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시간에는 노작 활동을 했습니다. 지문으로 그림도 그려보고, 선생님들이 직접 장서인을 만들어 보기도 했는데요. 모든 선생님들이 즐거워 보이셨습니다. 수업 시간에 이런 활동들을 하면 아이들은 더욱 즐거워할 테죠.

선생님은 문명이란 인간의 피와 땀으로 얼룩진 노작 활동에 의해서 이루어진 것이라는 말씀과 함께 손은 바깥으로 나와 있는 뇌라고 하셨습니다. 이것은 칸트에서 슈타이너에 이르기까지 아시다시피 노작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말이죠.
조별로 선생님들마다 스탬프 잉크를 손가락 가득 묻히고 그림을 그려보니, 혼자서 했으면 어림도 없을 훌륭한 그림이 나왔습니다. 그리고 곧장 선생님께서 직접 가지고 오신 아이들의 장서인들을 찍어보았죠. 찍혀 나온 문양들을 보면서 속으로 "아이들이 나보다 훨씬 낫구나" 싶었습니다. 우리 선생님들은 이제 자신만의 장서인을 만들기 위해 도안 작성에 들어갔습니다. 또 열심히 조각도를 놀리면서 그 문양을 완성해 나갔지요. 그 완성된 장서인을 실제로 활용할 수 있도록 선생님이 직접 나무판에 톱질을 해서 받침을 만들어 주시기도 하셨습니다. 만들고 보니 한 마디로 제 것은 너무 볼품이 없더군요. 제 주위에 계신 선생님들은 예쁘게 만드셨던데 말입니다.
선생님이 동시 "달라질래요"를 낭송해 주셨죠. 한 단어만 바꿔서 말입니다. 그것은 "다르다"와 흔히 혼용해서 쓰고 있는 말 "틀리다"로 바꾼 것이죠. 일상 생활에서는 그다지 어색하지 않았는데, "다르다"란 말이 유독 많이 쓰인 이 동시에서 그 말을 "틀리다"로 바꿔 놓으니 여간 이상하게 들리지 않았습니다.
세계 인구가 약 60억이라고 하는데, 그 많은 사람들은 저마다 예외 없이 자신만의 지문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그 지문들은 모두 다르다는 것이지요. 지문으로 그림을 그리는 공동 작업을 하면서 아마도 우리 선생님들이 느꼈을 것처럼 아이들도 "다름"의 의미와 소중함을 한번 되돌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작지만 이런 활동 과정을 통해서 "다름"을 "틀림"으로 인식하고 "다른" 친구들을 무작정 배척하지는 않는 아이들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해 봅니다.
인디언 말에 "친구"는 "내 무거운 짐을 등에 지고 가는 사람"이라고 하더군요. 정말 가슴 찡한 말이지요! 한번 생각해 봅니다. 과연 나에게 나의 무거운 짐을 등에 지고 가 주는 사람이 있는가, 또 반대로 나는 그의 무거운 짐을 등에 지고 가 주는 사람인가. 아이들이 이렇게까지 성장해 주었으면 하고 바라기에 앞서 나부터 잘 해야겠다는 쓸쓸한 반성을 하게 됩니다.
논설과 논술은 어떻게 다를까요? 바로 말씀드리면, 선생님은 자기 고민에 대해서 적절한 해결책을 찾아내어 논리 정연하게 펼쳐낸 글은 논설문이고, 남의 고민을 나의 고민인 양 고민하면서 적절한 해결책을 찾아내어 논리 정연하게 펼쳐낸 글은 논술문이라고 정의하셨습니다. 따라서 논술문을 잘 쓰기 위해서는 남의 고민을 내 고민으로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선생님들은 어떻게 생각하셨습니까? 저는 선생님의 정의가 참 적절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논술 막바지에 이르러서도 막상 그 정의를 나름대로 내려보려니 정말 신통치가 않았습니다. 논술을 문제 해결력이나 실천의 문제로 보는 것은 어딘지 썩 내키지가 않았거든요. 특히 논술을 실천의 문제로 볼 때 더욱 그랬습니다. 논술의 개념이 너무 확장된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이상과 현실의 괴리를 늘 느끼고 또 지켜보면서 과연 실천의 문제가 논술로 귀착되겠는가, 이것은 좁게 말하면 이 사회를 좀더 살기 좋은 사회로 만드는데 책임 의식을 가져야 할 지식인, 더 근원적으로 보자면 죽을 때까지는 어쨌든 살아 내야 하는 인간 존재의 본연의 문제가 아니겠는가 뭐, 이런 생각이 자꾸 들었던 거죠. 그러니까 저는 논술을 남의 고민을 내 고민으로 받아들여서 논리적으로 해결책을 모색하는, 실천의 바로 앞 단계까지로 보고 싶었던가 봅니다. 앞으로 두고두고 생각을 해 볼 문제이지만, 조금은 구획 정리가 되는 것 같았습니다.

*** 공 지 사 항 ***

다음 시간 수업일지는 제 개인적인 사정으로 송은미 선생님께서 대신 올려 주실 겁니다. 아직 수업도 안 듣긴 했지만 조회 많이 해 주세요. 그리고 역시 제 개인적인 사정으로 마지막 차시 수업일지도 바로 못 올리고 20일 이후에나 올리게 될 것 같습니다. 미리 양해를 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