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너무 오래간만에 선생님 글 보고 너무 반가웠습니다.
여전히 잘 계시죠!!
해오름에서 다시 듣게 된 강의도 이제 몇 강 안 남았네요.
끝나기 전에 한 번 뵐 수 있었음 좋으련만......
지금 같이 수업 듣는 선생님 중 한 분이 저에게 공짜로 들을 수 있는 역사강좌 하나를 소개해 주었는데 가서 들어보니 너무 재미있었어요.

추석 잘 맞으시고요, 또 연락 드릴께요......


>아이 둘과 남편, 그리고 나 우리 네 식구가 제각기 떨어져 살다가 한데 모여 여름을 났습니다.
>몇 달씩 저 편한대로 지내다가 한 덩어리로 살려니까 쉬운 일이 아닙디다. 자기 의사 분명한 아이들이 섭섭하게 느껴질 때도 있고, 그렇다고 화내는 남편이 되게 쪼잔해 보이기도 하고...
>그래도 아쉽습니다. 서로 아웅다웅거리면서도 즐거웠기 때문이지요. 뭘 하나 하러가도 넷이 다 한꺼번에 몰려다녔습니다. 영화도 함께 보고, 장도 보러가고, 바다도 가고, 집안 일가 병문안도, 심지어 문상도 함께 다녔습니다. 애들 아빠가 그렇게 하기를 원해서였지요. 말하자면 우리 남편은 "나를 따르라"주의자입니다. 다행히 아이들이 별 말없이 따라 다녀 주어 내심 고마왔지요.
>호주제 폐지 이야기가 나왔을 때, 남편은 몹시 민감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그 내용을 자세히 알고 싶어하더니 나에게도, 아이들에게도 의견을 물어보고 야단이었습니다. 그 폐단은 이해를 하고 고쳐야 한다고 하면서도 가장의 권위가 사라진다고 생각되는 모양입니다. 이태전 시아버님이 돌아가시고 호주 승계를 하면서 스스로 굉장히 비장해졌던 남편입니다. 어머니에 대한 책임감, 집안 행사에 대한 관심이 그 전과 많이 달라졌던 남편입니다.
>남편이 아들에게 물었어요.
>"너는 장가가서 아이가 생기면 누구 성을 쓸거냐?"
>아들이
>"아내하고 의논해 봐야죠."
>"그럼 아내가 원하면 아내 성을 쓸거냐?"
>"뭐, 그러든지요."
>하하하, 우리 남편이 완전히 풀이 죽었어요. 착하고 성실하고 누구보다 책임감 강한 남편이 딱해서 아들에게 눈짓을 했습니다. 엄마 눈치를 보던 아들이 하는 말,
>"아버지, 너무 걱정마세요. 다 잘 될 거예요."
>이제 방학이 끝나 아이들은 다 떠났어요. 둥지를 떠난 새처럼 자신의 삶을 가꾸어 나갈 거예요. 몇 달 후에는 또 더 커버린 딸, 아들을 보게 되겠지요. 나는 그 아이들이 부럽기도 하고 안됐기도 합니다. 인간적으로 더 많은 기회와 도전을 가지는 것이 부럽기도 하고 엄마로서는 너무 빨리 집을 떠나 안됐기도 합니다.
>남편이 아무리 목을 꼿꼿이 세워 가장의 권위를 외쳐도 아이들은 제 세상을 찾아 갈 겁니다. 다만 자신의 비상을 도와 준 아버지에게 감사할 뿐.
>휴대폰 창에 "사랑하는 아내, 그리고 우리 아이들"이라고 쓰고 다니는 우리 착한 남편. 남편이 더 깊이 생각한 뒤, 스스로 마음이 편해지면 좋겠습니다.
>
>
>
>이제 한 숨 돌리고 좀 시간이 편해졌습니다.
>더위도 한 풀 꺽이고, 비도 그치나 봅니다.
>13기 글쓰기 선생님들
>모두 다시 뵙기를 기대합니다. - 안정희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