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상의 눈물 작품 해제

1980년 “세계의 문학” 여름 호에 발표된 단편 소설. 잔인하고 교활한 문제 학생 최기표, 성적 좋고 통솔력 있는 반장 임형우, 학생들을 장악하려는 담임 교사 - 그들 사이의 갈등을 “나(이유대)”가 관찰하는 내용. 합법적인 권력과 벌거벗은 폭력과의 관계를 다루고 있다.

단편 소설 / 배경 : 시간 - 1970년대 말 / 공간 - 도회의 고등 학교
시점 : 1인칭 관찰자 시점 / 어조 : 완곡한 비판과 풍자적 어조
표현 : 극적 제시와 분석적 제시 방법에 의해 인물은 생동감을 획득함.
주제 : 진실, 호의를 가장한 치밀한 위선의 무서움

등장인물
1.1.1.1.1.1. 나 : 자존심이 강하고 상대방의 심중을 잘 감지하는 학생
1.1.1.1.1.2. 기표 : 불량 청소년의 전형. 갖은 비행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의 혹평을 별로 받지 않는 인물. 담임과 형우의 주도 면밀한 술책에 무서움을 느끼며 학교를 떠난다.
1.1.1.1.1.3. 형우 : 학급을 헌신적으로 잘 이끄는 모범생이나 위선적인 면이 있음.
1.1.1.1.1.4.  담임 : 치밀한 성격에 권위주의적인 인물. 학급 관리에 능숙함.


1970년대 읽기

* 유신헌법
한국 헌법사상 제 7차로 개정된 제 4공화국 헌법이다. 대통령 박정희(朴正熙)는 72년 10월 17일 ‘우리 민족의 지상과제인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뒷받침하기 위하여 ‘우리의 정치체제를 개혁한다’고 선언하였다. 그리고 초헌법적인 국가긴급권을 발동하여 국회를 해산하고 정치활동을 금지하는 동시에 전국적인 비상계엄령을 선포한 뒤, 10일 이내에 헌법개정안을 작성하여 국민투표로써 확정하도록 지시하였다. 유신헌법의 기본적 성격은 ‘조국의 평화적 통일 지향, 민주주의 토착화, 실질적인 경제적 평등을 이룩하기 위한 자유경제질서확립, 자유와 평화수호의 재확인’이라 하였다. 그러나 사실상 유신헌법은 박대통령의 장기집권을 위한 개헌이었고, 국민의 기본권 침해, 권력구조상에 있어 대통령 권한의 비대로 독재를 가능하게 한 헌법이었다.

* 유신시대
박정희 대통령이 한국적민주주의를 부르짖으며 1972년 헌법을 개정하여 시행된 헌법을 유신헌법이라고 하며, 이때부터 박정희 대통령이 죽는 1979년 10월 26일까지를 유신시대라 한다. 이 유신헌법의 특징은 강력한 대통령을 중심으로 하는 제왕적 대통령제이다. 현재는 대통령이나 국회, 사법부가 균형을 갖추고 있지만 유신헌법에서는 대통령의 선출을 통일주체국민회의라는 곳에서 선출하고 선출된 대통령은 거의 무소불위의 권력을 지니게 만들어 놓은 것이라 박 정희 대통령을 제외하고는 어느 누구도 대통령이 되는 것이 불가능한 헌법이었다.
그래서 유신시대를 독재시대라 하는 것이며, 이 기간은 우리나라가 독재상태, 그리고 한국적 민주주의를 내세운 관계로 미국과의 관계가 최악으로 치닫던 시기이다.

* 긴급조치
1972년 헌법(제7차 개정헌법) 제53조에 규정된 광의의 긴급명령을 말하다. 즉 국가비상사태가 발생한 경우에 의회의 소집가능성 여부에 관계없이 집행부가 법률의 효력을 가지는 명령을 발하고 사후에 의회의 승인을 얻는 경우의 하나이다(이에 비해 협의의 긴급명령이란 비상사태가 발생하고 의회를 소집할 수 없는 경우에 한하여 집행부가 법률의 효력을 가지는 명령을 발하고 사후에 의회의 승인을 얻는 경우이다). 현행 헌법상의 긴급명령(헌 76)은 일정한 비상사태가 발생하고 국회에 의한 신속한 대응립법을 기대할 수 없는 경우(국회가 폐회중인 때)에 여기에 대한 신속한 대응수단의 하나로서 법률의 효력을 가진 명령의 발포가 인정되는 경우인데 비하여, 과거의 긴급조치는 일정한 비상사태가 발생한 경우에 국회에 의한 신속한 대응입법을 기대할 수 있는 경우(국회가 개회중인 경우)에도 비상사태를 극복하기 위하여 법률의 효력을 가진 조치는 물론 헌법적 효력을 가진 조치까지도 할 수 있었다.

제4공화국 헌법상의 긴급조치 조항(제53조)
① 대통령은 천재 ·지변 또는 중대한 재정 ·경제상의 위기에 처하거나 국가의 안전보장 또는 공공의 안녕질서가 중대한 위협을 받거나 받을 우려가 있어 신속한 조치를 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할 때에는 내정 ·외교 ·국방 ·경제 ·재정 ·사법(司法) 등 국정 전반에 걸쳐 필요한 긴급조치를 할 수 있다.
② 대통령은 제1항의 경우에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헌법에 규정되어 있는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잠정적으로 정지하는 긴급조치를 할 수 있고, 정부나 법원의 권한에 관하여 긴급조치를 할 수 있다.
③ 제1항과 제2항의 긴급조치를 한 때에는 지체없이 국회에 통고하여야 한다.
④ 제1항과 제2항의 긴급조치는 사법적(司法的) 심사의 대상이 되지 아니한다.
⑤ 긴급조치의 원인이 소멸한 때에는 대통령은 지체없이 이를 해제하여야 한다.
⑥ 국회는 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긴급조치의 해제를 대통령에게 건의할 수 있으며, 대통령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이에 응하여야 한다고 되어 있다.

이 긴급조치는 당시 유신체제에 저항하던 국민들을 탄압하는 데 활용되었다.


2. 70년대의 세계사와 한국사 주요 사건 정리

* '전태일' 근로 기준법 준수와 노동환경개선위해 분신자살
* '박정희' 1971년 대통령 제 7대 취임 (민주공화당)
* 1972 10 17 한국 10월 유신 (박정희 장기집권 목적 초헌법적 비상조치)
* 1972년 남북적십자회담  7. 4 남북공동성명 10월유신
* 1973년 6.23평화 통일 선언
* 1973 08 08 김대중납치사건(한국 중앙정보부 요원에 의해 강제 납치,129시간만에 서울로 압
   송,박정희대통령의 명령이 초미관심사)
* 1973 01 27 미국·월남·월맹·베트콩(베트남 임시혁명정부) 협상 끝에 베트남전 종식
* 1973 10 06 라마단전쟁 : 제 4차 중동전쟁 (이집트와 시리아 연합 기습공격,이스라엘에 점령
   당한 지역회복목적)
* 1974 04 만청학련사건(유신정권에 대한 폭력으로 정부를 전복하기 위한 전국적 민중봉기를 획책했다는 혐의)
* 1974 08 15 육영수피살사건(광복절기념식장에서 조총련계 문세광이 저격,일본 조총련 깊숙
  이 관련되었을 것으로 추측)
* 1976 04 05 천안문 사건 (4.5운동 : 자본주의 실권자인 주자파 비판운동)
* 1976 07 02 베트남 전지역 베트남 사회주의 공화국 통합
* 1979 03 26 미국 주선으로 캠프데이비드에서 이집트와 이스라엘간의 평화협정 체결(이스
  라엘과 국교수립, 시리아반도 이집트반납)
* 1979 10 07 김형욱실종사건(역대 최장기 중앙정보부장 프랑스에서 실종, 현재까지도 실종
되어 있는 상태)
* 1979 10 16 부마사태(부산 및 마산 지역에서 학생과 시민들을 중심으로 벌어진 박정희의 유
  신독재에 반대한 시위사건)
* 1979 10 26 한국 박정희 대통령 암살 사망(중앙정보부장 김재규의 저격)
* 1979 12 12 한국 12.12 사태 (전두환,노태우 신군부세력이 일으킨 군사반란사건)

** 70년대 주요 세계사

1972 닉슨 중국방문
1973 4차중동전쟁 전세계유류파동
1975 베트남 전쟁 종식
1976 유엔 팔레스타인 건국승인
1977 동남아시아조약기구해체        
1978 교활바오르2세 즉위
1978 미 중 정식외관계 수립
1979 이란회교혁명
1979 중동평화조약체결
1979 소련 아프카니스탄 침공
** 간단한 줄거리 전개

1. 2학년인 “나”는 기표를 중심으로 한 재수파에게 끌려가 교정에서 린치를 당한다. 기표가 병으로 자신의 팔뚝을 그어 그 피를 내어 나에게 마시게 한 뒤, 담뱃불로 내 허벅지를 태웠고, 나는 굴욕적으로 무릎을 꿇었다. 그들이 내게 린치를 가한 이유는 단지 메스껍다는 것이었다. 분식집에서 만난 형우는 그대로 있을 거냐고 묻는다. 형우의 눈에서 미지에 당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과 이미 일을 겪은 나에 대한 선망을 읽는다.

2. 2학년 새 반이 편성되는 날, 새 담임은 반을 배에 비유하면서 무사히 1년의 항해를 마치자고 했다. 스스로 고삐를 당기지 않으면 그 고삐가 자신의 손에 쥐어진다는 걸 강조했다. 나는 얼마 안 가 무너질 이 숙연한 분위기가 우스워져, 선장이 누구냐고 물어 본다. 담임은 일 주일 뒤 선장을 뽑겠다고 하며 나를 그만 임시 선장으로 임명한다. 나는 느닷없이 반장이 되었고, 이것이 기표의 비위를 상하게 한 것이다.

3. 1주일 뒤 담임이 가정 방문을 오게 된다. 담임은 나에게 급장을 계속하는 게 어떠냐고 제안하면서도 다른 아이를 물망에 올려 둔 저의를 감출 줄 아는 사람이었다. 그 물망에 임형우가 올랐다. 담임은 최기표 이야기를 꺼낸다. 나를 통해 최기표에 관한 정보를 얻으려는 심산이었다. 나는 최기표와 담임 선생 사이에 벌어질 치열한 싸움을 상상해 본다. 담임도 만만치 않을 것 같았다. 어머니와 교육론을 펴는 데서도 그런 면은 드러났다. 학생들은 이제 교사를 껄끄러운 대상으로 여기고, 교사들은 학생을 더 이상 사랑으로 가르치지 않는다. 교사들은 옛날 훈장들이 가졌던 권위만은 확보하려고 애썼다. 그것만이 또 보상이기도 했다.

4. 다른 아이의 집으로 향하며 담임은 나에게 넌지시 학급의 동정을 살펴 주기를 바라는 눈치를 내보인다. 그러면서 최기표를 부반장으로 임명해 그의 힘을 빼려는 담임의 음모를 읽는다. 나는 기표가 교단 위에서 아이들에게 애원하는 모습을 생각하기도 싫어진다. 사자를 우리에 가두는 일이었다. 내 허벅지의 상처를 격하시키고 싶지 않았다.

5. 체육 대회에 즈음하여 담임은 매스게임용 체육복을 모두 입자고 했다. 재수파 두 사람만 사지 않았다. 담임은 짐짓 그들이 가난하기 때문이라면서 두 벌을 구입해 줬다. 담임이 나간 뒤 기표는 그 체육복을 갈가리 찢었다. 그리고 다른 애들 것을 빼앗았다. 기표는 선천적으로 포악성을 가진 것이었다. 그런데 기표와 같은 중학교를 나온 애들 중 누구도 기표를 나쁘게 말하지 않았다. 그것은 나에게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그 지독한 린치를 당하고서도 그를 미워할 수 없었다. 무언가 헤아릴 수 없는 힘이 있는 것만 같았다.

6. 음성 서클 일원으로 지목돼 조사를 받아도 기표에게서는 알아낼 게 없었다. 기표의 폭력은 우발적인 악의 행사였다. 교실에서 담배를 피우거나 아무 도시락을 꺼내 먹고도 아무런 사과도 하지 않았다. 그는 철저한 악의 소유자였다. 집안의 형은 기표 이야기를 듣고, 착할 가능성이 전혀 없는 순수한 악마라고 했다. 신은 자신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악마를 영원히 곁에 둔다고도 했다.

7. 반장 임형우가 드디어 린치를 당하는 날이 왔다. 형우는 그 동안 학급을 잘 이끌어 왔다. 인심도 살 줄 알았고, 의협심마저 있었으며 착해 보이는 외모 등이 힘이 됐던 것이다. 기표에게도 잘 해 주었는데 그렇다고 특혜를 주거나 환심을 사려 한 것도 아니었다. 임형우는 괜찮은 아이 몇에게 유급 위기에 있는 재수파를 돕자는 제안을 했다. 그리고 그것을 실천했다. 둘째 시간, 반 총무가 커닝 페이퍼를 여러 손을 거쳐 기표에게 전달했다. 기표는 그것을 감독 교사에게 갖다 준다. 교사가 그 페이퍼의 임자를 묻자 반 애들이 모두 자신이라고 말한다. 교사는 우정이 대단하다는 말로 이 일을 덮어 버린다.

8. 반장, 정수와 함께 교무실로 오라는 담임의 전갈을 받고 나는 교무실로 향한다. 먼저 교무실로 간 줄 알았던 정수가 후문 쪽에서 달려와 숨을 헐떡인다. 반장은 교무실에 없었다. 담임의 채점을 도와 주면서 우리 둘은 기표가 행사할 형우에 대한 폭력을 생각하며 안정을 하지 못한다. 담임은 반의 항해가 순조롭다며 만족감을 표한다. 정수는 내가 담임에게 기표의 폭력을 일렀으면 하는 눈치다. 나는 담임의 첩자가 아니라고 마음 속으로 정수를 비웃는다. 기표를 너무나 잘 알기 때문이다. 1학년 때 기표는 재수파들과 캠핑을 가 여학생을 결딴낸 적이 있었다. 재수파가 교무실에서 조사를 받을 때 해중이란 재수파의 어머니가 학교에 와 기표가 아들을 늘 찾아왔다고 지목했다. 그러자 기표는 싸늘하게 그렇느냐고 해중이에게 물었고, 해중이는 완강하게 어머니의 말을 부정하고는 여자 사건도 자기가 저질렀다고 하여 퇴학당했던 것이다.

9. 사환이 와 담임을 부른다. 담임은 달려 나가고, 정수는 담임에게 말하지 않은 걸 후회한다. 나는 형우가 자청해서 당한 것이라고 태연해한다. 우리가 병원에 도착하자 형우는 아무 말도 말라고 시늉을 보낸다. 학생 주임이 경위를 아무리 다그쳐도 형우는 말하지 않는다.

10. 담임은 나에게 묻는다. 기표의 짓이라는 걸 알고 있을 거라고. 담임은 아직 길들여지지 않은 기표로 인해 매우 화가 나 있었다. 담임은 형우가 기표를 위해 좋은 일을 많이 했다고 말하는 가운데 부정 행위 사건도 함께 들먹였다. 알면서도 모른 체 했던 담임의 저의가 새삼 무서워진다.

11. 형우는 우리들 사이에서 일약 영웅이 되었다. 형우 사건 이후 3일을 결석했던 기표가 오자 담임은 피치 못할 사정으로 결석을 했지만 앞으로 결석은 없을 것이라 말한다. 형우가 퇴원을 하고 돌아오자 그 환대는 대단했다. 형우에게 부정 행위 사건이 담임의 계획이지 않았느냐고 물어 본다. 시킨 것은 아니지만 의논한 건 사실이라고 형우는 말한다. 형우에게 기표가 구원된 것으로 보느냐고 묻자, 형우는 정작 무서운 건 기표가 아니라, 기표를 둘러싼 재수파들이라고 하면서, 이제 그 조직은 무너졌다고 한다. 재수파들이 하나씩 찾아와 사과를 했다고 한다. 재수파들은 기표를 무서워했었지만, 이제 달라질 거라고 말한다.

12. 반은 순항을 한다. 기표는 결석을 하지 않았고, 담임의 지시에도 잘 따른다. 기표가 담임이 시킨 일로 교실에 없는 동안 담임은 학우 돕기를 권장하고, 형우가 상세하게 도움을 청한다. 기표가 가난한 가운데 처절한 삶을 살았고, 재수파들은 기표를 돕기 위해 자신의 피를 뽑아 팔아 준 일도 있다고 했으며, 그들의 진정한 사랑을 말했다. 담임을 필두로 성금을 내기 시작했다.

13. 신문사 편집국장인 우리 반 학부형에 의해 그 미담은 신문에 소개되었고, 학교에서도 게시되었으며, 각지에서 보내 온 성금이 기표에게 전달되었다. 영화화 된다는 얘기도 나왔다. 기표는 부끄러움을 타는 아이로 변해 갔다. 아이들도 기표를 만만하게 대했다.

14. 담임은 깊은 이해로 우리를 대했고, 형우는 성실과 지혜로 헌신했다. 영화화는 구체화되었다. 그런 어느 날 기표가 학교에 나오지 않았다. 기표 어머니가 학교에 와 고마운 아이들을 배신하고 사라진 아들을 욕했다. 기표 어머니를 돌려 보낸 담임은, 내일이 영화사와 약속한 날인데, 이렇게 없어졌다고 화를 내며, 서랍에서 종이 쪽지를 꺼내 우리에게 던져 준다. 기표가 여동생에게 쓴 편지였는데, “무섭다. 나는 무서워서 살 수가 없다.”면서 편지를 시작하고 있었다.


** 작품 해설

* 교실 공간의 정치(政治)
<우상(偶像)의 눈물>은 인간 사회의 질서가 어떻게 형성되고 유지되어 가는가 하는 문제를 교실 공간으로 축소하여 보여 주는 작품이다. 인간의 사회는 인간과 인간이 관계를 맺고 그 체제를 유지해 간다. 그 속에는 각기 다른 세계관과 인격을 갖춘 자들이 팽팽히 맞서 나간다. 이 관계에는 지배와 예속이라는 정치 문제가 가장 첨예하게 개입된다. 사람과 사람이 모이는 사회의 질서 자체가 정치 현상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은 각기 자신의 신분과 계층을 가지고 그 질서의 일부가 되면서 끊임없이 충돌하는 가운데 권력을 쟁취해 나간다. 여기서 정치적 권력이란, 집단 내에서 자신의 영역을 확보해 나가는 힘의 행사를 말한다. 인간은 누구나 이 힘을 발휘하면서 대결해 나가는 것이다.

* 야성과 지성의 권력 다툼
이 소설에서는, 이 권력의 양 극단에 최기표와 담임 선생이 놓여 있다. 등장 인물의 사회적 위상을 양분하면, 최기표가 한 측면을 차지하고, 그 밖의 인물들이 다른 한쪽을 차지한다. 취기표에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  ‘나’가 있고,  반장인 형우는 ‘나’와 담임 선생의 사이에 놓인다. 기표는 악의 표상이며, 담임은 악을 제거하는 지도자로 설정되어 있다. 그리고 그 지도자의 대역이 반장인 형우이며, 나는 반장의 자격을 가져도 좋을 정도의 학급 내 위상의 소유자다.
사회의 축소판인 학급의 목표는, 한 사람의 이탈도 없는 순탄한 항해이다. 그 항해의 책임자는 담임인데 그에게는 제도적 권력이 주어져 있다. 그러나 그 권력을 휘둘러 학급을 통솔하는 것은, 생산적이지 않을 뿐 아니라, 현상 유지에 머물 수밖에 없으며, 지배 행위의 부가 가치라고 할 수 있는 명성을 기대하시는 어렵다. 그래서 그는 교묘하게 자율을 내세운다. 자연스럽게 집단이 운항되어야 자신의 노력도 반감되고 성취욕을 얻을 수 있으며, 평판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그는 학급의 출발에 즈음해 이런 목표가 이루어지도록 반을 장악해 간다.
나는 문득 이제부터 일 년간 담임 선생과 최기표 사이에 치열하게 벌어질 싸움을 상상해 보았다. 이제까지의 결과로 미루어 보아 최기표에게 승산이 크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우리의 담임 선생 또한 그렇게 만만치 않으리란 예감이 들었다. 어쩌면 그 싸움에 임형우도 한몫 끼여들지 모른다. 그가 어떤  편에 서느냐 하는 문제도 퍽 흥미 있는 문제일 것이다. 아무튼 이처럼 멀찍이 떨어져서 그네들 싸움을 구경한다는 것은 진정 즐거운 일임에 틀림이 없다.
담임의 걸림돌은 기표이다. 기표는 그런 면에서 또 다른 권력의 소유자이다. 담임의 힘이 제도적으로 주어진 것인 데 반하여 기표의 힘은 원초적인 악의 소유에서 비롯된다. 인간이 역사가 악과 선의 대결이며, 악은 선과 함께 언제나 공존하는 부정적 세력인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담임이 선의 면에 서 있다는 것은 아니다. 기표가 완벽한 악의 화신이라는 의미이다. 이는 만만치 않은 힘으로 담임을 제어한다. 담임은 주어진 권력을 통해 이 악을 일순에 제거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악은 교칙이라는 제도에 걸려들 정도로 표면화되지 않기 때문에 그 권력을 행사할 명분을 얻을 수 없는 것이 문제이다. 기표의 악마성은 학생들의 공포에 기생하고 있는 속성을 가지고 있어서 쉽사리 힘을 잃지 않는다. 인간은 누구나 육체적 위해(危害) 앞에 공포를 느끼는 비겁을 소유하고 있고, 기표는 이것을 철저히 이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도 담임과 같은 지배욕의 일단이다.

*  교활한 권력자들
이 두 세력의 중간에 ‘나’와 임형우가 놓인다. ‘나’는 어느 정도 기표에게 기울어져 있다. 그것은 기표에 대한 이해에서 온 것이라기보다는 기표와 마찬가지의 본성에서 온 것이라 할 수 있다. 처음에는 기표에 대한 공포심 때문에 린치를 당한 것을 담임과 어머니에게 알리지 않았으나, 기표의 악마성을 경험했다는 나름대로의 자부심에서 그의 세계에 비스듬히 기울고 있는 것이다. 이것 또한 악의 일단이다. 담임에게 슬쩍 대항하면서 쾌감을 얻고, 형우가 린치를 당할 때 그는 아무런 동정도 발하지 않고 도리어 그것을 즐기는 심리 상태를 보인다. 담임이 학급의 동정을 살피기 위해 자기를 이용하려는 것을 눈치채고 담임을 비웃고, 형우가 린치를 당하게 되리라는 걸 누구보다 먼저 알아챌 줄 아는 교활성마저 지닌 인물이다.

임형우는 담임과 비슷한 태도를 가진 자로 그려진다. 그는 학급이 순조롭게 돌아갈 수 있도록 열성을 다한다. 그러나 기표가 그의 걸림돌이 됨을 누구보다 잘 안다. 그러나 그는 지혜와 사랑으로 무리 없이 장애를 극복해 간다. 학급을 잘 이끌었고. 다른 선생들의 좋은 평판까지 얻는다. 여기에는 겉으로 보이지 않는 그의 교활이 원동력이 된 것이다. 반 아이들에게 기표의 유급을 막기 위한 부정 행위를 독려하는 데서도 그 점은 확인되나. 반을 위한다는 학생들의 신뢰와 기표의 호의를 동시에 노린 전략인 것이다. 이 전략에는 무서울 정도의 간교함이 스며 있다. 담임과 의논을 하여 자신의 신뢰를 구축함과 동시에 나중에 올 파장까지 염두에 둔 치밀한 계획이다. 그는 이 사건으로 인해 기표로부터 린치를 당할 것까지 예상하고 그 린치를 스스로 불러들이는 과감성을 발휘한다. 이것으로 그는 일약 영웅이 되고, 그의 원래 목표였던, 기표 힘의 무력화에 한 발 다가서는 계기를 마련한다. 형우가 정작 두려워했던 세력은 기표가 아니라, 기표의 주변을 형성한 재수생 그룹이었다. 그들이 기표의 힘을 강건하게 형성시켜 준 것이라 보았기 때문이다. 그 린치 사건으로 재수생들로 하여금 기표의 힘을 더 이상 실어 주지 못하게 하는데 성공을 거두는 것이다. 그리고 한 발 더 나아가 기표마저 제 힘의 영역 속에 끌어들일 궁리를 한다. 그것은 기표 돕기 운동으로 가시화된다. 이것은 성공을 거두게 되고, 마침내 기표는 사자에서 벌레가 되고 만다.
형우는 기표의 악마적 힘을 무력화시키는 더 큰 힘의 소유자라 하겠다.
이제 아이들은 아무도 기표를 무서워하지 않았다. 형이라고 호칭하는 아이도 드물었다. 아무나 곁에 가서 말을 걸 수가 있었고 때로는 어깨도 쳤다.
그것은 기표가 아주 부끄러움을 잘 타는 아이로 변해 버렸기 때문이다. 누구를 만나도 수줍어하는 그 아이는 그렇게 당당하던 체구마저도 왜소하게 짜부라진 채 우리가 보통 사진을 찍을 적에 “치이즈”하고 웃듯 그런 미소를 얼굴에 담고 있었다.

* 인생 - 지배와 예속의 줄다리기
이 작품에 나오는 인물들은 모두 악의 요소를 지니고 있다. 기표만이 원초적이고 야만적인 힘을 소유했고, 나머지는 간교한 지혜에 근거한 힘의 소유자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소설에서 중심을 이루는 대립항은 위의 두 가지 악의 대결이라 할 수 있다. 그 힘은 팽팽히 맞서면서 갈등을 일으킨다. 그러나 결국 기표류의 힘의 완벽한 패배로 끝난다. 원시적인 악마성이 아무리 무섭다 해도, 간교한 힘에는 눌리고 만다. 아무도 무서워하지 않고, 남이 자기를 무서워하기만 했던 기표가 남긴 말인 “무섭다. 나는 무서워서 살 수가 없다.”를 통해 그 무서움의 정도를 짐작하고도 남는다. 그러나 기표의 패배가 곧 담임의 승리로 볼 수는 없다. 담임은 기표의 가출로 최종 목적을 달성하는 데 실패하고 말았기 때문이다. 그가 기대했던 것은 세인들의 칭찬이었던 것이다. 담임은 그것 때문에 분노하고 있다.
어떤 사회든 그 곳에는 지배와 예속의 질서가 엄존한다. 그 속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인간들의 치열한 싸움은 끊임없이 전개되고 있으며, 여러 양태로 드러난다. 작가는 지배 원리의 간교함을, 작은 세계인 교실을 통해 적나라하게 보여 준다.


토론하기 / 우리 안의 파시즘 “우상의 눈물” / 전상국


1. 1960~80년대는 폭력이 난무하는 사회였다. 특히 1970~80년대의 폭력은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작동하였다. 독재권력의 잔인하고 흉포한 폭력으로부터 학교와 가정에서조차 가부장적 권위에 의한 폭력이 일상화 되었다. 왜 이 시기에 폭력이 시대를 음울하게 장식하고 있었을까? 1970년대를 중심으로 우리 사회에 폭력이 팽배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찾아 시대 특성을 분석해 보시오.









2. 인물 유형 분석 - 담임, 형우, 유대, 기표, 재수파 등 인물을 우리 사회 권력층이나 사회적 혹은 역사적 인물에 적용하여 그 특성을 분석하여 보자.

* 담임 :

* 형우:

* 유대 :

* 기표 :

* 재수파 :



3. 등장인물(담임-형우-유대-기표) 중 가장 악한 존재는 누구로 볼 수 있는가? 근거도 제시할 것






4. 이 작품에서 실제 우상을 누구로 보아야 하며, 우상의 눈물에서 ‘눈물’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가?

* 담임으로 설정할 경우 :



* 형우로 설정할 경우 :



* 기표로 설정할 경우 :




5. 무형적으로 형성되어 제도화된 폭력(담임-형우)과 야비하면서도 잔인한 폭력을 행사하는 개인(기표와 재수파)의 폭력을 비교하여 폭력의 특성을 분석하여 보자.

폭력 형태
폭력의 영향력
폭력에 의해 드러나는
사회적 문제
제도화된 폭력



개인의 폭력






6. 폭력은 뚜렷한 목적을 가지고 생산된다. 폭력 형태에 따라 어떤 목적이나 가치(이익)을 얻으려는 지를 분석하고 이러한 폭력이 우리 사회에 끼치는 영향이 무엇인지 분석하시오.

* 제도적 권력형(사법적 권위에 의한 것도 포함) 폭력 -



* 조직 폭력 -



* 가정 폭력 -



* 개인에 의한 폭력 -




7. 폭력은 그 사회를 병들게 할 뿐만 아니라 개인에게는 치명적인 상처를 준다. 폭력을 행사하는 가해자와 피해자가 동일하게 폭력의 희생자가 된다는 심리학적 근거도 명확하다. 폭력이 만연하는 사회에서 폭력은 개인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에 대해 분석해 보자.











8. 우리 사회에서 폭력을 근절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일까? 실현가능하며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해 보자.
다음 주 과제 :

TEXT 읽기 : 1. 우리 안의 파시즘 (임지현외/삼인출판)
             2. 세상청바지 2-1 시민과 국가


1. 우리 일상에 존재하면서 작동하고 있는 파시즘의 형태와 내용에 대해 정리해 보자.

* 우리 의식을 지배하고 있거나 억압하고 있는 파시즘




* 우리 사회 구조에 깊이 내면화 되어 있는 파시즘




*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언어를 통해 작동하는 파시즘




2. .이러한 파시즘이 작동하는 원리와 구조를 분석하여 보자

3. 이러한 파시즘이 개인과 사회에 끼치는 영향은 무엇인가?

* 개인에게 끼치는 영향





* 사회에 끼치는 영향







4.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우리 안의 파시즘을 제거하거나 해체할 수 있을까?





5. 국가는 늘 정의로울까?
논술과제 : 2003 이화여대 정시 논술고사 문제


※ 논제 : 소문이나 평판으로 형성되어 나타나는 타인의 시선은 개인 행동에 일정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다음 세 글을 논의의 근거로 삼아 타인의 시선이 개인 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자신의 관점에서 비판적으로 논술하시오. (띄어쓰기를 포함하여 1600자 내외(1500~1700자)로 서술할 것)

(가)  당신이 아무한테도 얘기한 적이 없는데 도대체 그 일을 어떻게 알았느냐, 누가 얘기했느냐고 당신은 물었다. 하지만 그것은 모든 일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소문이라는 놈이 알려 준 것이다. 이렇게 얘기하면 "뭐라고? 그렇다면 나도 세상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릴 만한 사람이란 말인가?" 하고 당신은 반문할 것이다. 당신은 자신을 대단찮게 여기고 있는 모양이지만 그 지방에서는 거물일 수도 있다. 당신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무엇을 먹는지, 잠은 얼마나 자는지, 이런 것들을 사람들은 듣고 싶어하고 또 잘 알고 있기도 할 것이다. 그런 만큼 당신은 일상 생활에서 행동거지를 더욱 더 조심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렇지만 중인환시(衆人環視) 속에서 살아도 아무렇지 않게 되었을 때 비로소 나는 행복하구나 하고 생각해도 좋을 것이다. 집 안의 벽은 당신을 보호하기 위해서 있는 것이지 무언가를 숨기기 위해서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도 문을 활짝 열어 놓고 생활하는 사람은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 문지기를 두게 된 것도 양심의 거리낌 때문이지 명예나 긍지를 나타내기 위해서가 아니다. 누군가가 갑자기 문을 열고 들어와 떳떳치 못한 짓을 하고 있는 현장이라도 들킬까봐 불안해하는 생활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몸을 숨겨 남의 눈이나 귀로부터 벗어났다고 해서 무슨 소용이 있단 말인가? 양심의 가책을 느낄 것이 없으면 군중의 시선은 환영할 만한 것이 되지만, 양심의 가책을 느낄 때는 혼자 있어도 불안해서 견딜 수가 없는 법이다. 당신이 하고 있는 일이 떳떳한 일이라면 모든 사람이 알아도 상관이 없을 것이고, 추악한 일이라면 당신 자신이 알고 있는 이상에는 남들이 알든 모르든 그런 것은 문제가 안 된다.

(나)  인쇄업자로서의 신용과 평판을 지키기 위해 나는 실제로 근면하고 검약했을 뿐만 아니라, 그와 반대되는 일은 피하도록 주의했다. 나는 옷을 수수하게 입었고, 노는 데는 나가지를 않았다. 낚시질도 사냥도 하러 나가지 않았다. 이따금 책을 읽기 위해 손에서 일을 놓아야만 할 때가 있었지만, 그것은 드문 일인 데다가 남의 눈에 띄는 일도 아니었으며 나쁜 평판을 들을 일도 아니었다. 또 나는 열심히 장사한다는 것을 남에게 보여주기 위하여 여러 상점에서 산 종이를 손수레에 싣고 일부러 거리를 달려 집까지 오곤 했다. 이와 같이 해서 나는 부지런하고 유망한 청년이라는 평판을 얻게 되었다. 또 산 물건 값은 꼭꼭 지불했으므로 문구류 수입상들이 나와 거래하고 싶어 했고 책을 공급해 주는 사람도 늘어나 매사가 순풍에 돛 단 듯이 진척되어 나갔다.
  나는 또한 겸손이란 덕목에 있어서도 진정으로 겸손했다고 장담할 수는 없으나 표면적으로는 상당히 성공했다고 생각한다. 다른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거나 토론을 할 때, 나는 타인의 주장에 처음부터 반대하고 나의 의견을 단정적으로 주장하는 것은 무엇이나 참기로 했다. '확실히'나 '틀림없이' 등의 표현 대신 "나는 이렇게 해석한다"든지 "현재 내게는 이렇게 생각된다" 등의 조심스런 표현을 사용하였다. 이런 겸손한 태도는 내 타고난 천성은 아니어서 처음에는 억지로 해 본 것이나, 나중에는 자연스럽게 나의 습관이 되었다.


(다)  서로 잘 알고 있으며 또 개인적인 유대감으로 결속되어 있는 집단에서는 매우 강력하면서도 눈에 잘 띄지 않는 통제 메커니즘이 일탈자나 일탈할 가능성이 있는 자에게 항상 발휘된다. 그것은 설득, 조롱, 쑥덕공론(gossip), 비난 등의 메커니즘이다.
  일정한 시간 동안 진행되는 집단 토론의 경우 개인들은 그들이 처음에 지녔던 의견을 수정해서 집단 규범이라 할 다수의 의견에 일치시킨다. 그 집단 규범이 어떤 성격을 지닐 것인가는 그 집단의 구성원에 달려 있다. 집단 역학(group dynamics)의 놀라운 현상이라 할 이 피할 길 없는 의견 일치의 압력 밑바닥에는 아마도 어떤 집단에 수용되고 싶어하는 인간의 깊은 욕망이 놓여져 있을 것이다. 그러한 욕망은 선동가나 여론 형성 전문가들이 잘 알고 있는 바와 같이 극히 효과적으로 이용될 수 있다.

  조롱과 쑥덕공론은 모든 종류의 1차 집단에서는 사회 통제의 강력한 도구이다. 많은 사회는 조롱을 어린이에 대한 주요 통제수단의 하나로 이용하고 있다. 어린이가 순종하는 것은 벌 받는 것이 무서워서가 아니라 비웃음을 당하지 않기 위해서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조롱거리가 되는 경우 몸이 오싹하는 두려움을 경험한다. 또한 쑥덕공론은 사람들이 사회적으로 노출되어 있고 이웃에 의해 감시 당할 가능성이 많은 작은 공동체에서 특히 효과적이다. 그러한 공동체에서는 쑥덕공론이 의사소통을 위한 주요 통로의 하나이며 사회 조직을 유지시켜 나가는 데 있어서 필수적인 것이다. 조롱과 쑥덕공론 역시 그것의 전달 통로에 접근할 수 있는 영리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의도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
학생 글1.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에 항상 자기 주변을 의식하며 살아간다. 그 주변이란 한 개인과 관계가 있는 물리적 실체로의 사람들뿐만 아니라 그들이 만들어내는 개인에 대한 관점, 즉 시선도 포함한다. 그리고 이러한 주변의 타인의 시선은 상대적으로 약세에 몰리는  개인에게 영향을 미친다. 또한 방송이나 신문과 같은 대중 매체의 발달은 알게 모르게 나날이 타인의 시선이 갖고 있는 영향력을 보여주고 있다.
(가)는 타인의 시선이 개인 행동에 미치는 근본적인 이유를  제시하고 있다. 즉 소문이나 평판은 자신이 어떻게 그 것을 받아들이냐에 달려있다는 것이다. 양심의 가책을 느낄 것이 진정으로 있다면 타인의 시선은 자기에게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이것은 어느 정도 자기의 그릇된 행동에 준한 벌이라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이 떳떳한 것이라면 타인의 시선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제시문 (나)에서는 타인의 시선을 미리 염두하고 행동한 것이 개인이게 긍정적으로 작용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신용과 평판을 생명으로 하는 인쇄업자로서 ‘나’는 이를 지키기 위해 행동을 삼가고 겸손한 태도를 취한 결과 이것이 나중에는 좋은 습관이 되었다. 이렇듯 사회에서의 중요 직책에 있는 사람일수록 여론을 인식하여 항상 모범을 보여야 하는 것이다. 물론 지나친 여론 인식은 자신의 뜻을 소신 있게 펼치는 데에 장애물이 된다.
타인의 시선은 그것을 인식하는 사람에게 통제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설득, 조롱, 쑥덕공론, 비난 등의 메커니즘의 기본이다. 한 집단의 대다수 구성원이 공통의 의견을 갖게 되면 이는 (다)에서 언급된 집단 역학이라는 현상을 일으키게 된다. 그리고 집단에 소속되길 원하는 인간의 욕망을 자극하여 결국엔 일탈할 가능성이 있는 자를 통제하게 된다.
오늘날의 ‘타인의 시선’은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과거에는 자기 자신이 그것을 받아들이는 의지와 깊은 관계를 맺었지만 오늘날에는 대중 매체라는 엄청난 규모의 ‘타인’들이 여론을 형성하고 있다. 한 개인에게 이것은 오히려 ‘공식적’인 것으로 보일 수 있고 그렇기 때문에 개인의 행동에 더욱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리고 여기에서 언론의 공정성과 신뢰성 문제도 제기된다. 특히 이번 16대 대통령선거 보도와 관련해 일부 언론사들의 편향된 기사와 말바꾸기는 이를 읽는 독자들을 매우 불편하게 했다. 이것도 어떻게 보면 언론사들의 타인의 시선 인식인 것이다.
타인의 시선은 우선적으로 그 수용자의 비판적 사고능력을 저하시킨다. 집단 역학에 의한 의견일치의 압력은 어떤 문제에 대한 다각적인 접근을 힘들게 만들어 사회의 다양성과 잠재적 창의성마저 축소시킬 수 있다. 그리고 개인은 이에 맞서 떳떳해져야 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이것은 단순히 타인의 시선을 무시하라는 뜻이 아니다. 성찰을 통한 자기 발전의 방향으로 그것이 수용되었을 때 오히려 긍정적 효과를 갖고 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21세기 첫 대선의 당선자인 노무현 대통령은 국민의 뜻에 부합하는 올바른 정책을 소신 있게 추진해야 할 것이다. 이에 아울러 언론사는 공정성 있는 보도를 제공하고 국민들은 여론에 휘말리지 않고 건전한 비판적 사고능력을 갖고 사회에 참여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1792자
학생 글 2.

타인의 시선은 보통 항간의 소문이나 평판으로 형성된다. 사실 현대사회에서 타인의 시선이 개인 행동에 미치는 영향은 극단적이라고 볼 수 있다. 과거에 비해 󰡐유행󰡑, 󰡐개성󰡑이라는 단어가 많이 쓰이고 있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유행󰡑은 타인의 시선을 의식한 결과 생겨난 것이다. 물론 어떤 사람들은 유행이 대중매체의 발달로 사람들의 사고가 획일화되어 생겼다고 한다. 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유행을 이끌어 가는 사람들은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는 경우가 드물다. 반면에 유행을 따라가는 사람들은 󰡐타인의 시선󰡑이라는 부담감을 느끼고 튀지 않으려 한다. 하지만 우리가 사는 사회에는 전자보다 후자가 많다. 따라서 우리들 대부분은 󰡐다른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볼까?󰡑 라는 물음을 자기 자신에게 던지며 유행 추세에 동조하고 만다. 한편, 󰡐개성󰡑이라는 단어는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다는 의미를 포함한다.  이처럼 우리들은 어떤 특정 행동을 할 때에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는 경우가 많고 그만큼 우리의 행동, 나아가 우리의 삶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고 있다. 타인의 시선이 개인 행동에 미치는 영향은 크게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으로 나눌 수 있다.
  먼저, 타인의 시선은 상대방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주게 유도한다. 따라서 사회 구성원들은 서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상대방에게 좋은 느낌을 가지게 된다. 사람들이 다른 사람의 일에 대해 듣고 싶어 하는 것은 사람의 욕구이고 본성이다. 그리고 이러한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고 남에게 좋은 모습만을 보이고 싶어 하는 것도 일종의 본능이다. 이렇게 남에게 좋은 모습만을 보이고자 하는 사고는 자연히 우리 일상생활에 영향을 끼치게 된다. 일부 사람들은 󰡐하고 있는 일이 떳떳한 일이라면 모든 사람이 알아도 상관이 없을 것이고, 추악한 일이라면 자신이 알고 있는 이상에는 남들이 알든 모르든 상관없지 않는가?󰡑 하고 반문할지 모른다. 사람들은 떳떳하고 그렇지 않고를 떠나 아무리 떳떳한 일이라고 해도 더 떳떳하고 좋은 모습을 보이려고 한다. 또 그만큼 좋은 평판을 얻기를 원한다. 이러한 새로운 평판은 또 다른 타인의 시선을 형성하게 되고 이러한 과정을 거쳐 계속 순환한다. 어쩌면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고 행동하는 것이 가식적이고 인간의 참모습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만약 남의 시선을 의식한 행동이 오히려 몸에 배어 떼어내려고 해도 뗄 수 없는 완전한 자신의 습관이 된다면 그것도 가식적이라고 할 수 있을까?
  하지만 지나치게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몇몇, 어쩌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집단 토론을 하면서 동일한 의견을 가지고 있는 다수의, 소수에 대한 일방적인 조롱과 쑥덕공론에 자신의 소신 있는 의견을 숨겨버린 경험이 있을 것이다. 조롱, 쑥덕공론, 비난 역시 일종의 타인의 시선이라고 볼 수 있다. 어떤 면에서 보면 이러한 시선이 의사를 통일하여 사회조직을 유지시켜 나가는 데 있어서 필수적인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방법을 통해 의사를 통일하는 것은 임시방편적이며 삐거덕거리는 불협화음을 낼 가능성이 크다. 또한 대화, 타협이 없을 때의 다수결의 원칙에서 보여주는 폐단과 같이 다수에 의해 소수가 지배당하거나 중우정치로 빠질 위험이 있다. 오히려 소신껏 자신의 의견을 주장한 후에 진지한 토론을 통해서 의사를 통일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볼 때 하나라는 더욱 끈끈한 유대감을 가지고 결속될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타인의 시선은 개인 행동에 일정한 영향을 줄 수 있다. 다만 그 정도에 따라 개인의 행동, 넓게는 그 사람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도 있고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도 있는 것이다. 󰡐무엇이든 지나치면 좋지 않다.󰡑는 말이 있다. 사람들의 지나친 관심과 시선은 오히려 사생활 침해이며 개인이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범위에서 자유를 추구할 수 있는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인 자유권을 침해하고 박탈할 수도 있다. 또한 타인의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하는 것은 자기 나름대로의 소신을 갖는 주체적인 인간이 되는데 장애물이 된다. 반면 타인의 시선을 생각하지 않는다면 상대방을 배려하지 않고 무시하는 것이기 때문에 상대방에게 불쾌감을 줄 수도 있다. 따라서 우리에겐 중도정신이 필요하다. 다른 사람의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하지 않고 적당히 의식한 결과 몸에 밴 좋은 습관을 통해 더 좋고 밝은 사회를 만들어 가야 할 것이다. 2338자
학생 글 3

여러 사람이 다같이 어울려 지내는 사회에서 각 개인은 여러가지 행동을 하면서 산다. 그 여러가지 행동은 자신 혼자의 생각과 결정에 의해서만 이루어지는 것들도 있지만, 타인의 시선에 영향을 받아 이루어지는 것들이 훨씬 많다. 성격이 제각기 다르고, 사고방식 또한 제각기 다른 사람들이 모여 사는 사회이기 때문에 서로에게 영향을 끼치고 살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회 이곳 저곳에서 여러가지 충돌도 생기고, 때론 이런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협정을 맺기도 하는 것이다. 그리고 서로 다르다는 것을 이해해주고 자신을 다른 사람에게 맞춰가기도 하고, 다른 사람에게 나쁜 평판을 듣지 않도록 자신의 잘못을 고쳐나가기도 한다. 이렇듯 여러 사람이 사는 사회에서 타인의 시선이란 개인의 행동을 제한하고 맞춰주는 순기능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와는 반대로 타인의 시선이 개인 행동에 나쁜 영향을 끼치기도 한다. 어떤 사람이 고등학교 때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여 대학에 진학하게 됐다고 하자. 그 사람은 자신의 미래를 생각하며 열심히 공부하여 수학능력시험에서 아주 좋은 점수를 얻게 됐다. 그런데 그즈음 주위에서 그 사람이 얻은 점수면 그 사람이 원하는 학과보다 훨씬 돈도 많이 벌고, 비젼이 있으며, 다른 사람에게서 부러움을 살만한 학과에 갈 수 있다며 그 사람을 부추겼다. 그 사람은 갈등을 했고, 결국은 다른 사람에게 보다 잘나보일 수 있는 학과를 택했고, 일이 잘 풀려서 돈도 많이 벌고, 다른 사람에게서 부러움도 사게 되었다. 하지만 정작 그 사람은 자신이 원하지도 않고, 적성에 맞지도 않아서 한평생 후회하게 됐다.
이 사람의 경우에서 볼 수 있듯이, 한 사람의 평생을 좌우하는 직업 선택도 타인의 시선에 신경을 써서 실패할 수 있다. 물론, 그 사람의 소신이 부족하여 다른 사람의 말만 듣고 후회할 만한 선택을 한 것이지만, 그 역시 타인에게 잘 보이기 위함이었으니 타인의 시선을 너무 의식한, 개인행동에 미치는 타인의 시선의 부정적 영향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뿐만이 아니다. 자신의 이미지를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거짓 행동을 하는 수도 있다. 가령, 놀기 좋아하고 말이 많은 어떤 기업의 대표이사가 있다고 하자. 그 사람은 그가 대표이사로서 갖는 부와 명예등의 이미지를 다른 사람으로부터 지키기 위해 자신의 원래 성격을 내보이지 않는다. 그는 늘 과묵하고, 일에만 전념하는 듯이 행동한다. 어떻게 보면, 원래 성격보다 지금의 이미지가 더 낫아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자신의 입장에서 보면, 타인의 시선 때문에 자신의 본래 성격을 드러낼 수 없기 때문에 매우 답답해 할 지도 모르는 일이다.
요즘 들어서, 백화점 등지에서 '명품 브랜드'상품이 젊은이 층을 중심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돈 많고, 어느 정도의 사회적 지위가 있는 사람들은 그들의 지위에 알맞는 생활도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명품을 구입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높은 사회적 지위에 오르기 힘든 젊은이 층이 비싼 돈을 주고, 명품을 구입하는 것은 다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늘 다른 사람에게 튀고, 멋지게 보이고 싶어하는 젊은이들이기 때문에, 자신이 형편이 안되더라도, 대부분의 젊은이들이 메이커 상품만 고집하는 것이다. 때문에 이런 사치나 과소비 역시 타인의 시선의 부정적 영향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듯이, 여러 사람이 얽혀사는 사회에서 개인의 행동에 영향을 주는 타인의 시선은 긍정적인 영향도 있지만, 오해려 부정적인 영향이 더 크다고 할 수 있겠다. 타인이란 존재로 인해 그들과 맞추어 생활하려는게 사람이지만, 너무 그들을 의식하고 신경쓰다 보면, 결국에는 더욱 혼란이 오고, 자기자신을 잃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적절히 자신에게 필요한 건 소신 있게 추진하고, 타인과의 관계에서 어느 정도 필요한 건 타인에게 맞추어야 할 것이다.
학생 글 4

우리는 공동체 속에서 살아가고 있고 그만큼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타인의 시선은 개인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데, 사람마다 그 영향은 다르게 나타난다. 즉, 타인의 시선을 별로 의식하지 않고 의연하게 대처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지나치게 의식한 나머지 자신의 뜻과는 다르게 행동하는 사람도 있다. 이렇듯 양극단으로 치우친 생각은 행동의 차이를 나타내게 하며, 우리는 여기서 그러한 영향에 대해 자세히 알아볼 필요가 있다.
  어떤 사람이 남들의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 마음대로 행동한다고 하자. 그 사람은 머지않아 혼자가 될 것이고 곧 외로워질 것이다. 이 세상은 혼자 살아가는 곳이 아니며 모두가 조화되어 함께 살아가야 하는 곳이기 때문에 위와 같은 독불장군 식의 행동과 사고는 바람직하지 못하다. 타인의 시선을 적절히 수용하여 행동하는 것이 이 사회가 요구하는 태도라 하겠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너무 남의 시선에 집착해서는 안 될 것이다. 자신의 성공을 위해서, 또는 출세를 위해서 자신의 뜻을 버리고 남의 시선에 의존한다면 그것은 곧 위선과 직결될 것이기 때문이다. 어디까지나 자신의 사고 안에서 타인의 생각을 받아들이도록 해야 할 것이다. 또한 통제 매커니즘의 일부로서 여론 형성과정에서도 그러한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 집단 토론에서 개인의 의견이 타인의 시선에 의해, 집단에 수용되고 싶어하는 욕망에 의해 다수의 의견에 묻히는 경우가 그것이다. 나도 학급의 토론에서 내 의견이 다른 아이들의 것과 일치하지 않았을 때 불안감을 느꼈고 결국은 다수가 원하는 방향으로 결정했던 경험이 있다. 하지만 이것은 바람직하다고 볼 수 없다. 소수의 의견이 진리일 수도 있으며, 가령 아니라 하더라도 존중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우리의 의견을 피력해야 하며 의견 일치의 압력이나 타인의 시선에 의해 휘둘리지 않아야 한다.
  평판이나 타인의 시선을 이용해 개인의 행동에 영향을 주는 예를 우리 주위에서 찾아보면 쉽게 언론을 떠올릴 수 있다. 가령 선거 때, 언론이 특정한 후보자를 부정적으로 몰아세운다고 하자. 그러면 대중들 사이에서 그 사람에 대한 좋지 않은 평판이 생기게 되고, 곱지 못한 시선으로 바라보게 된다. 그것은 그 후보자에게 막대한 피해를 줌은 물론 투표에도 영향을 준다. 공정한 보도를 해야 할 책임이 있는 언론이 그것의 대중성을 이용해 편견을 가진 왜곡된 보도를 해서는 안 될 것이다.
  타인의 시선에 의해 자신감이 생기거나 위축되는 등 성격의 변화가 일어날 만큼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은 클 수도 있고, 그것에 무관심하다면 작을 수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우리는 공동체 사회에 살고 있기 때문에 그것을 무시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고, 그렇다고 자신의 뜻을 굽혀가며 까지  너무 의식하는 것도 옳지 않다는 것이다. 또한 그것을 악용해 개인의 행동에 나쁜 영향을 주려고 해서는 안될 것이다. 이러한 것들이 제대로 지켜졌을 때 우리는 바른 생활과 사회를 기대할 수 있다.  1620자
학생 글 5

  더욱 복잡해지고 다원적인 현대사회에서 한 개인이 타인과의 절대적인 단절 상태로 살아가는 것은 이미 불가능해졌다.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인구와 그에 비례하여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얽히는 대인관계는 이미 우리의 인식 수준을 넘어선 지 오래다. 이제 우리는 자아의 존재성을 타인들과의 관계를 통해서 유추해야 하는 지경에까지 오게 되었다. 다른 사람들과 항상 부대끼며 살아가는 개인에게 있어서 타인들의 시선은 일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이런 현상은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을 함께 가지고 있다.
타인의 시선은 현실적으로 여러 긍정적인 장점들을 가지고 있다. 먼저 타인의 시선은 개인의 행동거지를 조심스럽게 한다. 공직자나 연예인 같은 공인 뿐만 아니라 일반 사람들도 어느 행동을 취할 때 그 행동이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비춰질까, 하고 한번 더 생각하게 된다. 그로 인해 개인이 상대방을 배려하는 행동을 취하게될 가능성이 커진다. 다음으로 타인의 시선은 법의 범위가 미치는 곳은 물론 미치지 못하는 곳에서도 개인의 행동을 제재한다. 가령 청소년 성 범죄자에 경우, 대부분의 가해자는 처벌보다 자신의 신상이 공개되어서 사회적으로 매장되는 것을 더욱 두려워한다. 무단횡단 같은 경우도 법적으로 크게 문제가 되거나 하지는 않지만 주위의 시선 때문에 쉽게 시도되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타인의 시선은 윤리나 질서의 유지에 결정적인 공헌을 한다. 마음엔 없지만 주위의 시선이 부담스러워서 노인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경우도 허다하고, 줄을 서기 싫어도 주위의 시선이 무서워서 줄을 서는 경우도 일상이다.
  하지만 타인의 시선은, 특히 한국사회같이 공동체의식이 만연한 사회에서는 많은 부작용을 초래한다. 먼저 자신의 주장을 마음껏 발산하지 못한다. 수업시간에도 발표가 미진해 원활한 토론이 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본인도 학급회장으로 있을 때 학급회의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아 애를 먹은 경우가 많다. 우리 사회는 자신의 개성이 강한 사람을 ‘깝친다’ ‘설친다’등등 부정적인 표현을 쓰며 매도하기 일수다. 이로 인해 개인은 거대한 대중 속으로 숨어 들어간다. 자신의 주장 없이 묵묵부답인 소위 ‘부동층’이 투표인구의 40%에 달하는 현실이 잘 반영해준다. 다양한 의견이 하나로 수렴되어야 한는 민주주의에서 치명적인 구조적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둘째로 소신 없는 행동들을 유발한다. 우세세력의 비위를 맞추는 신문들이나 대선 때면 나타나는 철새정치가 좋은 예이다. 주위의 분위기나 시선에 의한 소신 없는 행동을 하는 사람들은 그에 상응하는 책임 역시 지려 하지 않는다. 개인만의 파멸보다는 공도동망을 택하는 사회는 올바른 길로 나아가지 못한다. 소신있는 소수가 다수를 살리는 것이 민주주의의 다양성의 가장 큰 강점이다.
마지막으로, 타인의 시선을 이용할 여지가 있다. 제시문(다)에서처럼 쑥덕공론은 사회조직 유지와 사회 통제에 필수적인 면이 있지만, 이것을 의도적으로 이용하는 무리가 존재한다.
제시문(나)의 ‘나’처럼 타인의 시선을 교묘히 자신의 포장에 이용하여 사회적 편안함이나 이익을 취득하는 경우다. 이런 경우 표면적으로는 원활한 사회가 유지되고 있는 것 처럼 보인다. 하지만 거짓말을 많이 하는 사람일수록 다른 사람을 믿지 않는 법이다. ‘나’가 위선적인 행동을 하며 자신을 속이며 가식이라는 껍질 속에 자신을 숨길수록 ‘나’는 타인 역시 믿지 않을 것이고, 결국 내면적으로는 개인간의 불신이 팽배한 사회가 형성될 것이다. 서로 웃는 안면을 하며 뒤로는 어떻게 뒤통수 칠까하고 궁리하는 사회는 결코 바람직한 사회가 아니다.
제시문 (가)에서 언급된 것처럼 자신의 행동을 떳떳히 하면 타인의 시선을 고려할 필요가 없다. 자신이 현재 하고 있는 일이 옳다고 생각하면 눈치보지 말고 소신있게 해동해야 한다.
그것이 반드시 옳은 방향이 아닐지라도 말이다. 자신이 반(反)이 되는 것이 두려워 중립적인 입장만 취한다면 正+反=合을 통한 변증법적인 한차원 높은 발전은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다. 남들과 달라도 태연할 수 있는 개인주의적 사고가 필요한 것이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국가에 의해 의식적으로 개인의 개성이 억눌린 경향이 없지 않다. 국기에 대한 경례, 애국가 등등으로 집단의, 국가의 위대함만을 한없이 강조하며 개인을 그 자체로 보지 않고 전체의 일부분으로만 취급한 것이다. 개인 개인의 개성이 존중될 때 우리는 진정으로 타인의 시선에 신경쓰지 않고 소신있게 살 수 있을 것이다.
밀(Mill.J.S)이 ‘자유론’에서 말한 것처럼, 전 인류가 동일한 의견을 가지고 있고 오직 한 사람만이 반대의 의견을 가졌을 때 인류가 그 한 사람에게 침묵을 강요하는 것이 부당한 것은, 그 한사람이 전 인류에게 침묵을 강요하는 것이 부당한 것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 이제 소신있게 자신의 주장을 펼쳐야 한다. 모두들 ‘예’라고 할 때 “아니오”라고 할 수 있는 소신이 이제 우리에게 필요하다. 진정한 민주주의를 위해서. 2562자




학생 글 6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혼자 이 세상을 살아갈 수 있는 인간은 없으며 누구나 다른 사람들과 상호의존관계를 형성하며 살아간다. 그래서 모든 인간은 자신에 대한 타인의 시선에 매우 민감하다. 왕따에 시달리다가 자살하는 학생의 예에서 보듯 사람들의 특정인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집단화되어 표출되었을 때에는 그 사람을 죽음에 이르게 할 수도 있다. 또한 우리는 새로운 친구를 사귈 때 그 친구에 대한 다른 사람의 평가를 매우 중요시 하며 그로인해 그 친구의 내면적인 모습을 제대로 파악하기 전에 선입견을 가지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렇듯 공동체 생활을 영위하는 인간에게 있어서 타인의 시선이라는 것은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제시문 A, B, C는 타인의 시선이 개인 행동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각기 다른 입장과 대처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제시문 A는 인간이 다른 사람의 사생활을 알고 싶어하는 특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일상 생활에서 행동거지를 조심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그러나 자신의 일상 생활을 침해 받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것은 곧 자신이 떳떳치 못한 행위를 하고 있기 때문이며, 만약 양심의 가책을 느낄만한 행위를 하지 않는다면 타인의 관심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다른 사람의 평가보다는 개인 양심에 의한 평가를 강조하는 입장이며 거리에서 퍼포먼스를 벌이는 행위예술가들을 예로 들 수 있다. 행위예술가들에 대한 일반인들의 평가는 각양각색이며 해괴하게 보일 수도 있지만 그들은 자신들의 행위가 아름다움을 창조하는 떳떳한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러한 공연을 하는 것이다.
  제시문 B에는 타인의 평가에 큰 가치를 두는 한 인쇄업자의 이야기가 소개되고 있다. 그는 인쇄업자로서의 신용과 평판을 지키기 위해 근면하고 검소한 생활을 하며 심지어는 열심히 장사한다는 것을 남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상점에서 산 종이를 손수레에 싣고 일부러 거리를 달려오기도 하는 인물이다. 그는 자신이 진정으로 겸손하다고 할 수는 없으나 표면적으로는 성공했다며 자신을 평가하고 있다. 바람직하다고 인정되는 덕목을 내면에서 진정으로 우러나와서가 아닌 타인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겉으로만 실천하는 이 인쇄업자는 분명 사회적으로는 성공을 거두었다. 그는 훌륭한 처세술을 가진 인물이며 다른 사람들과의 대인관계를 원만하게 유지하는 능력이 탁월한 사람이라 할 수 있다. 비록 억지로 시작한 것이기는 하지만 그의 겸손한 태도는 어느 순간부터 자연스러운 습관이 되었다. 그러나 내면적인 성숙이 뒷받침되지 않은 그러한 태도는 한계를 드러낼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그가 술에 취해서 평상시의 냉철한 자제력을 잃어버렸을 때에는 가식의 가면 뒤에 숨겨진 그의 원래 모습이 나타날 수도 있는 것이다.
  제시문 C에는 타인에 대한 부정적 평가인 조롱과 쑥덕공론 등 이른바 통제 메커니즘이 어떠한 집단에서 구성원의 일탈을 방지하는 수단으로 이용될 가능성이 제시되어 있다. 일반적으로 인간은 어떤 집단에 속하고 싶어하는 욕망을 가지고 있고 이에 따라 자신의 의견을 그 집단의 의견에 종속시키는 경향이 있다. 자신을 집단에 종속시킴으로써 그 집단의 구성원이 된 뒤에는 구성원이 아닌 사람에 대해 배타적인 태도를 보인다. 이러한 배타적인 태도는 그 집단의  일탈자나 일탈할 가능성이 있는 사람에 대해 조롱이나 쑥덕공론과 같은 형태로 나타나게 된다. 예로 효가 제일 중요한 가치 규범 중 하나였던 전통적인 한국 마을에서 행해진 불효자에 대한 집단적인 응징 내지는 배척을 들 수 있다. 효라는 집단의 가치관에서 일탈한 불효자에게 그 마을에서 살 수 없을 정도의 따돌림이 가해졌던 것이다. 이러한 조롱 또는 쑥덕공론으로 대표되는 배타성은 하나의 집단 조직을 유지시켜 나가는데에 필수적인 수단으로 작용한다. 그런데 이러한 통제 메커니즘이 누군가에 의해 의도적으로 이용될 수 있다는 것에 문제가 있다. 북한의 공산당이 마을 주민들로 하여금 서로서로를 감시하게 함으로써 지배체제를 유지해 가는 것처럼 부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농후한 것이다. 개인의 자율성 내지는 독창성이 사장되고 공산당 지배체제와 같은 결코 바람직하다고 말할 수 없는 집단이 유지되는 것은 통제 매커니즘에 의해 나타날 수 있는 부정적인 결과이다.
앞서 말했듯이 우리 인간은 남의 눈을 의식하지 않고 살아가는 것이 불가능한 존재이다. 그러므로 사회 생활을 원만히 하기 위해서는 나보다는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러나 그러한 자세는 제시문 B의 인쇄업자처럼 가식적인 것이 아닌 내면의 자각을 바탕으로 한 진정한 것이어야 한다. 이러한 자세에 양심에 거리낄 것이 없게 행위하는 정직성이 더해진다면 우리는 비로소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부담을 느끼지 않게 될 것이다. 또한 자신이 속해 있는 집단의 통제 매커니즘에 특정한 세력이 개입되어 부정적인 결과 -왕따 문제와 같은- 를 초래하고 있지 않은지 살펴보고 만약 그러하다면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자세가 필요하다.2602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