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7년 겨울, 책/따/세/가 청소년에게 권하는 책 목록 ◎

책따세 누리집 www.readread.or.kr 에서 옮겨 옴

안녕하세요.
날마다 쏟아지는 책들 속에서 청소년을 위한 책들을 고르는 일은 의미 있지만 매우 힘겹습니다. 이번 목록은 급속히 늘어나는 청소년 책들 가운데 숨겨진 보물들을 찾아내느라 그 어느 때보다 더 많은 고민과 논의의 과정을 거쳐 완성하였습니다. 무엇보다도 상업적인 광고나 강제적인 지침, 획일적인 입시 교육에 휘둘리지 않는 추천도서목록, 오로지 청소년을 위한 독서 도움 자료를 만들고자 열심히 노력하였습니다.
이번 겨울추천도서로 선정한 책은 모두 30권입니다. 분야별로 살펴보면 문학류가 12권, 인문 사회 분야가 10권, 과학 분야 4권, 예술분야 4권입니다.
물론 모든 책들을 살펴보지는 못했습니다. 그러니 여기에 소개한 책들은 어쩌면 운이 좋은 책들일지도 모릅니다. 따라서 한 권 한 권 살펴 읽다보면 책/따/세 운영진의 안목과 함께 한계 또한 고스란히 보여줄 것입니다. 선정한 책들에 대한 여러분들의 활발한 논의를 기다립니다.


◎ 2007년 겨울방학 추천도서목록에 대해 ◎

1. 2007년 겨울방학 추천도서목록을 내면서
저희 <책으로 따뜻한 세상 만드는 교사들(이하 책/따/세)>은 우리 청소년들이 즐겁고 알차게 책을 읽을 수 있도록 바람직한 독서문화를 조성하고자 노력해 왔습니다. 이번에 발표하는 <2007 겨울 방학 추천도서목록>도 이러한 노력 가운데 하나입니다.
저희가 권하는 책들이, 입시라는 경쟁 속에서 묵묵히 자신의 길을 찾고 꿈을 일구어왔던 학생들에게 따뜻하게 위로와 격려가 되면 좋겠습니다. 또한 성장통의 아픔으로 가슴밭이 갈라지는 푸른 영혼들의 상처를 보듬어주는 손길이 되면 더욱 좋겠습니다.

2. 추천도서목록의 선정 과정
책/따/세 추천도서목록의 가장 큰 특징은 운영진들이 직접 읽고 다시 학생들의 반응을 일일이 확인한 다음, 여러 차례의 토론을 거쳐 합의된 책들을 선정한다는 데 있습니다.
현직 교사들이 주축이 되고 대학생, 학부모, 직장인 등으로 다양하게 구성된 책/따/세 운영진은 이번 목록을 만들기 위하여 지난 10월부터 선정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대략 8주 동안 걸려 매주 모이고 수시로 인터넷 게시판, 휴대전화 등을 활용하여 의견을 나누었습니다. 구체적인 선정 과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먼저 최근 몇 년간 발행된 책들 중 청소년들에게 권하면 좋을 책들을 모아 1차 검토대상 목록을 만들었습니다. 운영진뿐만 아니라 온라인 회원들의 폭넓은 의견수렴을 위하여 책/따/세 홈페이지( www.readread.or.kr )의 ‘읽어보니 좋아요’, ‘읽혀보니 좋아요’ 게시판에 올라온 책들도 검토대상에 추가했습니다. 또한 2007년 9월부터 11월까지 각종 미디어에 발표된 신간 서평을 매주 모아온 노력의 결과를 기초 검토 자료로 삼았습니다. 운영진 개개인의 취향과 추천만으로는 자칫 배제될 수도 있는 책들을 짧은 시간 동안에 폭넓게 살펴보자는 취지였습니다. 대략 2주 정도에 걸쳐 논의한 끝에 1차 검토대상 책들로 130여 권을 선정하였습니다.
운영진들은 다시 이들을 각각 바꿔 나누어 꼼꼼히 읽고 추천 여부를 가렸습니다. 1차 검토에서 추천을 받은 책은 다른 운영진이 다른 각도로 면밀하게 평가하고 학생들의 반응까지 살피면서 2차, 3차 심층 검토하였습니다. 약 5주 이상 걸린 이 과정에서 회의가 거듭될수록 평가가 한결같이 좋았던 책들이 있는가하면, 확정 여부를 놓고 팽팽한 격론을 벌이다 결국 아쉽게 보류되는 책들도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분야별 책들에 대해 깊이 있게 고민하기 위하여 이러한 공부를 계속 더 할 것입니다.

3. 이번 추천도서목록의 특성
선택은 늘 사람을 긴장하게 만듭니다. 자라나는 학생들에게 삶의 방향이나 기준을 만드는 교육적 가치와 연관되면 그 긴장은 더욱 커집니다. 금방이라도 끊어질 듯한 팽팽한 긴장감. 그 긴장감은 이번 목록 작업 기간 중에도 계속되었습니다. 책/따/세 운영진들은 이제 그러한 긴장감을 즐기게 되는 단계가 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끊임없는 토론 속에서도 지치지 않고 계속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으니까요. 이번 작업 중에도 현재 학생들에게 ‘좋은 책이란 어떤 선택의 기준이 되어야 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를 계속하였습니다. 아니 아직도 진행 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기본적으로는 책/따/세가 추구하는 좋은 책에 대한 개념과 의미, 그리고 지금의 학생들이 가진 취향이나 경향 혹은 선호도를 찾아내려는 작업은 늘 고통스럽습니다. 마치 좋은 향수를 만들기 위해서 여러 가지 향료를 적절하게 혼합하고 배합해야하는 지난한 과정이라고 할 정도입니다.
이제 이번 겨울 방학 목록의 특징을 몇 가지 들어보겠습니다.

첫째, (소통 차원에서) 청소년에게 얼마나 호응을 받을 것인가 중시하였습니다.
우리가 선택하고 추천하는 책들은 청소년들에게 접근성이 좋아야 합니다. 문학적인 완성도나 인문학적인 교양의 수준이나 전문성도 중요하겠지만 그것이 지나쳐서 청소년들에게 너무 고단백의 책을 추천한다면 청소년들을 한걸음 뒤로 물러서게 한다는 점을 놓쳐서는 안 되지요. 청소년들이 얼마나 책을 읽고 호응할 것인가를 몇 권을 제외하고 끝까지 중시하였습니다. 사실 이러한 고려 과정이 책을 선정하는 데 가장 힘듭니다. 결국에는 현재의 청소년들에게 접근성이 어렵다고 판단한 책들은 추천 과정에서 대부분 제외하였습니다.

둘째, (독자 차원에서) 청소년의 교양 수준과 학년 발달 수준을 고려하였습니다.
청소년 출판이 활성화되면서 이제 청소년들을 위한다며 출판한 책들은 출판사의 크기나 지명도를 불문하고 넘쳐날 정도입니다. 그러나 목록을 만들며 가장 많은 논의가 오간 것은 우리가 추천한 책들이 청소년의 교양수준이나 학년 발달 수준에 적절한가였습니다. 몇 년 전에 비하면 놀랄 정도로 많아진 청소년 책들 중에서 이러한 렌즈를 통과하는 책을 골라내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청소년들의 수준에 맞는 책을 찾기 위해 언제나 학생들이 삶을 이해하고 교양 수준과 학년 발달 수준 등을 가늠할 수 있는 눈과 마음을 지니고자 합니다.

셋째, (책 내용 차원에서) 책의 전문성을 파악하고자 함께 공부하고 토론하였습니다.
분야별로 책을 추천하면서 잊지 말아야 하는 것이 그 분야의 전문성을 확보하는 일입니다. 하지만 책과 관련된 모든 논의는 자신 있는 일부 분야만 제외하고는 전문성의 부재에 시달릴 수밖에 없습니다. 책/따/세는 현직에 근무하고 있는 중고교 교사들이 대부분입니다. 여기에 학부모와 대학생, 퇴직 선생님 등 다양한 구성원이 함께 하는 ‘집단 지성’입니다. 실제로 모든 책따세 운영진들은 개인적으로 반드시 마주치게 되는 ‘전문성 부재’를 극복하고자 매주 모여서 머리를 맞대고 공부하고 토론을 거듭하였습니다. 다양한 관련 주제로 내부 연수도 끊임없이 해 오고 있습니다. 이 목록 또한 책따세라는 ‘집단 지성’의 성과입니다.
이와 같이 청소년을 위한 좋은 책 찾기 작업의 고민과 성과가 바로 책따세 추천 도서목록의 강점이라고 자부합니다. 이를 위하여 우리는 매주 만나고, 이야기하고, 토론하고, 논쟁하여 왔습니다. 책의 수준과 학생들의 성향과 수준 등을 파악하려 애써 왔습니다. 그리고 책을 추천하는 우리들 각자가 가진 철학이나 교육관을 함께 고민해 왔습니다.

4. 마무리하며
선택은 항상 고통을 동반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즐거움을 숨겨놓은 고통입니다. 그 즐거움이란 학생들에게 작지만 좋은 책 한권, 삶의 작은 기준 하나를 만들어 주고, 한걸음 더 나아가 우리 아이들에게 책을 기쁘게 만날 수 있는 삶의 기쁨을 주었다는 자부심입니다. 우리가 추천하는 책들을 읽고 환하게 웃고 기뻐하는 모습을 오로지 기대하면서 이번 2007년 겨울 방학 목록을 내놓습니다.
이번 겨울목록으로 선정한 책은 모두 30권입니다. 분야별로 살펴보면 문학류가 12권, 인문 사회 분야가 10권, 과학 분야 4권, 예술분야 4권입니다. 아울러 선정한 책에 대한 여러분들의 활발한 논의를 기다립니다.
우리가 권하는 몇 권의 책으로 당면한 교육 문제나 독서 문화의 왜곡이 손쉽게 해결되기는 힘들겠지요. 하지만 그 어떤 상업적인 유혹도 거부하고 외부의 압력도 배제하며 오로지 청소년들의 눈높이를 고려하고 그들의 아름다운 미래를 위하여 만든 추천도서목록입니다.
좋은 책을 찾고 읽으며 수없이 의견을 나눈 지난 시간들은 힘들었지만 정말 즐거웠습니다. ‘청소년을 위한 푸른 도서관 건립’이라는 우리의 소박한 꿈을 키울 수 있는 기초 작업이기에 더욱 좋았습니다. 널리 퍼져서 알차게 활용될 수 있도록 적극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추천도서목록만이 아니라 개별 추천도서글, 그리고 지금까지의 모든 자료들도 책/따/세 홈페이지에서 누구나 무료로 얻을 수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 2007년 겨울, 책/따/세/가 청소년에게 권하는 책 목록 (분야별) ◎


< 문학 > 12종

『왕따』, 이윤학 지음, 문학과지성사 (중1부터)
『우리는 바다로』, 나스 마사모토 지음, 이경옥 옮김 , 보림 (중1부터)
『남아프리카 공화국 이야기』, 베벌리 나이두 지음,이경상 옮김, 생각과느낌 (중2부터)
『드럼, 소녀 & 위험한 파이』, 조단 소넨블릭 지음, 김영선 옮김, 시공사 (중2부터)
『스물일곱송이 붉은 연꽃』, 허난설헌 지음, 이경혜 엮음, 알마 (중2부터)
『졸업』, 시게마츠 기요시 지음, 고향옥 옮김, 양철북 (중2부터)
『헤르만』, 라르스 소뷔에 크리스텐센 지음, 한경희 옮김, 낭기열라 (중2부터)
『배터리 1-6』, 아사노 아쓰코 지음, 양억관 옮김, 해냄 (중3부터)
『내 인생의 스프링캠프』, 정유정 지음, 비룡소 (중3부터)
『라일락 피면』, 최인석 외 지음, 원종찬 엮음 , 창비 (고1부터)
『소리, 말할 수 없는 마음을 듣다』, 최승범 지음, 이가서 (고2부터)
『프리덤 라이터스 다이어리』, 에린 그루웰 지음, 김태훈 옮김, 랜덤하우스코리아 (고2부터)


< 인문 · 사회 > 10 종

『세계가 높이 산 한국의 문기』, 최준식 지음, 소나무 (중2부터)
『소년병, 평화의 길을 열다』, 사토 다다오 지음, 설배환 옮김, 검둥소 (중3부터)
『청소년 경제 수첩』, 크리스티아네 오퍼만, 한대희 지음, 신홍민 옮김, 양철북 (중3부터)
『나는 바닥에 탐닉한다』, 천경환 지음, 갤리온 (고1부터)
『아버지의 라디오』, 김해수 지음, 느린걸음 (고1부터)
『저요, 할 말 있습니다』,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지음, 시대의창 (고1부터)
『이미 우리가 된 이방인들』, 구문회 외 지음, 동녘 (고1부터)
『나무열전』, 강판권 지음, 글항아리 (고2부터)
『오류와 편견으로 가득한 세계사 교과서 바로잡기』,이옥순 외 지음, 삼인 (고2부터)
『원은 부서지지 않는다』, 손승현 지음, 아지북스 (고2부터)


< 과학 · 예술 > 8종

『구멍에서 발견한 과학』, 김형자 지음, 갤리온 (중1부터)
『뒷간에서 주웠어, 뭘? 』, 꿈꾸는 과학 지음, 열린 과학 (중3부터)
『신동헌의 클래식 이야기』, 신동헌 지음, 마로니에북스 (중3부터)
『예술에 대한 일곱가지 답변의 역사』, 김진엽 지음, 책세상 (중3부터)
『시크릿 패밀리』, 데이비드 보더니스 지음, 정은영 옮김, 생각의나무 (고1부터)
『상상력에 엔진을 달아라』,임헌우 지음, 나남출판 (고2부터)
『이명옥과 정갑영의 명화 경제 토크』, 이명옥 정갑영 지음, 시공아트 (고2부터)
『인간 없는 세상』, 앨런 와이즈먼 지음, 이한중 옮김, 랜덤하우스코리아 (고2부터)



◎ 2007년 겨울, 책/따/세/가 청소년에게 권하는 책 목록 (수준별) ◎

『왕따』, 이윤학 지음, 문학과지성사 (중1부터)
『우리는 바다로』, 나스 마사모토 지음, 이경옥 옮김 , 보림 (중1부터)
『구멍에서 발견한 과학』, 김형자 지음, 갤리온 (중1부터)

『세계가 높이 산 한국의 문기』, 최준식 지음, 소나무 (중2부터)
『남아프리카 공화국 이야기』, 베벌리 나이두 지음,이경상 옮김, 생각과느낌 (중2부터)
『드럼, 소녀 & 위험한 파이』, 조단 소넨블릭 지음, 김영선 옮김, 시공사 (중2부터)
『스물일곱송이 붉은 연꽃』, 허난설헌 지음, 이경혜 엮음, 알마 (중2부터)
『졸업』, 시게마츠 기요시 지음, 고향옥 옮김, 양철북 (중2부터)
『헤르만』, 라르스 소뷔에 크리스텐센 지음, 한경희 옮김, 낭기열라 (중2부터)

『소년병, 평화의 길을 열다』, 사토 다다오 지음, 설배환 옮김, 검둥소 (중3부터)
『청소년 경제 수첩』, 크리스티아네 오퍼만, 한대희 지음, 신홍민 옮김, 양철북 (중3부터)
『내 인생의 스프링캠프』, 정유정 지음, 비룡소 (중3부터)
『배터리 1-6』, 아사노 아쓰코 지음, 양억관 옮김, 해냄 (중3부터)
『뒷간에서 주웠어, 뭘? 』, 꿈꾸는 과학 지음, 열린과학 (중3부터)
『신동헌의 클래식 이야기』, 신동헌 지음, 마로니에북스 (중3부터)
『예술에 대한 일곱가지 답변의 역사』, 김진엽 지음, 책세상 (중3부터)

『나는 바닥에 탐닉한다』, 천경환 지음, 갤리온 (고1부터)
『아버지의 라디오』, 김해수 지음, 느린걸음 (고1부터)
『저요, 할 말 있습니다』,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지음, 시대의창 (고1부터)
『이미 우리가 된 이방인들』, 구문회 외 지음, 동녘 (고1부터)
『라일락 피면』, 최인석 외 지음, 원종찬 엮음 , 창비 (고1부터)
『시크릿 패밀리』, 데이비드 보더니스 지음, 정은영 옮김 ,생각의나무 (고1부터)

『나무열전』, 강판권 지음, 글항아리 (고2부터)
『오류와 편견으로 가득한 세계사 교과서 바로잡기』, 이옥순 외, 삼인 (고2부터)
『원은 부서지지 않는다』, 손승현 지음, 아지북스 (고2부터)
『소리, 말할 수 없는 마음을 듣다』, 최승범 지음, 이가서 (고2부터)
『프리덤 라이터스 다이어리』, 에린 그루웰 지음, 김태훈 옮김, 랜덤하우스코리아 (고2부터)
『상상력에 엔진을 달아라』, 임헌우 지음, 나남출판 (고2부터)
『이명옥과 정갑영의 명화 경제 토크』, 이명옥 정갑영 지음, 시공아트 (고2부터)
『인간 없는 세상』, 앨런 와이즈먼 지음, 이한중 옮김, 랜덤하우스코리아 (고2부터)




◎ 2007년 겨울, 책/따/세/가 청소년에게 권하는 책 추천글 모음 (수준별)

『왕따』, 이윤학 지음, 문학과지성사 (중1부터)

전학을 자주 다니는 주인공 '나'(임미나). 애써 사귄 친구들과 헤어지는 슬픔이 너무 싫어서 친구를 사귀지 않으려 한다. 이러한 나의 태도는 '짱가'라는 별명을 가진 같은 반 짱(장가연)에게 몹시 못마땅스럽다. 같은 패에 들어오라는 제의를 단호하게 거절하자, 짱가 일당은 나를 왕따시킨다. 꿋꿋하게 버텨낼수록 괴롭힘은 점점 더 심해져, 굴복하고 싶은 순간도 있지만 끝까지 버틴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학교 밖 무덤가에서 어떤 할머니를 만난다. 할머니는 철저히 닫힌 삶을 살아왔다. 그래서 마음 아프고, 서글픈 모습이다. 나는 할머니와 대화를 나누면서 어느덧 서로를 깊이 아끼게 되고, 나이를 넘어 진정한 친구가 된다.
그럴 즈음 나는 짱가 일당과의 갈등이 점점 더 커져 마침내 싸움을 벌이고, 짱가 일당들의 고자질로 선생님께 오히려 왕따의 주범으로 몰린다. 그 동안의 경험으로 한층 성숙해진 나는 스스로를 반성하며 짱가를 진심으로 옹호한다. 할머니 또한 가족과 불거진 갈등을 풀고 외로운 삶을 떨쳐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이 작품은 현대의 삶에서 깊은 인간 관계를 맺지 못하는 세태와 함께 인생에 막 눈 뜨는 시기인 청소년기로 넘어가는 어린이들의 모습을 충실하게 보여 준다. "나의 무관심이 사람들에게 얼마나 많은 상처가 되었는지 조금씩 알게 되었다."는 작가의 말은 그래서 의미심장하다.
자신과 다르다고 해서 '나'만을 고집한다면 진정한 자아로서 성숙할 수 없다는 것이다. 첫 월경을 경험하면서 비로소 여자 아이에서 소녀로 성장하는 결말은 사실적이면서도 상징적이다.
일단 손에 잡으면 끝까지 읽게 만드는 힘을 지녔으면서도, 진정한 성장은 아픔과 갈등을 딛고 일어서는 과정에서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깨닫게 하는 동화다. 학급 문고에 넌지시 건네 읽게 하거나, 시간 중에 내용 설명을 하면서 추천하면 좋다. 주인공과 비슷한 성격의 인물들을 기존 소설들에서 찾아보자고 유도하거나, 주인공 성격을 여러 측면에서 분석하여 각 특징별로 세분하여 어떤 인물들이 유사한지 토론하도록 지도하는 것도 아이디어.
-허병두 추천글 (서울 숭문고 국어교사 wisefree@empal.com)


『우리는 바다로』, 나스 마사모토 지음, 이경옥 옮김 , 보림 (중1부터)

이 책은 별로 특별할 것도 없는, 평범한 7명의 학생들이 등장해서 배를 만드는 이야기이다. 줄거리만 언뜻 보면 ‘이 녀석들이 처음에는 아웅다웅 하다가 결국엔 서로를 이해하고 아름다운 우정을 만들며 배를 완성하겠구나’라고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결코 그렇지 않다. 작가는 철저히 사실적이고 냉담하게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주인공들은 초등학교 6학년으로, 전쟁같은 중학교 입시를 눈앞에 두고 집-학교-학원을 전전하는 처지다. 겉으로 보기엔 평범한 삶을 살고 있지만 이들에게 집, 학교, 학원은 모두 마음을 둘 수 있는 곳이 아니다. 편모 슬하에서 자라 엄마의 꿈이 곧 자기의 꿈인 사토시, 아버지의 외도를 알면서도 행복한 가정인 양 연극을 하는 엄마와 형을 보고 답답함을 느끼는 구니토시, 부모님의 관심을 받고 싶은 아사아키, 아버지의 잦은 전근으로 일회용 친구 사귀기에 익숙한 이사무. 그리고 엄마와 아빠의 잦은 싸움 때문에 어디론가 멀리 떠나고 싶은 시로까지. 학원에서 이들은 성적에 따라 파랑, 노랑, 빨강으로 분류되고, 학교에서는 공동체라는 명목하게 아이들의 마음을 이해하려 하지 않는다.
이런 아이들에게 버려진 매립지는 답답한 일상과 어른들의 감시를 피할 수 있는 쉼터같은 곳이었고, 배를 만든다는 것은 유일한 탈출구였다. 배를 만들 때만큼은, ‘열등한 아이’와 ‘우수한 아이’의 경계가 없어진다. 입시 학원에도 다니지 못하는 ‘열등한 아이’였던 시로가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 되는 것이다.
이들의 항해는 어떻게 될까? 과연 그들은 그들만의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갈 수 있을까?
이 책은 단순히 낭만적인 성장 동화가 아니다. 1980년대 일본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놀랍도록 2007년 현재, 우리의 모습과 닮아있다. 아이들은 마냥 어리고 순수하고 꿈꾸는 존재만이 아니고, 그들의 사회에서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울타리를 만들고 치열하게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이런 아이들에게 어른들은 어떠한 삶을 제시하고 있는가? 이 소설을 읽으면서 끊임없이 질문해보길 바란다. ‘그들이 진정 바다에서 희망을 찾았을까’에 대한 대답은 독자의 몫이다.
-이진희 추천 글 (경기 원일중 국어교사 mist0406@hanmail.net)

『구멍에서 발견한 과학』, 김형자 지음, 갤리온 (중1부터)

“내가 알고 있는 구멍이 몇 가지나 되는가?” 이 글을 읽을 여러분에게 질문을 해 본다.
질문을 해 놓고, 나도 ‘콧구멍, 귓구멍, 똥구멍, 목구멍, 바늘구멍, 피리구멍, 스프링 노트 구멍, 맨홀구멍, 하수구멍, 모공....’ 등을 생각나는 대로 나열해 보았다. 하지만 쉽게 열 개를 넘지 못하고 생각에 잠기게 되는데, 나와 같은 사람들은 이 책의 목차를 한 번 살펴보라고 권하고 싶다. 아마도 ‘이 세상에 이렇게 많은 구멍들이 있었던 거구나!’ 하면서 감탄하게 될 것이다.
목욕탕 의자의 구멍, 삼각자 가운데의 구멍, 파리채의 구멍, 영수증 가장자리의 구멍, 막대사탕의 구멍, 산을 뚫고 만들어진 터널, 건빵의 구멍, 플로피디스켓의 구멍.. 이런 것들은 왜 있어야만 하는 것일까? 책장을 한 장 한 장 넘기면서 우리는 이렇게 수많은 구멍이 있을 수밖에 없는 이유에 대한 쉽고도 재미있는 설명을 접하게 된다. 즉 이 세상 모든 구멍들은 저마다 나름대로의 사연을 가지고 있는 구멍들인 것이다.
과학적인 책들은 대부분 딱딱하기 쉬운데, 이 책은 단편소설 모음집처럼 이야기 형식으로 풀어나가 과학적 원리에 좀더 쉽게 다가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어쩌면 그렇고 그런 과학책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아이들을 포함해 어른들의 호기심을 강하게 자극하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목차를 보고 강하게 끌리는 제목의 글부터 하나씩 읽어나가는 것도 책을 읽는 방법이 될 수 있으며, 이 책에 흥미를 느끼게 되면 시리즈로 나온 <똥으로 해결한 과학>, <라면으로 요리한 과학>과 엮어 읽는 것도 좋을 듯하다.
과학에 흥미 없었던 내가 오랜만에 재미있게 읽은 과학책이라 더없이 반가웠다. 이런 반가운 마음을 겨울 방학동안 우리 아이들도 느낄 수 있었으면 한다.
-지현남 추천글(경기 별내중 국어교사 edu_start@naver.com)


『세계가 높이 산 한국의 문기』, 최준식 지음, 소나무 (중2부터)

무심코 “이래서 한국 사람은 안 돼~.”라는 말을 하게 될 때가 있다. 원조를 받다가 다른 나라에 원조를 하게 된 나라는 우리나라뿐인데도 사건·사고가 생기면 항상 선진국과 비교하며 우리 나라를 깎아 내리는 것은, 언론도 마찬가지이다. 청소년들도 아마 그러할 것이다. 우리나라에 대한 자부심이 없는 청소년들에게 일단 이 책을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이 책의 제목은 독특하게도 ‘문기’이다. 우리나라 역사에는 정교하고 세련된 문물이 아주 많은데, 이렇게 세련된 한국 문화의 기운을 ‘문기(文氣)’라고 표현하면서 열정적으로 문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문기’를 증명하는 근거로 뛰어난 문자의 발명, 출판 그리고 인쇄 문화의 괄목할 성장, 기록을 중시하는 정신, 역사나 문화를 공정하게 보존하려는 수준 높은 의식 등에 대해 심도 깊게 다루고 있다. 한글, 세계최초 인쇄본 『다라니경』, 『조선왕조실록』등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그게 역사적으로 얼마나 가치 있는 업적인지를 구체적으로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 책은 이러한 인문 문화가 얼마나 위대하고 자랑스러운 것인지 구체적인 근거를 들어 쉽게 설명해 주고 있다. 저자는 한국학을 전공한 학자답게 시종일관 우리나라에 대한 강한 자부심과 애정을 나타내고 있는데, 처음에는 ‘정말 그럴까?’ 의구심을 가지고 읽었다 하더라도 책장을 덮을 때는 어느새 고개를 끄덕거리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쉽게 읽히는 것도 이 책의 큰 장점이다. 구어체를 사용해 마치 일반인을 대상으로 쉽게 강의한 내용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하다. 그래서 딱딱하게 느껴지지 않고 친근하게 다가오며 그 속에서도 저자의 해박한 지식에 탄복하게 된다. 올 겨울, 선조들의 세련된 인문 문화의 향기에 취해보는 것은 어떨까?
- 이수영 추천글(서울 경원중 국어교사 may004@hanmail.net)


『드럼, 소녀 & 위험한 파이』, 조단 소넨블릭 지음, 김영선 옮김, 시공사 (중2부터)

백혈병, 하면 무슨 생각이 떠오르나요? 헐렁하게 큰 환자복을 입고 선 까까머리의 보얀 어린아이들? 혹은 끊임없이 눈물을 훔치며 그 주변을 지키는 지친 가족들? 한 소대의 간호사들을 이끌고 근엄한 걸음을 옮기는 의학 드라마의 의사 선생님? 그도 아니라면 ‘얼마면 되니’라던 남자 주인공의 슬픔을 뒤로하고 매정히 떠나버린, 유명 드라마의 스타 여주인공인가요?
왠지 불치병이라고 하면 ‘여자 주인공들은 꼭 백혈병으로 죽는다’는 일명 ‘한국 드라마의 공식’이 떠오르죠. 진하게 그린 다크 서클에 기침마다 피를 토하면서도 피부는 어찌 그리 백옥같은지. 어쩌면 그렇게 현실성 없이 미화된 TV 드라마의 재생산이 우리에게 불치병이라는 걸 웃어넘기게 만드는지도 모르겠습니다(제 친구들은 '낭만적'이라고도 하더군요).
여기, 그와 꼭 같은 내용의 책이 하나 있습니다. 그저 평범하기만 한 가정의 평범한 아이를 그린 이야기죠. 이것저것에 관심도 많아지고, 여자도 사귀어보고 싶고, 또 반항심도 생기고, 그나마 드럼을 치는 것을 위안으로 삼는 13살의 소년, 스티븐의 가족입니다. 일하느라 바쁜 부모님도, 5살짜리 동생 지프리도 말 그대로 특별할 것이 없습니다. 그리고 정해진 순서마냥 이 가정의 지루한 평화를 깨는 불청객이 찾아옵니다. 지프리가 백혈병에 걸리죠.
뒷내용 볼 것도 없이 이거 하나로 책 줄거리가 눈에 빤한데 왜 이 책을 권하냐구요? 스티븐은 TV에 나오는 착하기만 한 형아가 아니기 때문이죠. 그는 우리와 같습니다. 동생이 백혈병에 걸렸다고 해도 믿겨지지 않고, 엄청난 죄책감에 짓눌리고, 부모님이 동생에게만 관심을 가져 외롭다고 느끼고, 그 와중에 학교에서 연애도 하고 싶고, 지프리의 병이 스티븐에게 전부는 아니에요. 하지만...
이 책은 첫 장부터 눈물 콧물 질질 짜게 만드는 신파소설이 아닙니다. 그렇다고 아무리 큰 고난이 있어도 우리 가족은 무너지지 않아 라고 외칠만큼 단순명랑하지도 않아요. 생각해보세요. 내 옆에서 까불고 있는 동생이, 요리조리 약올리는 언니가, 공부하라며 잔소리하는 부모님이 불치병에 걸린다면, 어떻게 하시겠어요? 스티븐은 어떻게 할까요?
- 이옥지 학생 추천글 (경기 봉일천고 1학년 ilta_hong@daum.net)
『스물일곱송이 붉은 연꽃』, 허난설헌 지음, 이경헤 엮음, 알마 (중2 부터)

요즘 독자들은 ‘허난설헌’을 어떻게 기억할까? 그녀는 현대인들에게 황진이나 신사임당만큼 잘 알려지지 않은 인물일 테고, 여성문인이라는 것도 ‘허균의 누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거론이 되곤 했을 것이다. 여기, 한 소설가가 중학생이던 시절에 가슴 속에 박힌 ‘허난설헌’이라는 인물의 삶과 시 작품을 어린 독자들을 위하여 소개한 책이 있다. 작가는 너무 일찍 세상에 와버린, 눈부신 재주를 더 펼치지도 못하고 외롭게 살다가 일찍 세상을 떠나버린 허난설헌의 삶과 작품을 이야기를 하듯이 조곤조곤 들려준다.
이 책은 번안시집이면서 한시 해설서, 어찌보면 전기문과도 같은 성격이 있을 수 있겠으나 딱 그 경계선만큼이 아닌 그 이상의 독특한 위치에 서 있다. 여기 실린 시는 원작에 충실한 번역과는 차이가 있겠지만, 작가의 상상력이 풀어내는 이야기 안에서 쉽게 접근할 수 없었던 한시 작품을 생생하게 느낄 것이며, 허난설헌의 삶 속에서 작품을 만나고 공감하며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안에는 일상의 소소한 기쁨을 누리는 소녀가 있고, 아름답고 자유로운 사랑을 꿈꾼 청춘도 있고, 쓸쓸한 외로움으로 흐느끼는 여인도 있다. 놀라운 재치와 예술적 재능을 가진 고고한 시인도 있고, 자식을 잃고 애끊는 슬픔에 몸부림치는 어머니도 있으며, 자유롭고 호방한 기개의 여장부도 있고, 신선 세계에서 이 세상으로 나들이 온 자유로운 선녀도 있다.
이렇게 허난설헌의 여러 빛깔이 담겨 있는 붉은 연꽃 같은 스물일곱 편의 시는 그녀의 삶과 얽어져서 독자들이 '책을 통한 만남'이라는 경험의 최대치를 느낄 수 있도록 할 것이다. 또한 이 책은 이 땅의 여성의 모습을 표현해 온 미술가 윤석남 씨의 작품들을 삽화로 넣고 있는데 허난설헌의 작품과 삶과의 조화가 기막히다. 이는 책을 읽는 재미뿐만 아니라 보는 재미까지 더해 시각적인 만족감마저 준다.
올 겨울, 이 고운 책 한 권을 통해 새벽녘의 빛나는 별빛처럼 쉬이 사라지지 않고 반짝이는 허난설헌의 삶과 작품을 두근거리는 설렘으로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
- 조은선 추천글 (경기 원일중 국어교사 sogoodsun@empal.com)


『졸업』, 시게마츠 기요시 지음, 고향옥 옮김, 양철북 (중2부터)

시게마츠 기요시의 『졸업』에는 네 편의 단편 소설이 수록되어 있다. 처음 이 책을 접했을 때는 단순히 학교의 졸업과 관련된 이야기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제목 ‘졸업’은 인생을 살면서 만나게 되는 여러 사연과 그로 인한 아픔, 상처로부터의 졸업을 뜻하고 또한 이를 통해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가는 삶의 모습을 의미한다.
간단히 줄거리를 소개하자면, 「졸업」은 자살을 한 친구의 딸이 14년의 세월이 지난 후에 찾아와 아버지의 추억에 대해 묻는 내용이다. 주인공은 소녀 아야를 통해 생업으로 바빠 잊고 지냈던 자신의 젊은 시절을 생각해보게 되고, 아야는 ‘자살한 아버지’에 대해 조금씩 알아가게 된다.「행진곡」은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에야 어머니의 사랑이 가장 순수하고 깊었다는 것을 깨닫고 배우게 되는 이야기이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노래 ‘마유미 행진곡’은 ‘사랑’이라는 것이 복잡하고 어려운 것이 아닌 가장 단순하고 쉬운 것일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
「아버지의 마지막 수업」은 엄격한 교사의 삶을 산 아버지를 실패한 교사였다고 생각하던 아들이 아버지의 죽음을 맞이하며 그의 삶을 긍정하게 되는 이야기이다. 죽음에 집착하는 아들의 한 제자가 아버지의 마지막 제자가 되는 과정이 나타나있다.「추신」은 어린 시절에 돌아가신 친어머니에 대한 애틋한 사랑을 가지고 있는 주인공이 새어머니를 받아들이며 겪는 갈등과 이해, 화해를 다루고 있다. 어른이라는 존재도 아이처럼 상처받을 수 있고 관계의 낯설음과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해준다.
네 편의 작품들은 줄거리의 연관성은 없지만, 가족의 죽음과 관련된 이야기라는 점과 그 상처에서 머무는 것이 아니라 아픔으로부터 졸업했다는 공통점을 가진다. 이 이야기들 속에서 우리는 상처를 벗어나는 것이 어떤 큰 결심이나 노력에서 출발하는 것이라기보다 나의 시각을 잠시 내려놓고 다른 사람의 시각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시도와 작은 이해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알게 된다. 우리도 이 작품의 주인공들처럼 이제까지 살면서 갖게 된 우리 마음의 상처와 아픔에서 졸업해보는 시도를 해보는 것은 어떨까 생각해본다.
이 책은 평범한 소재를 이야기로 잘 풀어냈고, 무엇보다도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어 중학교 이상의 아이들이라면 쉽게 읽을 것이라 생각한다. 책을 읽고 나서 아이들이 직접 제목인 ‘졸업’의 의미를 책 속에서 찾아보게 하고, 그 생각을 서로 얘기해 보는 활동을 해보면 의미 있는 생각들을 나눌 수 있을 것 같다.
-이경진 추천글 (경기 능곡중 국어교사 lkj605@hanmail.net)


『헤르만』, 라르스 소뷔에 크리스텐센 지음, 한경희 옮김, 낭기열라 (중2부터)

내가 대머리가 된다면? 아… 그런 상상은 하기도 싫을 것이다. 이 책은 탈모증에 걸려 대머리가 되어가는 헤르만이라는 소년의 이야기이다.
헤르만은 늘 가던 미용실에 갔다가 탈모증이 진행된 것을 발견하고 병원에 가서 대머리가 될 지도 모른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된다. 엄마가 머리카락을 쓰다듬어주던 것을 좋아하던 헤르만은 이제는 그럴 수 없다는 사실에 괴로워하고, 머리가 빠지는 자신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늘 모자를 눌러 쓰고 , 빠진 머리카락은 서랍 속에 모아둔다. 최선을 다해 보살피려는 아빠, 엄마의 노력도 큰 도움이 되지 못하고, 헤르만은 자꾸만 자기 안으로 숨어들어 외로워한다. 다른 아이들은 그런 헤르만을 피하고 그 상황을 자신이 투명인간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어느 순간 학교 선생님, 친구, 동네 이웃들이 헤르만의 증세를 알게 되고 친절을 베풀지만, 자신이 동정 받고 있다는 느낌으로 또다시 괴로워한다. 유일하게 자신의 힘들고 괴로운 마음을 털어놓았던 할아버지의 죽음을 겪은 헤르만은 그동안 모아둔 머리카락을 쓰레기통에 버리면서 자신이 예전과는 다른 사람이 되었다고 느낀다. 그리고 이웃에 사는 ‘다리에 개미가 들어 있는 부인’과 ‘술병 아저씨’의 상처를 보면서 자신의 괴로움과 상실감 속에서 빠져나와 조금씩 거리를 두고 자신을 바라볼 수 있게 된다. 좋아하는 친구에게 머리를 보여줄 정도로 자신을 인정하게 된 헤르만, 그의 머리는 이제 흉측한 것이 아니라 반들반들하고 반짝인다.
이 책을 읽은 아이들은 하나같이 즐거운 표정을 짓는다. 헤르만의 엉뚱하고 기발한 상상력 때문이다. 헤르만은 자신만의 의미를 부여하여 사물을 해석하고 있어, 그의 심리가 섬세하고 사실적으로 묘사되어 있다. 헤르만의 넘치는 상상력을 따라가기 위해서는 내가 대머리가 되고 있다는 상상을 하면서 천천히 읽어야 할 것이다. 다 읽고 나서 헤르만을 상상하여 그려보는 것도 좋겠다.
또 어떤 아이들은 탈모증에 걸린 한 아이를 위해 부모님, 학교 선생님, 동네 이웃들, 친구들이 모두 힘을 합쳐 배려해주는 모습이 인상적이라는 이야기도 한다. 사춘기 시절에 힘들어 하는 친구들에게 동정이라고 느껴지지 않도록 도움을 주려면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지 이야기 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우리 아이들이 헤르만을 통해 살아가면서 어려움을 겪기는 하지만, 결국에는 잘 되게 되어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것은 스스로 해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기를 바란다.
-이효선 추천 글 (경기 선부중 국어교사 sunnysaem@hanmail.net)


『소년병, 평화의 길을 열다』, 사토 다다오 지음, 설배환 옮김, 검둥소 (중3부터)

얼마 전, ‘소년병, 평화의 길을 열다’라는 책을 읽었다. 학교 담임선생님께서 추천해 주셔서 이 책을 접하게 되었는데 처음 이 책의 표지를 본 순간 재미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2학년 때, ‘밀리터리 소설’을 아주 재밌게 읽었기 때문에 전쟁, 군대, 무기 등에 관심이 많았다. 그래서 맨 처음 이 책의 표지를 봤을 때, ‘소년병’이라는 글자와 표지에 있는 삽화(한 소년이 철모를 쓰고 있는)가 눈에 확 들어왔다. 그리고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이 책은 ‘사토 다다오’라는 일본인이 쓴 수필이다. 사토 다다오는 2차 세계대전 당시 태평양전쟁에 소년병으로 참전했다. 그 때 일본은 군국주의식 교육으로 사람들을 모두 세뇌시켜 일본이 일으킨 전쟁이 정의로운 전쟁이라고 믿게 만들었다. 그래서 사토 다다오도 전쟁에 참여하는 것이 애국하는 것이라고 여기고 스스로 군대에 지원을 했던 것이다. 하지만 사토 다다오는 그 전쟁에 참여하고 나서 전쟁이 얼마나 잔혹하고 나쁜 것인지 알게 되었고 후일 이 책을 쓰게 되었다.
이 책에는 사토 다다오의 전쟁에 관한 생각, 의견과 함께 전쟁의 원인과 그 구체적인 예 등이 함께 나와 있다. 전쟁이 얼마나 나쁜가, 앞으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같은 것들 말이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얼마나 위험한 생각을 했었는지 알게 되었다. 위에서 말했듯이 나는 밀리터리 소설에 굉장히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전쟁이나 무기 등을 인터넷에서 한번 조사해본 적이 있었다. 그런데 전차, 전투기, 전투함 등 무기들이 정말 멋있게 보였었다. 그래서 밀리터리 소설에 나왔던 것처럼 그 무기들이 실제로 싸우는 걸 직접 한번 보고 싶어졌었다. 또 그렇게 되면 덤으로 학교에 안 가도 된다는 생각도 들었고 말이다. 이런 터무니없는 이유들을 가지고 우리나라에 전쟁이 한번 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이다. 전쟁이 무서운 것이라는 건 많이 보고 들어서 잘 알고 있었지만 너무 익숙해져 있어서 전쟁의 위험을 잘 느끼지 못했던 것 같다. 이 책을 읽고서 조금이나마 더 전쟁의 위험을 인지할 수 있게 된 것 같아 다행이다.
이 책에는 다양한 전쟁의 예가 있었는데 신기한 점이 한 가지 있었다. 전쟁의 표면적인 이유는 모두 제각각이지만 전쟁의 진짜 이유는 거의 모두 같았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바로 이거였다. ‘크고 강한 나라에서 고위직에 앉아 있는 소수 군인과 정치가들의 이익’ 거의 대부분의 전쟁이 크고 강한 나라의 이익, 더 정확히 말하면 그런 나라의 군인이나 정치가의 이익을 위해서 일어났다. 그런 군인과 정치가들은 극소수이지만 그 극소수의 군인과 정치가들을 위해서 작고 약한 나라의 대다수 국민들은 물론, 크고 강한 나라의 국민들까지 전쟁으로 인해 끔찍한 피해를 입은 것이다. 이 사실을 깨달았을 때 정말 가슴이 아팠다. 충분히 잘 살고 있으면서도 자기만 아주 조금 더 잘 사려고 많은 사람들의 인생을 망치고 파괴하는 정치가들이 정말 나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우리들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손에 총만 들지 않았다 뿐이지 하루하루 전쟁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학생들은 서로 명문대에 들어가려고 힘겨운 입시경쟁을 하다가 심지어는 친구끼리도 서로 성적 때문에 갈등이 생기고, 또 어른들은 이기주의가 팽배한 사회에서 살아가려고 자기가 좋아하는 것은 별로 하지도 못한 채 뼈빠지게 일만 하다가 늙어서야 조금 여유가 생기는 이런 삶이 전쟁이 아니면 뭐란 말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이런 삶을 살아가야 한다는 생각을 하니 정말 암울했다. 만약 내가 어른이 될 때까지 이런 사회구조가 바뀌지 않는다면 내가 이 사회를 한번 바꿔보고 싶다. 어린이들은 어린이답게 행복할 수 있고, 어른들은 취미생활을 할 수 있는 여유를 가질 수 있는 사회로 말이다. 어른이 되면 내 생각이 정말로 실현될 수 있게 열심히 노력할 것이다. 그래서 내 아이들, 내 후손들에게 조금이나마 더 나은 사회를 물려주고 싶다.
-정민호 학생 추천 글 (서울 영원중 3학년 wjdalsgh833@naver.com)


『청소년 경제 수첩』, 크리스티아네 오퍼만· 한대희 지음, 양철북 (중3부터)

나는 전철을 타면서 다른 사람이 보고 있는 책을 유심히 볼 때가 많다. 책을 학생들에게 열심히 소개하다보니 어쩔 수 없는 직업병인가보다. 사람들이 읽는 책 중에는 경제 서적이 많다. 물론 대부분 재테크에 관한 책이다.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경제에 관심이 있을 수밖에 없다. 학생들도 직업 선택의 첫째 조건으로 ‘돈’을 꼽는다.
이 책을 쓴 필자는 머리말에서 ‘열심히 노력하고 창의적으로 생각해서 돈을 많이 버는 것을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럴 수만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다고 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우리가 뉴스에 접하듯이 경기는 침체되고 있다. 유가는 점점 상승하고 있다. 청년 실업은 늘고 있으며, 수많은 신용불량자들이 발생하고 있다. 대통령 후보들은 연일 경제 공약을 외치고 있는 것도 이런 현실을 반영한다.
우리는 경제와 떨어져 살아갈 수 없다. 우리의 모든 생활은 경제와 관련이 있다. 경제가 우리의 삶을 규정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우리는 경제에 대해 알아야 한다. 그래야 잘 살 수 있다. 그런데 경제 관련 책은 보통 어렵다. 온갖 어려운 경제 용어 때문에 머리가 지끈지끈 아플 때가 많다.
??청소년 경제 수첩??은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경제 관련 질문을 던지고 거기에 답하는 방식으로 썼기 때문이다. 각 장의 내용이 짧아서 편안하게 읽을 수 있다. 번역서이긴 하지만 한국의 실정에 맞게 다시 쓴 흔적이 많이 보인다.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경제 현상을 예로 많이 들고 있다. 또한 이 책은 학생들이 경제를 균형 있게 바라보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기본적으로 시장 경제를 바탕으로 쓴 책이지만 치열한 생존 경쟁만을 강조하지는 않는다. 분배와 복지 문제도 적절하게 다루고 있다.
경제를 전공하고 싶은 학생에게는 약간 부족한 느낌을 주는 책이다. 다소 이론적인 접근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제 입문서로 매우 적당한 책이라 생각한다. 경제를 처음 접하는 학생에게 추천한다.
- 조영수 추천 글 (서울 창문여고 국어교사 notshy0120@paran.com)

초등학생과 중학생의 가장 큰 차이점은 바로 교복일 것이다. 물론 사립초등학교의 경우 교복을 입긴 하지만… . 그리고 그 다음이 교과목의 차이일 것이다. 불편한 교복을 입고, 같은 시간에 등교해서 같은 시간에 하교하며, 배우는 교과목도 세분화 되고 고등학교, 나아가 대학교를 갈 때까지 하는 진정한 의미에서의 공부가 시작 된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중딩들이 공부하기 힘들어하는 과목 중에 하나가 바로 사회과목이다. 초딩 때 배우던 것들과는 사뭇 다른 심도 있는 내용들, 게다가 방대해진 분량. 충분히 힘들어 할 만한 이유가 된다. 차라리 수학 같은 과목은 어렵다면서 그냥 핑계 대며 내려놓을 수 있지만 사회는 한글로 되어있으니 그저 손을 놓아버리기에는 좀 뜨듯미지근한 과목이다.
이런 사회도 골치 아파 죽겠는데 거기서 더 들어가 경제까지 손을 대야하다니. 참 여러모로 골치만 아파올 뿐이다. 게다가 얼마 뒤 있을 대선에 나온 후보들은 죄다 ‘경제를 살리자!’ 이러는데 도대체 경제가 뭐 길래 이리들 떠드는 건지….
여기서는 경제를 4가지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다. ‘생산과 소비의 경제’, ‘노동과 소득의 경제’, ‘저축과 투자의 경제’, ‘나라의 경제, 세계의 경제’ 제목만 들으면 머리 아플 법도 하지만 목차를 살펴본다면 충분히 관심이 있을 법한 주제들이 많이 눈에 띈다. 그리고 그 주제들을 알기 쉽게 간략하게 설명해 놓았다. 책을 읽다보면 조금씩 경제란 어떤 것인지 알게 될 것이다. 그리고 돈을 어떻게 벌어지는(?) 것인지, 어떻게 분배 되는 것인지 알게 되고, 돈을 많이 번다고 꼭 행복한 것인지, 부의 분배는 왜 필요한 것인지에 대한 개념이 잡힐 것이다.
온 국민이 ‘부자 되기(=돈 많이 벌기)’에 열을 올리고 있는 요즈음 앞으로 생산 활동의 주체가 될 청소년 들이 조금이나마 경제가 어떤 것인지 알고, 돈이 돌아다니는 모습을 보면서 앞으로 우리나라의 돈 ‘잘’ 쓰는 부자들이 되기를 꿈꾸며 이 책을 추천한다.
-송진영 추천 글(학교밖 운영진 thdwlsdud87@hanmail.net)
『내 인생의 스프링캠프』, 정유정 지음, 비룡소 (중3부터)

스프링캠프 [spring camp] : <운동·오락> 프로 야구·프로 축구 따위에서, 봄의 정규 리그가 시작되기 전에 집중적으로 가지는 합숙 훈련.

여러분들의 스프링캠프는 무사히 잘 끝났습니까? 아니면, 아직 진행 중인가요?
이 책에는 제각각 사연이 다른 인물들이 등장합니다. 친구대신 민주화운동으로 수배중인 친구의 형을 돕기 위해 머나먼 길을 떠나는 준호. 엄마의 과잉보호와 감시 속에서 자아를 찾아 나서는 승주. 승주와는 정반대로, 엄마와 함께 아버지의 폭행 속에서 힘겹게 살아가는 정아. 정아 아버지의 사냥개 루즈벨트. 정신병동을 탈출했다는 지팡이를 든 할아버지.
이들 사이의 공통점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하지만, 먼 길을 떠나 함께 지내며 서로의 상처를 감싸주고, 서로를 지켜주고 돌봐주는 인정(人情)을 보여줍니다. 이들이 떠난 모험의 시간들은 각자에 대한 연민과 서로를 이해하게 되는 스프링캠프였습니다. 그들은 이 모험을 통해 힘들었던 과거를 벗어던지고 좀 더 멋진 인생을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얻게 되었습니다. ‘고진감래(苦盡甘來)’라는 말이 있듯이, 어려움은 우리에게 귀한 선물을 줄 때가 많습니다. 여러분들도 힘들고 어려울 때가 있죠? 그럴 때마다 한 번 생각해보세요. ‘이번의 아픔은 나에게 어떤 선물을 가져다줄까?’라고요.
우리는 생김새는 물론, 성격도 다르고, 생각도 다르고, 살아온 환경도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살아갑니다.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살다보니, 때로는 갈등이나 어려움을 겪기도 하지요. 이렇게 힘들고 어려운 일들을 극복하고 나와 다른 사람들과 함께 어울려 살아가기 위해, 그리고, 무엇보다 진정한 나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우리 모두는 스프링캠프를 무사히 잘 마쳐야합니다. 스프링캠프를 마친 후, 한층 성숙해 진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내 인생의 스프링캠프는 언제였을까?’
-홍승강 추천 글(서울 환일고 국어교사 stickhong@naver.com)


『배터리 1-6』, 아사노 아쓰코 지음, 양억관 옮김, 해냄 (중3부터)

책 제목을 보고 제일 먼저 떠오른 것은?
아마 (핸드폰 배터리)나 아니면, (건전지)겠죠?

제목의 의미는 이런 것들이 아닙니다. 그렇다면, 과연 무엇일까요?
정답은 책을 보고 확인하시길...
지금 여러분들에게 가장 소중한 것은 무엇인가요? 이 글을 쓰고 있는 저는 고교 학창 시절, 친구들이 너무 좋아서 매일 만나 농구하고 얘기하는 것을 낙으로 살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게 정도가 심했었는지(제 생각으로는 별로 심하다고 기억되지는 않지만) 어느 날 매일 저녁 늦게 귀가하는 저에게 어머니께서 화를 내시며 “그렇게 친구가 좋으면 친구네 집에 가서 살아라”고 하시며 가출을 ‘명’ 받았답니다. 돌이켜 보건대 공부는 뒷전이고 매일 노는 아들이 걱정이 되어서 하신 말씀이건만, 그 때는 왜 이렇게 제 마음을 몰라주시던지. 내 마음을 알아주는 건 오직 ‘친구’뿐이라는 생각만으로 가득했었지요.
여러분들은 어떤가요?
지금 이 순간. 친구들과의 우정이 매우 소중한 이때. 그것을 더욱 의미 있게 만들어 줄 소설을 소개합니다.

이런 사람에게 강력 추천!!!!합니다.
만화 (H2)와 (메이져)를 재미있게 보았던 사람.
친구들과의 우정이 무엇보다 소중한 사람. 좋아하는 무엇인가에 푸욱~빠져있는 사람.
올 겨울 우리 모두 배터리의 세계로 달려가 봅시다. 여러분들은 어떤 걸 느낄지 무척이나 궁금하답니다. 관심 있으신 분은 아래에 있는 제 메일로 느낌을 보내주세요. ^^
- 홍승강 추천글 (환일고 국어교사 stickhong@naver.com)


『뒷간에서 주웠어, 뭘?』, 꿈꾸는 과학 지음, 열린과학 (중3부터)

며칠 전 가족들과 제주도 여행을 했다. 책 제목을 보는 순간 똥돼지가 떠올랐다. ‘똥돼지 암컷은 보통 10~12개의 젖꼭지가 있고, 5~8마리의 새끼를 낳는다. 새끼는 100일 정도 후에는 25kg 정도가 된다.’라고 설명하면 지루하고 재미가 없다. 그렇다면 이렇게 설명해 보는 건 어떨까? “똥돼지가 제일 싫어하는 사람이 누군지 알았수가?” 설사하는 사람?... “설사하는 사람은 2위라예. 똥돼지가 제일 싫어하는 사람은 바로 변비 걸린 사람으로 줄듯 말듯 줄듯 말듯 하는 사람이라예. 똥돼지는 사람의 똥을 먹고 완전히 소화시켜서 그 똥으로 거름을 준다예.”
이 책이 바로 이렇다. 측우기를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왜 만들었는지 책상에 앉아서 외우도록 하지 않는다. 자신이 측우기를 만든 사람인양 그 안에 숨겨진 과학을 그 시대의 생활 속에서 문화에 대한 자부심으로 재미있게 설명한다.
우리는 문학시간에 책을 통해 작가와 독자 간의 양방향 의사소통을 한다고 배웠으나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 책이라면 굳이 작가와의 양방향 의사소통을 꾀할 필요가 없을 듯하다. 읽다가 “어라? 처음 보는 것 인데?”라고 궁금할 때, 그것에 대한 설명이 바로 다음 문장에 있다. 문화유산을 다양한 시각으로 상상한 만큼 독자가 무엇을 알고 싶어 할까에 대한 친절한 안내를 한다.
이 책은 구성과 편집에서도 성의가 돋보인다. 차례를 보면 첨성대, 먹, 가마... 이런 딱딱한 제목이 아니다. ‘밤하늘을 사랑한 우리 조상들 첨성대, 천금보다 소중한 그을음의 결정체 먹, 아직도 식지 않는 도공의 불꽃 열정 가마……. 우리와 눈높이가 비슷한 톡톡 튀는 상큼함이 있다. 그리고 화려한 색상의 사진은 아니지만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과 도식화. 조금이라도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 만화까지!! 이 모두가 책을 읽는 나를 위한 배려이리라.
이 책의 지은이들은 꿈꾸는 학생들이다. 그들은 우리와 마찬가지로 문화유산 속의 과학에 대한 정확한 지식이 없었다고 솔직히 고백한다. 이제 전통문화 속에 숨 쉬는 과학을 알리고 싶다며 말을 건넨다.
-홍태희 학생 추천 글(충남 연무고 3학년 taeheehong@nate.com)


『신동헌의 클래식 이야기』, 신동헌 지음, 마로니에북스 (중3부터)

6년 전 내 수업을 듣는 학생들에게 읽히고자 겨울 방학 내내 학교 도서관의 책과 내가 새로 구입한 몇 십 권의 책을 문예반 아이들과 함께 읽으며 추천도서목록을 만들었다. 그 때 클래식 애호가였던 한 학생이 내게 한 권의 책을 추천했다. 신동헌이 쓴 <재미있는 음악사 이야기>였다. 그 아이는 이 책이 읽기 쉬운 책이며, 보기 좋은 책이며, 그러면서도 재미있는 책이라고 소개했다.
이 책은 서양음악사에 대한 입담 좋은 할아버지의 옛날 얘기라고 해도 좋다. 이 옛날 얘기를 듣고 있노라면 편안하다. 더구나 옛날 얘기에 할아버지의 멋진 그림이 더해져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이 할아버지는 좀 특이한 경력의 소유자다. 건축학과 출신의 전문 화가면서 한국 최초의 장편만화영화 <홍길동>을 제작한 분이다. 그런데 음악에 대해서도 여간 전문가가 아니다. 본인 스스로 지독한 음악애호가라고 하지만 전문가도 쉽게 쓰지 못할 서양음악사와 서양 음악에 대한 일화들을 거침없이 쏟아낸다. 그 후로도 <재미있는 클래식 길라잡이>, <음악가를 알면 클래식이 들린다> 등으로 자칫 따분할 수 있는 클래식 이야기를 쉽고 재미난 이야기로 바꿔 놓았다. 그 할아버지께서 최근에 자신의 이름을 붙여 <신동헌의 클래식 이야기>란 책을 내놓았다. 그야말로 신동헌 할아버지의 삶과 눈높이에 맞게 써진 책이다. 70여 년 동안 클래식 음악을 들으며 할아버지가 듣고, 말하고, 품고 감쌌던 이야기들을 거침없이 들려준다. 살짝은 할아버지의 개인적이고 한갓진 이야기로 흐른다. 하지만 클래식에 입문하는 사람에게는 그런 편안함이 좋다.
한편 클래식에 입문하는 사람들이 듣기엔 뭔 소리를 하는 것인지 잘 모를 대목도 더러 있다. 그래서 더욱 클래식에 대해서 알고 싶어진다. 이 할아버지의 클래식 음악에 대한 각별한 사랑은 어렵다는 클래식 음악 감상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애당초 할아버지의 수다는 클래식의 위엄과는 거리가 멀다. 할아버지는 클래식 음악회장에서 본인이 박수치는 방법부터 자신의 고향과 관련된 음악 이야기, 자신이 알고 있는 믿거나 말거나 풍의 음악사의 숨은 이야기, 자신이 좋아하는 음반 회사 이야기까지 참으로 다양한 클래식 음악 관련 이야기를 살갑게 들려준다. 이 이야기를 듣노라면 클래식 음악과 관련된 세계 명승지를 여럿 알게 된다. 또 그림을 보노라면 어느새 그곳의 풍경을 보게 된다.
난 이 책을 보며 부러워한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나도 저자처럼 지긋하게 나이가 들면 내가 좋아하는 것에 대해 이렇게 풍부하게 이야기할 수 있을까? 아마 그럴 자신이 없기에 저자를 부러워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책을 읽는 학생들은 적어도 저자처럼 한 평생 자신이 좋아할 수 있는 것을 만들고, 또 그것에 대해 저자처럼 말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것이 무엇이든 간에 세월의 연륜과 경험의 깊이로 인해 그 누군가를 감동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김진황 추천 글(서울 현대고 국어교사 pinebrook@korea.com)


『예술에 대한 일곱가지 답변의 역사』, 김진엽 지음, 책세상 (중3부터)

나는 학생들이 많은 문화적 경험을 하기를 바란다. 각박한 우리 사회 현실에서 꿈을 갖고 상상의 날개를 펼치기 위해선 학생들이 다양한 문화적 체험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술 작품을 많이 접하는 것도 그 중에 하나다. 학교에서 교과서 속에서만 예술을 배우지 말고 실제 작품을 직접 만나보는 것이다. 미술관에서 그림을 봐도 좋고, 정기적인 음악 공연을 들어도 좋다. 좋은 연극 한 편을 보는 것도 괜찮다. 이것이 삶을 윤택하게 하는 진짜 공부라 생각한다.
예술 작품을 스스로 감상하는 힘을 키우기 위해선 예술에 대한 지식이 어느 정도 필요하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있듯이 예술에 대한 지식은 작품을 보다 깊이 있게 감상할 수 있는 지름길을 열어준다. 예술을 이해하는 다양한 관점을 살펴보면 남이 보지 못하는 부분까지 살펴볼 수도 있다.
이 책은 모방론에서부터 진화심리학까지 예술을 바라보는 일곱 가지 시선을 모아놓은 책이다. 책 이름이 다소 거창하고, 개념이 생소해서 어려운 책으로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이 책은 재미있는 사례로 예술을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을 쉽게 설명하고 있다. 게다가 삽화를 많이 넣고, 예술 관련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중간 중간 삽입해서 독자가 흥미롭게 책을 읽을 수 있도록 배려했다. 예술을 처음 접하는 학생에게 추천할 만한 예술 입문서라 하겠다.
- 조영수 추천 글 (서울 창문여고 국어교사 notshy0120@paran.com)


『나는 바닥에 탐닉한다』, 천경환수 지음, 갤리온 (고1부터)
나는 이 책을 고등학교 1학년에게 추천하고 싶다. 이렇게 좋은 책은 조금이라도 덜 바쁜 시기에 제대로 음미하면서 읽으면 좋을 듯싶어서이다.
이 책은 우리 인생에서 99%를 함께하는 바닥에 대한 글을 쓴 것이다. 이 책의 작가가 건축가여서 ‘건축적인 어휘가 많이 나오진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 것이다. 물론 나도 그런 생각을 하였다. 하지만 이 모든 생각들을 깨고 평범하고 귀여운 위트 있는 문장으로 편안하게 독자들에게 다가가는 그런 책이다.
요즘 수능공부 하느라 바쁜 고등학생들에게 책을 보는 여유로운 여가시간이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많은 분량보다는 적은 분량의 책을 읽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 생각한다. 그것에 더하여 내용이 좋아 여러 번 읽어도 질리지 않는 책이 더 좋을 것이다. 화려하진 않지만 많이 ‘보이던’ 친근한 사진들이 찍혀있어 쉽게 공감대도 형성이 되는 좋은 책이다.
-이민수 학생 추천글 (서울 숭문고 2학년 drejjang2c@naver.com)
이 책은 저자인 ‘천경환’ 선생님께서 국내외, 다양한 건축물의 바닥과 그에 상응하는 건축적 요소를 관찰하고 생각한 글이다. 다시 말해, 이 책은 어떤 바닥을 보고 그 바닥에 대한 디자인, 역사, 감상, 의미를 진솔하게 풀어나간 하나의 ‘이야기 보따리’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건축’이라는 커다란 분야를 밑바탕에 깔고 있는 책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건축에 큰 흥미가 없는 사람에게 이질감을 일으키거나 책의 주제를 건축적인 곳으로만 끌고 가지는 않는다.
이 책에서 건축은 단지 밑바탕과 소재로 이용될 뿐이다. 보는 관점에 따라서 이 책은 디자인에 관한 책이 될 수도, 여행에 관한 책이 될 수도, 우리 사회에 대한 의식을 담고 있는 책이 될 수도 있다. 그렇다. 이 책은 이렇게 상당히 많은 것을 담고 있고 또 그렇기에 딱 ‘이런 책이다.’ 라고 하기도 쉽지 않다.
감수성이 풍부한 고등학생인 내게 이 책은 정말 내게 많은 것을 가르쳐 주기도 했다. 이 책에서 ‘쉽게 써나가면서도 진정성을 갖고 잘 쓰는 글이란 어떤 것인지’, ‘ 세심한 관찰력과 다양한 관점과 생각하는 능력’, ‘심지어는 삶에 있어 도움이 될 경구 읽기’ 등 정말 많은 걸 배웠고 많은 생각을 하게 했으며 많은 것을 깨닫게 해주었다.
- 윤세용 학생 추천 글(서울 숭문고 2학년 zayulau@naver.com)


『아버지의 라디오』, 김해수 지음, 느린 걸음 (고1부터)
어렸을 때 우리 가족은 저녁을 먹고 난 뒤, 라디오 앞에 모여 있곤 했다. 라디오 프로그램을 벽에 붙여 놓고 그날 있을 연속극을 기다렸던 기억이 난다. 학교가 끝나고 라디오 앞에 엎드려서 산수 계산 문제를 풀던 날들도.. 그렇게 숙제를 할 때 저 라디오가 어떻게 소리가 날까? 하며 신기해하던 생각도 난다. 바로 이 책은 우리나라 라디오를 처음 제작한 한 엔지니어의 이야기다.
선생은 식민지시대에 태어났다. 보통학교를 마친 뒤 일본으로 건너가 전기기술을 배운다. 귀국한 뒤, 주로 라디오를 수리해 주는 전업사를 차린다. 금성사에 공채로 합격하면서 본격적인 엔지니어로서의 삶을 산다. 그러다가 결국 우리나라 최초로 라디오를 제작하게 된다. 라디오를 제작하기 위한 그의 노력과 헌신을 보고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한 가지 분야에 몰두해 그 길에서 최선을 다하는 삶이야말로 가장 행복한 삶이 아닐까? 뿐만 아니라 그가 일생을 두고 해 왔던 일이 사람들이 잘 가지 않고 게다가 꺼려하는 손으로 하는 일이라는 점이 더욱 빛난다.
요즘 청소년들에게 공부하는 이유를 물으면 서슴없이 “ 편한 일을 해서 돈 많이 벌기 ” 위해서라는 말을 한다. 청소년들에게 모든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 청소년의 그 말 속에는 요즘의 우리 사회 대다수가 추구하는 가치를 나타낸 것인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더 이 책은 청소년들이 읽을 가치가 있다. 일제시대와 6.25, 근대화 추구 시대인 70년대 80년대를 살아온 한 어른의 이야기 속에서 앞으로 어떤 삶을 살 것인가를 배웠으면 한다. 우리 청소년들이 앞으로 사는 사회는 우리 어른들이 라디오를 주변으로 모였던 공동체의 나눔 정신을 다시 회복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이제는 우리 친구들이 공부하는 이유가 편한 일을 해서 돈 많이 버는 데 있지 않고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아서 그 일에 행복을 발견하는 데 있기를 소망해 본다.
-김혜경 추천 글 (서울 휘문중 국어교사 geem12@hanmail.net)
『저요, 할 말 있습니다』,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지음, 시대의창 (고1부터)

동우에게
이 책을 읽으니 네가 생각나서 이 글을 쓴다. 요즘은 어떻게 지내? 네가 좋아하는 사진을 열심히 찍어댈 너를 상상한다. 널 처음 본 건 작년 3학년 수업 때였지. 솔직히 넌 수업에 그리 집중하는 편은 아니었어. 그러나 개성이 뚜렷한 친구여서 영화와 사진을 좋아한다고 했던가? 3학년 수업이 다 끝날 무렵 일본영화 < 전차남>을 가져와서 다 같이 재미있게 보았지. 올 스승의 날 와서 ‘고등학교 공부가 너무 힘들다,’ , ‘ 하고 싶은 일을 할 시간이 없다.’, ‘ 점수가 너무 안 나와서 걱정이다.’ 같은 말을 하는 널 보고 ‘고등학교 공부가 힘들긴 힘든가 보다 ’했어. 근데 요 며칠 전 학교에 온 널 보고 인문계 고등학교 공부가 얼마나 힘든지를 체감했다고나 할까?
고등학교에 자퇴서를 내고 오는 길이라며 밝게 웃는 널 보고 솔직히 좀 놀랐다. 넌 온순하고 성실한 그저 평범한 고교생이었기 때문일까? 고등학교에 가보니 너처럼 공부가 떨어지는 학생은 ‘나쁜 놈’이고, 네가 그렇게 좋아하는 사진은 도저히 찍을 시간이 안 나고 무엇보다 하루 종일 책상에만 앉아야 하는 날들이 못 견디겠다고 했지. 그래서 결국 부모님과 투쟁 끝에 내년에 전주에 있는 대안학교를 다시 들어갈 생각이라고...
동우야, 선생님은 그때는 네 결정에 좀 아쉽기도 했어. 다들 그렇게 인문계 고교를 다니는데 너도 좀 참고 지내 보면 어떨까 하고. 근데 이 책을 읽고 나선 생각이 바뀌더라.
지금은 네 결정에 동의한다. 동우야 한번 이 책을 읽어 보렴. 그래서 네 곁에는 너와 생각이 비슷한 친구들이 많다는 걸 알고 힘을 얻기를, 그리고 그들과 함께 소통하고 손잡고 나아가기를 기원한다. 이 책을 읽고 선생님은 많은 반성을 하게 되더라. 난 학교에서 과연 내가 만나는 친구들에게 응원을 보내고 힘을 주는 선생님일까? 아니면 단지 월급을 받는 교사일까?
- 김혜경 추천 글 (서울 휘문중 국어교사 geem12@hanmail.net)


『이미 우리가 된 이방인들』, 구문회 외 지음, 동녘 (고1부터)

이 책은 역사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한번쯤 들어봤을 5명의 이방인-우리에게 잘 알려진 조선시대의 네덜란드인 박연, 전설 속의 인물로 여겨졌던 신라시대의 처용, 그리고 내게는 무척이나 낯선 고려시대의 한족 쌍기와 여진족 이진란, 몽골인 인후에 대해 서술하고 있다. 나는 이들이 남긴 발자취를 통해 한민족사 안에도 민족과 혈연, 문화의 다양성이 풍부하게 존재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논술 공부 덕에 다문화주의에 대해 조금 알게 되었는데 우리 민족사에서 다문화주의는 전혀 수용된 적이 없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그것이 잘못된 생각인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이 책을 통해 단일 민족임을 주장함으로써 외국인에 대해 개방적이지 못했던 우리 민족이, 주변 정세와 시대 상황으로 인해 그들을 받아들이는 모습, 그들 역시 우연히 우리나라에 정착하게 되어 역사 발전에 많은 공헌을 한 사례 등을 통해 그 당시 우리나라의 상황을 거시적 관점으로 볼 수 있었다.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세계 역사를 잘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이해하는 것이 손쉽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이라도 다양한 삽화와 보조 자료 등을 통해 이미 우리가 된 이방인의 모습과 시대 상황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 장문경 학생 추천 글( 현대고 3학년)


『라일락 피면』, 최인석 외 지음, 원종찬 엮음 , 창비 (고1부터)

이 책은 음반으로 치면 ‘프로젝트 앨범’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저마다의 빛깔을 지닌 여덟 명의 작가들이 청소년기의 혼란을 찬란하게 되살려내고 있다. 무한 경쟁 사회에서 오직 미래만을 생각하며 이 순간을 견디는 힘겨운 이 땅의 십대들. 숨 막히는 일상 속에서 그들은 청순함과 풋풋함을 종종 잊고 산다. 하지만 그들에게도 꿈을 향한 도전이 있고 현실을 박차고 비상하는 용기도 있다. 독자들은 그런 십대들의 다양한 모습들을 보면서 나에게 갇혀 있기 보다는 주변을 돌아보는 열린 마음을 지닐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리고 어느새 콧날이 시큰해지면서 나를 안아줄 수도 있으리라.
80년대 광주의 아픔을 의연하게 맞이한 소년, 소녀를 그린 공선옥님의 <라일락 피면>, 객관이라는 단어로 차이를 묵살하는 고정관념의 폭력성을 혈액형이라는 소재로 재기발랄하게 풀어간 방미진님의 <영희가 O형을 선택한 이유>, 하나의 에피소드를 서로 다른 두 명의 시선으로 그려내 인생이 후회와 아쉬움 그리고 수많은 떨림이라는 것을 보여준 성석제님의 <내가 그린 히말라야시다 그림>, 제목과는 반대로 홀로 바닷가를 거닐며 파도처럼 일렁이는 자아, 그 위태로움을 어루만져줄 수 있는 것은 오직 가족과 친구임을 확인하게 하는 오수연님의 <너와 함께>, 조금은 낯선 동성애를 소재로 진정한 가족애의 의미를 찾아가는 오진원님의 <굿바이, 메리 개리스마스>, 참사랑이란 나와는 다른 이에게 끌려 나를 잃어버리는 것이 아니라 내가 중심에 서야함을 소년의 서툰 발걸음으로 끌어낸 조은이님의 <헤바>, 권위적이고 위선적인 세상의 잔치에서 홀로 자신의 목소리로 노래하고자 하는 눈물겨운 청춘의 분투기를 담은 최인석님의 <쉰아홉 개의 이빨>, 진정으로 세상과 소통하기를 열망하는 외톨이들의 진심을 따뜻한 반전으로 전하는 표명희님의 <널 위해 준비 했어>까지 여덟 편 주인공들의 시리도록 아름다운 몸짓과 쓰러져 상처 입고 고군분투하는 모습은 이 땅의 푸른 아이들과 겹쳐진다.
라일락의 꽃말은 ‘청춘의 추억’이라고 한다. 훗날 더 멋진 모습으로 거듭나 청춘을 아름다웠다고 말할 수 있는 아이들이 되길 빈다.
-이수정 추천 글 (경기 양일중 국어교사 jina-mam@hanmail.net)

『시크릿 패밀리』, 데이비드 보더니스 지음, 정은영 옮김, 생각의나무 (고1부터)

“이건 뭐예요? 선풍기. 뭐하는 거예요? 더울 때 시원하게 해 주지. 어떻게 시원하게 되요? 쇠망 안에 파랑색 날개들이 빨리 돌아가면서 시원한 바람이 나오지. 어떻게 돌아가요? 아래에 있는 버튼을 누르면 돌아가지. 어떻게 빨리 돌아가요? 선풍기 뒤에 볼록 튀어나온 부분이 있지, 거기에 선풍기를 빨리 돌려주는 모터라는 기계가 있어서 빨리 돌아갈 수 있는 거야. 그럼 누가 모터를 돌려 주는 거지요? 선풍기 코드를 콘센트에 꽂으면 전기가 연결되는데, 전기가 모터를 돌리게 되는 거지........” 결국 “나도 몰라! 그만해.”로 끝나게 되는 이러한 상황은 어린 아이들을 돌보는 사람들이라면 한 번씩 경험해 보았을 것이다. 이렇게 난처한 상황에 딱 적격인, 아니 이런 상황이 벌어지지 않을 세상이 바로 이 책 속에 있다.
한 가족이 눈뜨기 전부터 잠들기 전까지 일어날 수 있는 평범한 일상생활에 대해 자세하게 과학적으로 설명해 주고 있다. 우리의 신체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사람과 더불어 살고 있는 여러 벌레들이 어떻게 움직이고 살아가는지, 우리가 먹고 있는 음식의 정체는 무엇인지,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공기는 어떻게 구성되고 어떻게 움직이는지, 우리의 습관과 유전은 어떻게 연관되는지,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물건들의 분자는 어떻게 구성되고 운동하는지.... 등등. 이 책은 과학 소설도 아니고, 그렇다고 기존의 이론을 늘어놓은 과학책도 아닌 새로운 장르의 과학책으로 호기심을 자극한다. 또한 사람의 사소한 행동까지도 과학적 지식으로 자세하게 설명을 해 놓은 작가의 해박한 과학적 지식과 집필에 기울인 노력에 감탄하게 한다. 게다가 동떨어졌다고, 크게 관계가 없다고 생각했던 과학이 우리의 삶을 송두리째 장악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괜히 과학과 친해진 느낌도 가지게 한다.
그런데 이 책을 읽는 중간중간 우리가 먹는 음식과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벌레들에 대해서 나오는 부분은 혐오감이 생기기도 하고, 책의 영향인지 식료품을 살 때 여기에는 어떤 끔직한 화학물이 들어 있을까 고민하면서 오히려 책을 안 읽는 게 좋지 않았을까 하는 어리석은 생각까지 들었다. 하지만 인스턴트 식품에 너무나도 많이 노출되어 있는 우리의 식생활을 다시 한번 점검해 보고, 우리를 둘러싼 여러 벌레들 및 세균들과 어떻게 공존해(?) 나갈 것인지 생각해 보는 기회가 되리라 생각된다.
또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장점이 곧 단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의 새로운 형식과 해박한 과학적 지식으로 인해 지루하다는 생각을 가질 수 있다. 그래서 과학을 좋아하는 학생이나, 박학다식을 지향하는 학생들에게 권해 주고 싶다.
- 권효진 추천 글 (경기 인천여상 국어교사 yinhye@hanmail.net)


『나무열전』, 강판권 지음, 글항아리 (고2부터)

이 책은 나무 이야기를 펼치는 듯하다가 은근슬쩍 한자이야기로 넘어갑니다. 그러다가는 이내 조상들의 삶을 한바탕 풀어내지요. 나무에 얽힌 이야기를 중심으로 한자의 뜻을 되새기다가는 어느새 우리 민족의 삶으로 이끄는 책이라고나 할까요?
선비의 책상을 만들던 벽오동나무, 곧은 절개를 표현하는 측백나무, 몸을 불 사를 때 향을 내는 향나무, 하늘을 향해 오르는 등나무, 사람을 즐겁게 하는 상수리나무 등 나무자체의 식물학적 특징보다는 우리 삶과의 연관성에 초점을 맞추고 그 의미를 한자와 더불어 설명하고 있습니다. 읽어가며 숨겨진 한자의 비밀과 조상의 삶과 만나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이 책은 처음부터 꼼꼼히 한 장 한 장을 넘기며 읽어 가기 보다는 아무데나 펼쳐 마음 가는 데로 읽는 것이 더 즐겁습니다. 아니면 책을 옆구리에 끼고 숲을 거닐며 눈에 보이는 나무와 책 속 이야기를 견주어가며 읽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글쓴이는 나무를 통해 마지막에 삶의 이치를 건넵니다. 모든 나무는 자신만의 결과 무늬를 지니고 있습니다. 눈물 날 만큼 아름다운 흔적을 지닌 것은 나무가 결대로 살았기 때문이라고 하네요. 사람도 자신의 결대로 살 때 가장 아름답습니다. 자신이 지닌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행복하다는 것이지요. 그리고 가장 아름다운 나무는 ‘아낌없이 주는 나무’라고 합니다. 사람도 자기 것 챙기기보다 나눌 줄 아는 사람이 가장 아름답습니다.
-이수정 추천 글 (경기 양일중 국어교사 jina-mam@hanmail.net)


『오류와 편견으로 가득한 세계사 교과서 바로잡기』이옥순외 지음, 삼인 (고2부터)

언제 어디서나 교과서를 맹신하는 태도는 경계해야 한다. ‘세계사 교과서 바로잡기’(삼인출판사)는 기존의 우리 교과서가 얼마나 잘못되었는지 충격적으로 보여주는 책이다. 아무리 교과서의 한계가 있다손 치더라도 저간의 사정을 쉽게 인정하기 어려울 정도다.
저자들에 따르면 현재 교과서에서 중앙유라시아 역사는 간 곳이 거의 없다. 동남아시아의 약동과 다양성은 얼버무리는 정도. 인도에 관해서는 고대에는 우수했으나 현재에는 열등하다는 식으로 서술한다. 서아시아와 이슬람권에 대해서는 적대적 고정관념으로 왜곡된 시각을 드러내고 있다. 아프리카에 대해서는 편견과 우월감으로 가득 차 있고, 라틴아메리카는 문명과 야만의 세계로 보는 중세 유럽인과 다르지 않다. 오세아니아? 오스트레일리아와 뉴질랜드만 떠올리게 했을 뿐 2만5000여개 남태평양 섬들의 다양하고 풍요로운 삶과 문화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이 없다. 읽다가 보면 기존의 세계사 교과서를 아예 멀리하고 싶다.

“교과서에 담긴 ‘세계’는 세계가 아니다. 미국, 유럽과 동북아시아를 중심에 놓고 그 밖의 더 넓은 세상과 더 많은 사람들을 소외시키며, 잘못된 정보로 왜곡된 세계상을 그린다. 오늘날 한국의 사회·세계사 교과서는 진정한 ‘세계사’를 잃어버렸다.”(머리말)

이 책을 쓴 저자들은 모두 7명. 해당 지역과 문화와 관련하여 국내 학계를 대표할 수 있는 각 분야 전공 학자들이다. 현지에서 오래 생활하고 현지 연구 조사까지 많이 한 이들은 교과서의 잘못된 점들이 “의도적인 왜곡이나 편견이라기보다는 자료의 편중, 기존 자료의 답습, 현지 문화나 역사에 대한 전문성 부족에 기인한 것”으로 진단한다.
더구나 이제 오천년 역사와 단일 민족만을 내세운 기존의 교육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미 우리 사회는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다문화 사회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다른 세상과 역사를 이해하는 관점이나 의식, 사고가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된 세상이다.
이 책을 읽으면 좋은 점이 여러 가지다. 우선 편견과 오류의 내용을 제대로 고쳐가는 과정을 생생하게 확인할 수 있다. 엄밀한 자료 검토와 직접 현지 조사, 합리적인 사고를 기반으로 펼쳐가는 논증과 비판이 무엇인지 깨달을 수 있다. 그 동안 일그러진 인식과 관점을 스스로 고치게 되고 자신과 세상을 온전하게 바라볼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이 책은 기존의 교과서에서 틀린 곳만 골라내 지적하는 방식으로 쓰여 있다. 익숙한 사실이 실제로는 진실이 아니라는 현실. 이를 깨닫는 순간이야말로 책을 읽으면서 거듭 눈을 뜨는 때다. 또한, 책을 읽다가 보면 톡톡 튀어나오는 생소한 대목들은 우리가 마땅히 알아야 할 내용. 어두웠던 세계에 대해 환하게 보게 되는 즐거운 때이기도 하다.
기존의 교과서에 대한 저자들의 지적이 담긴 이 책 역시 완벽하지는 않을 것이다. 또한 기존의 교과서가 어디 세계사 교과만 잘못일 까닭도 없다. 다른 분야의 교과서들도 꼼꼼하게 검토하면서 제대로 된 교과서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교과서, 꼼꼼하게 읽으면서 제대로 고쳐보는 연습을 해보자. 교과서를 충실하게, 그리고 교과서를 넘는 활동으로 안성맞춤이다.
-허병두 추천 글 (서울 숭문고 국어교사 wisefree@empal.com)


『원은 부서지지 않는다.』, 손승현 지음, 아지북스 (고2부터)

“이 소수 공동체를 기록하는 일이 이들을 안타까운 상황에서 구할 수 없지만 그 속엔 중요한 이야기가 들어 있다. 이 이야기는 새로운 진실을, 잊혀질 사람들의 삶을 남길 것이다.”(34쪽)
오늘날 미국에서 가장 궁핍한 지역. 각 주에서 법으로 금지된 일들이 벌어지고 묵인된다. 핵폐기물 저장고와 우라늄 광산이 들어서고 마약 거래가 횡행하며 복지 시설이 거의 전무하다. 보건 문제 또한 심각하다. 과반수 이상이 당뇨, 스트레스성 고혈압 등에 노출되어 있다. 약물 중독, 알코올 중독, 자살률 및 영아 사망률 또한 미국에서 최고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평균 수명은 겨우 48세.
미국 파인리지 원주민 보호구역의 간략한 실태다. 미국 전역에 있는 274개의 원주민 보호구역(Indian Reservation)들의 사정도 거의 비슷하다. 따지고 보면 1492년 콜럼버스의 배가 동부 해안에 나타난 이래 지금까지 아메리카 원주민의 삶은 재앙과 시련 그 자체였다. 약 500여 개의 종족들은 거의 절반이 멸족되었고, 많게는 2500만 명까지 추산되던 총인구가 불과 4백여 년 만에 10만 명 선으로 줄어들기도 했다.
‘원은 부서지지 않는다’는 작가가 북미 원주민들의 행사인 ‘미래를 향한 말 타기(Omaka Tokatakiya)’에 직접 참여하여 펴낸 포토 기행 에세이집. 책장을 열면 치열한 의식으로 잡아낸 다큐멘트 사진들이 쏟아져 나온다. 말과 사람, 자연이 이루어내는 사진 속의 섬세하면서도 역동적인 풍경들은 원주민과 그들의 조상이 경험했던 비극의 역사를 고스란히 깨우쳐준다.
글 또한 핵심만 간결하게 짚어가면서 상세하게 풀어내어 이성적으로 접근하고 다시 시인의 감수성으로 앞뒤에서 이끌며 감성적으로 호소한다. 이는 원주민의 굴욕적 수탈사라는 현실적 영역과 정신세계라는 신비한 영역을 동시에 드러내는 데 매우 효과적인 서술 전략. 그 결과 이 책은 우연과 기교로 뽑아낸 사진 몇 개를 화려하고 말초적인 언어로 대강 버무린 싸구려 포토에세이나 시시콜콜한 신변잡기를 풀어내며 독자들을 희롱하는 기행서들과는 완전히 다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인디언이란 말을 의도적으로 절대 쓰지 않는다. 대신 원주민 또는 아메리카 원주민, 북미 원주민 등으로 바꿔 쓴다. 이는 제국주의 열강들이 심어준 기존의 식민 사고에서 철저하게 벗어나려는 의도에서다. 저자가 원주민들과 함께 하나가 되어 고민하며 글을 쓰고 사진을 찍는 모습. 아름답다. ‘차가운 물속을 걷다(Walking in Cold Water)’라는 원주민식 이름을 선물 받은 것도 우연은 아니리라.
“나로 하여금 아름다움 안에서 걷게 하시고, 내 눈이 오랜 동안 석양을 바라볼 수 있게 하소서. 당신이 만드신 모든 만물들을 내 두 손이 존중하게 하시고, 당신의 말씀을 들을 수 있도록 내 귀를 열어주소서. (중략) 그리하여 저 노을이 지듯이 내 목숨이 다할 때 내 혼이 부끄럼 없이 당신 품 안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나를 이끌어주소서.”(자연과 사람을 위한 수우족 기도문 중에서)

* 사족: 원은 부서지지 않는다(The Circle never ends)는 말은 과연 무슨 뜻일까? (이밖에도 이 책 안에는 무수히 많은 생각거리들이 넘친다.) 가족이나 학급끼리 아메리카 원주민 식의 이름을 각자 만들어 갖는다. 하늘과 땅에 자신의 이름을 고하는 행사를 간단하게 갖게 하는 것도 금상첨화. 소수자들에게 관심을 갖는 순간, 세상은 좀더 넓어지고 아름다워진다. 다양한 종류와 역사를 가진 소수자들을 찾아보는 연습도 좋다.
-허병두 추천 글 (서울 숭문고 국어교사 wisefree@empal.com)


『소리, 말할 수 없는 마음을 듣다』, 최승범 지음, 이가서 (고2부터)

참 특이한 책이다. 이 세상의 온갖 소리들을 백 개 남짓 따고, 그것을 소재로 쓴 짧은 글들을 엮어서 책으로 냈다. ‘톰방톰방, 사운사운, 사록사록’ 등 이 책에서 딴 소리시늉말들이 하나 같이 처음 보는 말들인데도 글을 따라 읽어가다 보면, 언제고 들어본 적이 있는 말인 양 귓전에 울릴 듯해지니 말이다. 팔순 가까운 노학자이자 시인인 작가가 10년 가까이 챙겨 모은 소리들과 그 소리를 품고 있는 시구들을 읊조리며 책장을 넘기노라면, 날카롭고 건조한 기계음에 둘러싸인 이곳을 훌쩍 뛰어넘어 한결 고즈넉해진 공간으로 내 마음이 흘러들어간다.
서너 쪽 분량의 짧은 글들이라 아이들이 읽기에 어렵지 않다. 그러나, 흥미를 갖고 책을 끝까지 읽으려면 어느 정도의 독해력이 필요하다. 물레, 화로, 베틀 등 소리를 취재한 대상들이 모두 이제는 사라진 정취들이라 글만 보고 대상을 그려내기가 쉽지 않아서이다. 간단한 삽화나 사진 자료들을 실어 이해를 도왔으면 더 좋았을 뻔 했다.
이 책은 특히 창작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에게 적극적으로 권할 만하다. ‘삽상하다, 모잡다, 놉’ 등 낯설지만, 익혀서 부려 쓰고 싶은 우리말이 많이 사용되어 전체적으로 문장이 유려하기 때문이다. 교사가 필요한 글만 발췌해서 학생들에게 읽힌다면 글쓰기 교본으로도 좋고, 맥락에 따라 적절히 쓰기나 읽기 시간 도입 자료로 활용할 수도 있다.
-김미경 추천글 (경기 의정부공고 국어교사 deepsky11@hanmail.net)


『프리덤 라이터스 다이어리』에린 그루웰지음, 김태훈옮김, 랜덤하우스코리아 (고2부터)

어느 날, 아침 조회를 갔다 교무실에 돌아와 보니 책상 위에 작은 종이가방 하나가 놓여져 있었다. 그 속에는 조각 케익 하나와 편지가 있었는데, 난 그 편지를 읽고 그만 감정에 북받쳐 교무실에서 창피한 줄 모르고 그만 엉엉 울어 버리고 말았다. 짧은 편지였지만 그 아이의 진심어린 마음이 나에게 전달된 것일까? 그동안 힘들고 지쳐있던 나의 마음이 순식간에 치유된 듯했다. 아마 이 편지는 나에게 영원히 잊혀지지 않을 것이고, 힘들 때마다 큰 위로가 되어줄 것이다. 그 아이도 편지를 쓰면서 울었다는 걸 보면, 글이란 것은 쓰는 사람이나 읽는 사람 모두에게 큰 영향력을 미치는 것 같다.
이런 면에서 <프리덤 라이터스 다이어리>에서 그루웰 선생님은 글로 사람의 마음을 다스릴 줄 아는 현명한 사람이었다. 그루웰이 있었던 미국의 캘리포니아주 롱비치에 위치한 학교의 아이들은 대부분 흑인이나 남미인으로 인종 차별, 세습되는 가난, 알코올 중독과 마약, 총기 사살, 그로 인한 가족 간의 불화 등으로 인해 비참한 생활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보다 더 무서운 것은 그들 스스로 변화할 수 없다는 좌절감을 안고 살아간다는 것이었다. 이에 그루웰 선생님은 이들과 비슷한 상황에 놓여 있었지만 스스로 극복하려고 노력했던 안네와 즐라타의 이야기가 담겨 있는 <안네의 일기>와 <즐라타의 일기>를 아이들에게 읽혔다. 또한 안네프랑크 가족을 숨겨 주었던 미프 기스 씨와 사라예보에서 살아남은 즐라타와의 만남을 기적적으로 성공시켜 아이들에게 희망을 느끼게 해 주었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일어나는 아이들의 생각의 변화가 일기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어 더욱 감동을 준다.
선생님의 설 자리가 조금씩 좁아지는 것 같은 요즘 이 책을 접해 더욱 의미 있게 다가왔는지도 모른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나는 우리 아이들을 변화시키기 위해서 나의 개인적인 모든 것을 포기하고 그 아이들을 위해서만 매달릴 수 있을까? 교사로서 아이들에게 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도 스스로 현실에 안주하는 법을 가르치지는 않았을까? 하는 의문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나와 비슷한 생각이 드는 선생님들과 어른들에게.. 그리고 윌슨 고등학교 학생들과 같은 이유는 아니지만 가난과 부모의 이혼으로 인해 방황하는 우리 친구들이 윌슨 고등학교 아이들의 일기를 읽으며 자신의 현실을 탓하지만 않고 변화시켜 보겠다는 마음의 문을 열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이 책을 추천한다.

-지현남 추천글(경기 별내중 국어교사 edu_start@naver.com)


『상상력에 엔진을 달아라』, 임헌우 지음, 나남출판 (고2부터)

광고는 우리 주변에 널려 있다. 보는 사람은 눈 한번 주기 어렵지만 만드는 사람은 목숨을 건다는 광고. 이 책은 그 광고를 이렇게 저렇게 만들라고 강요하지 않는다.
지은이는 이 책에서 상상력의 위대함과 인간의 심리 그리고 광고를 만들기까지에 필요한 무수한 고민과 상상력에 대해서 이야기 한다. 간단하게 보이는 광고 문구 하나를 만들기 위해서 사람들이 어떤 고민의 과정을 거쳐야 하는가를 이야기 한다.
완성단계에 이르기까지 왜 그런 고민을 해야 하고 상상력이나 인간의 사고가 어떤 변화를 거쳐야 하는가를 이야기 한다.좋은 광고 사진이나 문고를 보겠다고 책을 들었다가 지은이의 글을 따라 가다보면 예술과 심리와 철학과 인간의 본성에 만나게 된다.
그러는 사이 어느덧 나도 내 상상력을 가지고 무엇을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게 된다. 그러다가 고개를 들어서 광고를 보다보면 어제까지 지나치던 광고가 새롭게 보인다. 내 몸의 변화가 실체와 만나고 현실과 만났을 때 내 의식도 변화하고 있다는 증거다.
그렇다. 사람의 상상력은 무한하다. 그것이 우리 문화, 역사, 그리고 사회 주변의 변화를 어떻게 변화 시켰는가를 이해하는데 걸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