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시(詩)가 내게로 왔다
- 시와 자기 삶 엮어 쓰기, 첫 번째

경기 남양주 광동고 학생들

이 글모음은 고등학교 학생들이 시를 한 편씩 선정해, 그 시를 보며 떠올린 자기 생각과 경험을 쓴 것입니다. 경험글과 함께 아이들이 직접 쓴 창작시․모방시도 함께 소개합니다. 이 글들은 광동고 송승훈 선생님께서 보내주셨습니다. 글을 읽는 선생님들께서도 소개하고 싶은 아이들 글이 있으면 kayun75@hanmail.net으로 보내주세요. 글이 실린 학생들에게는 그달치 『배워서 남주자』 한 권과 소정의 문화상품권을 보내드립니다.  

1. 당신이 나를 알아볼 때까지 (한연수 | 광동고 3학년)

간이식당에서 저녁을 사 먹었습니다
늦고 헐한 저녁이 옵니다
낯선 바람이 부는 거리는 미끄럽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이여, 당신이 맞은편 골목에서
문득 나를 알아볼 때까지
나는 정처 없습니다

당신이 문득 나를 알아볼 때까지
나는 정처 없습니다
사방에서 새 소리 번쩍이며 흘러내리고
어두워 가며 몸 뒤트는 풀밭,
당신을 부르는 내 목소리
키 큰 미루나무 사이로 잎잎이 춤춥니다
- 「序詩 (서시)」, 이성복

이번 겨울방학이 끝날 무렵이었다. 그날 나는 다른 날과 다름없이 오후가 다가오고 있는 오전에 일어났다. 전날 피곤했던 일들로 인해서 더 늦게 일어날 것만 같았던 나의 하루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시작되었다. 다른 날과 달랐던 건 무엇을 해도 의욕이 생기지 않고, 밥맛도 나지 않고, 그냥 편한대로 누워 이 생각 저 생각 하릴없이 시간이나 때우고 싶은 뿐이었다.
식사 시간이 한참이나 지나가고 있었는데 내 배는 조용했다. 밥이 먹기 싫었다. 그래도 이대로 있으면 내가 더 한심스러워 질 거 같아서 밥을 차렸다. 계란 후라이에도 파, 양파, 마늘 등을 넣어 일부러 맛있게 반찬을 만들었다. 밥을 먹고 있는데, 배는 안 부른데 더 먹기가 싫었다. ‘내가 왜 이러지?’ 억지로 억지로 밥을 겨우 다 먹었다.
그때는 한참 ‘개인 미니홈피’라고 ‘싸이’를 하는 애들이 많이 있었다. 친구 싸이에 들어가 이 사진 저 사진을 보고, 여러 글을 보며 아름다운 글귀나 사진이 있으면 저장도 하고. 오랜만에 친구 여러 명의 싸이에 가봤다. 예전과 똑같은 것들도, 더 잘 가꾸어 놓은 것도, 아예 변화가 없어 실망한 것도, 없어져 버린 것들도 있었다. 이렇게 친구들은 조금씩이라도 바뀌고 있는데, 나는 예전 모습 그대로인 것만 같아서 약간의 소외감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