백화점이 도시의 중심을 지배하면서 나타난 현상은? (집이 아파트로 단일화 되어 가고 부동산 투기 대상으로 변질되어 가는 현상)

6. 고전 문화재를 돈벌이를 위해 차용하는 것의 문제점은? (고전 문화재가 지나치게 경박해짐으로써, 자칫 일반 대중들이 고전 문화재를 우습게 여기고 함부로 대해서 훼손을 가할 수 있다.)

7. 아파트 모델하우스에 일반인들이 속는 이유는? (모델하우스는 전면이 유리로 지어지는 경우가 많다. 실제 지어지는 아파트보다 실내가 밝다. 공간 크기도 다르다. 모델하우스의 천장은 실제 아파트보다 높다. 이것은 공간을 밝고 시원하고 깨끗하고 위생적으로 보이게 한다. 내장도 잘 꾸며져 있다.)

8. 우리 주변을 지배하고 있는 새로운 아파트 유형의 기본 논리는? (우리 아파트는 유럽풍의 고급 아파트이며 자연적이고 친환경적인 그린 아파트라고 우겨라. 유럽의 고성이나 궁전에 풀벌레 소리를 섞은 것이 가장 좋은 모델이다. 아닌 건 알지만 생떼를 써라. 아니면 매우 첨단적이고 미래적인 것으로 보이게 해라. 그러면서 실내 마감제를 비싼 외제로 써서 최대한 값을 올려라. 그리고 반드시 여자의 질투 심리를 건드려라.)

9. 실율의 양면성은? (건물주 입장에서는 실율이 높을수록 공간 사용의 효율, 특히 경제성이 높아진다. 반면 사용자 입장에서는 낮을수록 공간적 여유와 쾌적도가 보장된다.)

10. 필자가 주장하는 우리가 지켜야 할 것 세 가지는? (꽃가게, 거리의 책상, 골목길)

문제지만 보면 책만큼이나 딱딱하기 때문에, 답을 설명하면서 그 내용이 어떤 부분에 나오는지, 또 그 부분의 주장이 무엇인지를 생각해보도록 하고, 그에 대한 간략한 설명을 덧붙이면서 문제풀이를 진행하는 것이 좋겠다.

2. 사진을 소재로 우리사회 공간 비판
두 번째 단계는 학생들에게 사진을 통해 우리 사회의 공간을 비판해보도록 하는 단계이다.
네 가지 사진을 놓고 두세명씩 모둠을 나누어 각 사진에 어울리는 제목을 지어 보도록 하였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나름대로 합리적 추리력과 의사소통 능력을 기룰 수 있으리라 믿는다. 학생들에게 보여준 사진은 다음과 같다.








이 사진들은 모두 눈빛 출판사에 나온 사진집 『만화경』에서 따온 것이다. 먼저 첫 번째 사진은 놀이공원을 장식하고 있는 화려한 서구식 장식들을, 역시 서구식 옷과 장신구, 머리모양을 하고 있는 사람과 대비시켜 우리의 정체성, 그리고 우리가 추구하고 있는 미(美)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 작품의 원래 제목은 ‘절실한 아름다움’이다.
두 번째 사진 역시 우리 사회의 몰정체성을 비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사진을 보면 산타클로스와 야자수, 그리고 ‘플라워 마트’와 어버이날을 알리는 현수막이 병존하고 있다. 더구나 상업적으로 대량복제된 것이 분명한 산타클로스의 모습은 우리 문화의 진정성을 의심하게 한다. 이 작품의 원래 제목은 사진의 소재에서 따왔다. ‘서울 양재 화훼단지’이다.
세 번째 사진은 좌우대칭으로 놓여진 의자를 통해 우리 사고에 숨어있는 이분법적인 경향들을 비판하는 내용이다. 한 점 흐트럼 없이 놓여진 의자들은 우리에게 질서의 아름다움을 말해주기 보다는 ‘적/아’로 대표되는 비정한 논리를 연상시킨다. 이 작품의 원래 제목 역시 소재에서 따왔다. ‘운전면허 안전관리공단’이다.
마지막 사진은 건축 중인 건축물과 일회용 컵을 대비시킴으로써, 우리 사회의 건축물들이 일회용 컵처럼 쉽게 만들어지고 소비되는 상품일 뿐임을 말하고 있다. 건축이 삶의 표현이기보다는 상품과 재산으로 자리잡고 있는 현실을 비판하고 있는 것이다. 예민한 학생들은 건축 중인 건물 옆에 ‘부동산’ 간판이 붙어 있다는 점을 날카롭게 지적하기도 했다.

3. 우리사회의 공간, 사진으로 담아내기

세 번째 단계는 자신이 직접 우리 사회의 공간을 찾아내 이를 사진으로 담는 단계이다. 실제 수업에서는 학생들에게 30분 정도의 시간을 주고 이를 통해 모둠별로 사진을 찍어오도록 하고, 이를 프린터로 인쇄하는 방식으로 수업을 진행했는데, 이는 학생들에게 수업에서 벗어나는 경험을 해보게 하려는 의도였으나 실제 진행에서는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했다. 첫 번째는 시간의 부족이었고, 두 번째는 아이들이 가져온 디지털 카메라가 종류가 달라 컴퓨터로 인쇄하는데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는 점이다. 따라서 보다 바람직한 수업진행은 두 번째 단계까지를 1차시로 정리하고, 사진을 찍어 프린터로 인쇄하도록(흑백이어도 괜찮다) 하는 것을 과제로 내준 후 다음 차시에서는 이를 바탕으로 모둠별로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 보도록 하는 것이 좋겠다.
학생들이 찍어 온 사진을 바탕으로 하나의 작품을 만들 때는, 모둠별로 전지와 가위, 풀, 색연필 등의 도구를 나누어주고, 전체 작품의 주제와 제목을 정하고, 그에 맞게 사진을 배치해 붙이고, 간략한 설명을 덧붙이도록 하였다. 또 작품에는 자신들의 서명을 남기도록 해서 작품에 대한 애정을 갖도록 하였다. 좋은 토론이란 관념적인 이론에 대한 것이거나, 서로의 지식을 겨루는 것이 아니라, 같이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과정에서 진행되는 토론이라 믿기 때문에 이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좋은 토론을 경험했으리라 믿는다. 실제로 처음에는 한 시간 가량을 주었으나 실제 작품을 완성하는 데에는 두 시간 정도가 소요될 정도로 아이들끼리 많은 토론이 진행되었다.
아이들의 작품이 완성된 뒤에는 모둠별로 나와 자신의 작품이 지닌 의미를 설명하고 질문을 받는 시간을 가졌다. 다음은 실제 수업에서 학생들이 만든 작품들의 사례이다.

수업을 마치고

좋은 논술 수업이란 무엇인가 중요한 지식을 암기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체감’하는 것이어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우리가 무엇인가를 ‘체감’한다는 것은 그에 대한 지식을 갖춘다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능동적으로 적용하고, 고민해보는 과정이 무엇보다도 선행되어야만 가능할 것이다.
따라서 우리가 논술 수업을 하면서 무엇보다도 고민해야 하는 것은, 그 어떤 방식이 학생들의 고민과 능동성을 이끌어낼 수 있느냐에 대한 것이어야만 한다. 그 해답은 때때로 우리가 해보지 않은 어떤 것에 존재할 지도 모른다. 논술 교사가 왜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해야 하는가에 대한 대답이 바로 여기에 있다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