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장 지글러 지음, 유영미 옮김, 갈라파고스(02-3142-3797) 펴냄, 9800원

식량은 배급의 문제다. “식량은 산술적으로 늘지만 인구는 기하급수로 는다”는 맬서스의 ‘인구론’은 잘못됐다. 현재 세계 인구 120억 명을 먹여살리기에 충분한 식량이 생산되고 있다. 그런데 “굶주리는 사람이 늘어날 것”이라는 맬서스의 결론은 옳다. 2005년 기준으로 하루에 10만 명, 5초에 1명의 어린이가 굶주림으로 죽어가고 있다. 세계 인구의 7분의 1에 이르는 8억5천 명이 심각한 만성 영양실조에 걸려 있다. 없어서가 아니라 ‘제공받지 못해’ 못 먹는 것이다. 그런데 왜? ‘세계에 식량을 고루 가게 하는 일을 맡고 있는’ 유엔식량 특별조사관 장 지글러는 어린 아들의 질문에 답하는 형식으로 식량 분배의 문제를 들려준다.

주요 원인은 군부정권과 그들이 일으키는 전쟁이다. 그리고 여기에 다국적 기업의 이익이 포개진다. 스위스에서 태어난 장 지글러는 스위스 기반 다국적 기업인 네슬레를 신랄하게 비판한다. 그에 따르면 칠레의 아옌데 정권이 미국의 사주를 받은 자국 군대에 무너진 것은 그가 내세운 ‘무상분유 원조’ 정책 때문이었다. 이 정책에 반발하는 네슬레와 반목을 겪고, 미국 정부와 네슬레를 축으로 하는 다국적기업에 의해서 고립되었다는 것이다.



2. 근대 초기 매체의 역사
   베르너 파울슈티히 지음, 황대현 옮김, 지식의풍경(02-332-7629) 펴냄, 2만5천원

1400~1700년대 근대 초기 르네상스, 중상주의, 종교개혁, 종교전쟁, 절대주의를 ‘매체’의 관점에서 다시 읽는다. 르네상스와 인문주의 시기에 여성, 춤, 조형물 등이 매체로서의 기능을 잃고 ‘수기 매체’인 서신이 새로운 매체로 등장했다. 이로써 ‘읽기’를 지향하는 새로운 공중이 열리고 ‘근대적 주체’를 낳게 된다. 종교개혁은 독일어 소책자가 일으킨 혁명이었다. 절대주의 권력 역시 매체의 뒷받침이 있었기에 성립됐다.


3. 지식의 통섭
   최재천·주일우 엮음, 이음(02-3141-6127) 펴냄, 1만4500원

지난해 9월2일 이화여대에서 열린 ‘통섭원’ 개원 기념 심포지엄 ‘통섭을 위하여’에서 시작된 논의 결과를 묶었다. 1부는 역사 속에서 통섭을 수행했던 사람들이다. 아리스토텔레스, 프랜시스 베이컨, 박지원·홍대용, 최한기의 통섭 지향적 발자취를 살핀다. 2부는 학문 경계를 넘어 통섭을 수행하는 학문 분야를 찾는다. 진화경제학, 환경학, 네트워크 과학, 자연과학에 문호를 연 사회과학 등이다. 3부는 ‘통섭’을 제기한 윌슨의 저서에 대한 비평과 한국에서의 과제와 전망을 밝힌다.


4. 장기려, 그 사람
   지강유철 지음, 홍성사(02-333-5161) 펴냄, 2만원

막사이사이상과 국민훈장 무궁화장 등을 수상한 장기려에 대한 평전. 성산장기려선생기념사업회가 펼친 서거 10주기 기념사업의 결과물이다. 장기려의 별명은 ‘한국의 슈바이처’ ‘살아 있는 성자’ ‘작은 예수’였는데 그중 ‘바보 의사’가 눈에 띈다. 젊은 시절 수술 중 출혈점을 찾지 못하고 환자는 죽고 만다. 그는 수술이 끝난 뒤 경찰서에 간다. 내면에 정직했던 그의 태도는 평생을 두고 계속되며 감동적인 수많은 일화를 남겼다.


5. 복지한국 미래는 있는가
  고세훈 지음, 후마니타스(02-739-9929) 펴냄, 1만7천원

복지의 개념, 복지국가의 역사, 한국의 복지현실, 과거 복지국가 모델의 핵심과 개선 사항, 대안적 복지국가 모델 등을 다룬 ‘사민주의자’의 복지 개론서. 그의 비판 대상은 ‘복지국가 회의론’이다. “복지국가 위기론은 현실에 대한 객관적 평가라기보다는 정치적 담론, 이데올로기적 공세에 가깝다.” 사실 복지가 혜택에서 권리로 이행하는 일은 자연스럽게 이뤄지지 않았다. 이론서가 실천서인 이유다.


6. 모더니티의 지층들
  이진경 편저, 그린비(02-702-2717) 펴냄, 2만원

사회학 개론서의 대표작인 앤서니 기든스의 <현대사회학>의 자리를 노리는 ‘연구공간 수유+너머’의 14개 강의록. 기든스의 “계급 분할이 인간의 활동을 전적으로 규정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는 ‘설명’은 “우리는 비계급으로서의 프롤레타리아트가 되어야 한다”라는 ‘주장’과 대비된다. 1부는 모더니티의 등장과 그 영향, 2부는 모더니티의 폭력과 사회 변화, 3부는 근대인의 모습 변화를 다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