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글에 건방지게 이렇게 답글을 달아도 되는지 망설여지기도 하지만 활발한 커뮤니케이션을 하라시던 선생님 말씀을 핑계로 또 그냥 무데뽀 기질을 한 번 발휘해 볼랍니다.

선생님 글 너무 잘 읽었습니다.
선생님 글 읽으면서 강아지 한 마리만 사달라고 조르던 아이들 생각도 나고 선생님의 "돌보고 있는 것들에 대한 생각"이 저와 비슷하다는 느낌도 들었습니다.


자신에 관한 마인드 맵을 발표했던 지난 수업 시간에 사실은 이야기를 듣는 가운데 배울점이 참 많다는 생각도 했구요.
특히 곽광미님이 말씀하셨던 지난 시절의 야학 얘기는 정말로 저를 뜨끔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 갈 것인가?에 대한 문제 제기도 지금 제가 어떤 생각을 하며 어떻게 살고 있는가를 돌아볼 때 참으로 부끄러운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저는 사실 다니던 직장을 그만둔 이후 오랜 기간 돈이란걸 벌어보지 못했기 때문에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과 교환 될 수 없는 지식이 무슨 가치가 있을까하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는데 지식이란 어떤 곳에서는 돈으로도 바꿀 수 없는 가치를 발휘하는구나하는 깨달음을 주셨습니다.

아직은 강의가 시작 단계이고 여러 가지로 궁금한 점이 많지만 하나 하나 차즘 여쭤보지요.

선생님, 기계치인 저에게 차를 빼 주신 것(선생님, 여기서 "것"은 띄우나요? 붙이나요?) 너무 감사하구요,
몇 줄 안되는 이 글을 쓰면서도 맞춤법 띄어쓰기 용례집이 하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지난 번 "글쓰기 어떻게 가르칠까"를 사러가서 보니까 이만원이 넘길레 그냥 왔는데 다음에는 한 권 마련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나중에 헷갈리기 쉬운 띄어쓰기에(저는 사실 띄어 다음에 쓰기를 붙여야 하는지 띄어야 하는지 조차도 헷갈립니다.) 대해 같이 한 번 정리 해 보는 시간이 있으면 어떨까 합니다.

선생님, 다음에도 좋은 글 많이 많이 올려주실거죠!!
그리고 어떻게 하면 동네 아이들에게 누구 누구 엄마로서의 탈을 벗고 글쓰기 선생님의 이미지를 줄 수 있는지 좀 가르쳐 주세요.


>저녁 늦게 돌아와 문을 열면 캄캄함속에서 나를 향해 미칠듯이 온몸을 흔들며 반깁니다. 아아! 누가 이렇게 열렬하게 나를 환영해 줄 것인가! 나도 눈물나게 반갑습니다.
>아무도 없는 집에서 온종일 주인이 돌아오길 기다리는 우리 강아지를 위해 내가 해 주는 일은 단지 잠깐 안아주고 밥 챙겨주고 용변 본 것 치워주고... 이것 뿐입니다. 그런데도 강아지가 나를 바라보는 시선에는 신뢰가 가득합니다.
>내가 책상앞에 앉으면 옆에 와서 조용히 쪼그리고 앉아있고, 내가 소파에 앉으면 또 따라와서 한참을 쳐다봅니다. 다시 움직일 것인가 아닌가를 나름대로 판단한 다음, 의자 옆에 앉거나, 또는 나를 따라나오거나... 내가 냉장고 쪽으로 가면 혹시 자기에게도 간식을 줄건지 아닌지 엄청 기대에 찬 모습으로 바라봅니다.
>어쩔때는 내가 강아지를 돌보는게 아니라 강아지가 나를 돌보고 있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습니다. 혼자 지내는 시간이 많으므로 밥도 먹고싶을 때 먹고, 한밤중에도 잠안자고 딴 짓할 때가 많지요. 그러면 우리 강아지가 몹시 신경에 거슬립니다.
>아침에 눈을 뜨면 반가와서 꼬리가 안보일정도로 흔들어대며 어쩔줄을 모릅니다. 배고프면 자기 밥통을 발로 벅벅 긁으면서 심하게 항의를 합니다. 잘 시간이 지났는데 안자고 있으면 계속 쳐다보며 기다립니다. 저 밥 주면서 나도 밥 먹고, 아이구 그래 자자 하면서 함께 잠들고...
>어릴 때, 할머니가 늘 나를 부를 때 하시던 말씀이 "어이구, 우리 강생이"였습니다. 강생이는 강아지의 경상도 사투립니다. 나는 할머니의 강생이여서 그랬는지 엄마보다 할머니 품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가장 믿음직스러운 내편인 줄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이나 강아지나 마음으로 알지요.
>우리가 아이들에게 해 주는 것도 아주 작은 것일 겁니다. 뭐그리 대단한 거 해 준다고 생색을 있는대로 내지만 사실은 아이들이 우리를 봐 주고 있는 게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일주일에 한 두번 만나 뭘 얼마나 큰 걸 줄 수 있을까요?
>줄 수 있으면 참 좋겠지요. 뭐가 큰 것인지 잘 모르겠지만 말입니다. 근데 사실은 그럴 필요가 없습니다. 아이들은 "저 선생님은 나를 진짜 좋아하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기만 하면 영락없이 전폭적인 지지를 보냅니다. 생각없이(?) 떠드는 말에도 귀기울여주고, 들어주고, 대단한 글 쓴 것처럼 신기해해주고, 멋지다고 칭찬해 주고, 조금만 더 하면 아주 훌륭하겠다고 북돋워주고.... 그러면 아이들은 우리를 잘 봐 주려고 애를 쓸 겁니다.
>11기 선생님들, 내일 만나요.
>- 안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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