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딸을 백 원에 팝니다

                     장진성  

                                                                              

그는 초췌했다
-내 딸을 백원에 팝니다
그 종이를 목에 건 채
어린 딸 옆에 세운 채
시장에 서 있던 그 여인은

그는 벙어리였다
팔다리는 딸애와
팔고 있는 모성을 보며
사람들이 던지는 저주에도
땅바닥만 내려보던 그 여인은

그는 눈물도 없었다
제 엄마가 죽을병에 걸렸다고
고함치며 울음 터치며
딸애가 치마폭에 안길 때도
입술만 파르르 떨고 있던 그 여인은

그는 감사할 줄도 몰랐다
당신 딸이 아니라
모성애를 산다며
한 군인이 백원을 쥐어주자
그 돈 들고 어디론가 뛰어가던 그 여인은

그는 어머니였다
딸을 판 백 원으로
밀가루빵 사들고 어둥지둥 달려와
이별하는 딸애의 입술에 넣어주며
-용서해라! 통곡하던 그 여인은

모성애는 흔히 수많은 기적을 가능케 하는 숭고한 가치로 여겨진다. 따라서 자신의 딸을 판다는 여인에게 주어지는 것은 인간도 아니라는 비난과 멸시뿐이다. 제시문의 여인을 향한 타인들의 시선도 그러했다. 그러나 그녀는 그녀만의 처절한 모성애를 보여준다. 딸을 판 돈으로 딸에게 먹을 것을 사준 것이다. 그녀가 인륜을 저버려야만 딸에 대한 모성을 표현할 수 있도록 만든 이 모순의 원인은 바로 처절한 가난이다.
시인이 직접 목격한 이 충격적이고 고통스러운 장면은 시인이 북한의 고통스러운 현실을 직시하도록 해주었다고 한다. 그가 전하는 일련의 시들은 북한의 수많은 동포들이 지금 어떠한 고통에 처해있는가를 보여준다. 극심한 빈곤과 그에 따른 식량 부족은 무수한 이들의 생명을 앗아가고 있다. 북한의 아이들은 쌀밥이 밥인지조차 모른 채 굶주림으로 세상을 떠나곤 한다.
최근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면서 북한과의 관계는 악화일로를 걸었다. 10년간의 햇볕정책이 이룩한 북한과의 우호적 관계는 물거품이 되었다. 대통령은 햇볕정책이 효과 없는 퍼주기 식 지원일 뿐이라고 단언했다. 많은 이들이 대통령과 의견을 같이 했다. 우리에게 스스로 도움을 요청하지 조차 않는 북한을 도와주기 위해 애쓸 필요 없다고 그들은 말한다. 침체된 경제를 명분으로 내세우며 북한을 도와줄 여력도 없다고 한다. 경제적 효율성이라는 지배적 가치 앞에서 동포에 대한 사랑은 이상주의로 매도되며 빛을 잃었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우리나라의 외면 속에 북한의 수많은 이들이 죽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북한 정부의 비협조적 태도나 경제적 효율성은 북한에 대한 지원을 중단하는 이유가 될 수 없다.
자본주의가 팽배함에 따라 효율성은 다른 어떠한 것에나 우선하는 가치로 여겨지고 있다. 그 결과 모든 것의 가치가 경제적 이익으로 가늠되곤 한다. 그러나 경제적 효율성을 초월하는 가치는 분명 존재한다. 분단이라는 우리 민족만의 아픔은 서로를 경제적 잣대로 평가함으로써 해결될 수 없다. 서로를 이해하고 사랑으로 보듬어야 한다. 상대를 향한 배려와 사랑. 경쟁만을 요구하는 우리 나라의 교육 현실 속에서 꼭 전제되어야 할 가치이다.  


명덕외고3  김지아 (2008년 6월 15일- 역사와 인간 수업 과제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