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두율씨에 대한 기사가 하루도 빠짐없이 나옵디다.
나는 원래 그 사람이 어떤 일을 했으며 어떤 생각을 가졌는지 잘 몰랐습니다. 그런데 우리 나라에 온다고 할 때부터 여러 가지 평들이 있어서 어떤 사람인지 아주 궁금했습니다.
어떤 사람이든 얼마간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면서 내려지는 결론에는 어떤 일관성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그것이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이거나 그런 것이 아니라 이런 삶을 살아왔다...삶의 자취라 할까 뭐 그런 것 말입니다. 그 사람의 삶이 일관성을 가지고 있었다면 더욱 그러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 사람에 대한 말은 자꾸 바뀌고 사람이 참 초라해진다는 생각이 들어 안되어 보였습니다. 저 사람은 누구일까? 도대체 어떤 사람일까? 그리고 이제 어떻게 살려고 할까? 이런 생각이 들어 괜히 마음이 쓸쓸해졌습니다.
그리고 직업이 직업인지라 책 한 권이 갑자기 "띵!"하고 떠올랐습니다. 얼마전에 본 재미있는, 그러나 쓸쓸한 그림책입니다.
함께 보시지요.

라프카디오는 어디로 갔을까?
(총을 거꾸로 쏜 사자 라프카디오/시공주니어)
정글에 사는 어린 사자 한 마리가 넘치는 호기심으로 사냥꾼의 총을 갖게 된다. 사자는 끊임없는 연습으로 명사수가 된다. 어느날 "마시멜로"를 맘껏 먹게 해 주겠다는 서커스 단장의 유혹으로 사자는 대도시에 간다.
"라프카디오"라는 이름을 갖게 된 사자는 총 쏘는 묘기로 유명해진다. 이발소에도 가고, 엘리베이터도 타고, 마시멜로도 실컷 먹고, 꼬리를 감추고 사람처럼 변해간다. 그러나 어느날부터 모든 일이 짜증스럽다. 그런 그에게 서커스 단장은 정글로 사냥을 떠나자고 한다.
좀 더 새로운 삶을 찾던 라프카디오는 사냥을 하러 정글로 간다. 그 곳에서 어린 시절의 자신을 알아 본 늙은 사자로부터 자기가 사자란 말을 듣는다. 그러나 함께 간 사냥꾼들은 라프카디오가 사자가 아니라 사람이라고 말하며 늙은 사자를 총으로 쏘라고 한다.
라프카디오는 자신이 사람인지, 사자인지 알 수가 없다. 또 사자가 되고 싶지도 않고 사람이 되고 싶지도 않다. 라프카디오는 홀로 외로이 어디론가 떠난다.
라프카디오는 어디로 갔을까?
우선 재미있다. 기발한 그림, 번득이는 재치와 여백이 주는 맛,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는다. 사자가 사람처럼 되는 과정에서 생기는 에피소드에 웃다보면 서글퍼진다. 나는 사자인가, 사람인가, 나는 누구인가, 왜 사는가.
쉘 실버스타인의 기발한 상상력과 통찰력을 통해 정체성에 대한 근원적인 물음을 본다. 엄숙하지 않지만 깊이 있는 이야기를 통해 자신을 돌아보게 한다.


14기 선생님들, 이제 절반쯤 되어 가는데 한 분도 빠지지 않고 나오셔서 얼마나 고마운지요. 숙제 열심히 하셔서 더욱 고맙고요. 다음 수요일에 서로 고마와 하면서 만나요.
안정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