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me   이은정  첨부파일

Subject  "노래하는 나무" 에 대한 나의 사색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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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큰 기대를 하지 않아서 그런지 자연스럽고 편안한 마음으로 책장을 넘길 수 있었다. 발도르프 교육에 대해서 잘 모르는 상태에서 읽었지만 대략 그 특징을 짐작해 볼 수는 있었다. 자연의 순리와 이치를 거스르지 않으며 인간적이고 따뜻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마치 불교의 空사상을 서양에 옮겨 놓은 듯한 느낌을 받기도 했다. 결국 자기 자신을 바르게 세우고 먼저 자신을 온전한 인격체로 세우는 것이 교육이 가야 할 참된 길임을 깨우쳐 주고 있었다. 생존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전력질주만을 강요하는 우리나라 교육 현실과 비교해 볼 때 한숨이 절로 나오며, "사냥꾼처럼 일하지 말고 농군처럼 일하라."를 보며 고개를 숙이지 않을 수 없었다.

이분법적으로 나눈다는 것 자체가 무리가 있겠지만 자꾸만 내가 받은 교육, 기존의 교육현실과 발도르프 학교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교육을 비교하며 이것은 이렇고 저것은 저렇다고 따지며 분석하려는 태도로 읽게 되었다. 그래서인지 긴장감과 경계심으로 책장이 잘 넘어가지 않았는데 뒤로 갈수록 작가의 말이 진실하다는 점과 작가가 발도르프 교육에 깊은 감동을 받았다는 점을 인정하며 발도르프 교육의 가치를 인정하고 수긍하는 태도로 변해 갔다. 어느새 작가와 같이 상대를 배려하고 존중해 주려는 겸허한 자세가 생겼는지도 모르겠다.

발도르프 교육에서 가장 인상깊게 다가온 점은 감각교육을 중시한다는 점이다. 손과 발을 움직여 실물을 가지고 만져보고 만들어 보고 또 노래도 불러 보고 유리드미라는 무용을 하고 연극을 하는 등 인간이 가지고 있는 감각을 최대한 활용하여 경험을 통한 배움을 강조하며 몸소 실천하고 있었다. 인위적인 것을 배제하며 노래든, 그림이든, 무용이든 마음과 영혼에서 우러나오는 것을 자연스럽게 표출할 수 있는 교실! 자연을 사랑하고 자연이 가진 생명력을 느끼고 함께 호흡하려 하고 그러면서 생명에 대한 존중과 인간애를 배우고 교사와 학생이 하나된 배움의 장! 먼저 개념과 지식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 스스로가 몸으로 느끼고 소화한 상태에서 알게 된 지식들을 체득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교육방법! 교사들이 학생 각 한 사람 한 사람에 대한 관심과 섬세한 관찰을 통한 배려! 이러한 것들 모두가 동전에 찍어내듯 학생들을 하나의 기준에 맞추어 만들어내려는 인위적인 교육에서 벗어나 학생들의 욕구와 감성, 의지를 존중하여 식물이 충분한 햇빛과 흙의 양분을 받고 자라나듯 아이들을 성장하도록 도와주는 이상적이고 낭만적인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나타내고 있다. 그런데 과연 이런 감각교육이 우리에게 무슨 도움을 줄 것인가 생각해 보기로 하자.

갈수록 시대가 기계적이 되어 가고 인간은 정신과 영혼을 잃은 채 말초적이 되어 가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아이들이 가진 소중한 것들, 즉 감수성과 느낌, 생산적인 욕구, 의지를 파괴하는 환경이 도처에 널려 있다. TV와 컴퓨터 등 영상문화가 대표적인 예일 것이다. 이 때문에 아이들은 아무리 많은 지식을 알아도 깊이 있는 사고를 할 수 없고 자신을 통제하고 다스릴 수 있는 힘을 잃어 가고 있다. 아이들은 더 새롭고 감각적이고 말초적인 것만을 찾고 있다. 이러한 때에 감각을 활용한 교육이 아이들의 흥미를 끌면서도 사고의 깊이를 더해줄 수 있고 아이를 하나의 인격체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두 번째로 인상깊게 남은 것은 머리와 몸과 마음, 영혼이 혼연일체가 된 상태에서 교육이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시와 노래로 학생과 교사는 마음을 충분히 연 상태에서, 긴장이 완화된 상태에서 수업을 한다는 점이다. 모든 수업은 그렇게 인간과 인간과의 만남이라는 대전제 하에서 이루어지고 있었다. 참으로 마음에 드는 점이다. 또한 아이들의 발달 단계와 아이들의 감정과 호흡상태를 고려한 시간표 등도 마음에 드는 점이다. 노래를 마음껏 할 수 있고 산책도 하고 학생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내놓고 주장할 수 있다는 점, 또한 그것이 존중된다는 점이 참 마음에 든다. 발도르프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은 아마도 학교 가는 것이 즐겁게 느껴질 것이다. 문득 초등학교 5학년 때 담임선생님과 반아이들 전체가 즐겨 부르던 노래가 생각이 났다. "내가 살아가는 동안에 할 일이 또 하나 있지. 바람 부는 벌판에 서 있어도 나는 외롭지 않아∼. 아아! 영원히 변치 않을 우리들의 사랑으로 어두운 곳에 손을 내밀어 밝여 주리라." 그땐 왜 이런 노래를 부를까 이해하지 못했는데 10년이 넘게 지난 지금에도 내 마음에서 울려 퍼지는 메아리가 되어 있다는 사실을 새삼 알게 되었다.

나도 내 자신이 감동되고 사람을 감동시키는 그런 교육을 해보았으면 한다. 작가도 발도르프식 교육을 한국에서 실천하기에 많은 어려움이 있다는 것을 누누이 얘기했듯이 변화가 쉽게 이루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변할 수 있다는 소망만큼은 버리지 말아야겠다. 그렇지 않으면 나 또한 변화를 받아들이지 않으려고 경직되고 굳은 마음으로 살아갈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