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께 수업 받은 19기는 아니지만 공감이 가는 시에 글 올리고 싶은 충동을 받고 몇 자 적습니다.
진지한 논술 수업을 하다 보면 학생이나 지도 교사나 모두 브레히트가 되어 그 많은 사실들과 그 많은 의문들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되지요. 때로는 흥분도 하고, 때로는 아직도 존재하는 그 거대한 구조에 무력감을 느끼기도 하고.
아이들과 역사 논술 수업을 한 뒤 마무리용으로 위의 시를 읽게 하면 설왕설래 진지했던 수업을 멋지게 내면화할 수 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듭니다.
김혜옥 선생님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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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월 동안 공부하시느라고 수고 많으셨습니다.
>선생님들의 진지함과 열심히 하시는 모습이 너무나도 좋았습니다.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입니다.
>어제 함께 읽으려고 했던 시를 올립니다. 읽어 보시면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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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책 읽는 노동자의 의문
>- 브레히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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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문이 일곱 개나 되는 테베를 누가 건설했던가?
>책 속에는 왕의 이름들만 나와 있다.
>왕들이 손수 돌덩이를 운반해 왔을까?
>그리고 몇 차례나 파괴되었던 바빌론
>그때마다 도시를 누가 재건했던가?
>황금빛 찬란한 리마에서 건축노동자들은 어떤 집을 살았던가?
>만리장성이 준공된 날 밤에 벽돌공들은 어디로 갔던가?
>위대한 로마제국에는 개선문들이 참으로 많다. 누가 그것들을 세웠던가?
>로마의 황제들은 누구를 정복하고 승리를 거두었던가?
>끊임없이 노래되는 비잔틴에는 시민들을 위한 궁전들만 있었던가?
>전설의 나라 아틀란티스에서조차 바다가 그 땅을 삼켜 버리던 밤에
>물에 빠져 죽어 가는 사람들이 노예를 찾으며 울부짖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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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알렉산더는 인도를 정복했다.
>그가 혼자서 해냈을까.
>시이저는 갈리아를 토벌했다.
>적어도 취사병 한 명쯤은 데리고 있지 않았을까?
>스페인의 필립 왕은 그의 함대가 침몰 당하자 울었다. 그 이외에는 아무도 울지 않았을까?
>프리드리히 2세는 7년 전쟁에서 승리했다. 그 이외에도 누군가 승리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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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페이지마다 승리가 나온다.
>승리의 향연은 누가 차렸던가?
>10년마다 위대한 인물이 나타난다.
>거기에 드는 돈은 누가 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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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많은 사실들.
>그 많은 의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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