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골리 <외투>-숙명여고 최현화

지난 시간, 고골리 외투를 읽은 후 여러 가지 토론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를 해 보았다. 주인공인 아카키 아카키에비치는 부패한 관료주의 사회 내에서 약자를 대표하는 인물이고 세상에 많고 많은 강자들의 틈에서 왜소하게 살아가는 인물이다. 이런 사회적 약자가 살아가는 모습은 어떠한가, 사회적 지위가 높은 사람의 비인간적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는, 그런 태도는 무엇 때문인가 등등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첫 번째 주제는 사회적 약자, 즉 소외된 이들에게 주변 사람들의 잔인한 태도는 왜 일어나는가 하는 것이었다. 주변 사람들이 약한 사람을 잔인하게 대하는 것은 그 사람이 당할 고통을 이해하지 못한 채 자신의 능력을 그저 과시하는 대상으로서 인식했기 때문이다. 현재도 누군가를 밟고 올라가야 자신이 뒤쳐지지 않는다는 생각이 널리 퍼져있는데, 이는 경쟁이 만연한 사회에서 어쩌면 어쩔 수 없는 현상일 것이다. 또, 잔인한 태도는 고의가 아닐지도 모른다. 강자들의 생활은 많은 면에서 약자들을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기 때문에 자기가 살던 대로 행했는데 다른 사람에게는 잔인해 질 수 있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이다. 이는 프랑스 혁명이 일어날 무렵 먹을 것이 없어 분노한 국민이 ‘빵을 달라’ 하자 마리 앙투와네트는 ‘빵이 없다면 고기를 먹으면 되지 않느냐’ 했다는 일화에서도 나타난다.

두 번째로, 자기 자신의 사소한 것과 소박한 것에 만족한다면 그 인생은 가치 있는 삶인가에 대한 것이었다. 나는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그 인생은 가치 있는 삶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삶이 가치 있는지 없는지에 대한 판단은 크게 사회적인 관점과 개인적인 관점에서 판단되어야 한다. 아카키처럼 자신의 정서하는 일에 만족하며 사는 사람을 볼 때, 그 사람에게 행복감을 가져다주는 것은 그 정서하는 일이었다. 자기가 어떤 일을 하고 노력한 후에 얻는 행복감이 크다면 개인적인 면에서 가치 있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사회의 관점에서 볼 때도 아카키는 해가 되는 일을 한 것이 아니다. 정서하는 데 있어서 아카키는 누구보다 전문적이며 정성을 기울인다고 할 수 있다. 또 그가 정서를 하지 않는다면 문서 정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작업에 차질을 줄 수도 있다. 이처럼 아카키의 삶은 두 가지 관점으로 볼 때 가치 있는 삶이라고 생각한다.

세 번째 주제는 고관의 역할, 등장 의미를 생각하고 계급에 따라 이중적으로 행동하는 이중성에 대해 생각해 보는 것이었다. 고관의 역할은 관료주의 사회에서 높은 지위의 사람들을 대표하는 것이다. 그는 이런 부패한 사회를 사람들이 깨닫고 비웃게 하기 위해 등장했다고 생각한다. 그를 보면 계급 때문에 이중적인 행동을 하는데, 그 이중성은 사회자체가 높은 지위의 사람들을 더 높게 평가하는 분위기로 흘러가 높은 지위라는 것을 알리고 싶어하기 때문에 나타난다고 생각한다. 원래 개인이 갖고 있는 인간다운 면이 있지만 말이다. 또, 다른 방향으로 생각해 본다면, 책 속의 고관은 아카키가 부탁한 일이 자신이 담당하는 일이 아니고 또 그에 비해 매우 사소하기 때문에 거절 한 것이다. 옆에 친구가 자신의 직책을 아니까 그 친구 앞에서는 이런 사소한 일을 처리하는 것이 자존심 상하는 일일지도 모른다. 물론 개인 대 개인으로 도움을 요청받았을 때는 순수한 동정심으로 도움을 줄 수 있었을 테지만 말이다.

네 번째 주제는 “우리는 모두 고골리의 외투에서 나왔다”라고 말한 도스토예프스키의 말에 대해 생각해 보는 것 이었다. 나는 도스토예프스키를 비롯한 이후의 문학가들이 고골리의 외투라는 작품의 영향을 많이 받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사회를 꼬아 웃음으로 전환시키는 유머라든지, 비판적으로 보는 시각 등 이 작품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는 뜻이라고 생각한다.

다섯 번째 주제는 한 사회의 규범이나 법이 상식에 의해 지켜지기 보다는 권력에 의지하여 문제를 해결하려는 태도가 만연한 이유와 그 예에 대해 생각해 보는 것이었다. 나는 그 이유가 가장 가깝게 도움을 청할 수 있는 국민과 직접 닿아 있는 기관들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외면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는 법원의 판결이 권력의 압력에 의해 유리하게 또는 불리하게 적용하는 요즘 우리 사회에서 엿볼 수 있다.

여섯 번째로 유령의 실체에 대한 해석의 문제와 외투를 얻고 난 후 달라진 아카키에비치의 모습에 대해 생각하는 것이었다. 외투를 새로 장만하면서 아카키를 언제나 무시하고 아카키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던 사람들이 축하해주고 또 상관이 자기 집에까지 초대한 것을 보면 주위 사람의 태도가 변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예전보다 일에 대해 더 노력한 것도 없는데 사람들은 훨씬 호의적으로 대하고 예전보다는 사회적으로 인정하자 아카키의 태도가 변한 것 같다. 또, 외투를 얻고 난 후 아카키가 달라진 것은 생활의 변화가 생겼기 때문 이라고 생각한다. 평생 정서만 하고 적은 월급으로 적당히 살아가는 잔잔한 호수 같던 아카키의 인생에 거금을 투자하고 정서가 아닌 다른 일이 생긴 것 이라면 이번에 외투를 산 것이 거의 유일한 일일 것이다.

일곱 번째 주제는 주인공이 외투에 집착하는 이유를 우리 사회의 문제와 관련시켜 정리 해 보는 것이었다. 외투는 생존의 문제와 직결된 것으로 날씨가 추운 러시아에서는 사치품이 아닌 없으면 살아가지 못하는 것으로 그러한 외투를 뺏긴 아카키가 집착할 수 밖에 없었다고 생각한다. 서민이 힘들게 마련한 가치있는 물건으로 조금이라도 더 나은 삶에 대한 집착과 관련지을 수 있다. 또, 다른 관점으로 볼 때 외투는 자기 지위를 나타내고 또 향상시켜준 상징적 물건이기 때문에 아카키가 집착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이런 경우라면, 현재 중 상류계층이 명품을 선호하는 자기 과시욕이 만연한 사회와 관련시킬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일곱 가지 주제를 가지고 고골리 외투에 대해 생각을 해 보았다. 이 책을 읽고, 토론을 하면서 나는 지금 어떤 위치에서 어떤 마음으로 세상을 보고, 사람을 대하고, 살아가고 있는가에 대해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외투> 고골리 / 영동고 이종훈

지난 시간에 우리는 고골리의 작품 <외투>에 대해 토론수업을 했습니다. <외투>는 한 냉대 받는 하급관리인 아카키 아카키에비치로 대표되는 소외계층의 슬픔과 허위에 찌든 부패한 관료주의에 대해 ‘외투’를 소재로 쓴 작품입니다. 이 작품에 대해서 7개의 토론주제를 가지고 토론을 했는데 그 항목별 내용을 정리해보겠습니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주변의 잔인성에 대한 토론에서는 그러한 태도가 상대적으로 강한 사회적 지위를 유지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즉, 아래로부터의 사회적 도전을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 강한 힘을 행사해 약자를 굴복시킨다는 의견입니다. <외투>에서의 고관은 속마음과는 다르게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찾아온 아카키에게 고함을 지르며 내쫓습니다. 나중에 죄책감으로 인해 남몰래 그를 도울 방법을 찾기도 하지만 이러한 고관의 태도는 부패한 관료주의 사회에서 권력이 오용되는 대표적인 예라고 볼 수 있습니다.

두 번째로 자신의 소박한 것에 만족한다면 그런 인생이 가치를 갖는지에 대한 토론이 있었습니다. 이 주제에 대해서는 만족과 가치의 기준에 따라 의견이 갈렸는데, 일단 정말 진정한 만족이라면 충분히 가치 있는 삶이지만 그것이 만약 자신의 것에 대한 만족이 아닌 안일을 추구하는 것이라면 이는 가치를 찾아낼 수 없는 인생이라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또한 개인적인 측면에서 보면 자신에 대해 만족하고 산다는 것이 최상의 가치지만 소박한 것에 대한 만족은 사회적으로 환원하지 못하기 때문에 가치가 없다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아카키에비치는 자신이 쓴 문서를 보고 행복해하며 자신의 삶에 대해 만족하지만, 그 이상의 일에 대해서는 부담감을 떨쳐내지 못하고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 정말 자신의 모습에 만족하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들게 했습니다.

셋째로 고관의 역할 및 등장 의미, 그리고 계급에 따른 인간의 이중성에 대한 토론이 이어졌습니다. 고관은 부패한 관료주의 사회에서 허위에 얽매인 잘못된 관료의 모습을 나타내기 위해 등장시킨 것이라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이 작품에서 고관이 보여주는 이중성은 자신의 한 개인으로서의 인간성보다도 높은 관료로서의 지위유지를 위한 냉대 적인 모습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 그런 태도를 띠기 때문에 나타난다는 의견입니다.

도스토에프스키의 “우리는 모두 고골리의 ‘외투’에서 나왔다”라는 말의 의미에 대해서는 이 작품이 당시 러시아 사회의 모습을 너무나 잘 반영하고 있고, 각 인물을 통해 우리 인간들의 본성이 잘 드러냈다는데 의견을 모았습니다.

또, 한 사회에서 법이나 규범이 잘 지켜지지 않아 개인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할 때 합법적인 방법보다는 특정한 힘이나 권력에 매달려 일을 처리하려는 태도의 예와 그 이유에 대한 토론이 있었습니다. 많은 경우에 있어서 쟁점이 되는 문제들이 정당한 법보다는 연줄에 의한 권력의 오용으로 인해 처리됩니다. 작게는 경범죄 자들이 어렵지 않게 풀려나는 경우부터 크게는 일반인들이 알지 못하는 무서운 정치 세력의 뒷거래까지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그 이유는 아직도 우리 사회에서 진정한 민주주의 의식이 싹트지 않아 각계각층에서 준법정신이 지켜지지 않기 때문이라는 생각입니다.

유령의 실체와 외투를 얻은 후의 아카키의 행동 변화에 대한 토론에서 유령은 고관을 비롯해서 아카키라는 약자를 소외하는 사람들의 죄의식에서 말미암은 산물이라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즉, 가해자의 입장에서도 피해자에 대해 두려움을 가지고 있으며 그것이 아카키가 죽은 후 죄책감과 결합해 유령이라는 실체로 나타난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또한 외투를 얻고 난 후 아카키는 단순한 외투의 획득이라기보다는 자신의 지위가 상승한 듯한 느낌을 받아 그에 따른 행동의 변화를 보입니다. 한 연회에 참석하기 위해서이긴 하지만 사람이 많은 곳에도 가는 등 자신감을 보이고, 그러한 자신의 모습에 대한 집착은 외투에 대한 집착으로 이어집니다.

아카키가 외투에 집착하는 이유는 그것이 단순히 추위로부터 보호해주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그로 인해 자신을 보는 다른 사람들의 태도가 달라지기 때문이며, 이는 우리 사회의 외모, 조건 지향적인 특성이 갖는 문제점과도 관련이 있습니다. 또한, 모두가 외형적으로 같은 외투를 입어야만 하기 때문에, 즉 개성이라는 것은 존중받지 못하기 때문에도 아카키는 소외 받지 않기 위해 외투에 집착한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이상 지난 시간에 우리가 고골리의 <외투>에 대해 토론한 내용들을 간단히 정리해봤습니다. 결코 쉽지 않은 작품이고 토론주제도 난해한 것이 많았지만 다양하고 좋은 의견이 많이 나와서 생각의 폭을 넓힐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