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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본능 정리


01. 호모 컨슈머리쿠스, 태어나고 만들어지다 : 소비자는 문화적 존재인 동시에 생리적 존재이다. 문화적 환경에 따라 소비와 관련된 다양한 선호, 필요, 욕구가 존재하지만, 그만큼 유사한 선호, 필요, 욕구도 많이 존재한다. 선호, 필요, 욕구는 공통된 소비본능의 발현이기 때문이다. 때로 문화 간 차이 자체가 생리적인 힘 때문인 경우도 있다(본성이 양육을 좌우하는 사례). 자연 선택과 성 선택이라는 이중의 진화적 힘에 의해 형성된 우리의 공통된 생리적 유산은, 이른바 소비자 지구촌에 우리가 속해 있음을 인식하게 한다. 궁극적으로 공통된 인간적 선호와 필요, 욕구를 이해하려면 반드시 소비 본능의 진화적 기원을 파악해야 한다.


02. 지구에서 인간으로 살아남기 :  대부분의 종이 직면하는 두 가지 핵심적인 생존 문제는 음식 채집과 포식자 회피이다. 소비의 맥락에서 많은 현상들은 근래의 생존 문제들에 대한 적응적인 해결책의 표현이다. 고칼로리 식품에 대한 우리의 보편적인 선호는 칼로리가 부족하고 확보 여부가 불확실한 환경을 극복하려는 적응의 결과이다. 우리의 식문화(양념 사용의 정도 등)는 지역적인 환경(기후 등)에 대한 문화적 적응의 결과이다. 때로 우리의 문화적 전통은 유목 생활과 유당 내성 간의 관계처럼 유전자에 영향을 미친다. 또한 우리의 기분,상황적 허기,음식 가공성,호르몬 변동 모두 우리가 먹는 음식의 양과 종류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 끝으로 주거지,빌딩,쇼핑몰, 주택을 막론한 수많은 도시 환경은 인간의 생태적 족적을 보다 덜 남기고,생명애적 본능과 타고난 미적 선호에 부합하는 의미에서 보다 친환경 적으로 설계되어야 할 것이다.


03. 과시적 소비 - 선택받기 위한 인간 동물의 생존전략 : 우리가 유성생식 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많은 소비 행동이 성과 관련된다는 것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남성과 여성은 폭넓은 제품을 이용하여 짝짓기 시장에서의 위치를 높인다. 지금까지 살펴본 대로 남성은 사회적 지위를 드러내는 수단으로 고급차를 구매하는 경향이 있고,여성은 화장품과 도발적인 복장을 통해 자신을 미화하는 경향이 있다. 많은 소비 행동은 꽃과 약혼반지를 주는 것처럼 구애의식의 핵심적인 속성을 나타낸다. 성 특정적 호르몬은 소비 부문에서 강력한 효과를 발휘한다. 남성의 테스토스테론 수치는 과시적 소비(포르쉐를 모는 것 등)를 할 때 크게 상승하고, 여성의 생리주기와 관련 호르몬의 변동은 자신을 광고하려는 욕구를 자극한다. 이처럼 우리의 성적 속성은 소비 선택과 선호에 지울 수 없는 흔적을 남긴다.


04. 가족 사랑에 숨겨진 유전자의 속셈 :  이 장에서는 소비자들이 혈연의 유대를 강화하는 폭넓은 투자(소비 패턴)를 하게 만드는 진화적 힘을 살펴보았다. 가족은 애정과 양육의 토대가 될 수 있지만,동시에 생리적인 과정으로 발생하는 갈등, 경쟁, 편애의 토대가 될 수도 있다. 사회성에 대한 인간의 선천적인 필요를 충족시키는 가족의 중요성을 감안할 때, 아이에게 사주는 장난감이나 애완동물에게 주는 사랑이나 가족에게 주는 선물 같은 우리의 혈연 기반 투자가 소비 부문에서 수많은 방식으로 발현된다는 사실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05. 호혜적 이타주의 - 이타주의의 가면을 쓴 이기주의 :  인간은 다른 사람들과 연결되고자 하는 뿌리 깊은 필요를 가진 사회적 종이다. 인간의 사회성은 호혜적 연대를 형성하기 위한 진화적 명령에 의해 부분적으로 추동된다. 이런 인간적 보편성은 가까운 친구에게 주는 선물, 이질적 문화들에서 발견되는 환대의 전통, 경제적 거래에 내재된 신뢰,내집단 소속 여부를 알리고 싶은 욕구(유행하는 옷을 입거나. 문신을 하거나, 스포츠 팀을 응원하는 것 등)처럼 수많은 소비적 맥락에서 발현된다. 끝으로 최근에 두드러진 소셜 네트워킹 사이트(페이스북, 트위터, 유튜브, 브랜드 커뮤니티 등)의 급성장은 상 호 연결성에 대한 인간의 욕구를 추동하는 진화적 힘을 말해 준다.


06. 문화적 산물 - 욕망의 진화를 보여주는 마음의 화석 :  마음은 화석화되지 않기 때문에 진화학자들은 마음을 형성하는 진화적 힘을 연구하는 다른 수단을 활용해야 한다. 수많은 문화적 환경과 시대에 걸친 문화적 산물은 마음의 화석으로 간주할 수 있다. 즉 가사, 뮤직비디오,텔레비전 프로그램,영화, 문학을 비롯한 폭넓은 문화적 산물은 우리의 공통된 생리적 유산을 가리키는 보편적인 주제를 반복적으로 담는다. 따라서 이 편재하는 문화적 유산에 대한 구체적인 연구를 통해 본능의 진화를 형성한 다윈적 진실을 조명할 수 있다.


07. 진화 심리학으로 광고하기 :  지역 광고 대 글로벌 광고에 대한 논쟁은 명확한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지난 80년 동안 격렬하게 이어져 왔다. 다양한 문화적 환경에서 전달할 수 있는 단일한 광고를 제작해야 할까,아니면 개별 문화에 맞는 광고를 따로 제작해야 할까? 진화심리학은 문화 특정적 요소들과 보편적으로 공유된 요소들을 가리는 데 필수적인 분석 틀을 제공하기 때문에 이 논쟁을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예를 들어 색상 함의와 관용구는 문화적 경계를 지니지만 성적 자극, 대칭적 얼굴을 가진 광고 모델, 묵직한 목소리를 가진 남성 광고 모델을 비롯하여, 광고에 담긴 구체적인 이미지와 소리에 대한 선천적인 비조건화된 반응은 보편적으로 비슷하다. 또한 일부 광고 전략은(비교 광고 등) 문화적 환경에 따라 차별적인 효과를 내지만,다른 광고 전략(공포 소구 등)은 문화적 환경에 관계없이 보편적인 효과를 낸다.


08. 희망 속에 감춰진 교교한 상술 :  인간은 수많은 불안에 시달리며, 그중에서도 죽음,사랑, 성,양육, 섭생, 건강, 지위, 사회적 영향을 비롯하여 진화적 중요성을 지닌 문제들로 인해 큰 불안을 겪는다. 그래서 역사적으로 수많은 희망 상인들이 이런 진화적 불안을 공략하면서 믿음이 간절한 사람들에게 ‘누구나 할 수 있는’ 다양한 해법들을 팔아왔다. 종교는 영원한 삶을 보장한다. 화장품 회사들은 영원히 젊은 피부를 약속한다. 미는 사회적 구성물이라는 주문은 우리가 모두 고유한 방식으로 아름답다고 주장한다. 뉴에이지 치료사들은 완벽한 치료법이 있다고 장담한다. 자기계발 서적들은 모든 질환, 욕구, 바람, 필요에 대한 해결책을 제공한다. 이 모든 약속의 수단들은 유사종교적인 믿음의 체계를 형성한다. 그래서 쉽게 인간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근절하기는 대단히 어렵다.


09. 비합리적 소비 행동을 부추기는 원초적 본능 :  소비자들은 충동구매, 섭식 장애, 과도한 일광욕,성적 비행,포르노 중독,도 박 중독, 죽음을 무릅 쓴 신체적 위험 감수를 비롯한 수많은 자해적 현상에 취약하다. 사회적 구성론자들이 제시한 대체로 잘못된 표준적인 설명은 소비자의 비합리성이 지식 부족(“소비자들에게 일광욕의 위험을 가르쳐야 한다 등)이나, 해로운 정보(“미디어가 섭식 장애를 초래한다” 등)에서 기인한다는 것이다. 각 부적응적인 행동은 강한 성 특정성을 지니며,이 점은 여러 문화적 환경과 시대에 걸쳐 유효하다. 이 같은 사실은 보편적 현실이 공유된 생리적 유산에서 기인한다는 것을 말해 준다. 문제의 비합리적인 행동들은 적응으로 진화한 메커니즘에 의해 추동되며, 이 적응은 때로 오작동을 일으키거나,혹은 변질되어 해로운 결과를 초래한다. 결국 이 현상들은 우리의 생리로부터 분리할 수 없다. 따라서 이 행동들을 억제하기 위해 순전히 환경적 요인에 대한 분석을 기반으로 기획된 모든 정책적 개입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10. 다윈에게서 경영을 배우다 :  폭넓은 비즈니스 환경에 걸쳐서 생물학적 기반의 분석 틀과 도구(뇌영상 등), 그리고 진화심리학의 제일원리들을 적용하는 학자들이 늘고 있다. 비즈니스 학문과 생물학의 융합은 수많은 학문적 돌파구를 열었다. 그중 중요한 것들을 꼽아 보면,첫째 진화사에 대한 이해에 기반을 둔 합리성의 새로운 정의를 세웠고, 둘째 호르몬이 금융 투자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했고, 셋째 기간별 선택(지금 대 나중)에 내재된 상쇄관계에 대한 보다 나은 이해를 제공했고, 넷째 다양한 비즈니스 환경에서 외모가 발휘하는 힘을 파악했고(고용 면접에서 발휘되는 미모 효과 등),다섯째 뛰어난 제품을 설계하는 데 자연이 결정적인 도움을 제공할 수 있다는 사실(생체 모방)을 파악했다. 소비자, 종업원, 고용주 등 대상이 누구든 간에 대부분의 비즈니스 현상은 진화가 우리의 몸과 마음을 형성하는 데 미친 지울 수 없는 힘들의 발현이다.


11. 다윈의 혁명 - 진화하는 진화론 : 과학적 수단의 힘은 아이디어의 시장에서 체(sieve) 역할을 하는 능력에 있다. 진실을 선험적인 조건으로 내세우는 종교적 내러티브와 달리, 과학적인 아이디어는 오류를 검증하는 단계를 거쳐야 한다. 거듭된 검증을 버티면 잠정적으로 지식의 전당에 받아들여진다. 때로 이미 수용된 이론이 새로운 증거로 인해 결국 거부되거나,오랜 패러다임의 벽이 무너지면 끈질기게 저항하던 아이디어가 마침내 수용되기도 한다. 궁극적으로 과학은 보다 완전하고 정확한 지식 기반을 향해 끊임없이 나아가는 자기교정적 절차이다. 이와 관련하여 진화적인 인식론은 새로운 지식의 창조와 결과적인 거부 혹은 수용이 변이와 선택을 통한 진화적 과정과 유사하다고 주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