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올 것이라는 일기예보가 그 날 저녁에야 들어맞은 날이었지요. 해거름 무렵에 내린 겨울비는 그리 차갑지도 따뜻하지도 않아 시시한 겨울비였습니다. 난데없이 천동이 우르렁거리고 거친 빗줄기가 한참이나 쏟아져 요즘 세상 돌아가는 것 처럼 계절도 약간 헛갈려서 뒤뚱거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흙피리 곱게 만들고 돌아 온 서울에서 밥집을 찾아 한참이나 헤매이다가 겨우 들어간 집에서 모두들 허리띠 풀고 술 한잔 즐거이 나누었습니다.
함께 간 어린 동무들이 서로 즐겁게 놀아주어서 이런저런 이야기에 한 겨울 밤 꼭지를 붙들고 앉아 있었던 것 같습니다.
2차로 포장마차에서 나눈 이야기들은 더 진진했습니다. 평소 수강하시는 선생님들과 사적인 자리를 가지기 힘들어 서로 거리감 같은 것을 두고 살아왔는데 마음을 열고 밥도 먹고 술 한잔 나누면서 가까와 진 것 같아 참 좋았습니다.

권오석 선생님의 지역운동을 자세히 알게 되었습니다. 참 다양하면서도 열정적으로 지역활동에 참여하시는 것을 보고 살아있는 교사의 모습을 대하는 것 같았습니다. 미아리 에스케이 아파트에 있는 '작은 나무' 어린이 마을 도서관을 꼭 가보고 싶습니다. 그 곳 이웃들과 당구도 치고 지역의 다양한 문제를 함께 해결해 가시고자 하는 마음이 내내 깊이 다가왔습니다.

다음에도 이런 자리가 더 만들어 지게 된다면 꼭 함께 하고 싶습니다. 늦은 시간에 모두들 귀가에 성공하셨는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