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한겨레신문 2006. 5. 26
http://www.hani.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126623.html

[여기는 명랑국토부]  껍데기에 미쳐버린 공화국이여 / 우석훈

수천km 도로는 턱턱 놓으면서 작은 도서관 하나 만드는 건 힘든 나라
도로와 건물, 아파트엔 목숨 걸면서 껍데기 아닌 것엔 10원도 아까워하는 나라


우석훈/초록정치연대 정책실장

시대가 천박을 넘어 극한에 도달하는 중이다. 카이스트에 대한 개혁이 필요하다고 외국인 총장을 모셔온 것에 대해서는 이해할 수 있지만 이 카이스트 개혁이 실패로 끝날 것이라고 내가 생각한 것은 1년쯤 전의 일이다. 이 변화가 껍데기만의 변화일 것이라고 예측하는 것이 어렵지 않은 것이 건물도 짓고 실험실도 짓는다고 예산을 재조정하면서 제일 먼저 손을 댔던 것이 도서구입비였기 때문이다. 누가 우리나라 과학의 최고 산실인 카이스트에서 대학원생들의 신규도서 구입비가 3,000만원이라고 상상이나 했겠는가! 아니나 다를까 껍데기만의 개혁은 몇 년을 넘기지 못하고 실패한 개혁으로 종료하였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과학자 한 사람 인건비도 안 되는 신규도서구입으로 우리나라 과학을 재생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순간에 이 안타까운 학교는 더 이상 학교가 아니라 모래 위에 누각을 세우겠다는 귀신 놀음에 불과하다.

막상 도서구입비 항목을 열어보면 민망한 건 서울대 도서관이나 국회도서관이나 크게 다르지가 않다. 최근 많은 대학이 100주년을 기념한다고 멋진 기념관들을 몇 개씩 새로 짓고 있지만 새로 정비한 진입로 100m보다 많은 책을 구입하는 대학은 거의 없다. 도서구입비와 자료구입비로 우리나라 대학들을 외국의 좋은 학교들과 비교하면 민망하기 짝이 없다. 더욱 심각한 것은 전문사서와 같이 좋은 자료를 구입하고 정리하는 사람들을 얼마나 잘 확보하느냐가 세계적 경쟁인데, 우리나라에서는 전국적으로 약속이나 한 것처럼 도서구입비를 줄여서 진입로와 건물들을 짓고 있다. 최고의 지성이고 인텔리들이 행정을 결정하는 카이스트나 대학이 이 정도이니까 다른 곳은 챙겨 볼 필요도 없을 정도이다.

우리나라는 껍데기에는 아낌없이 돈을 쓰지만 껍데기가 아닌 것, 그리고 눈에 보이지 않는 것에는 10원도 쓰고 싶어하지 않는 속성을 지니고 있다. 간단하게 도로에 들어가는 비용만을 놓고 추정해보면, 중앙정부 예산, 지방정부 예산 그리고 여기저기 숨어 있는 민자도로에 관한 비용같은 것을 추정해보면 대체적으로 15조원 정도를 매년 도로짓는데 사용한다. 여기에 또 다른 껍데기인 몇 개의 기념건물과 새로운 청사 건립비용 같은 것들을 더하면 가공할 비용이 나올 것이다. 물론 개인들이 치장을 위해서 사용하는 돈들을 빼더라도 껍데기가 아닌 것에 사용하는 금액과 비교해보면 아마 사회적으로 100 대 1 정도가 되지 않을까 한다. 우리나라에선 고속도로와 국도만 합쳐도 연간 4,000㎞ 정도를 새로 건설하는데, 4차선 기준으로 1㎞당 22억원 정도가 필요하다. 정말이지 100㎞짜리 도로를 만들 때 1㎞만큼의 비용만 도서관에 사용한다고 해도 지금보다는 훨씬 나을 것 같은데, 수천㎞짜리 도로는 턱턱 놓으면서 작은 도서관 하나 동네에 만들거나 유지하기가 너무 힘들다. 얼마나 힘들까? 사서자격증을 가진 사서 선출의 경쟁률이 300 대 1을 간단하게 넘겨버리는 것은 그만큼 우리나라에서 도서관이 새로 생기지 않는다는것을 반증한다. 그야말로 껍데기에 미쳐버린 공화국이라는 것을 간단하게 반증한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좋은 도서관은 어디에 있을까? 국회도서관, 서울대 규장각, 아니면 카이스트 도서관 같은 데를 상상할지 모르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여러 가지 비교지표에서 가장 상위의 평가를 자주 받는 도서관은 과천 시립도서관이다. 이유는 간단한데, 신규도로 건설이 가장 작은 지자체 중의 하나가 과천이고, 반면에 도서관의 신규 도서구입비가 전국에서 평균적으로 가장 높은 도서관이 과천 시립도서관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얼마나 높을까? 물경 연간 3억원이다. 우습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순수 지출로 카이스트보다 높다. 잘 산다고 하는 강남구의 도서관 현황과 도서구입비 같은 걸 비교해보면 차마 민망해서 공개하기가 좀 그렇다.

이 껍데기에 미쳐버린 공화국에서 움베르트 에코가 “그래도 사서들이 민주주의를 만들었다”는 발랄한 상상을 기대하기는 너무 힘들다. 책을 안 보는 국민이라는 자조섞인 말은 안타깝지만, 그렇다고 있는 도서관마저 없어지는 꼴을 봐야 속이 편하겠다는 듯 그나마 있는 도서관마저 껍데기의 열풍에 무너지는 상황은 이 천박한 공화국의 미래가 과연 어디까지 가야 그 끝을 볼 것인가 못내 명랑한 상상력을 자꾸 자극하려고 한다.

도서구입비를 늘려달라거나 전문사서를 늘려달라는 요구도 지금은 너무 호사스러운 요구이다. 더도 말고 딱 과천 시립도서관만큼만 하면 좋겠는데, 서울시 각 구청마다 요즘 도서관 없애는 게 유행이라서 꼭 망가져버린 카이스트 도서관과 똑같은 일들을 하고 있다. 도서관의 이름을 ‘정보센터’로 바꾸는게 요즘 유행이다. 그야말로 껍데기 공화국의 명랑 코메디 초절정인 셈인데, 이보다 ‘껍데기스러운’ 천박한 일이 연간 개인소득 1만불(달러)이 넘어간 다른 나라에서도 벌어진 적이 있는지. 도대체 유사한 사례를 찾기가 어렵다.

도서관과 정보센터의 차이가 뭐냐고? 정보센터에는 책이 필요없기 때문에 그나마 알량한 도서구입비를 대폭 줄여버릴 수 있고, 게다가 책도 사지 않을 건물에 무슨 전문가가 필요하냐고 전문직 사서를 없애버릴 수가 있다. 그 대신 건물은 새로 리노베이션한다고 번쩍거리면서 지을 수 있는데, ‘껍데기 공화국’의 미래가 어떻게될지 너무 뻔하게 예측할 수 있게 해주는 사실이다. 도로에 목숨 걸고, 건물에 목숨 걸고, 폼에 목숨 걸고, 한강도 파헤치고, 용산공원도 파헤쳐서 아파트 지어도 좋지만, 그래도 있는 도서관 몇 개라도 그냥 내버려두었으면 좋겠는데, 그나마도 껍데기를 바꾼다고 내버려두지를 않는다.

온 국토를 껍데기로 치장하더라도, 마지막 마지노선인 도서관마저 건설현장으로 바꾸어버릴줄은 미처 몰랐다. 100만, 150만이 산다는 각 구에서 도서구입비 3억원이 없다는 게 말이 되냐? 어른들은 어쩔지 몰라도 아이들은 껍데기를 먹고 사는 게 아니라 책을 먹고 산다는 간단한 진리를 아직도 이해 못하나? 이 천박한 시대에 사서들 몇 명이 도서관을 지키기 위해 최전선에 서 있고, 역사의 진보는 사실 이들 어깨에 달려 있는 것 같다. 좌파든 우파든, 개혁이든 보수든, 껍데기에 미쳐서 천박한 시대를 찬란하게 열어제치고들 계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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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것이 참 많은 미국, 그러나 공공도서관은 그 나라에게서 참 배울 것이 많다.
우리는 배울 것을 안 배우고, 엉뚱한 것을 배우기도 하지.



<10 surprising facts about libraries>
미국 도서관에 대한 10가지 놀라운 사실들

1. The United States has more public libraries than McDonald's.
  미국에는 맥도날드보다 공공도서관이 더 많다.

2. U.S. libraries circulate more items every day than FedEx ships packages (5.4 vs. 5.3 million).
   미국 도서관에서 매일 대출되는 자료는 FedEx의 하루 물류량 보다 많다.
   (도서관 -> 540만, FedEx -> 530만)

3. U.S. public library cardholders outnumber Amazon customers by almost 5 to 1.
   미국 공공도서관 회원은 아마존 회원의 거의 5 대 1 수준이다.

4. Americans go to libraries more than twice as often as they go to the movies.
   미국인들의 도서관 출입은 극장가는 횟수의 두 배가 넘는다.

5. Americans spend more than three times as much on salty snacks as they do on public libraries.
   미국인들은 그들의 공공도서관에서 쓰는 돈의 세 배를 스낵바에서 쓴다.
  
6. Libraries hold 16 billionbooks worldwide.
   미국 도서관은 세계 각국의 책들을 160억권 정도 소장하고 있다.

7. Libraries record more than 1.1 billion visits each year, compared to 204 million sports tickets sold in a year.
   한 해에 판매되는 스포츠 티켓이 2억 4백만인데 비교해 도서관은 매년 11억 이상의 이용자가 찾고 있다.

8. Students visit school library media centers almost 1.5 billion times during the school year.
   학생들은 한 학년동안 학교 도서관 미디어센터를 거의 15억 번 방문한다.

9. Americans spend seven times as much money on home video games as they do on school library materials for their children.
   미국인들은 그들의 아이들을 위해 학교도서관 자료에 지출하는 돈의 7배를 비디오 게임을 하는 데 쓴다.  


10. College and university librarians answer 97 million reference questions each year.
   단과 및 종합 대학의 사서들은 매년 9천 7백만 건의 참고질의에 답을 한다.


원문 출처 : http://www.ala.org/ala/pr2004/april2004/NLWtop10.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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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도서관협회의 도서관 권리선언을 번역한 글입니다.
원문 출처 : http://www.ala.org/ala/oif/statementspols/statementsif/librarybillrights.htm


도서관 권리선언 (Library Bill of Rights)


미국도서관협회는 다음의 기본 방침들이 모든 도서관의 봉사 지침이 되어야 하며, 모든 도서관들이 정보와 사상의 광장임을 확인한다.

1. 도서 및 기타 도서관자료는 도서관이 봉사하고 있는 지역사회의 모든 사람들의 관심, 정보, 계몽을 위하여 제공되어야 한다. 자료는 자료의 창작에 기여한 사람들의 출신, 배경, 견해 때문에 배제되어서는 안된다.

2. 도서관은 현재와 역사적인 문제에 대하여 표현된 모든 견해의 정보와 자료를 제공해야 한다. 자료는 당파적이거나 이론적으로 수용할 수 없다는 이유로 금지되거나 제거되어서는 안된다.

3. 도서관은 정보과 계몽을 제공하기 위한 책임을 수행하기 위하여 검열에 도전해야 한다.

4. 도서관은 사상의 자유로운 접근과 자유로운 표현의 제한에 저항하는 것과 관련된 모든 개인 및 집단들과 함께 협력해야 한다.

5. 도서관을 이용하기 위한 개인의 권리는 그 개인의 출생, 나이, 배경, 견해 등의 이유로 거부되거나 제한되어서는 안된다.

6. 도서관이 봉사하고 있는 지역사회의 구성원에게 제공할 수 있는 전시공간과 모임방을 가지고 있는 도서관은 시설의 이용을 요구하는 개인이나 집단의 신념이나 소속에 관계 없이 공평한 기준에서 제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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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과 학교는 어떻게 다른가
- 존 테일러 개토의 『교실의 고백』에서 발췌, 요약 -



1. 도서관에는 나이에 따라 격리된 아이들이 아니라
   모든 연령층의 사람들이 함께 있습니다.

2. 사서는 무엇을 읽어라, 어떤 순서로 읽어라 말하지 않고,
   또 사람들의 독서에 점수를 매기지 않습니다.

3. 도서관은 일정한 간격으로 종을 울려서 책읽기를 중단하라고
   다그치지 않습니다.

4. 도서관은 대중소설을 읽지 말고 고전을 읽으면
   더 행복해질 거라고 암시하지 않습니다.

5. 도서관에는 성적평가제도가 없습니다.

6. 도서관은 우리들 가운데 누가 더 그 책을 읽을 자격이 있는지
   결정하려 하지 않습니다.

7. 도서관은 특혜를 베풀지 않습니다.

8. 도서관은 사회계층이나 재능이 있고 없음에 상관하지 않습니다.

9. 도서관은 학교용 교과서가 아니라 진짜 책을 가지고 있습니다.
  
(책에 실린 원래 글)

도서관은 학교와 다른 식으로 움직입니다. 도서관사서와 학교 교사의 차이점을 생각해 보십시오. 사서는 진짜 독자들을 관리하는 사람이고 교사는 교과서와 계약된 독자들을 관리하는 사람입니다. 그 차이 속에 진짜 교육과 학교교육이 어떻게 다른지를 밝혀 주는 로제타 돌이 들어 있습니다.

도서관의 분위기와 구성을 먼저 살펴봅시다. 제가 방문해 본 전국의 도서관은 모두 책을 읽는 척 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로 책을 읽을 수 있는 편안하고 조용한 장소였습니다. 이 정적은 얼마나 중요한 것입니까? 학교는 조용할 때가 없습니다. 도서관에는 나이에 따라 격리된 아이들이 아니라 모든 연령층의 사람들이 함께 있습니다. 어떤 이유에선지 도서관은 독자들을 나이나 독서능력이라는 수상쩍은 기준으로 나누지 않습니다. 숲과 바다의 비밀을 알아 낸 사람들이 나이나 시험 점수로 격리 수용되는 일이 없는 것처럼 도서관은 보통 사람들의 판단력이면 대부분의 배움에 적합하다는 것을 직관으로 알았던 것 같습니다.

사서는 무엇을 읽어라, 어떤 순서로 읽어라 말하지 않고, 또 사람들의 독서에 점수를 매기지 않습니다. 사서들은 그들의 고객을 신뢰하는 듯 보입니다. 사서는 사람들이 자신의 질문을 하도록 허용하고 사람들이 필요로 할 때 도와주지, 도서관이 필요하다고 결정한 때에 도와주지 않습니다. 만일 한 장소에서 하루 종일 책을 읽고 싶으면 그렇게 할 수 있습니다. 도서관은 일정한 간격으로 종을 울려서 책읽기를 중단하라고 다그치지 않습니다. 도서관은 또 사람들의 집을 기웃거리고 들여다보지도 않습니다. 도서관 밖에서 시간을 어떻게 보내라고 권하거나 명령하지도 않죠.

도서관에는 성적평가제도가 없습니다. 모든 사람이 뒤섞여 있는 판에 각 개인의 성공과 실패의 내용을 담고 있는 자료가 있을 리 없습니다. 누구나 원하는 책이 있으면 볼 수 있습니다. 그 때문에 좀더 능력이 나은 독자가 잠시 뒤에 와서 그 책을 볼 수 없게 된다 하더라도 말입니다. 도서관은 우리들 가운데 누가 더 그 책을 읽을 자격이 있는지 결정하려 하지 않습니다. 도서관은 특혜를 베풀지 않습니다. 도서관은 사회계층이나 재능이 있고 없음에 상관하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도서관이야말로 미국 역사의 이상을 가장 잘 반영하고 있는 장소라고 할 수 있으며 그에 견주면 학교는 부끄러워해야 합니다.

공공도서관은 학교처럼 공공연히 창피를 주는 일을 하지 않습니다. 좋은 독자와 나쁜 독자를 가르고 등급 매겨서 모든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써 붙이지도 않습니다. 아마도 도서관은 훌륭한 독서는 그 자체로 보상이 되는 것이니까 상까지 덧붙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고, 훌륭한 독자를 나쁜 독자를 위한 도덕적 자극제로 쓰고 싶은 유혹을 물리친 것 같습니다.

적어도 뉴욕 시에서 도서관과 학교의 가장 주목할 만한 차이점은 도서관에서는 나쁜 행동을 하거나 총을 휘두르는 아이를 볼 수 없다는 점입니다. 나쁜 아이들도 얼마든지 도서관에 들어갈 수 있는데 말입니다. 나쁜 아이들도 도서관을 존중하는 것 같습니다. 이 흥미로운 현상은 도서관이 모든 사람들에게 차별 없이 보여 주는 존경심에 대한 무의식에 따른 반응일지 모릅니다. 책을 싫어하는 사람들도 때때로 도서관을 좋아합니다. 사실 도서관은 그토록 멋진 곳이기 때문에 저는 왜 우리가 그것을 강제적인 것으로 만들지 않았는지 궁금합니다.

또 한 가지 고려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도서관은 저의 독서습관으로 미루어 저의 장래를 예견하지 않고, 제가 대중소설을 읽지 않고 고전을 읽으면 더 행복해질 거라고 암시하지도 않습니다. 자유로운 사람들은 흔히 몹시 괴팍하다는 것을 알고 있으므로 도서관은 괴팍한 독서 습관을 너그럽게 봐 줍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도서관은 학교용 교과서가 아니라 진짜 책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책들은 교과서 같이 여러 사람의 공저가 아니며 정치적인 권위를 가진 선정위원회가 뽑은 것들도 아닙니다. 진짜 책들은 저자 개인의 커리큘럼에 따른 것이지, 독일의 어떤 집단이 짜놓은 보이지 않는 교과과정에 따른 것이 아닙니다. 아동문고들은 예외지만, 지각이 있는 아이들은 그런 것을 읽지 않으므로 아동문고의 피해는 적습니다.

진짜 책들은 집단화에 몹시 반발합니다. 진짜 책을 읽는 건 군중행동을 피하는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책이야 말로 독자를 다른 누구도 들어올 수 없는 절대 고독의 동굴 깊숙이 데리고 가는 수단이기 때문입니다. 위대한 책은 어떤 두 사람도 똑같이 읽을 수 없습니다. 진정한 책은 통제할 수 없는 정신적 성장을 일으키기 때문에-그리고 그것은 감시할 수가 없기 때문에! -전체주의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은 그런 책을 혐오합니다. 텔레비전은 집단적인 매체이고 그런 점에서 교과서보다 훨씬 우월하기 때문에 교실 속에 들어왔습니다. 마찬가지로 슬라이드, 테이프, 집단게임 따위가 대중적 학교교육의 중심목표인 집단화의 필요를 충족시킵니다. 이것이 학교들이 그토록 잘하는 그 유명한 ‘사회화’입니다.

학교용 교과서는 명령에 따르면 훈련, 공공의 신화, 끝없는 감시, 전 세계의 서열화, 그리고 끊임없는 위협이라는 학교의 판에 박은 일상생활을 강화하는, 종이로 만들어진 도구입니다. 그것이 각 장의 끝에 있는 질문들이 하도록 의도된 일, 곧 여러분이 예속되어 있는 현실 속으로 다시 데려오는 일입니다. 아무도, 교사들조차도 당신이 그런 질문에 대답할 것을 기대하지 않습니다. 그 질문들은 그저 그곳에 있는 것만으로 해를 끼칩니다. 그것은 천재적인 수법입니다.

교과서는 군중통제의 수단입니다. 아주 순진한 사람과 학교교육을 잘 받은 사람만이 좋은 교과서와 나쁜 교과서의 차이를 알아보지만 실은 어느 쪽이나 하는 일은 똑같습니다. 그런 점에서 교과서는 텔레비전의 프로그램 구성과 매우 비슷합니다. 마취제 같은 텔레비전의 기능, 그 자체야 말로 좋은 프로그램과 나쁜 프로그램 사이의 하찮은 차이와는 비교할 수 없이 강력한 것입니다.

진정한 책은 교육을 하지만 교과서는 훈련을 시킵니다. 따라서 도서관과 도서관의 운영방법은 학교교육의 개혁을 위한 중요한 실마리가 됩니다. 교육에서 자유로운 의지와 고독을 빼 버리면 그것은 훈련이 되고 맙니다. 교육과 훈련은 양립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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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출처 http://blog.paran.com/seoulinblog/18937831

  동대문구정보화도서관

                                      시민기자가 간다

여기저기서 동대문구 정보화도서관에 대한 소문을 듣기는 했다. 서울 곳곳에 있는 웬만한 도서관들은 한 번 쯤 가보았기 때문에 설마 이렇게 좋을 것일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청량리동, 정확히 말하자면 홍릉공원길 KAIST 맞은편 홍릉초등학교 뒤편에 위치한 이 곳은 찾아가는 길부터 즐겁다.
인적이 드물어 호젓한 분위기가 물씬 나고, 지대가 좀 높아 도서관까지 오르는 길에는 나무와 꽃들로 봄의 화사함이 전해진다. 꽃과 나무, 햇살이 듬뿍 드는 길을 따라 오르막 전면에 도서관 건물이 보인다. 지난해 6월 준공돼 건물의 외관도 깔끔하고 세련됐으며, 내부의 분위기 역시 도서관 특유의 딱딱함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다.
어린이도서관과 어린이소극장, 종합자료관, 멀티미디어실, 식당, 시청각실 등 여느 도서관과 다름없는 시설들이 있다. 하지만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지하2층에 지상3층, 옥상으로 구성된 도서관 곳곳에는 그림 같은 휴게공간이 넉넉히 마련되어 있다.
햇볕이 풍성하게 들어오는 통창 옆으로 의자들이 놓여져 있어 이 곳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자유롭게 책을 보고 있다. 또, 실내의 휴게 공간 말고도 휴게테라스가 층마다 있다. 테라스에서는 어느 쪽에서 바라봐도 꽃과 나무로 우거져, 경관 좋은 별장에 와 있는 듯 하다. 책을 대여해서 커피 한 잔 마시며 살살부는 봄바람을 맞으며 야외테라스 나무의자에 앉아 책을 읽은 맛난 기분이란... 이 뿐 아니라 자연학습체험장으로 꾸며진 옥상공간 또한 꼭 한 번 들러볼 만한 곳이다.
깔끔하게 정돈된 서고는 책을 찾아보기 편리하게 되어 있다. DVD도 빌려서 볼 수 있는데, 칸막이가 있는 넓은 방에서 안락한 쇼파에 앉아 자료를 감상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더 없이 편해 보인다. 서고 한 쪽에는 쇼파와 테이블이 마련돼 있어 편하게 책을 읽는 사람들이 눈에 띄었고, 노트북을 가져오거나 인터넷으로 뭔가를 검색하고 작성하는 이들도 많았다.
회원가입은 인터넷으로 등록한 뒤, 안내데스크에서 회원증을 발급받으면 된다. 4월은 도서관 주간이라서 신규회원들에게 도서교환권을 주어, 책을 한 권씩 골라서 가져가는 이벤트가 있다. 생각지도 않았던 보너스를 받은 기분이 들어 즐거웠다. 이밖에 컴퓨터 정보화교육, 독서교육 특강, 도서관음악회(매주 금요일 시청각실) 등의 프로그램도 마련되어 있다.
이런 공간과 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는 게 서울에 사는 작은 즐거움 중 하나일 것이다. 도서관 이상의 도서관, 동대문구 정보화도서관에 꼭 한 번 들러보길 권하고 싶다. 이 곳에서는 책을 읽는 즐거움이 두 배, 세 배로 늘어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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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신문] 2006년 7월 26일
원문출처 http://www.hani.co.kr/arti/society/area/144158.html

홍릉 숲 속 ‘지혜의 샘’ 찾아가요
서울에 이런 곳이? 동대문구 정보화도서관
개관 3주만에 회원 4천명 ‘인기몰이’
어린이책 1만5천권·소극장시절 갖춰

그 도서관에 가는 길엔 주변에서 새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책을 읽다 고개를 들면 열람실 창밖으로 푸른 나뭇잎이 눈을 상쾌하게 적신다. 활자 속에 계속 머무르기가 싫증 났다면 옥상 정원에 올라 인왕산을 바라보며 마음을 씻을 수 있다.
지난달 29일 문을 연 서울 청량리2동 동대문구정보화도서관은 ‘숲 속의 도서관’이다. 홍릉근린공원 안에 자리잡아 책과 자연을 함께 즐길 수 있다. 이 때문에 개관 3주만에 회원 수가 4천 명에 이를 만큼 일찌감치 지역 주민들의 문화·휴식공간으로 자리잡았다. 공원과 함께 가족단위로 찾는 사람들도 많다. 도서관 주변에 마련된 산책로는 연인의 손을 잡고 걷기에도 좋다.

이 도서관은 어린이들을 위한 다양한 시설을 갖추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어린이 자료실 ‘지혜의 보물섬’에는 무지개색 서가에 1만5천여 권의 책들이 꽂혀있고, 유아들을 위한 방 ‘아가랑 책이랑’에는 온돌바닥에 유아 전용 변기까지 마련돼 있다. 책을 읽다 쉬고 싶으면 바로 옆 ‘미니 놀이터’에서 놀다가 곁에 있는 ‘어린이 소극장’에서 매일 오후 3시에 상영하는 영화를 볼 수도 있다. 이 때문에 근처의 홍릉·삼육 초등학교 학생들에겐 하굣길 ‘필수 코스’가 됐다.

일주일에 두 번씩 도서관에 온다는 이현영(9)군은 “책 읽는 게 재밌어요. 방학 때 다른 데 가는 것 보다 도서관이 더 재밌어요”라며 웃었다. 학기 중엔 쉬는 시간을 틈타 책을 빌리러 오는 아이들도 있다는 것이 김정규 사서의 귀띔이다. 평일에는 약 1500명, 주말에는 2천 명 가량이 도서관을 찾는데, 그 중 약 절반은 어린이들이다.
도서관은 어린이 책 말고도 점자·음성도서 1만4천 권, 종합자료 3만5천 권, 전자책 1만5천 권 등의 장서를 갖췄다. 진로탐색 프로그램이나 학부모 대상 특강도 운영 중이다. 초등학교 3학년생 아들을 둔 장미숙(36) 씨는 “가까이에 도서관이 새로 생겨 아들과 함께 오기에 좋다”며 “자원활동을 신청해서 아이가 공부하는 동안 책 정리나 동화 낭독 등의 활동을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우정 도서관장은 “어린이들이 학교가 끝나자마자 도서관을 향해 뛰어오는 것을 보고, ‘아이들이 이렇게 문화적 경험에 목말라했구나’하고 가슴이 아팠다”며 “어린이 뿐 아니라 청소년이나 어른들도 즐겨 이용할 수 있도록 각종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동대문구정보화도서관 가는 길=지하철 1호선 외대앞역에서 273, 1215번 버스를 타고 홍릉초등학교 앞에서 내리면 된다. 오전 9시에 문을 열어 어린이실은 오후 6시, 종합자료실은 오후 8시까지 운영한다.
매주 월요일과 법정 공휴일(일요일 제외)은 쉰다. (02)960-1959.



이유주현 기자, 김도원(서울대 외교학과 3) 인턴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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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 2007년 2월 2일
원문 출처 http://www.cine21.com/


동대문구정보화도서관
정(情)으로 통하는 도서 사랑방

이용시간: 09:00~18:00(월요일, 법정 공휴일 휴관)
찾아가는 길: 지하철 1호선 청량리역에서 내린 뒤 1215번 버스 이용, 홍릉초등학교 앞 하차
이용문의: 02-960-1959, www.L4D.or.kr


“옛날 옛날 한 옛날에, 인간 세상 생겨났다네~.” 한복 의상을 차려입은 아이들이 무대 위에서 목소리를 뽐낸다. 15명의 아이들이 3개월 동안 연습해온 뮤지컬 <삼신할망>을 마침내 선보이는 날, 객석은 공연을 보러온 아이들과 어른들로 꽉꽉 들어찼다. 어린 배우들이 입을 모아 합창을 선보일 때마다 박수와 함께 플래시가 펑펑 터져나온다. 한껏 달아오른 공기가 콘서트장 부럽지 않은 이곳은 동대문구정보화도서관의 시청각실이다. 청량리2동 홍릉공원 옆에 자리한 동대문구정보화도서관은 지난해 6월 문을 열었다. 개관한 지 이제 반년 남짓이지만, 회원 수만 1만2천명에 일일 방문객이 3천여명에 이른다. 자그마한 신생 도서관이 지역 주민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을 수 있었던 까닭은 무엇일까. 도서관을잠시라도 둘러본 이라면 그 이유를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동대문구정보화도서관의 가장 큰 힘은 바로 사람이다. 이우정 관장과 17명의 사서들은 “무섭고 딱딱한 도서관이 아닌 친근한 도서관”을 목표로 “백화점 수준의 서비스”를 보여주자는 의견을 모았다. 쉽게 사서를 찾을 수 있도록 유니폼을 맞추어 입었고, 사무실이 아닌 각층에 나가 직접 사람들을 만나는 것을 우선 업무로 삼았다. 뮤지컬 공연처럼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통해 참여와 만남의 자리를 마련했음은 물론이다. 사서들과 함께 도서관의 얼굴을 이루는 것은 지역 어르신들. 이웃 할아버지, 할머니가 일원이 되어 운영하는 도서관의 공기는 따뜻하고 편안할 수밖에 없다. “사서들을 비롯해 자원봉사자, 어르신들은 도서관에 자주 오는 아이들의 이름을 모두 기억한다”는 김정규 사서의 이야기는 동대문구정보화도서관이 지역사회와 맺고 있는 끈끈한 관계를 말해준다. 나의 이름을 불러주는 도서관. 그곳에는 책의 향기만큼이나 진한 사람 내음이 가득하다.

씨네 21 : 최하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