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논술에서의 읽기 -

푸근한 선생님, 이선희 선생님과의 수업이 시작되었습니다. 처음엔 저희들이 호응을 하지 않아 선생님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불상사가 있긴 했지만 그래도 전체적으로 볼 때 많은 것들을 배운 수업이었습니다.

강의 중반에 들어 논술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처음엔 나름대로 논술이란 이러이러한 것이다라고 말할 수 있었는데 갈수록 종잡을 수 없는 게 논술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하여 비유적인 표현을 써서 한마디로 얘기해 보았는데 "논술은 집짓기다, 익어가는 감이다, 나침반이다, 헤드라이트다, 빙산의 일각이다.". 등등 여러 가지 모양으로, 현상으로 표현할 수 있었습니다.

선생님의 정의에 따르면 논술이란 세상과의 의사소통 과정이입니다. 굳이 언어라는 상징체계를 통해 세상에서 나타나는 현상을 구체화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과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세상을 인식하고 문제를 정의내리고, 해결해 나가는 과정에 있어서 언어가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자칫 언어적 기술을 신장시키는 과정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논술의 역할은 나를 둘러싼 세계를 인식하고 거기서 어떠한 문제점을 찾아내고 또 해결해 나가는 실천적 능력을 높이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논술과 문학과의 연결고리는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흔히 논술을 다루는 데 있어서 문학이 주요 텍스트가 되고 있는데 이것은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이는 문학 속에 논술의 모든 과정이 녹아 있기 때문입니다. 문학은 항상 당시 시대적 상황, 즉 시간적·공간적 배경 속에서 문제를 발견하여 언어로 구체화해 나가며 갈등 상황을 보여줄 뿐만 아니라 해결해 나가는 과정까지 논술이 해야 할 역할들을 간접적으로 담고 있습니다. 문학 속에 등장하는 주제들은 모두 인간이 세상에서 겪을 수 있는 문제들이며 흔히 부딪힐 수 있는 문제들입니다. 그리하여 독자들로 하여금 문제의식을 갖게 하고 갈등 상황과 해결되는 상황을 거치며 자기치유의 과정을 겪게 합니다. 책을 읽으며 주인공의 삶에 감동을 받거나 나와 비슷한 처지에 처한 주인공의 고통을 통해 같이 울거나 웃어본 경험이 있다면 문학을 통해 치유의 경험을 가졌다고 할 수 있겠지요. 혹 문학을 통해서 내가 변화된 경험이 있다면 현실을 바꿀 수 있는 실천적 능력까지 갖게 되는 경우겠지요. 한마디로 문학을 깊이 이해하고 내 것으로 소화하는 과정이 논술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제 나름대로 이해해서 쓴 것 같은데 혹 선생님이 의도하신 바와 다르다면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다음으로는 논술에서 중심이 되는 언어 교육에 대해서 배웠습니다. 일반적으로 듣기는 자연스럽게 익혀진다고 생각하는데 실제로 논술에 있어서 듣기가 큰 비중을 차지해야 함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학년일수록 듣기가 제대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듣기와 말하기, 즉 음성언어 자극이 충분해야만 읽기와 쓰기가 가능합니다. 여러 가지 중에서 읽기에 관해서 자세하게 배웠는데 인상적이었던 것을 읽기 전에도 활동이 있다는 것입니다. 선생님은 예로 『터널』이라는 책을 소개해 주셨는데 책의 제목과 표지만 살펴보면서 내용을 예측해 보는 것입니다. 한 소녀가 커널 속을 들어가는 모습과 밑에 자그마한 책! 그림은 상상의 세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장점이 있어 우리에겐 더없이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터널이라는 낱말만 가지고 자유연상을 하는 방법도 좋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