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 양평에서의 흙피리 노작 수업을 마치고 잘들 들어가셨나요?
이번 가을은 그냥 그렇게 보내나 보다 했는데 생각지않게 가을들판과 산야를 누릴 수 있었네요.

흙피리 만들기, 오래오래 기억에 남을 거예요.
유난히 하얗던 개 무탈이와......, 한 녀석은 이름이 영 생각이 나질 않는군요. 하여튼 두마리의 하얀개들과 무척이나 대조적이었던 후두둑 김창진 선생님. 선생님의 유머러스하고 재미있는 설명을 들으며 흙과 내가 하나 되고, 마음으로 소리도 만들어 내 보고, 참으로 즐거운 시간이었어요.
우리 아이들도 함께 갔더라면 좋았을걸, 언제 꼭 기회를 만들어 보려 합니다.

은수저로도 모자라 금반지를 빼어 열심히 흙피리를 문지르던 선생님들, 선녀인데 졸지에 나무꾼이 되었다며 흙피리 구울 나무를 해 나르던 선생님들, 그날의 피로가 주말을 지나 지금쯤은 다 풀렸으리라 생각됩니다.

선생님들의 흙피리는 안녕하신가요? 지금쯤 고운 소리를 내고 곡조도 만들고 있겠지요?
제 흙피리요? 이쯤에서 비보를 전할까 합니다.
지금 본드로 칠갑을 한채 보수를 거부하고 모로 누어 있습니다. 어쩌다 그 지경이 되었냐구요? 아시잖습니까? 제게는 개구쟁이 아들 녀석이 둘이나 있다는 것을.

흙피리를 만들어 오던 날, 흙피리를 갖겠다며 눈물을 한 바가지나 쏟아내던 작은 아이와의 실갱이가 채 끝나기도 전에 큰 녀석이 흙피리끈을 빙빙 돌렸다네요. 새모양의 흙피리는 부리가 떨어져 나가고 꼬리가 부러져 버리고 말았습니다. 다 제 불찰입니다.

천도가 넘는 뜨거운 열을 견디고 태어난 흙피리란걸 알았다면, 타는 가랑잎의 꺼머기를 뒤집어 쓰고 태어난 흙피리란걸 알았다면 우리 아이가 그렇게 쉽게 흙피리를 돌릴 수 있었을까요.

다행히 몸통은 크게 다치지 않아 오며 가며 한 번씩 불어 보지만 좀처럼 소리를 내어 주지 않을 것 같네요.
하지만 언젠간 고운 소리를 내어 주겠죠. 온갖 벌레들과 썩은 잎, 삶과 죽음까지도 포용했던 흙인걸요.

선생님들은 흙피리 잘 보존 하세요. 금요일날 뵙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