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다'는 말에 대해 생각해 봅니다.

아이들이 살아 있음을 느낄 때가 언제일까요? 어느 때에 아이들이 가장 기가 살까요? 제 생각에는 그것이 놀 때가 아닐까 합니다. 그런데 요즘 아이들의 놀이를 보면 자기 몸을 여러 동무들과 부대껴 가면서 노는 것이 아니라 마음에 맞는 동무 한둘과 함께 컴퓨터 오락이나 보드게임, 카드놀이를 하는 것이 고작입니다. 물론 여럿이 노는 탈출이나 얼음땡 같은 것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요.

그러고 보면 아이들의 놀이가 컴퓨터 오락의 1P(혼자서 컴퓨터랑) 2P(둘어서 할 수 있는)를 닮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온몸을 움직이지 않고 노는 놀이, 혼자서서도 놀 수 있는 놀이, 딱 마음에 맞는 동무들과만 노는 놀이, 같은 또래하고만 노는 놀이가 되고 있습니다.

여럿이 어울리거나 몸을 많이 쓰지도 않고, 또 여러 나이대의 아이들이 서로 섞여 놀지도 않습니다.

이런 놀이에서 아이들은 몸을 균형있게 키우기도 힘들고, 누군가를 헤아리고 배려하는 사회성을 키우기도 어렵습니다. 예전에는 동네 형이나 누나가 동생들에게 자기가 알고 있는 놀이를 알려주면서 자연스럽게 놀이가  이어져 내려올 수 있었는데 환경의 변화와 함께(아이들이 놀 수 있는 땅이 없습니다. 어른들이 주어지는 놀이터에는 놀이기구만 가득하고, 그 놀이기구만 붙잡고 놉니다 ) 그런 일들이 끊어지게 된 거죠.

또 하나 요즘 아이들의 놀이에서는 꼭 도구가  필요합니다.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도구가 아닌, 사람들이 만들어낸, 그리고 돈 들여서 사야만 하는. 인라인스케이트가 없으면 같이 놀 수 없고, 총이 없으면 같이 서바이벌(좋은 놀이라고 볼 수 없지만)도 할 수 없습니다. 딱지치기도 야인시대 같은 딱지가 있어야 하고 팽이 놀이도 탑브레이드가 있어야 합니다.

둘레에 있는 자연에서 도구를 찾고 그것을 잘 써서 어떻게 놀 것인지, 그것까지 아이들의 생각이 미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런 자연을 빼앗아 가버린 어른들의 책임도 있고요. 무언가 자기 스스로 생각해서 변화를 일구어 내기 보다는 주어진 놀잇감으로 노는 데에 익숙해져 버렸습니다.

이런 뒤틀려진 놀이 문화를 바로 잡기 위해서는 먼저 아이들에게 놀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주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른들의 깨달음이 있어야 합니다. 놀이는 아이들이 몸과 마음을 키우는데 꼭 필요한 것이라는. 아이들에게 놀이는 단지 놀이만이 아니라는. 일이 놀이가 될 수도 있고, 그 놀이를 통해서 소중한 무엇을 배울 수도 있다는. 이오덕 선생님이 말씀하신 일과 놀이와 공부가 하나임을 깨닫는.

학원과 과외와 숙제에 쫓기는 아이들은 놀 수 있는 시간이 너무나 모자랍니다.
또 아이들이 자유롭게 걸림없이 놀 수 있는 자리가 없습니다.
아이들은  자연 속에서 자라야 하는데 요즘 아이들은 하루 종일을 보내도 맨땅을 밟을 기회조차도 없습니다.

놀이터보다 아이들에게 맨땅을 돌려 주어야 합니다. 그곳에서 동네 아이들과 어울리다 보면 자연스럽게 땅에서 놀 수 있는 놀이들을 만들어 낼 겁니다.

하지만 그냥 시간과 공간만 준다고 해서 문제가 풀리지는 않습니다.

이어져 오던 어린이 놀이문화가(형이나 언니에게서 동생들에게) 한 30년 동안 끊어졌기 때문에 어른들이 그 부문을 이어줘야 합니다. 당분간은 어른들이 놀이를 일러주고 아이들과 함께 놀아주어야 합니다. 잃어 버렸던 땅 놀이와 자연 놀이를 되찾아 주어야 합니다. 그리 하고 나면 아이들끼리 놀이를 되물려 주는 일도 일어날 것이고 그 놀이에 새로운 생각들이 이어지면서 자기들에게 맞는 놀이로 바꾸는 일도 일어나게 될 것입니다. 그때가 되면 어른들이 신경 쓰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아이들이 놀 수 있게 될 것입니다.

급하게 쓴 글인데 공부하시는 27기 분들에게 참고가 되었으면 합니다. 전 요즘 (사)어린이와 도서관 만드는 일과 기금 마련하는 일 때문에 좀 바빠서 공부시간에 함께 참여하기가 어렵네요. 19일에 하는 기금 마련 공연이 끝나면 숨을 돌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