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주요 쟁점 이해 공유가치창출 (CSV·Creating Shared Value)

 

 

막오른 CSV시대 - 경영 화두로 떠오른 CSV / 저개발 지역 문제 해결하고제품 판매도 늘리고

환경·공동체 희생 속 번영비판, 기업자본주의 위기 탈출에서 출발, 사회적 가치 창출하고 수익도 늘려 ,사회적 기업·코즈마케팅과도 접점, 자선보다 기업 이익 창출이 목적

공유가치창출(CSV)이란 과연 무엇일까. 무엇이길래 전세계 경영계의 화두로 등장했을까.

공유가치창출은 하버드대 경영학과 마이클 포터 교수와 경영 컨설턴트 마크 크레이머가 20111<하버드 비즈니스 리뷰>(HBR)넥스트 빅 아이디어: 공유가치창출이라는 제목의 논문을 발표하면서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다. 마이클 포터 교수는 논문에서 공유가치창출을 흔들리고 있는 자본주의의 대안으로 제시했다. 그는 현재 기업들이 사회·환경·경제 문제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으며, 주변 공동체의 희생 아래 번영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런 인식은 이미 오래됐고, 그로 인해 기업에 대한 믿음이 퇴색하면서 기업에 불리한 제도들이 계속해서 정치인들에 의해 만들어지는 등의 악순환에 빠져들고 있다는 것이 그의 진단이다. 말 그대로 기업자본주의의 위기가 왔고, 그 돌파구는 공유가치창출에 있다고 본 것이다.

공유가치창출을 한 문장으로 설명하면, 기업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동시에 경제적 수익을 추구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더 간단히 말하면 좋은 일을 하면서 돈도 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공유가치창출 사례로 꼽히는 유니레버의 조이타 프로젝트를 살펴보면 이해가 쉽겠다.

 

 

세계적인 생활용품 기업인 유니레버는 방글라데시에서 2003년 홍수 피해 지역의 주부들을 방문판매원으로 고용하는 조이타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홍수로 모든 것을 잃은 방글라데시 주부 페로자는 유니레버의 프로젝트에 참가해, 지역 비정부기구(NGO)로부터 돈을 조금 빌려 유니레버의 제품을 사 이웃들에게 팔기 시작했다. 그의 삶은 바뀌었고, 딸을 다시 학교에 보낼 수 있을 만큼 형편도 나아졌다. 유니레버는 20093000명의 주부사원이 180만개의 제품을 팔았다고 설명하고 있다.

만약 이 프로젝트가 아니었다면, 열악한 인프라 때문에 유니레버는 농촌 지역에 이만큼 많은 제품을 팔지 못했을 것이다. 게다가 유니레버가 판 비누 등은 이 지역 사람들의 위생을 개선시켜 질병을 줄이는 효과도 함께 거두었다. 홍수 피해나 저소득 농촌의 지역 문제도 해결하고 제품의 판매도 늘리는 일석이조, 나아가 일석삼조의 결실을 맺은 것이다.

사실 이런 개념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에서도 많이 고민돼 왔다. 이른바 전략적 CSR’로 불리는 개념이 그것이다. 사회적 기업이나 코즈마케팅과도 연결되는 지점이 많다. 코즈마케팅은 소비자의 구매를 기부와 연결시키는 마케팅 기법인데, 구매자가 신발을 한켤레 사면 다른 한 켤레를 저개발 국가의 신발 없는 아이에게 기부하는 탐스슈즈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공유가치창출은 여기서 한 발짝 더 나간다. 공유가치창출의 방점이 기업이 어디서 어떻게 돈을 더 벌 수 있을까에 있기 때문이다. 자선이나 공헌이 아닌, 실제 기업의 이익 창출이 목표라는 것이다.

케이비(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는 최근 보고서에서 국내 500대 기업의 사회공헌비용은 20102.9조원으로 2004년 대비 2.3배 증가하며 기업의 참여가 늘어나고 있지만, 기업의 이미지가 크게 개선됐다거나 사회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됐다고 평가하기는 힘들다고 지적했다. 이대로는 기업도 늘어나는 사회적 책임 비용을 감당하기 힘들어지며, 따라서 지속가능하지도 않다는 평가가 계속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등장한 공유가치창출 개념은 기업들의 막힌 속을 뚫어주는 돌파구가 되고 있다. 사회적 책임은 비용이지만, 공유가치창출은 기업 경쟁력 향상의 기회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공유가치창출 기법은 주로 빈민층(BOP·Bottom Of the Pyramid) 시장을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다. 빈민층의 자활을 돕는 동시에 제품의 판매도 늘리는 방식이다. 국제금융공사(IFC)의 집계를 보면, 전세계 빈민층 시장은 연소득 3000달러 미만의 40억 명으로 이뤄진 거대한 시장으로, 시장 규모만도 5조 달러에 이른다. 하지만 발상을 전환해 보면, 빈민층 시장이 아니더라도 얼마든지 새로운 기회의 창을 열 수 있다는 것이 공유가치창출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바야흐로 착한 자본주의의 거대한 실험이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FSG 뉴스레터로 풀어보는 CSV

현재 공유가치창출을 선도하는 가장 전문적인 단체는, 마이클 포터 교수와 함께 공유가치창출을 주창하고 전파한 마크 크레이머가 대표로 있는 컨설팅기업 에프에스지(FSG). 에프에스지는 여러 나라의 공유가치창출 사례를 발굴해 소개하는 한편, 관심 있는 기업들한테 집중적인 컨설팅을 제공하고 있다. 에프에스지가 정기적으로 발간하는 뉴스레터를 통해 공유가치창출에 대한 여러 쟁점들을 정리했다.

공유가치창출 어떻게 시작할 것인가

우선은 기업의 전략과 경영 환경이 어떤 사회적 가치와 교차하는지에 대해 정확하고 분명한 분석을 해야 한다. 자력으로 하기 힘들다면,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는 것이 가장 좋다. 에프에스지는 공유가치창출의 확산을 위해 2012년 네슬레, 버라이즌, 록펠러재단 등 공유가치창출에 앞장선 조직들과 함께 공유가치 선도프로젝트를 발족했다. 이 프로젝트는 공유가치를 조직적으로 실행하기 위한 연구, 툴 개발, 지식 교환, 전문 조직 훈련 등의 활동을 골자로 한다.

 

공유가치창출에 가장 적합한 환경을 갖춘 곳은 어디인가

명확한 답은 없다. 하지만 가장 기회가 많은 곳은 이머징 마켓일 것이다. 지난 10년간 많은 기업들이 이머징 마켓에 고수익을 기대하며 투자하고 진출했고, 개발도상국들은 여전히 경제적 성장과는 별개로 교육, 위생, 공공의료 등과 같은 많은 사회적 문제를 겪고 있다. 에프에스지는 브릭스(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공)에 초점을 맞추고 30개의 사례를 살펴보았는데, 각 나라의 경제적 성장을 잘 활용할 뿐만 아니라 사회적 문제를 전략적으로 해결하는 성공사례가 많았다. 하지만 어느 국가에 진출할지에 대한 결정은 기업의 전략, 시장에 대한 비전과 연계성, 또 각 지역의 기회와 도전 과제 등의 이슈에 달려 있다.

 

이머징 마켓에서 성공적인 공유가치창출을 이루려면

사례 연구를 보면, 성공적인 공유가치창출 기업들은 다음과 같은 공통의 방법들을 이용하고 있었다는 결론에 이른다. 우선 민간 영역 투자를 장려하는 정부의 프로그램을 잘 활용하는 것이다. 인도의 아이시아이시(ICIC) 롬바르드는 날씨 변화로 인해 농부들이 작황을 망칠 경우 금전적 손실을 보호하는 보험 상품을 내놓았는데, 인도 정부가 상당액을 보조해주고 있다. 다음으로 해당 지역 시장에 대한 이해가 충분하지 않을 때는 파트너와 손을 잡는 것이다. 노보노르디스크는 2형 당뇨병이 중국에서 큰 문제라는 것을 인지하고, 중국 정부와 손잡고 치료법을 개발하는 등의 활동을 한 결과, 현재 중국 인슐린 시장의 60%를 차지하고 있다. 이외에도 당신의 철학을 공유하는 상대와 파트너십을 맺을 것, 가능한 모든 외부 펀딩을 끌어안을 것, 정보통신 기술을 활용하는 것 등도 중요하다.

공유가치창출은 거대 다국적기업만 할 수 있나?

오히려 지역 내 사회적 문제에 가까이 있는 기업들이 공유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가능성을 더 많이 품고 있다. 멕시코의 시멘트기업 세멕스(CEMEX)의 사례를 살펴보자. 이 업체는 하우징 마이크로파이낸스 프로그램을 시작했는데, 저소득층 가정에 적합한 주거시설을 디자인하고 건축하는 것은 물론 재원까지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세멕스는 앞으로 5년간 이 프로그램을 통해 75만가구의 저소득층 주거환경을 개선하면서 글로벌 경기 위축으로 재고가 쌓여가는 시멘트 판매 문제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어라

대기업들이 공유가치창출을 시작하면서 부딪치는 가장 큰 장벽 중 하나는 기존의 제품 라인을 넘어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기회를 어디서 찾느냐 하는 것이다. 공유가치창출을 기업의 전략으로 이식하는 데 성공한 기업들은 사회적 기업 혹은 비영리단체와 손을 잡아서 이런 장애를 극복하고 있다. 사회적 기업이나 비영리단체는 공유가치창출의 대상이 되는 사람들과 가장 가까이에 있기 때문에, 이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파악하고 혁신적인 해결책을 개발하는 데 강점을 가지고 있다. 여기에 대기업이 가진 인프라와 대규모 자본, 전문성이 합쳐진다면 공유가치창출의 실마리는 생각보다 쉽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착한 일 하며 돈 번다기업경영의 새 방정식 [한겨레 창간25] 막오른 CSV시대 2013.05.16.

 

경제·사회적 가치 동시 추구 / 네슬레 책임농업프로젝트 - 질좋은 커피 원두 확보하고, 현지농부 소득은 크게 늘고, 물 절약에 수질오염도 막아, 사업활동과 사회문제 연결, 공유가치창출 모델 만들어

 

멕시코의 한 커피 재배 농민이 커피나무 열매를 살펴보고 있다. 네슬레는 전세계 커피 생산지에서 농민에게 기술과 장비를 지원해 농가 소득을 높이고, 그에 따라 질 높고 풍부한 커피 원두를 공급받아 공유가치창출(CSV)을 실현하고 있다.

네슬레 제공

에티오피아 수도 아디스아바바로부터 남쪽으로 500떨어진 하마라는 마을은 현존하는 가장 뛰어난 커피 원두, 이르가체페 아라비카 생산지다. 하지만 뛰어난 커피 품종에도 불구하고, 이곳의 농부들은 생산량은 떨어지고 빚은 늘어나는 악순환에 빠져 있었다. 들쑥날쑥한 생산량과 품질 문제를 고민하던 네슬레는 이곳의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조사팀을 보냈다. 조사 결과, 악순환의 원인은 간단했다. 이곳 농부들의 소득이 커피를 수확해 판 날로부터 다음 수확 때까지 버틸 수가 없을 정도로 낮았다. 농부들은 돈이 떨어지면 커피 농사를 중단하거나 다음 수확을 위해 돈을 빌릴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는 더 큰 빚으로 돌아왔다. 지속적으로 좋은 원두가 생산될 수 있는 구조가 갖춰져 있지 않았다.

네슬레는 좋은 품질의 커피 원두를 안정적으로 공급받기 위한 방안으로 이곳에서 책임 농업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농부들은 전문가의 조언에 따라 봄에는 채소를 심고, 당나귀나 말 등 가축을 기르며 수익을 다변화했다. 그들이 키운 당나귀와 말은 농부들이 중간상에게 커피 과육을 넘기는 대신 직접 싣고 처리장으로 올 수 있게 했다. 농부들의 이익이 늘어났음은 물론이다.

네슬레는 또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농부들이 매우 오래된 방식으로 커피 과육을 벗겨낸다는 것을 알게 됐다. 과육은 퇴비로 사용될 수 있는 소중한 자원이지만, 헛되이 버려져 물을 오염시키고 있었다. 네슬레는 이곳에 현대식 장비를 들여왔다. 그 전에 원두 1을 생산하려면 60의 물이 쓰였지만, 새 기계로는 2~3만 있으면 됐다. 벗겨진 과육은 퇴비로 사용됐다. 네슬레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서 풍부한 양의 품질 좋은 원두를 확보할 수 있게 됐고, 하마의 농민 소득은 크게 늘어났다. 물을 절약하고 수질오염을 방지하는 효과는 덤이었다.

현재 전세계 기업계의 화두가 되고 있는 공유가치창출(CSV·Creating Shared Value)을 가장 잘 실천하는 것으로 손꼽히는 기업은 네슬레다. 스위스에서 시작된 글로벌 식품기업인 네슬레는 2000년대 후반부터 공유가치창출을 기업의 궁극적인 경영이념으로 도입했다. 네슬레가 지향하는 방향은 지난 3월 발간된 309쪽짜리 네슬레의 ‘2012 지속가능성 보고서에 잘 드러나 있다.

페터 브라베크 레트마테 네슬레 회장은 발간사를 통해 우리는 전세계와 지역 이슈, 예를 들어 영양과 물, 지역 발전 등의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주주와 사회에 의미있는 가치를 생산할 수 있다고 믿는다. 이것이 바로 공유가치창출이다. 우리는 선제적으로 우리의 핵심 사업활동과 사회문제를 연결시킴으로써 새로운 기회가 생긴다는 것을 증명해 왔다고 밝혔다.

네슬레 공유가치창출의 또다른 사례는 요오드 강화 식품이다. 네슬레는 저개발 국가를 중심으로 현재 전세계 20억명의 인구가 요오드 결핍증 위험에 처해 있고, 실제로 8억명은 요오드 결핍 증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요오드가 부족하면, 특히 어린아이의 경우 성장이 늦어지고 인지기능이 떨어지는 심각한 부작용이 생긴다. 어른들도 요오드 결핍이 계속되면 갑상선종이 생길 위험성이 크게 높아진다. 네슬레는 인스턴트 라면이나 수프 등을 만드는 마기 브랜드의 식품에 요오드 함유 소금을 쓰기 시작했다. 요오드 부족이 심각한 인도나 아프리카 등에서 큰 환영을 받았음은 물론이다. 네슬레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철분, 비타민A, 아연 등 제3세계에서 부족해지기 쉬운 필수영양소들을 식품에 계속 첨가했다.

나이지리아에서는 미취학 아동의 3분의 1이 비타민A 부족으로 고통받고 있고, 4분의 3의 어린이와 수많은 임신 여성이 빈혈 증상에 시달리고 있다. 빈혈 증상의 원인은 주로 철분 부족이다. 네슬레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골든 몬시리얼에 비타민A와 철분을 첨가했다. 현재 골든 몬시리얼은 나이지리아에서 21000만개 넘게 팔리고 있다.

사회문제 해결에 제품의 경쟁력을 접목한 사례는 그외에도 무수히 많다. 인도네시아에 팔리는 0.12달러짜리 마일로 초코볼은 아이들의 열량 부족을 해결해 주고 있고, 미국과 영국 등에서 팔리는 저염·저당 식품들은 비만과의 전쟁에서 일익을 담당하고 있다.

네슬레가 집계한 2012년 전세계 판매량을 보면, 전해에 비해 철분 함유 제품은 530억개에서 840억개로 크게 뛰었다. 요오드 함유 제품도 1020억개에서 1050억개로 순조롭게 판매량을 늘려가고 있다. ‘착한 일을 하면서 돈도 번다는 몽상가적인 이야기가 네슬레에는 이미 현실이다.

 

이형섭 기자 sublee@hani.co.kr

네슬레의 CSV 3단계

네슬레의 공유가치창출(CSV) 노력은, 이 회사가 공유가치창출에 기반해 첫번째 지속가능성 보고서를 낸 2007년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네슬레가 장기적인 관점에서 사람과 사회를 건강하게 만드는 것이 사업실적을 높이는 지렛대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비교적 일찍 깨달은 셈이다.

네슬레가 밝히는 공유가치창출은 3단계로 이뤄져 있다. 가장 아래 단계는 네슬레가 진출해 있는 각 나라의 현지 법률이나 관습을 지키는 것이다. 대부분의 경우, 네슬레의 자체 사업규칙과 행동강령은 그 나라의 법적 요구사항보다 한층 더 엄격하다. 그 위에 지속적인 발전 가능성이 자리잡고 있다. 현재의 이익을 위해 미래세대가 필요로 하는 자연과 환경을 훼손하지 않는다는 강령이다. 그리고 최상위에 공유가치창출이 자리잡고 있다. 공유가치창출의 구체적인 행동강령은 각 나라의 사회적 요구에 맞는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한다’ ‘전체 밸류체인에서 더 효율적으로 자원을 사용한다’ ‘지역의 경제와 사회적 발전을 촉진한다등 세 가지다.

 

·영양·농촌개발 3분야에 집중, 행동강령지침도 3단계로 구체화 네슬레의 CSV 3단계

네슬레 쪽은 공유가치창출을 통해서 자원을 좀더 효율적으로 투자할 수 있게 되고, 해당분야에 대한 잠재적인 가치 창출을 극대화하는 동시에, 지역사회 관계자들과의 협력도 더 강해질 수 있다고 강조한다.

 

네슬레의 농학자들이 커피 묘목을 살펴보고 있다. 네슬레의 농학자들은 다수확 묘목을 얻기 위해 끊임없이 연구개발을 하고, 여기서 얻은 기술을 다시 농민들에게 전파하고 있다. 네슬레 제공

 

네슬레는 현재 물, 영양, 농촌지역개발 등 세 부분을 공유가치창출의 핵심사업 분야로 꼽고 있다. 영양 부분의 핵심은 더 값싸게 영양이 풍부하고 건강한 음식을 혁신과 파트너십을 통해 고객들에게 공급한다는 것이다. 부족한 미세영양소를 음식에 첨가한다든가, 저염·저당 식품으로 비만을 막는다든가 하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물 부분은 부족한 물 자원을 더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수질 오염을 개선함으로써 원료의 질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인도 모가 지역에 관개시설을 확충하고 전문가를 파견해 젖소를 키우는 기술을 전달해 준 것이 대표적이다. 60%에 이르던 이 지역의 송아지 사망률이 크게 낮아지고, 물이 좋아지면서 원유의 질과 양 모두 만족스러운 결과로 돌아왔다. 농촌지역 개발은 생산되는 원료의 질을 높이는 동시에 농가의 소득을 개선해 네슬레 제품의 판매 거점이 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낳고 있다.

네슬레 쪽은 자사 누리집에서 아래와 같이 밝힌다. “과거에 기업이 지역사회나 환경에 투자하는 것은 종종 의무기업철학으로 인식돼 왔다. 평판을 좋게 만들거나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비용으로 취급받아온 것이다. 하지만 공유가치창출은 이런 의무를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업을 강하게 만드는 기회로 변모시켰다. 공유가치창출은 리스크를 완화하고 평판을 유지시켜 주는 동시에 비용도 줄여줬다. 공유가치창출은 궁극적으로 우리의 경쟁력과 상업적인 성공을 보장한다.”

 

 

대기업이 탐욕만 좇을 때 일어나는 일들 / 고장난 거대기업 / 좋은기업센터 기획 / 양철북·12000

 

1970년대 아프리카 전역에서 수천명의 아기가 죽어나갔다. 전쟁이 아니라 네슬레의 분유 마케팅 때문이었다. 200112월 엔론이 회계부정으로 파산하면서 2만여명 직원은 연금도 받지 못한 채 직장을 그만둬야 했다. 글로벌 유통기업 월마트는 여성 노동자를 차별해 사상 최대 규모의 성차별 소송에 휘말렸다. 국내 대기업들도 도마에 올랐다. 현대자동차는 불법 파견을 일삼아 수년째 갈등을 빚고 있고, 골목상권의 생존을 위협하는 홈플러스의 욕심은 끝이 없다. 삼성중공업은 태안 앞바다를 기름으로 더럽히고도 책임있는 자세를 보이지 않는다.

기업을 감시하는 시민단체인 좋은기업센터사람들이 풍성한 사례와 자료를 바탕으로 좋은 책을 펴냈다. <고장난 거대기업>은 가장 많이 가진 대기업들이 모든 것을 다 갖기 위해 거짓말과 잔꾀를 일삼는 이야기이다. 코카콜라, 나이키, 마이크로소프트를 포함해 국내외의 12개 대표기업이 표적이 됐다. <고장난 거대기업>의 매력은 자칫 무거울 수 있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 이야기를 다큐멘터리로 방송하듯이 쉽게 생생한 필치로 묘사해 냈다는 점이다. 소비자, 인권, 노동, 환경, 공정거래, 지역사회, 민주적 지배구조라는 가치를 헌신짝처럼 저버리는 대기업들의 이면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고발한다.

<고장난 거대기업>기업이 돈을 버는 데 윤리나 책임을 묻는 것은 잘못이라는 주장을 온 가슴으로 반박한다. “기업이 책임져야 할 것은 주주의 이익만이 아니라 노동자와 지역사회, 환경까지 포함한 이해관계자들 모두의 이익이라는 것이다. 동시에 소비자들의 참여와 행동만이 기업을 사회적 책임으로 이끌 수 있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김현대 선임기자 koala5@hani.co.kr

경쟁에서 협력으로경제·사회 가치 동시 추구해야

 

[헤리리뷰] 위기시대의 대안 공유가치성장

한국 경제뿐만 아니라 세계 자본주의는 위기에 빠져 있다. 2012년 한국의 대통령 선거는 위기에 봉착한 한국 경제의 새로운 방향과 해법을 묻는 선거였다. 20089월 리먼브러더스 사태로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지난 30년 동안 맹위를 떨쳐온 신자유주의에 마침표를 찍고, 새로운 제4세대 자본주의의 길을 한국의 대통령 선거는 물었다.

진보·보수 모두 새 국정운영 모델 모색

이번 대통령 선거의 두드러진 특징은 진보와 보수 모두 경제민주화와 복지국가를 전면에 내세웠다는 점이다. 그동안 한국 사회를 구성해왔던 발전국가와 신자유주의를 넘어선 새로운 국정운영모델에 대한 모색이 시작되고 있다. 세계 자본주의는 제3세대의 경쟁의 시대를 넘어서 제4세대 협력의 시대로 진화하고 있다. 발전국가가 국가와 국익, 신자유주의가 시장과 효율을 중심으로 운영되었다면 새로운 자본주의는 시장과 시민사회, 그리고 정부가 협력으로 국정을 운영하는 모델을 찾고 있다.

공유가치성장(shared value growth)은 사회적 변화를 위해 경제적 발전과 사회적 편익을 추구하는 포용적 성장(inclusive growth)이며, 기업, 정부, 비정부기구(NGO)가 자신들이 속한 공동체에서 공유된 가치를 기반으로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는 지속가능한 발전을 지향하는 성장이다.

이 성장은 기업과 이해관계자가 협력해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고 이를 공유하는 것이다. 예컨대 중남미의 영세한 커피농가들은 자금이 모자라고 기술이 부족해서 농업생산량이 생계비 이하인 열악한 상태에 놓여 있다. 다국적 식품회사인 네슬레는 이 농가들에 우선 자금과 기술을 지원해 커피 생산량을 증가시켰다. 그 결과 네슬레는 안정적으로 커피를 공급받게 되고, 커피농가는 소득을 올리게 된다. 새로운 공유가치가 창조된 것이다.

과테말라 우에우에테낭고의 커피농장에서 농부들이 수확한 커피의 무게를 재고 있다, 안명규 제공

 

2008년 금융위기로 경쟁시대 한계 봉착

세계적인 영국의 이동통신사인 보다폰은 수익이 나지 않을 것 같은 케냐에서 새로운 시장에 도전하였다. 보다폰은 저가 휴대전화로 인터넷뱅킹 서비스를 제공하였다. 현재 케냐에서 일어나는 금융거래의 4분의 1 이상이 이 금융서비스로 이루어지고 있다. 보다폰에는 새로운 수익을, 케냐에는 저소득층이 이용 가능한 금융서비스를 창출하였다. 인도, 아프리카, 중남미 등 제3세계 저소득시장(BoP, Bottom of Pyramid)에서 공유가치성장은 새로운 흐름이 되고 있다.

기업은 그동안 경제적 가치 증대에 초점을 맞추었고 사회적 가치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고 여겼다. 주주이익에만 관심이 있고, 이해관계자인 노동자·협력업체·지역사회의 이해관계에는 관심이 없었다. 오히려 이런 요소는 비용만 늘리는 것으로 생각되었다.

그러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경쟁과 효율만을 추구하는 자본주의가 더는 지속가능하지 않음을 보여주었다. 이에 대한 반성이 자본주의의 심장인 다국적기업에서 먼저 일어나고 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이번 대통령 선거를 관통한 흐름인 경제민주화와 복지국가는 대기업의 소유와 독점을 더는 용인할 수 없다는 국민적 저항의 분출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과 협력,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차별 폐지는 진보와 보수 모두에서 시대적 흐름이 되고 있다.

 

기업 윤리 아닌 가치사슬 바꾸는 것

공유가치성장은 기업에 주주이익의 극대화가 아니라 이해관계자 모두의 이익을 추구하는 대안적 성장모델이다. 이 성장론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윤리적 문제가 아니라 기업의 가치사슬 속에서 이해관계자들이 공유가치를 창출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기업이 경제적 가치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한다는 시민적 신뢰가 생길 때, 기업과 시민사회 그리고 정부의 관계도 갈등이 아니라 좀더 협력적으로 변화할 것이다.

이번 대통령 선거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자본과 노동,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갈등과 대립에서 협력적 관계로 바뀌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 공유가치성장은 앞으로 다양한 이해관계의 협력적 성장의 대안적 모델로 제안될 수 있을 것이다.

임채원 서울대 서베이조사연구센터 연구원

 

지속가능한 커피 시장, 아시아 소비자에 달렸다/ 마크 퍼닉스 볼카페팀장

기후변화 등에 커피 생산 한계인데 아시아 수요 급증해 시장 위기 고조, 친환경·공정 생산 등 기준 준수해야

세계인이 물 다음으로 많이 마시는 음료인 커피는 그만큼 국제 교역 규모도 크고, 공정무역에 대한 관심도 높은 품목이다. 한국 역시 1999스타벅스’ 1호점이 국내 첫 문을 연 뒤 커피 소비문화가 비약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세계적인 커피 무역회사 볼카페의 마크 퍼니스(사진) 지속가능개발 팀장은 미래 커피 소비의 핵심은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이다. 아시아 소비자가 지속가능 생산에 관심을 갖지 않으면 커피 시장은 수년 안에 위기를 맞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 23일 서울카페쇼가 주최한 월드 커피 리더스 포럼강연자로 우리나라에 온 퍼니스 팀장은 16년째 커피의 공정무역을 다뤄온 전문가로 지속가능성 규약에 대한 유엔 포럼’(UNFSS)의 커피 분야 자문을 맡고 있다. 첫 한국 방문인 그는 케냐, 콜롬비아 등 다양한 원산지 커피를 한자리에서 취급하는 카페가 많은 점은 세계 다른 곳에서 찾기 힘든 한국만의 특징이라고 말했다.

그는 커피콩 공급이 한계에 온 상황에서 아시아 국가들의 수요가 급증하면서 ‘2차 커피 위기가 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경작지 감소와 온난화로 인한 기후 이상으로 커피 생산은 한계 상황이다. 반면 아시아는 한국 5%를 비롯해 중국 20% 등 해마다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수요 급증은 가격 폭등을 부르고, 이로 인해 수요가 꺾이면 가격 요동으로 이어질 것이다.”

국제 사회가 커피 생산의 지속가능성에 대해 주목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2년이다. 베트남이 커피콩의 수출량을 크게 늘려 국제 시세가 폭락하자, 남미·아프리카 등지의 2500만 재배 농가들이 벼랑 끝으로 내몰렸다. 동시에 생산기반이 흔들려도 이익을 누리는 다국적 커피회사와 농가의 불공정한 관계도 주목을 받았다. “커피 생산자의 85%는 소규모 농가다. 당시 라틴아메리카 농촌 공동체의 붕괴를 보면서 농민 대표단체, 무역회사와 커피업계 회사 등이 모여 커피 공동체를 위한 일반기준을 마련하게 됐다.”

친환경적이고 공정한 생산, 무역, 소비를 위한 이 기준을 바탕으로 각종 행동강령이 도입됐고, 현재 전 세계 연간 커피콩 총 생산량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4700만 자루(1자루 60)가 이 기준을 준수하는 방식으로 생산되고 있다.

퍼니스 팀장은 이제 커피 시장 지속가능성의 열쇠는 아시아 소비자가 쥐고 있다고 말한다. 일반기준이 마련된 뒤 지금까지 세계 각국에 431개 환경마크가 도입됐고 스타벅스, 네슬레 등 대형 다국적 기업들도 차례로 규약에 동참했다. 그는 하지만 아시아 지역 회사 가운데 참여한 곳은 없다시피 한 실정이다. 소비자의 각성과 행동이 기업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동력이라고 말했다.

권오성 기자 sage5th@hani.co.kr, 사진 엑스포럼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