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하실지 모르겠는데 첫 날부터 20여분이나 지각했던 신수나입니다. 저 말고도 나중에 한 분 더 지각한 분이 계시지요. 아무튼 우리들의 첫 날은 "해오름" 찾느라 많이들 헤메셨던 것 같습니다.
이렇게 글을 올리게 될 줄 알았으면 강의를 좀 더 열심히 들을걸, 늦게 온대다. 두통으로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고 첫 시간을 보낸터라 박형만 선생님의 첫 강의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말씀이 "아플 땐 밖에 나가 일하면 낫는다"는 것입니다.
안 그래도 갈수록 몸도 무거워지고 쉽게 피곤함을 느꼈는데 그게 다 너무 편하고 안일한 생활 탓이겠지요. 맞다. 그 말이 맞는 말이다. 라는 생각으로 집에 돌아오면서 아파트 근처의 포도밭도 기웃거려보고 밭 언저리도 서성거려 보았지만 선뜻 "혹시 품 안 사나요? 저, 여기서 일 좀 하면 안될까요?"란 말이 차마 안 나왔답니다. 제가 사는 곳이 수원에서도 한참 변두리라 저의 아파트는 논과 밭 사이에 섬처럼 떠 있는 같습니다. 상상이 되시겠지요?
친척이나 아는 사람들이 와서는 "너무 좋은 곳에 산다, 공기 좋다"고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을 하면서도 절대 이사는 안 오는 곳이지요.
어쨌든 전 결국 견디다못해 오후 늦게 병원을 갔지만 아무래도 언젠가는 호미 들고 밭으로 가야만 할 것 같습니다.
아, 사설이 길었군요.
제가 막 강의실로 들어섰을 때는 노래 부르기와 시 낭송으로 첫 시간의 긴장을 가라앉히고 있었지요. 아깝게도 저는 그 시간을 온전히 함께 하지 못했네요. 그 다음엔 내가 나를 소개하기 보다는 옆사람의 소개를 대신 함으로써 단 한사람이라도 적극적으로 알고 더 많은 친밀함을 나눌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답니다.
논술이란 아이들을 일방적으로 지도하는 것이 아니라 소통하는 만남의 교육이고, 교사는 씨알같은 생명과도 같은 존재여야 한다는 박형만 선생님의 설명이 있었습니다. 아이들을 가르친다기 보다는 함께 배우는 과정이라는 점이 특히 마음에 남습니다.다음주부터는 기본 준비물로 삼색색연필, 돋보기(광학돋보기), 청진기(의료용), 종합장과 그 밖에 마르지 않은 나뭇잎(비닐로 싸서), 주먹보다 작은 동글동글한 돌멩이 같은 전혀 뜻밖의 준비물이 있었는데 앞으로 우리가 해야할 공부가 많이 느끼고 많이 생각하는 살아있는 공부임을 짐작케 해 주어 기대가 됩니다.
과제도 있었는데, 종합장 첫장엔 시, "나는 세상을 바라본다", 둘째장엔 노랫말 "아름다운 세상", 셋째장엔 "무지게"를 예쁘게 색연필로 감정을 넣어 적어 오시구요. 앞으로 여섯달 동안 집 주변의 나무 한그루를 내 나무로 삼아 그 나무의 한 부분(예, 나뭇가지)을 집중해서 관찰하여 세밀화를 그려보라고 합니다. <노래 하는 나무>(한주미/민들레)를 참조하시고. <교육기초로의 일반 인간학>(김성숙/ 물병자리)의 소감문을 4강이 끝나기 전까지 제출하랍니다. 나중에 벼락치기 하시지 마시고 지금부터 천천히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만나 뵙게 되서 반갑구요. 앞으로 즐거운 시간 함께 했으면 합니다. 박형만 선생님 말씀처럼 즐기시면 될 것 같네요. 그럼 다음주 금요일에 뵙지요. (종합장 사러 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