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me   김경주  첨부파일

Subject  수학으로 세상읽기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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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으로 세상읽기>


왕규식(살아있는 수학교실 운영자)

"수학은 어느 나라, 어느 학교에서도 다 배워. 초등학교에서 고등학교까지 끈질기게 괴롭히는 수학. 피해 갈 수 없는 외나무다리와 같아. 대안학교도 예외가 아니야. 국내의 거의 모든 대안학교에서도 일 주일에 두 번 이상은 만나야 해. 도대체 뭐가 그렇게 중요한 거야? 수학을 피해갈 수는 없는 거야? 그만큼 중요한 것이라면 세상살이와 자연을 아는 데 분명 중요한 뭔가가 있겠지? 인간의 삶에 도움되는 깊은 뿌리가 있을 텐데, 그것이 무엇일까? 수학으로 세상을 읽어보면 그 대답이 보이겠지...."

수학으로 세상을 읽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우선 수학의 본질이 삶과 어떻게 관계 맺는가를 살펴 세상을 읽는 것입니다. 둘째로는 수학의 언어인 기호와 단위 및 수학 용어를 통해 세상을 볼 수 있습니다. 셋째로는 수학의 내용(정리, 공식 등)을 통해 세상을 읽는 것입니다. 수학으로 세상을 보는 것은 수학 자체의 논리보다 수학이 삶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를 살피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 글은 수학을 철학적으로 해석하는 글입니다.

1. 수학과 삶의 관계맺기

수학을 배우느라 고생하면서 누구나 한번쯤 내뱉었던 말, "도대체 수학은 배워서 어디에 써먹는 거야?" 이 말속에 들어 있는 질문의 대답이 수학과 삶의 관계를 설명해주는 것이겠지요.
수학의 본질은 기준을 정하고 규칙을 찾는 것입니다. 기준을 정하고 규칙 찾기로 수학을 이해하게 되면 수학 내용은 다 알지 못해도 수학의 정신은 알 수 있고 그 정신으로 삶의 자세와 태도를 배울 수 있습니다. 세상을 읽는다는 것은 세상이 어떤 기준으로 변화 발전하는지를 아는 것입니다. 변화의 규칙이 무엇인지를 탐구하는 것입니다. 세상과 자연의 독립변수와 종속변수를 알아내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기준 정하기와 규칙 찾기라는 수학의 본질이 세상 읽는 법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또 수학은 대칭과 균형,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음수가 있으면 양수가 있고, 실수가 있으면 허수가 있습니다. 대칭과 균형, 조화 속에서도 원인이 되는 결정요인이 무엇인지를 찾는 것이 수학입니다. 좌표 평면을 예로 들면 가로축은 원인축이고 세로축은 결과축입니다. 원인과 결과를 가로값과 세로값으로 표현하여 삶을 기록하고 세상을 기록하여 규칙을 찾는 것이 그래프입니다.
수학은 이와 같이 원인과 결과를 알고, 기준과 규칙을 알아 사물의 본질을 꿰뚫어 나가는 것입니다. 수학(수학교육)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은 이런 정신입니다. 이것이 삶과 수학이 관계를 맺는 모습입니다. 그런데 한번도 이런 관계 맺기에 대한 해석 없이 문제풀이를 하고 공식을 외우게 하니 수학이 죽어서 우리 아이들을 죽이고 있지요. 수학을 배워서 뭐에 쓰냐라는 불만만 가득한 것이지요. 수학을 통해 세상을 읽고, 가치관을 세워간다면 수학은 꼭 같이 가야 할 친구이고 반려자입니다.

2. 기호와 용어로 세상읽기

수학 기호와 용어로 어떻게 세상을 읽는가에 앞서 기호와 용어 자체부터 점검하겠습니다.
수학의 언어는 (단위를 포함한) "기호"입니다. "용어"는 기호를 풀어주고 해설해줍니다. 기호는 수학을 표현하는 것이며 용어는 수학 내용을 간명하게 정의하는 것입니다.
모든 언어가 그렇듯이 수학의 언어인 기호도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닙니다. 기호마다 만들어진 배경과 발전된 역사가 있습니다. 그 배경과 역사를 알고 기호가 가지고 있는 뜻을 제대로 헤아려야 수학도 알고 세상도 읽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수학 기호와 용어가 너무 어렵습니다. 그 까닭 중의 하나는 기호가 수입품이라는 데 있습니다. 수학에서 사용하는 모든 언어와 기호의 대부분은 영어권에서 만들어진 것입니다. 우리나라 언어와 문화에서 비롯된 것은 없습니다. 예를 들면 집합에서 원소의 기호는 인데 element의 e의 변형으로 생각하면 쉽게 연결되는데 우리에겐 익숙하지 않은 것이지요. 용어도 마찬가지입니다. 용어가 수학을 잘 설명해주고 사용하기 쉬운 말이면 좋은데 한자와 일본말이 많아 쉽지가 않습니다. 수학에서 사용되는 "소"자만 살펴봐도 이 사실을 금방 알 수 있습니다. "소"자는 小數를 의미하는 小를 빼고는 다 바탕 소(素)입니다. 元素, 素數, 서로 素, 素因數分解 등으로 모두 다 바탕 "소"자로 근본이 되거나 원인이 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素자에 대한 해석 없이 "소수는 약수의 개수가 두 개인 수", "서로소는 공약수가 1뿐인 두 수"라는 식으로 용어를 해설하다 보니 그 근본을 모르는 것입니다. 북한에서는 소수를 "씨수"라고 하는데 오히려 이것이 의미를 정확히 전달해 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예들은 너무나 많습니다.
기호가 우리 문화와 언어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고, 용어도 수학이 수입되면서 한자나 일본말로 번역된 것이 많아 낯설고 어렵습니다. 그래서 더욱 수학의 기호와 용어를 제대로 해석하는 데부터 출발해야 합니다. 특히 중학교 이상의 수학교육은 기호를 바탕으로 논리를 전개하고 수학의 정리들을 공부하기에 기호와 용어 해설은 매우 중요합니다.
수학에서 사용하고 있는 기호는 수많은 과학자, 수학자들의 연구 결과물입니다. 그들의 철학도 기호 속에 담겨 있습니다. 기호와 용어가 어떤 이유에서 생겨났으며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정확히 안다면 수학자, 과학자가 발견한 합법칙성의 본질에 다가가는 것입니다. 그 자체로 수학 내용의 절반은 아는 셈입니다. 또 수학자들이 세상을 보았던 관점을 알 수 있습니다. 기호를 사용한 수학내용의 전개와 규칙에 관한 정리, 공식은 그 다음입니다.

수학 기호와 용어의 이러한 점을 분명히 알고 기호와 용어를 통해 어떻게 세상을 읽을 것인지를 생각해 보겠습니다.
수학 기호와 용어를 통해 세상을 읽는 것은 세 가지로 볼 수 있습니다. 첫째, 기호와 용어를 통해 수학이 생활에서 발전된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수학도 세상을 표현하는 것이므로 그 표현인 기호를 통해 세상을 볼 수 있습니다. 둘째, 세상에 대한 철학이 기호 속에 있습니다. 셋째, 기호와 용어를 통해 새로운 관점을 세울 수 있습니다. 이 세 가지를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첫 번째로 이야기한 기호를 알면 생활에서 발전된 수학 내용을 알 수 있다고 한 좋은 예가 절대 값입니다. 절대 값이란 "0으로부터 떨어져 있는 거리의 값"입니다. 거리를 잴 수 있는 간격을 표시하는 막대 두 개가 절대 값의 기호 "| |"가 되었습니다. 그 막대기 둘 중 하나는 거리의 시작점인 0에다 세우고 나머지 하나는 재고 싶은 곳에 세우는 뜻입니다. 그래서 절대 값의 기준은 0 이고, 절대 값 중에서 가장 작은 것도 0입니다. 를 풀어라 하는 문제에서 이것은 풀지 않고 그 뜻만으로도 답을 낼 수 있습니다. 수학은 세상을 기호로 표현한 것이니 기호의 뜻을 새기면 생활 속의 수학을 알게 됩니다.
둘째, 기호 속에 들어 있는 세상을 보는 눈, 삶의 철학이 어떤 것이 있는가는 함수기호로 보겠습니다. 함수의 기호는 인데 여기서 x는 원인, f(function)는 과정, y는 결과를 이야기합니다. 원인, 과정, 결과가 기호 속에 다 들어있습니다. 수학에서 중요하게 다루는 것은 원인, 과정, 결과 모두이고 그 중에서도 원인을 가장 중요하게 다룹니다. 함수 기호는 세상과 자연을 총체적으로 바라보도록 합니다. 기호가 이미 그것을 가르쳐주고 있습니다.
셋째, 기호와 용어 속에 숨어 있는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여 세상을 보는 방법도 있습니다. 괄호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괄호는 ( ), { }, [ ] 등이 있습니다. 괄호의 일반적인 의미는 계산 순서를 결정하거나 우선순위를 결정합니다. 또 빈칸이나 미지수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어떤 숫자나 연산을 보호하는 울타리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괄호의 가장 큰 역할은 묶음입니다. 묶음은 수학에서 집합이 되고 생활에서는 범위나 범주를 결정합니다. 그래서 집합기호는 { }입니다. 집합이 기준이 분명한 "모임"을 뜻하는 것이니 당연히 그 기호는 괄호이지요. 괄호를 삶과 견주어본다면 을 생각할 수 있는데 이 두 수는 완전히 다릅니다. 앞의 결과는 4이고 뒤의 결과는 입니다. 앞의 형태는 음수 부호 ""를 괄호가 품고 있으니 공동체 안이나 자신의 내면에 들어 있는 관계를 통해 음수 부호를 해결해 나갈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즉 내면이나 공동체 안에서 동력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지요. 이것에 견주어 뒤의 숫자는 음수 부호를 공동체 안에(괄호 안에)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그 ""는 건드리거나 변형할 수 없습니다. 그대로 내버려 두어야 하는 것이지요. 공동체 외부에 존재하는 부정은 다른 공동체와 관계를 맺거나 외부에 대한 작용(이를테면 투쟁!)을 통해서만 극복할 수 있는 것이지요.
또 , 인데 이는 긍정의 긍정은 긍정을 만들고, 긍정의 부정과 부정의 긍정은 부정을 낳으며, 부정의 부정은 긍정을 만든다는 철학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삶은 긍정의 긍정이나 부정의 부정으로 살아가야 함을 깨우쳐주는 것이지요. 이것은 기호로 표현된 법칙을 재해석 해 본 것입니다.
수학 기호를 수학의 본래의 뜻에 맞게 해석하는 것을 기초로 하여 그것이 사회현상이나 자연현상을 함축하는 의미가 무엇인지를 골똘히 생각해 보고 그에 맞게 새롭게(독창적으로) 새겨보는 것이 세상을 보는 또 하나의 눈입니다.

3. 수학내용으로 세상읽기

고도로 추상화된 수학내용은 세상과 별개로 여겨지지만 기호화하고 추상화한 수학이 아니고는 세상과 자연의 합법칙성을 명료하게 표현하고 확장하기가 어렵습니다. 수학 내용들은세상을 해석하고 미래를 예측할 수 있게 합니다. 과학을 비롯한 영역에서 수학을 그렇게 사용하고 있습니다. 수학에서 다루는 것들은 현재의 과학이 다루었거나 다루려고 하는 것만 아니라 아직 그 뜻이 제대로 파악되지 않은 내용들까지 포괄되어 있을 때가 많습니다. 단적인 예로 20세기 중반 이후 물리학의 관심이었던 우주의 4대 힘(중력, 전자기력, 약력, 강력)의 관계를 밝히려는 통일장이론인 "끈이론"은 200년 전의 오일러가 펼쳐놓은 수학 공식으로 증명될 수 있었고 그 책을 보았던 물리학자에 의해 확장된 것입니다.
자연과 세상의 합법칙성을 다루고 있는 것이 수학입니다. 그러므로 수학에서 제시하는 작은 공식이나 명제들도 자연과 세상을 읽는 큰 도구들이 됩니다.
단순한 예로 피보나치 수열을 들 수 있습니다. 피보나치 수열은 1, 1, 2, 3, 5, 8, 13, 21, 34, 55....인데 앞의 두 수를 합해서 다음 수를 결정하는 수열입니다. 이 수열을 밝힌 피보나치(1180 - 1250년쯤)는 청소년 시절부터 상업에 종사하여 세계를 여행하며 많은 수학 지식을 얻었고 수학발전에 큰 역할을 하였습니다. 그런데 이 수열은 "한 쌍의 토끼가 매월 한 쌍의 토끼를 낳고, 새로 태어난 한 쌍의 토끼가 다음달부터 한 쌍의 토끼를 매월 낳기 시작한다면 처음 한 쌍의 토끼에서 시작되어 1년 동안 전체 몇 쌍의 토끼가 태어날까?"(수학사 대전, 김용운 김용국 공저, 우성문화사. P163)라는 단순한 문제의 해결과정에서 나타난 것입니다. 이 수열은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90% 이상의 동식물의 성장과정이 이 수열과 관련이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또 중요한 성질을 여러 가지 가지고 있는데, 연속하는 두 항은 모두 서로 소의 관계에 있고 항이 계속 늘어날 경우 연속하는 두 항의 비는 황금비를 가지고 있음이 증명되어 있습니다.
피보나치 수열만이 아니라 연산에서 사용하고 있는 가장 단순한 법칙들이나 숫자 하나하나까지도 인류의 문화와 삶의 진리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그 진리를 해석하고 생활에 적용하는 것이 수학으로 세상을 읽어나가는 길입니다.
숫자와 간단한 법칙에 관한 해석에 대해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피타고라스 학파들은 자연수를 부족수, 과잉수, 완전수로 나누어 분류하였습니다. 완전수로서 가장 작은 숫자는 6인데 이 때문에 천지창조가 6일 걸렸다고 생각하거나(알쿠인 735년쯤-804년), 그 다음 완전수가 28인데, 28일에 결혼을 하면 행운이 따른다는 서양의 속설이 있습니다. 이런 것은 수의 신비에 기대는 數秘學이지만 이를 통해 문화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연산의 3대 법칙은 교환법칙, 결합법칙, 분배법칙인데, 교환법칙은 "입장 바꿔 생각해도 같아야 해", 결합법칙은 "누구와 먼저 관계를 맺더라도 그 뜻이 변함없이 지켜져야 해", 분배법칙은 "내 것을 열어 관계를 맺을 때 항상 평등해야 해"라는 정신을 이야기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수학이 갖는 정리와 명제들이 거창하고 높은 차원의 자연의 합법칙성과 섭리를 이야기한다고만 생각하지 말고 초등학생이면 누구나 알 수 있는 수학 내용과 법칙들이 세상을 보는데 어떤 관점을 갖게 하는지 늘 재해석하고 나누어야 합니다.
수학으로 세상을 읽는 것은(수학이 곧 철학이자 삶인 이유는) 바로 이런 재해석에 달려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