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오름

10월초에나 나올 사과를 지금 예약 판매합니다!

예약 판매라고 너무 겁 먹으실 필요는 없습니다.
그저 그때 가서 내가 사겠다고 하는 뜻만 제게 알려주시면 되니까요.
지금은 돈이 오고가지 않고 믿음의 말로 끝이 납니다.

요즘 쇠고기 문제로 많이 시끄럽기는 하지만
그래도 농사 짓는 사람들은 농사를 지어야겠죠. 그래야 먹고 살 테니까요.
그러니 잠깐 제 이야기에도 마음을 조금 나누어 주면 좋겠네요.

사과 농사 짓는 제 친구와 제가 한 가지 약속을 했답니다.
친구는 사과 농사를 열심히 짓고 저는 그 사과를 열심히 팔기로요.

해서 제가 5월말까지 450상자 예약 주문을 받으면 친구는 그것을 바탕으로 사과에 봉지를 씌우지 않고 그냥 비 바람 땡볕 그대로 맞은 사과를 일명 무대 사과를 내기로 했답니다. 이 글을 쓰는 현재 제가 예약 주문을 받은 상자가 몇 상자인지 확인을 못했지만 대략 한 250상자 정도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자 전 250상자 예약 주문을 받았는데 과연 우리 친구 사과에 봉지를 씌울까요, 안 씌울까요?

아마 제 짐작에 그 친구는 사과에 봉지를 씌우지 않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봉지를 씌워본들좋은 값을 받아 추석 때 낼 사과는 별로 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올해 추석은 9월 14일이고 실제로 사과 유통업계가 수납을 마감하는 시간은 한 9월 7일쯤으로 생각합니다.) 누구나 먹고 살려고 삽니다. 해서 다들 돈을 벌려고 합니다. 사람이 돈을 벌겠다는 것은 농부들이나 회사원이나 다를 바가 없습니다. 돈 욕심까지 없으면 농부는 성인이 되었겠지요.

올해는 봄에 여러 일들이 있었습니다.

먼저 사과꽃이 폈을 때 서리가 왔습니다. 그래서 꽃잎들이 수정이 되지 않고 그냥 떨어진 것이 많았습니다. 수정이 되지 않았다는 말은 열매를 맺지 않았다는 말이고, 그냥 떨어진 사과꽃이 많았다는 것은 예년에 견주어 올해 사과수확량이 적을 것이라는 예상을 가능하게 합니다. 그리고 올봄에는 이상하게도 아침과 저녁에는 날씨가 아예 가을날씨 같았습니다. 또 가물기도 했습니다. 서리가 내리고 가물고 아침,저녁으로 가을처럼 쌀쌀하고...... 아마도 나무가 올봄을 넘기면서 무척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을까 합니다.

하지만 지금 나무를 보면 참 대견스럽습니다. 그 어려움 이겨내고 당당하게 맻힌 열매들을 키워가고 있으니까요. ‘엄마는 강하다’라는 말이 절로 생각나기도 합니다. 하지만 제 친구는 그런 나무에게 그래 이렇게 커주어서 고맙다라는 말을 해주지 않더군요. 대견하게 여기기는 커녕 혹여 물이 부족하지는 않을까 관수시설(물주는)을 새로 만들어 가지고 오전에는 위줄에 있는 나무에 물 주고, 오후에는 아랫줄에 있는 나무에게 물을 주면서 무엇이 그리도 애가 타는지 허걱거리며 일을 하더군요. 전 친구의 그런 모습에서 자식에게 칩착하는 엄마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과연 그러한 집착이 아이에게 도움이 될까요? 과연 그러한 집착이 사과나무가 맛난 사과를 다는데 도움이 될까요? 제가 생각하고 느끼기에는 아니라고 봅니다. 뭐 그렇다고 친구의 그런 마음이 잘못되었다는 것은 아닙니다. 그저 저와 다를 뿐이라는 것이죠. 아이에 대한 엄마의 집착에 대해 누가 쉽게 ‘그건 잘못이다’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까? 그리고 사과 나무에 집착하는 우리 친구에게 누가 감히 ‘그런 잘못이다’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까? 다만 제가 옆에서 살짝 찌를 뿐이죠. 나무 괜찮은 것 같은데, 야 이놈들 대견한데, 적과(열매솎기)하는 아줌마들 얘기가 다른 밭과 견주어 보면 그리 나쁜 거 아니래, 나 같으면 물 더 안 주겠다, 모질아 모질아 지 몸 죽여가며 농사짓는게 그게 농사야, 좀 느긋하게 마음 갖고 몸도 편하고 마음도 편하게 농사를 지으면 안 되겠냐, 꼭 그렇게 농사 지어야 하냐, 일에 치여가지고 자기가 일을 끌고 가는 것이 아니라 일에 자기가 끌려가는 그런 주객이 뒤바꾼 일을 자기 몸 버려가며 하고 있으니 제가 보기에는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 보면 우리 친구의 이런 행동은 우리 때문입니다.

우린 말갛고 빛깔이 좋은 사과를 좋아합니다.
이런 사과를 만들어내려면 봉지를 씌워야 합니다.

우린 큰 사과를 좋아합니다.
이런 사과를 만들어내려면 맛은 무시하고 크기만 키워야 합니다.

우린 표준화를 좋아합니다.
이렇게 하려면 한 상자에 일정한 크기의 사과만 담아야 합니다. 그러나 사과나무에는 크고 잘고 중간치기... 여러 크기의 사과가 달립니다. 왜 우리는 작은 놈이나 큰 놈이나 차별 없이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일까요.

우린 친환경만을 좋아합니다.
그럼 대다수의 농약 농산물을 생산하는 사람들은 다 죽어야 합니까. 솔직히 우리네 삶이 무에 그리 깨끗합니까. 아무리 깨끗한 농산물을 먹어도 내 마음이 맑지 아니 하고 내 삶이 자유롭지 아니하다면 그렇게 먹이 몸과 맘이 깨끗해지겠습니까. 우리 농약 농산물을 생산하는 농부들을 생각하면서 왜 그네들이 그렇게 되었는지 되짚어 봅니다. 그 안에 내 몫의 책임은 무엇인지도요. 차라리 우리 농약 농산물을 먹으면서 우리 농부와 농업, 우리의 땅과 물, 우리의 생명을 생각하면서 먹어보는 것은 어떨까요? 제 생각에는 친환경 농산물 먹어가면서 삶을 어지러이 사는 사람들보다 농약 농산물 먹고 삶을 바르게 살아가려고 애쓰는 사람들이 더 건강하리라 굳게 믿습니다. 가르지 맙시다. 유기농 사과가 나오면 나머지 사과는 농약 사과가 되겠죠. 그럼 대다수를 차지하는 농약 사과를 키우는 농부들은 어찌 살아가야 합니다. 먹고 사는 일이 어떤 가치보다도 소중합니다. 농부들 먹고 살려고 농약 칩니다. 아님 농작물이 나자빠지거나 기껏 애써도 필요한 만큼의 돈벌이를 할 수가 없으니까요. 누가 무엇이 이리 만들었을까요? 그 안에 내 몫의 책임은 얼마인가요?

봉지를 씌우지 않으면 농부는 봉지값과 품값이 안 들어서 들어가는 돈을 줄일 수 있습니다.
봉지를 씌우지 않으면 비 바람 땡볕 맞아가면 익기에 맛도 더 낫고 저장력도 봉지 사과보다 더 낫습니다.
봉지를 씌우면 맑고 붉은 사과빛깔이 납니다.
봉지를 씌우면 병충해를 막을 수 있습니다.
봉지를 씌우면 약을 쳐도 약액이 바로 사과 표면에 묻지 않습니다.
봉지를 씌우면 빨리 사과 색깔이 나도록 할 수 있습니다.

여러 분이 한 명의 아내와 두 명의 아이들이 있는 농부라면
여러분들은 여러분의 사과에 봉지를 씌우겠습니까, 씌우지 않겠습니까?


세상 그 어떤 일들도 간단하게 되어지는 일들은 없습니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무수한 노력과 정성들이 담겨지지 않고서는 결과를 바랄 수 없습니다.
여러분은 여러분이 드시는 사과에 대해, 또 그 사과를 위해 일 년 동안 애쓴 이들에 대해 얼마나 생각하고 있는지요? 또 그 사과를 키우기 위해 애쓴 하늘과 바람과 땅과 공기, 그리고 물 달과 별과 해 이런 많은 도움준 이들에 대해 사과 한 입 배어물기 전에 한번쯤은 생각하는지요?


제 친구가 농사짓는 사과꽃농원 사과를 예약 판매합니다!

하나. 10월초가 되어야 사과가 나옵니다.

하나. 사과 품종은 조생 부사(일찍 먹는 부사)로 요까와 히로사끼입니다.
     우리 나라 농업기술 대부분이 일본에서 넘어온 것이고 사과의 경우 신품종 거의 대부분이 일본에서 넘어온 것이기에 농업 용어에 일본말과 일본식 한자말이 아주 많답니다. 우리의 그 잘난 학자님들은 대체 무얼 하시는지.

하나. 값은 10Kg에 5만원입니다.(택배비 포함한 값입니다.)

하나. 사과 상자에는 잘고 굵고 중간 가는 여러 크기의 사과가 함께 담깁니다.

하나. 10Kg 한 상자 안에 대략 30-40알 정도 들어갈 것입니다.

하나. 사과 예약 주문은 마음 안에 아무런 부담과 불편이 없으신 분들만 할 수 있습니다.

하나. 믿지 아니하면 이루어질 수 있는 일이 없으니 믿음이 없으신 분들은 주문하실 수 없습니다.

하나. 지금 예약 하시는 분들은 여러 방법으로 제게
     이름, 연락처, 주소, 필요한 사과량
     뭐 대강 이 정도만 알려주시면 됩니다.
하나. 예약하신 뒤에는 모든 과정을 그저 그냥 제게 맡겨 놓으시면 때가 되면 연락 드릴 것이고 때가 되면 사과 보내고 돈 받을 것입니다.


사과 예약 주문 하는 방법

1. 전자우편으로 보낸다
   전자우편 : fiveston@chol.com (제목에 ‘사과 예약’라고 적어주세요)
2. 편지나 엽서로 보낸다.
   사과꽃농원 주소 : 경상북도 영주시 봉현면 유전2리
3. 전화를 한다.
   예약주문 받는이의 손전화 : 019-268-9436(권오석)
   사과꽃농원 주인 손전화 : 011-9964-2150(안용찬)


사과는 사과일 뿐, 편을 가르지 말자!!!
농부가 일 년 애써 가꾼 농산물, 약을 쳤건 안 쳤건 농부가 그 농산물 스스로 먹고 자기 자식과 부모에게 먹일 정도라면, 따뜻한 마음으로 즐겁게 사 먹을 수 있지 않을까요? 여러분은 어찌 생각합니까? 전 먹고 사는 일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먼저 먹고 산 다음에 따져도 따질 일입니다.

2008. 6. 3. 불날 아침에 ‘징검다리’가 이 글을 읽는 모든 이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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