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들은 최근 국방부에서 양심적병역거부자에 대한 대체복무허용 방침을 입법하겠다는 발표에 따른 견해를 실을 것이다. 이 자료를 읽고 양심적병역거부의 의의와 대체복무의 문제를 다양한 관점에서 정리해 보자.


양심적 병역거부와 대체복무  

1. 양심적 병역거부 연대회의 "적용범위·시행시기 등 보완해야"

환영 속 조속한 입법 촉구 및 보완점 지적  / 박지훈 (punkyhide)  

"국방부 방안을 보면 복무 기간 2배, 엄청난 노동 강도, 집단 합숙, 강력한 처벌 의지 등 제도가 악용될 소지가 거의 없다. 변화의 이면에는 1만3000여 명의 수감자들의 고통이 있다. 언제까지 이들을 감옥으로 보낼 수는 없지 않은가. 이제는 합리적 해결방안에 귀를 기울여 달라".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권 실현과 대체복무제도 개선을 위한 연대회의'는 19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체복무제 도입 환영과 함께 조속한 입법을 촉구하고 나섰다.
연대회의는 대체복무제 도입을 환영하면서도 시행시기·복무기간·적용범위 등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개병제 근간 흔드는 것은 권력형 병역기피자들"
연대회의 공동집행위원장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는 "현재 830여 명이 양심적 병역거부로 감옥에 갇혀 있다"며 "이들에 대한 조속한 석방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한 교수는 또한 "국방부는 2009년부터 대체복무제를 시행하겠다고 밝혔지만, 올해와 내년에 양심적 병역거부를 선언하는 이들에 대해서도 대체복무 혜택을 줘, 검찰의 고소·고발이 이뤄지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울러 "현역병 뿐 아니라 예비군에게도 이 문제에 대한 전향적 조치가 취해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방부는 대체복무자 검토 대상을 종교적 사유에 의한 병역거부자는 포함시킨 반면, 현역과 예비군 복무 중 병역을 거부한 자는 검토 대상에서 제외했다.
지난 2004년 대체복무제 도입 안을 국회에 제출한 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은 대체복무 적용범위에 대해 "종교적 사유 뿐 아니라 사상 및 신념에 의한 병역 거부자도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 의원은 "일각에선 대체복무제 도입으로 국민개병제 근간이 흔들린다는 지적이 나오는데, 병역거부자 때문이 아니라 불법과 탈법 및 권력형 병역기피자들 때문에 국민개병제 근간이 흔들리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특히 "이번 발표가 대선을 앞 둔 생색내기용 발표가 되선 안 된다"며 "정부는 국회에만 책임을 떠넘기지 말고 즉각 정부 법안을 국회에 제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 의원과 같이 대체복무제 도입안을 제출한 임종인 의원(무소속)도 "정부는 내년이 아니라 올해 정기국회에서 처리될 수 있도록 법안을 제출해야 한다"며 "또 복무기간을 현역병이 비해 2배 가까이 하는 것은 징벌적 성격이 강하다, 국제 기준인 1.5배 수준으로 낮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독일의 경우 현역병 근무기간은 9개월이며, 대체복무 기간은 10개월이다. 또 대만도 현역복무 기간을 20개월, 대체복무 기간을 26개월로 정해놓고 있다. 이에 비해 국방부는 현역병(24개월)의 2배에 해당하는 48개월로 대체복무 기간을 정했으며, 현역 복무 기간이 18개월로 단축될 경우 36개월로 대체복무 기간을 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연대회의는 "국민정서상 복무기간이나 노동 강동에서 여타 사회복무 분야와 차별점을 둘 수밖에 없다 해도 징벌적 성격이 강하다면 국방부에서 말한 '소수자 인권 보호 의미'가 퇴색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연대회의는 그러나 "국방부 결정을 환영한다"며 "구체적 입법과 시행과정에서 부족한 부분을 개선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고 밝혔다.  
  

2. 누가 '대체복무'를 '안보 위기'로 주장하는가
[주장-김수정 변호사] 이제 다수의 '양심'이 소수의 '양심'에게 손 내밀 때

정부가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의 대체복무를 허용키로 결정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찬반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이와 관련, 지난 6년여간 100여명의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들을 변호해 온 김수정 변호사의 글을 전재한다. <편집자주>  


  ▲ 논산 육군훈련소 연병장에서 훈련병들이 제식훈련을 받고 있다 ⓒ 연합뉴스 조용학  

정부가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들의 대체복무를 허용한 이번 조치를 진심으로 환영하며, 조속한 시일 내에 대체복무제가 도입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
나는 2001년 5월 종교적 신앙(여호와의 증인)에 따라 병역 혹은 총을 들기를 거부하고 있는 여호와의 증인교 신도들을 변호하기 시작한 이래 지금까지 약 100여명의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들을 변호했다. 이중에는 여호와의 증인교 신도뿐만 아니라 불교의 불살생계율과 평화주의자의 양심에 따라 병역을 거부한 사람들도 있었다.
2001년 당시의 법정은 가혹하였다. '지금이라도 총을 잡으라는 상관의 명령을 이행한다면 용서해줄 수도 있다'는 회유는 물론 홍안의 어린 그들이 감옥행을 결심할 만큼의 독한(?) 양심을 소유하고 있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어 부모나 교단의 사주에 의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피력하며 심지어 방청석에 앉아 있는 부모를 일으켜 세우기도 했다.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들에 대한 이러한 가혹한 처사는 그 역사가 사뭇 오래된 것이다.

'양심적 병역거부' 잔혹사
대한민국에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는 일제 식민지 시절이던 1939년 최초의 처벌 기록이 보고 된 이래 지금까지 처벌된 숫자가 1만여명에 달한다.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는 본질적으로 자신의 신념이 유일한 증거일 수밖에 없고 도주와 증거 인멸의 우려가 없는 데도 불구하고 거의 예외 없이 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았다.
현재 재판을 받고 있거나 교도소에 수감되어 있는 이들 중 80%가 2001년 중반 이전에 군사 재판을 통해 군형법 제44조에 근거한 항명죄로 법정 최고형인 3년형을 기계적으로 선고 받았다. 아버지나 형이 같은 이유로 투옥되거나, 형제가 동시에 투옥된 경우에도 양형에 있어 거의 참작이 되지 않았다.
또한 이들 가운데는 의사나 카이스트 등 특수 전공자로서 4주의 기본군사훈련만 이수하면 보충역의 한 형태인 전문연구요원 제도나 산업특례요원 제도를 이용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지만 기본 군사훈련을 면제받을 수 없어 군형법, 병역법에 의거 실형을 선고 받고 복역한 경우도 있었다. 2001년 중반 이후로는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 대부분이 군 입대 자체를 거부하여 군형법 대신 병역법이 적용되었으며, 이에 따라 이들은 군사법원이 아닌 민간법정을 통해 재판을 받아 18~26개월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들은 투옥되어, 전례 없는 국가주의와 강화된 병역법으로 인해 매우 가혹한 고문, 구타, 가혹한 처벌을 경험하기도 했다. 1975년 당시 병무청 직원들은 박정희 대통령이 입영율 100%를 달성하라는 지시를 내림에 따라 징집영장도 없이 여호와의 증인교 신자들의 집회 장소를 에워싸고 있다가 징집 연령에 해당한다고 판단되는 젊은이들을 군부대에 강제로 입소시킨 뒤 그곳에서 징집영장을 발부하는 일도 있었다.

고문, 가혹행위, 사망... 이를 각오하고 '양심'을 지키려는 이유는?
이들이 재판을 받기까지 투옥되어 있던 군 영창에서 고문과 가혹 행위가 자행됐다. 1976년 강제로 징집된 여호와의 증인 이춘길은 창원 39사단 헌병대 영창에서 구타로 인해 사망하기도 하였으며, 또한 이 무렵에는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가 형기를 마치고  출소하는 날 교도소 정문에서 병무청 직원들이 대기하고 있다가 그에게 징집 혹은 예비군 소집 영장을 제시하고 다시 재판과 투옥을 하는 과정을 반복시켜 여러 번 투옥하는 사례도 있었다.
또한, 이들은 1991년경까지 가석방 대상 자체에서 제외되었으며, 이후에도 일반 재소자들과 달리 여호와의 증인교 신도인 병역거부자들은 가석방 심사기준에서 특별한 유형으로 분류되어 심사됐다. 이들은 교도소 내에서 대표적인 1급 모범수로 평가받고 있음에도 통상의 경우 50%이상 형기를 복역하면 가석방의 혜택이 주어지는데 반하여, 형기의 75%이상을 복역해야 가석방을 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 경축일을 비롯하여 매년 몇 차례씩 정부가 전체 수감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사면·복권 대상에도 전혀 포함되지 않았다.
또 다른 종교를 가지고 있는 수감자들은 외부로부터 정기적으로 교직자의 방문을 받는 등 종교활동이 허용되고 있었으나, 2003년 중반 이전까지는 일체의 종교 활동을 허용 받지 못했다.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들은 석방된 후에도 전과로 인해 공무원 임용자격이 없으며, 민간 기업에 취업하고자 하는 경우에도 신원 조회에서 탈락하는 등의 사회적 차별을 경험하고 있다.
병역법 제76조에 따라 관청허가업종 등에 종사하는 데 있어서도 제한을 받고 있다. 2004년 2월경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로 인한 수감자들이 521명으로 세계 최다를 기록하기도 하였고, 2004년 10월에는 병역을 거부한 여호와증인교의 신자인 김아무개씨가 캐나다에서 종교난민으로 인정받기도 하였다.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들에 대한 이러한 가혹한 처사는 한국의 특수한 상황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하다. 한국은 군사독재정권하에서 국가안보를 최우선시하는 정책을 펴왔고, 남북 분단 상황은 병역의 의무를 신성시하는 관행을 존속시켜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군의 질적 개선이나,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 등을 논의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였으나, 반면 극소수 특권층은 그들의 지위를 이용하여 자식들의 병역을 면제받는 등 이로 인하여 군대는 돈 없고 힘없는 사람들만 가는 곳으로 인식되는 등 국민들에게 상대적 박탈감 가중하는 곳이 되기도 하였다.

대체 복무 결정은 환영할 일, 아쉬운 점은...
이 때문에 국민들의 관심은 병역제도의 개선보다는 병역의무의 형평성에 기한 병역기피의 방지에 있었다. 이는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권이나, 사병들의 인권 등의 문제를 논의하기 어렵게 만드는 원인 중의 하나이기도 하였다.
그러나 2001년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가 한 주간지에 소개된 것을 계기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의 문제뿐만 아니라, 군대내의 사병들의 인권문제, 제대군인에 대한 지원문제 등 군의 개혁 또한 다양하게 논의되기 시작했다.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권의 인정과 사병과 제대군인들의 권리는 전혀 배치되는 것이 아니며, 오히려 서로가 격려하며 달려가는 쌍두마차와도 같은 모습이라 생각된다.
이러한 의미에서 이번 정부가 발표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에 대한 대체복무제 도입은 진정 환영할 만한 조치이다. 그러나, 정부가 발표한 대체복무제와 관련하여 아쉬운 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정부는 대체복무자들의 복무기간을 현역병의 2배로 하였고, 군복무 중인 자 및 예비군 훈련중인 자의 대체복무는 인정하지 아니하였다.
현역병들과의 형평성, 병역기피자의 악용가능성,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라는 현실 여건을 고려하여 불가피하게 이러한 조치를 선택한 것에 대하여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대한민국도 동의표명을 한 유엔 인권이사회 결의 제77호는 이미 군복무를 하고 있는 사람도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권이 있으며, 대체복무는 형벌적 성격이 아니어야 한다고 천명하고 있다.
그런데 이번 정부조치에 따르면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들은 현역병의 복무기간이 18개월로 단축된다 하더라도 최소한 36개월을 대체 복무해야 한다. 지나치게 긴 복무기간은 사실상 감옥행을 대신하는 형벌이라 할 수 있다.
또한 현역병의 경우에도 얼마든지 자신의 양심에 대한 고뇌 끝에 총을 들기를 거부하는 결정을 할 수 있다(노회찬 의원이 발의한 법안에는 현역병의 거부권을 인정하고 있으며, 노회찬 의원과 임종인의 의원의 법안 모두 대체복무기간은 현역병의 1. 5배로 하고 있다). 현역병에 대하여도 비전투역등에서 복무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이번 정부의 발표를 계기로 여러 현실적인 한계에도 불구하고 논의가 성숙되는 과정을 거쳐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권의 인정이 완전한 형태에 이를 수 있기를 희망해본다.

국가 안보 위태롭다? 분단 독일·대만도 대체복무 허용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권이 인정되는 것과 관련하여, 가장 많은 우려 중 하나는 국가 안보가 위태로워 질 것이라는 우려일 것이다. 외국의 사례가 우리에게 그대로 적용될 수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권이 평화 시가 아니라 전쟁의 시기에(프랑스의 알제리 전쟁, 미국의 남북전쟁, 베트남 전쟁, 제1, 2차 세계대전 등)에 중요한 문제로 부각되어 인정되고 그 인정범위가 확대된 역사와 우리와 같이 분단국가였던 독일, 현재도 중국과 대치 중인 대만의 사례에서 위와 같은 우려가 기우일 수 있다는 교훈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독일(통일 전 서독)은 2차 대전 이후 전쟁의 광기에 휩쓸린 나치제국의 잘못을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하여 전쟁을 반대하고 평화를 지향하는 수단으로서 국민 각자의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권을 독일의 헌법인 기본권에 명시하였으나, 오히려 우월적 지위에서 동독과의 통일을 주도하였으며, 병역의무의 대체로 출발한 시민 봉사제도는 독일이 사회복지국가로서 자리 잡는데 중요한 요소로 기능하였다.
대만의 경우는 중국과 대치중이지만 군 정예화, 소수화, 강력화를 특징으로 한 현대화 부대를 구축하기로 하고 국가안전과 병역 공평성에 대한 고려를 바탕으로 대체복무제를 도입하였고, 2000년 7월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들에 대한 대체복무를 시행하였다. 시행결과, 병역회피를 목적으로 병역거부를 주장하는 사례가 드러나지 않아 2002년 3월경 현역병보다 1.5배 길었던 기존의 복무기간을 더 감축하였다.
나는 일각의 우려처럼, 갑작스레 많은 사람들이 병역거부 또는 병역기피를 하여, 국가안보가 심각히 위협받을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란 감옥에 가는 한이 있더라도 양심 때문에 군대에 갈 수 없는 것이지, 단순히 군대에 가기 싫은 것이 아니다.
국가 위해 총을 든다는 다수의 양심과 총을 들 수 없다는 소수의 양심
정부의 발표에서 보았듯이 앞으로 도입될 대체복무는 어쩌면 현역입대보다 훨씬 더 가혹한 것이 될 가능성이 높다. 도대체 군대에 가기 싫다는 이유만으로 대체복무를 견뎌낼 수 있을까, 무엇보다도 대체복무는 병역 의무를 면제하는 것이 아니라 대체할 뿐이다(현재 존재하고 있는 공익요원도 사실 대체복무의 한 형태이다. 물론 정부가 발표한 대체복무제와는 복무기간, 복무역, 집단생활 등에서 질적 차이가 있지만). 물론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인지 여부를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법과 제도를 정비하여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것도 중요할 것이다.
이제는 국가와 민족, 평화를 위해서 총을 들 수 있는 다수의 양심들이 평화를 위해 총을 들 수 없는 소수의 양심에게 위로와 연대의 손을 내밀 때가 아닐까. 다수가 소수를 더 이상 적대시 하지 아니하고, 소모적인 논쟁에서 벗어나, 머리를 마주하고 공존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할 수 있는 물꼬는 터졌다. 정부가 한발 내 딘 발걸음을 이제는 국회가 나서서 끌고 가야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양심을 이유로 병역을 거부하는 자들(Conscientious Objecters)에 대하여 ‘양심적 병역거부자'라는 용어를 일반적으로 더 많이 사용한다. 혹자는 '양심적’이라는 뜻을 오해하여 군에 입대하는 사람들은 ‘비양심적’이라는 것이냐 라는 비판하기도 한다. 이에 일부에서는 이러한 비판에 수긍해 ‘자신의 양심에 따라 병역을 거부한다는 뜻’으로 이들을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로 부르기로 하였다. 이러한 취지에 공감하여 필자 또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로 서술하기로 한다.


3. 사회복무제 허용 환영하지만 우려스럽다 정재영 (jy830) 기자
2007.09.18 OhmyNews

어떤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심대할 때, 그 논의는 격론이 될 수밖에 없지만 결국은 한 지점에서 합의가 도출된다. 과정은 치열했으나 양자가 모두 흔쾌히 수긍한다면 그 시행은 성공한 것이나 다름이 없다. 그런데 이번에 나온 양심적 병역거부자 해결책(?)은 어떠한가?
더 지켜보아야겠지만 일단은 약간 우려스럽다. 그렇게 모질게도 60년을 처벌만 하더니 이제는 풀어는 주되 진을 빼는 방법으로 택일을 강요하고 있다. 정부당국자는 "종교적인 사유 등으로 입영을 기피하는 사람들에게 군대 대신 다른 방법으로 병역을 이행할 수 있도록 대체복무를 허용키로 했다" 고 한다.
원시기독교의 오랜 전통이며 핵심인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상식이 있었다면 "기피"는 "거부"로 "허용키로"는 "인정키로"라고 해야 한다. 국방부가 그렇게도 "대체복무는 안된다. 시기상조"라고 주장을 했는데 왜 허용을 하는 쪽으로 급선회을 했는지 좀 더 설명을 해야 하지 않는가? '병역거부=처벌'의 연장선에서 사회복무제로 유도하고 생색도 낼 수 있다고 생각해서는 안된다.
악용자 발생을 우려해서 대체복무 불가 입장을 견지한 국방부는 도입의 배경뿐만 아니라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인정 여부를 분명히 해야한다. 이런 해결책이라면 10년 전, 20년 전에 시행을 했어도 아무런 부작용이 없었을 것이다.
사랑과 봉사의 정신으로 역무를 수행하게 될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이 투철한 사명감을 갖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더 완화된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고강도 분야를 회피하는 것이 아니라 기꺼이 감수하는 자세를 지고 있는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을 치료시설에 24시간 합숙하게 하는 것은 또 다른 인권문제를 정부가 만드는 것이다.
동일한 역무에 일반복무자는 20개월을, 양심적 병역거부자는 36개월을 복무시키는 것은 어떤 이유에서도 합리적이라고 할 수 없다. 국제적인 표준에도 역행한다. 더 적극적으로 성심 성의껏 정말 양심적으로 심신 미약자나 노약자들을 돌볼 것인데, 복무기간을 16개월이나 더 길게 한다면 공부 잘하는 학생에게 불이익을 주는 것과 같다. 그 모진 세월 전향적인 해법을 학수고대 해 왔는데 졸지에 '병역 거부자'에서 '사회복무 종사 노예자'로 명찰을 갈아 붙이는 것 같은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다.
선행심의 발로 없이는 감당할 수 없는 역무의 특성상 복무기간단축의 배려로 격려와 지원을 해야 한다. 총이 아닌 애정과 성실로 하는 애국이 바로 사회봉사제의 본질이다. 신념과 소신의 싹을 무차별적으로 자르던 혹독한 국가주의 체제하에서 신념과 양심을 묵묵히 지키면서 국가의 형벌을 감내해온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게 더 이상 형태가 다른 처벌을 해서는 안 된다. 부대내의 가혹 행위로 사망한 자들도 있었다. 사회복무제 허용은 선심이 아니라 이들이 겪었던 고난의 결실이다.

사법부와 국회가 해야 할 일
즉시 재판중인 피고인들은 석방을 시키고 선고가 확정되어 복역중인 거부자들은 잔형을 면제한 후 잔여기간을 사회복무제에 편입시켜야 한다. 국회의 입법과정에서도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의 요구를 적극 경청하여 이들이 소외된 계층의 외로움과 아품을 따뜻하게 품을 수 있도록 뒷받침해 주어야 할 것이다.
양심적 병역거부자들도 처음에는 좀 힘드겠지만, 한술에 배가 부르기를 기대해서는 안된다. 지난 세월의 고난을 회상하면서 이번 조처가 기대한 것 보다 미흡하더라도 지금까지 해 온 것처럼 명분과 대의를 소중히 하는 자세를 가져주기를 바란다. 실리를 저울질하는 것은 순수한 신앙인이 자세가 아니지 않는가.





4. 대체복무와 군 폭력성 /  김동수 (kimds6671) 2007.09.19  OhmyNews
  
국방부는 종교적인 사유 등을 이유로 병역을 거부하는 이들에게 대체복무를 허용하기로 했다. 양심적 거부자가 대체 복무할 곳은 정부 계획에 따르면 사회복무자들의 배치 분야인 사회복지 및 보건의료, 환경안전 분야 가운데 노동강도가 가장 높은 곳에서 복무하게 된다. 대체복무 허용을 환영하는 바이다.
그 이유를 종교와 양심에 따른 대체복무이지만 나는 다른 이유에 의해 군대라는 폭력성을 고발하고 싶다. 1987년 5월 4일부터 1989년 9월 12일까지 육군에서 현역복무를 했다. 20년 전이라 현재 군대 문화가 어떤지 모르기 때문에 당시 경험으로 군대의 폭력성을 고발하기 때문에 현재 군대가 그 때와 똑같은 폭력성을 지니고 있다고는 볼 수 없다.
군대는 사람이 폭력성을 가지게 한다. 나 역시 후임병을 구타했다. 그 때까지 어느 누구에고 폭력을 행사하지 않았지만 군대는 사람에게 폭력을 행사하게 했다. 그리고 나 역시 수없이 많은 구타를 당했다. 구타 당한 경험을 이야기 하겠다.
1987년 12월이다. 내가 복무한 부대는 경비부대였다. 낮에는 두 개 초소를 경계했다. 밤에는 4개초소를 경계했다. 현역과 단기사병(방위병) 두 명이 근무를 했다. 경비부대는 밤낮으로 근무를 서기 때문에 밤 10시에도 나갈 수 있고, 새벽 2시에도 나갈 수 있다. 밤에 근무하기 때문에 겨울에는 라면을 야식으로 먹었다. 야식 먹는 시간이 10시 경이다. 근무 시간이 2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라면을 계속 끓일 수 없기 때문에 10시 30분 경이면 라면을 먹을 수 없다. 그러니까 9시 경에 근무를 나간 사람은 라면을 먹을 수 없고, 빵을 먹게 된다.
내 앞 근무자가 선임병이었다. 초소에 가니까? 선임병이 없었다. 어디 갔는지 물으니까? 라면을 먹기 위해 식당에 갔다고 했다. 경비명이 초소를 비운 다는 것은 영창이다. 문제는 그 다음에 일어났다. 선임병이 몰래 초소로 왔다. 밤에는 무조건 암구호를 해야 하지만 몰래 온 선임병에 대한 암구호를 하지 못했다. 책임은 초소를 벗어난 선임병이 아니라 암구호를 하지 못한 나에게 있었다. 그 때부터 선임병은 구타를 하기 시작했는데, 나무에 매달려 몽둥이로 100대 이상을 맞았다. 그 때는 모든 것을 끝내고 싶었다. 하염없이 흘러 내리는 눈물을 멈출 수 없었다.
다른 병사들이 당한 구타는 이루 말할 수 없었다. 휴가 중 온 중대가 집합을 당하여 구타를 당했다. 선임병 한 명은 허리를 다쳐 의가제대를 하였다. 그 후에도 수 없이 구타를 당했고, 100대 맞은 이후 나는 후임병에게 구타를 하지 않았다. 나무에 매달려 맞는 모욕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군대는 국가 안위의 보류이다. 하지만 국가 안위가 우선이더라도 인간은 모욕하고 인권을 말살하는 폭력이 있는 군대가 존재하면 안 된다. 양심에 따라, 종교에 근거하여 군대를 거부할 수 있고, 다른 방법으로 국가에 헌신할 수 있다. 군대는 폭력성을 잉태한다. 군대의 존재 이유가 자국의 안위이지만, 자국의 안위를 넘어서 다른 나라를 침략하는 도구로 전락할 수 있다.
지금 군대는 폭력성이 많이 사라졌을 것이다. 하지만 군대 자체가 폭력성을 잉태한다. 또한 국가가 존재하는 한 군대를 존재해야 한다. 군대가 존재하면서 폭력성을 제거하고, 완전한 폭력성도 허용할 수 없다는 양심이 가진 사람이라면 다른 방법으로 군복무를 대체할 수 있어야 한다.


6. 오늘도 2명의 젊은이가 군대 대신 감옥에 갔다 /   임재성 (blueljs)  

"빨간 줄 긋지 말고 군대가라" 흐느끼던 내 아버지... 이제는 뒷걸음질치지 말아야
"대체복무 결정. 네가 건넌 세월이 밑바탕이었을 거야. 자세한 얘기 나중에 해줘. 사랑해."
18일 오전 11시 29분에 아버지에게서 온 문자 메시지의 내용이다.
그날 오전 국방부에서 "병역거부자에게 대체복무의 기회를 준다"는 발표가 난 이후, 나는 뒤늦게 연락을 받고 인터넷으로 뉴스를 확인해보고 있었던 중이었다. 아버지 역시 기사를 보시면서 자신의 눈을 의심하셨을 것이다.
"왜 남들 다 가는 군대를 못 간다고 하는 거냐. 젊은 나이에 전과자로 빨간 줄이 간 인생을 평생 어떻게 살아가려고 하는 거냐…." 경찰서로 스스로 구속되기 위해서 가는 날 아침까지 흐느끼셨던 아버지. 당신의 말씀처럼 그런 시간들과 아픔들이 모이고 쌓여서 하나의 변화가 만들어진 순간, 아버지는 몇 번을 확인하신 끝에 조심스레 나에게 문자를 보내셨을 것이다.

"젊은 나이에 빨간 줄 가서, 평생 어떻게 살려고 하니"
우리는 종종 양심적 병역거부의 문제가 갑작스레 나왔다고 생각한다. 낯설기도 하고, 잘 이해가 안 되는 부분도 있고. 그래서 종종 '시기상조'라는 반대의 논리가 힘을 얻기도 한다.
그러나 이 사안을 조금만 살펴보면 이렇게 오랫동안 병역거부자들을 계속 감옥으로 보낸 나라도 없다는 걸 알 수 있다. 아무 논의 없이 60여년 동안 감옥으로만 보냈기 때문에 2001년 이 문제가 알려졌을 때 사람들은 '이런 일도 있구나' 싶었겠지만 이미 1만 명이 넘는 젊은이들이 감옥에서 자신의 젊은 날을 보낸 이후였다.


▲ 해방 후 60여년 동안 1만 명이 넘는 젊은이들을 감옥으로 보냈지만,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는 여전히 인정되지 않고 있다. 사진은 2005년 6월 7일, 문상혁 청년인권연대 대표가 입영 통보를 거부한 채 국회 앞에서 입영통지서를 찢으며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를 선언하는 모습.  
그리고 나서도 감옥행은 계속 이어졌다. 2006년 5월 31일까지 총 1만 2324명의 젊은이들이 감옥으로 보내졌다. 어느 주간지의 계산을 빌리자면 이들에게는 총 2만 5482년의 징역형이 내려진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812명의 젊은이들이 총을 들 수 없다는 신념을 지키고자 수감되어 있으며, 평균적으로 오늘도 2명의 젊은이들이 재판장에서 유죄판결을 받았을 것이다. 내일도 2명의 젊은이들은 감옥에 가야 한다.
이들은 면제나 특권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병역에 대한 면제나 특권을 주장하는 이들이 감옥에 가고, 평생 전과자로 살고자 하는 결정을 했을까. 자신의 신념을 지킬 수 있는 다른 방식의 복무로 사회와 공동체를 위한 의무를 다하고 싶었던 젊은이들에게 사회는 그냥 감옥에 가라고 했다. 그렇게 60여년이 흘렀다. 그리고 드디어 의미 있는 변화가 만들어졌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가 더 이상 '시기상조'라는 언명 아래 멈춰서는 안 된다. 도대체 얼마나 더 감옥에 가야 그 '시기'라는 것이 오는 것일까?

오늘도 2명이 감옥에 갔다, 내일도 2명이 갈 것이다
2001년 병역거부에 대한 사회적인 논의가 진행된 이후 많은 곳에서 공개적인 입장들이 나왔다.
2004년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는 각각 '병역거부 유죄'와 '병역법 합헌'의 판결을 했지만 판결문에서는 "입법부가 이 문제에 대해 책임있는 해결을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국회에서는 임종인 의원과 노회찬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로 병역거부자들에게 대체복무 기회를 주게 는 병역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후 UN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대한민국 정부에게 수차례 대체복무제를 도입하라는 권고를 냈고, 심지어 병역거부자 개개인에게 정부가 피해보상을 해야 한다는 입장을 정하기도 하였다. 국가인권위에서도 병역거부자들의 인권을 보장하기 위한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입장을 발표했다.

▲ 국회 국방위가 개최한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해 대체복무 도입 가능성 공청회'에 최초의 양심적병역거부자로 수감 중이던 오태양씨가 진술인으로 출석해, 진술하고 있다.  
그러나 주무부처인 국방부는 묵묵부답이었다. '비전 2030'이란 이름으로 병력자원 수급에 대한 정책을 새롭게 수립하면서 사회복무제의 전면적인 시행을 준비했음에도 병역거부자들의 자리는 없었다.
국방부의 변화가 없는 한, 병역거부자의 감옥행은 계속될 수밖에 없었다. 국회에서 병역법을 개정하는 데는 주무부처인 국방부의 의견이 결정적이고, 실제 관련된 모든 행정·절차적 책임을 지고 있는 것도 국방부이기 때문이다.
그러던 지난 9월 18일, 드디어 국방부는 "전향적으로 종교 등의 이유로 병역을 거부하는 이들에게 대체복무제를 수행할 수 있도록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물론 아직 구체적인 안으로 제출된 것은 아니고 국회에서 법 개정의 절차가 필요하지만 이 사안에 대해서 가장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었던 국방부의 입장변화는 감격스러울 수밖에 없다.
국방부의 계획을 살펴보면 여론화를 통한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내고, 구체적인 안을 구성한 이후 법 개정을 통해 2009년부터 대체복무제를 시행한다고 한다. 이러한 국방부의 입장이 지난 60여 년 동안 단 한 번도 멈추지 않았던 감옥행을 멈출 수 있는 결정적인 계기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물론 시행 전까지 현재 진행 중인 재판이나 입영대상자들의 대체복무제 지원을 이유로 한 입대연기 등이 당장의 감옥행을 멈출 수 있는 임시방편으로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법원·국회·국제사회 움직인 '양심'... 이제 국방부까지
국방부의 이러한 갑작스런 입장변화에 대해 많은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다. 가장 왜곡된 형태로는 '대선용 선심성 공약'이라는 것이다. 여전히 대체복무가 특권이나 면제로서 다가오고 있다는 증거일 것이다.
그러나 다시 한번 언급하자면 병역 거부는 기피와는 다르다. 기피는 면제를 받기 위해 자신의 특권을 사용하는 것이다. 병역거부자들은 자신의 신념을 지키기 위해서 다른 방식으로 의무를 할 수 없다면 기꺼이 처벌을 감수한다.
형평성이 맞는 대체복무는 면제와 특권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다. 이미 시행되고 있는 '의무소방관' 대체복무제를 누가 면제나 특권이라 하는가?(물론 현재의 대체복무제에는 4주의 군사훈련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병역거부자는 수행할 수 없다.)
또한 이러한 변화의 당장 직접적인 대상자일 여호와의 증인들은 중립을 지키기 위해서 투표를 하지 않는다. 게다가 한국의 전체 신도수가 10만 명이 되지 않는 여호와의 증인들을 위해서 이처럼 민감한 사안을 건드릴 정치인은 없을 것이다.
필자는 오히려 언론 인터뷰에서 국방부 관계자가 했던 말에서 진정성을 느꼈다. 그는 "소록도 한센복지시설과 경남 마산의 결핵병원을 비롯한 국립 특수병원과 노인전문요양시설 등에 직접 가서 실제 대체복무로서 해야할 일을 살폈다"며 "형사처벌을 감수할 정도의 신념이 없이는 수행하기 불가능한 업무"라고 말했다.
이 곳 수용자들은 대부분 24시간 근접 관찰 및 보호가 필요하며, 복무자들도 해당 시설에서 합숙근무해야 한다. 게다가 검토되고 있는 복무기간도 현역병의 2배인 36개월이다. 이 정도 일을 해야 한다면 군대를 피하기 위해서 양심을 속이는 일은 없겠다는 확신이 들었다는 말이다.
늘 이야기되었던 반론들. "양심을 어떻게 확인하는가 "모두가 대체복무를 하려고 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 "형평성에 어긋나는 일이 아닌가" 하는 질문들은 형평성이 보장되는, 아니 당장은 현역보다 훨씬 길고 어려운 일로 대체복무를 하도록 해서 해결될 수 있는 것이었다.
현역 복무기간의 2배, 합숙 및 24시간 근접 관찰이 필요한 업무. 국방부 관계자도 확신을 얻었단다. 이런 업무를 택할 신념이라면 믿을 수 있을 만 하다고 한다.

이제 시작해야 할 것은 보다 높은 차원의 사회적 논의
지금까지 한국에서 양심적 병역거부는 사회적으로 논의가 시작된 이후 짧은 시간 동안 많은 변화들이 생겼다. 물론 이런 속도의 근간에는 그동안 침묵 속에서 자신의 신념을 지켜왔던 수많은 이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나 논의한 시간이 짧았던 데다가 한국사회에서 군대문제가 가지는 특수성 때문에 사회적 논의가 올바른 방향으로 진행되지는 못했다고 생각한다. "대체복무제가 도입되면 누가 군대에 가겠냐, 안보가 무너질 것"이라는 만연한 가설에 대한 논박만이 이루어졌다. 이미 국제적으로 그러한 가설에 대한 수많은 반증사례가 있지만, "한국은 특수하다"는 반론만이 쳇바퀴처럼 이어졌다.

이제 국방부의 결정을 계기로 보다 구체적이고 생산적인 논의를 진행해야 한다.
이제 매년 적어도 1000여 명의 젊은이들이 감옥의 좁은 방에서 갇혀서 젊음을 보내지 않고 이 사회에 필요한 곳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의 첫걸음이 시작되었다. 그렇다면 이 젊은이들이 어떤 곳에서 어떤 방식으로 의무를 수행해야 하는지 우리 사회가 공개적으로 논의해야 할 것이다.
또한 현재 군대와의 형평성을 맞춘다는 이유로 또 다른 징별로서 작용할 수 있는 '무조건 힘들고 어려운 일'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군 복무여건과 인권의 개선을 함께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진전이 편협한 안보 논리 등의 이유로 다시 뒷걸음질 치지 않도록 시민사회의 꾸준한 관심과 참여도 필요하다.
겨울이 오는 감옥에서 이 소식을 접했을 젊은이들의 간절함을 이 사회가 느껴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임재성 기자는 양심적 병역거부자로 2006년 5월 충주구치소를 출소했으며 현재 '전쟁없는 세상' 회원입니다.  2007.09.19  OhmyNews


7. 시민법정 "양심의 자유 보장하는 대체복무제 환영"

YMCA 시민법정... 실제 판결에선 '유죄' 선고 /  안윤학 (sunskidd)  


  
▲ 서울기독교청년회(서울YMCA)가 20일 서울 종로구 YMCA 강당에서 '양심에 따른 병역 거부, 범죄인가 권리인가'를 주제로 제2회 시민법정을 열었다.  /ⓒ 안윤학  양심적 병역거부

일반 시민이 배심원으로 나선 가상 법정에서 양심적 병역 거부가 '유죄' 판결을 받았지만,  최근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대체복무제에 대해서는 환영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시민배심원들은 "현재 국민정서를 고려해 볼 때 무죄를 선고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면서도 "양심적 병역 거부자가 헌법에 명시된 양심의 자유를 보장받기 위해서는 법적 장치가 필요하다"며 7대4로 대체복무제에 대해 찬성의사를 밝혔다.
서울기독교청년회(서울YMCA)가 20일 서울 종로구 YMCA 강당에서 제2회 시민법정 '양심에 따른 병역 거부, 범죄인가 권리인가'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피고와 변호사, 검찰, 그리고 증인의 역을 맡은 참석자들이 나와 양심적 병역 거부에 대한 열띤 토론을 벌였다.  

시민배심원 "양심적 병역 거부는 실정법 위반"
이날 시민법정은 양심적 병역 거부를 둘러싼 논쟁이 재점화되고 있는 가운데 '시민에 의한 분쟁해결의 장을 마련한다'는 취지에서 열렸다. 국방부는 지난 18일 종교·양심을 이유로 한 대체복무를 허용하는 병역법 개정안을 정부입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피고인 역할을 맡은 임재성(남·28)씨는 실제 '반전·평화'를 이유로 병역을 거부한 당사자다. 그는 지난 2004년 입영을 거부, 병역법 위반으로 실형을 선고받고 1년 6개월간 복역한 바 있다.  
재판장(한기찬 변호사)이 개정을 선언한 뒤, 임씨는 3년 전 법정으로 되돌아간 듯 진지한 목소리로 모두진술을 이어갔다. 그는 "병역 의무를 면제 받기 위해 이 자리에 선 것은 아니다"면서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공동체에 기여할 수 있는 다른 방식을 원한다"고 '집총'을 거부한 사유를 밝혔다.  
이어 진행된 검사·변호인 측의 신문에서 임씨는 "누군가는 먼저 총을 내려놔야 전쟁·폭력의 악순환을 끊을 수 있다"는 신념을 밝히면서 "국방의 의무가 반드시 병역의 의무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다양한 방식으로 의무를 이행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임씨는 검찰(이헌·임영화) 측의 공격적인 질문에 대해 '논리전'을 펴며 양심적 병역 거부와 대체복무제의 정당성을 설파했다.  
임씨는 "'대체복무제가 남북이 대치한 상황에서 안보 위기를 가져온다'는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검찰 측의 질문에 대해 "기우"라고 일축한 뒤 "소수자에 대해 관용을 베풀지 않고 그들을 무시하는 것이 오히려 또다른 사회 문제를 일으킨다"고 맞섰다.
이어 임씨는 '대체복무제가 병역 기피 풍조를 불러온다'는 일각의 우려에 대해 "국방부의 고위 관계자가 특수병원 및 노인전문시설을 둘러본 뒤 '형사처벌을 감수할 각오 없이는 대체복무를 못할 것'이라고 하더라"며 항변했다.  
'병역 거부가 사실상 병역 기피가 아니냐'는 검찰 측의 날선 질문에 대해서도 "병역 기피는 특권층이 돈으로 면제를 받는 것이고, 병역 거부는 신념으로써 행하는 것"이라고 반박하면서 "지위를 악용한 병역 비리에 대해서는 분노한다"고 토로했다.
또 임씨는 '양심에 따른다는 말이 현역병은 비양심적이란 뜻이냐'는 물음에 "'양심'라는 말이 자칫 '현역병은 비양심적'이라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만큼 '신념에 따른 병역 거부'로 용어를 바꿔야 할 것"이라며 "또다른 방식으로 복무할 수 있기를 바랄 뿐 현역 군인을 폄하하려는 뜻은 전혀 없다"고 답변했다.

"다양한 의견을 용인해야" vs "국가의 존재가 먼저"
이날 시민법정은 대체복무제를 둘러싼 토론회를 연상케 했다. 증인으로 시민법정에 선 정진우 서울제일교회 담임목사·한인섭 서울대학교 법학과 교수와 김혜준 자유주의연대 정책실장·정창인 박사(전 재향군인회 연구위원)는 각각 대체복무제 찬·반의 편에 서서 검찰·변호사 측의 신문에 답변했다.
정진우 목사는 "기독교는 기본적으로 평화주의"라면서 종교·양심에 따른 병역 거부를 옹호했다. 정 목사는 검찰 측이 "국가의 존망이 위태로운 상황에서도 집총을 거부하는 것은 우려스러운 상황"이라고 하자 "다양한 의견을 용인할 수 있는 사회가 훨씬 더 안전한 사회"라고 말했다.
한인섭 교수도 "양심적 병역 거부자들은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겠다고 결심한 사람들이기 때문에 형법을 위반한 것이 아니다"면서 "국방의 의무가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은 극히 자제돼야 한다"고 정 목사를 거들었다.
반면, 정창인 박사는 "북한이 무력으로 남한을 점령한다면, 양심의 자유를 지킬 수 있겠는가"라고 따져 물은 뒤 "양심의 자유도 국가가 존재할 때에 지킬 수 있는 것이다"고 못박았다.
김혜준 실장은 대체복무제에 대해 "병역 의무에 대체복무라는 것은 불가능하다"면서 "병역의 핵심은 목숨을 걸고 국가를 지키는 것이다. 봉사활동을 통해 목숨을 거는 경우는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정부의 방침은 시기상조"라며 "대체복무제는 군의 사기를 저하시켰다"고 말했다.
이어 김 실장은 양심적 병역 거부자에 대한 처벌을 두고 "제재의 수준이 가혹하다면 형량을 조절하는 것은 가능하다"면서도 "현행법 상 범법행위이므로 처벌은 당연하다"고 밝혔다.  

검찰과 변호인단(박형상·유남영 변호사)도 최후변론에서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검찰 측은 ▲병역 거부는 명백한 실정법 위반이라는 점 ▲남북은 '휴전' 상태이기 때문에 국방의 의무가 필요하다는 점 ▲대체복무제는 아직 사회 공감대를 이루지 못했다는 점을 들어 징역 2년을 구형했다. 또 검찰은 "평화주의는 피고가 독점할 수 있는 게 아니다"면서 "현역병들도 평화주의라는 이름으로 국방의 의무를 이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맞서 변호인단은 ▲양심의 자유는 어떤 상황에서도 보장받아야 한다는 점 ▲대체복무제를 도입하는 것이 전세계 흐름이라는 점 ▲소수자를 끌어안아야 국가가 건강해질 수 있다는 점 등을 거론하며 임씨의 무죄를 주장했다. 변호인 측은 "양심적 병역 거부자를 전과자로 만드는 것은 사회 효율의 측면에서도 바람직 하지 않다"고 밝혔다.

임씨 또 다시 유죄... 양심적 병역 거부자 한 해 600명
임씨는 이날 시민법정에서도 3년 전과 같은 '유죄'를 선고받았다. 임씨는 모의재판이 끝난 뒤 "이번 재판에는 시민배심원이 참석해 판결이 뒤집히기를 기대했으나 그렇지 못해 섭섭한 마음"이라면도 "배심원 측이 대체복무제를 찬성한다고 밝혀 만족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편, 양심적 병역 거부자를 둘러싼 법적 문제는 지난 1961년 "입대 현역병증서를 받은 후 종교상의 이유로 입대를 거부하는 행위는 처벌받아야 한다"는 대법원 판례로부터 촉발됐다.
그 뒤 지난 2004년 5월 서울남부지방법원이 "양심의 결정에 따른 병역 거부는 헌법적 보호 대상이 되기에 충분하다"는 판결을 내려 새로운 국면을 맞는 듯 했으나, 3개월 뒤 헌법재판소가 "병역법은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결정을 내려 논란을 원점으로 되돌려놨다.  
현재 한 해 약 600여명이 양심·종교를 이유로 입영을 거부하고 있다. 2007.09.20


7. 보수언론, 병역기피자의 사회복무 허용에 대한 태도 바꿔야

국방부, 병역상황판단에 기민하게 대처했다 /  정재영 (jy830)  
이번 국방부의 양심적 병역거부자 사회복무 허용에 대해서 보수 언론은 국방부가 청와대안의 좌파 압력에 굴복하였다는 터무니없는 주장을 하고 있다. 동일한 사안을 두고 보는 각도에 따라 해석은 자유겠지만 언제나 자신들의 주장을 정당화하기 위해 사실을 왜곡하는 논조를 펼쳐왔기에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지만 보기가 민망스럽다.
일찍이 사회주의 체제하의 일부 동구권의 국가가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하고 대체복무를 시행하였으니 좌파가 대체복무를 한다는 주장은 정확한 사실이다. 보수언론이 이점을 알고 말했다면 정말 절묘한 주장이다.
사회복무제가 좌파의 상표라는 말인데, 그렇다면 지구촌에서 필연적인 소멸의 위기에 처해있는 좌파는 앞으로 그 수가 점점 늘어나게 되는 역사의 이변이 일어나는 것이다. 상상만 해도 몸서리처지는 예언이지 않는가? 징병가용인력을 사회복무요원으로 전환하는 사회복무제를 시행하는 국가가 점점 더 늘어가고 있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거대한 중국의 위협 아래 있는 대만이 좌파 때문에 대체역(사회복무제)을 도입했는가? 국방력으로 중국에 맞서온 정책이 현실적이 아니라는 판단에서 대규모의 군인력을 감축하면서 대체역을 신설하여 사회복지의 수준을 획기적으로 개선시키고 있다. 우리는 동일한 제도를 이미 70년대에 도입을 했으면서도 공익요원을 공익답게 활용하지 못하고 관공서에 집중 배치하여 공무원의 잔심부름꾼이 되게 하였다. 실로 안타까운 정책의 실패였다.
방만한 징집인력을 거시적 안목으로 관리하지 못하고 즉흥적인 땜질방식의 행정편의 우선으로 하다 보니 당연히 병역비리의 배양지가 된 것은 너무나 당연했다. 단물을 빼는 재미가 지속되려면 군대는 열악한 상태로 두어야 했다. 어디 그뿐인가?
국방을 교조적으로 해석하여 군복무만이 진정한 국방의무의 이행이고 신성한 것이라고 각인시켰다. 당연히 보충역은 등급이 낮아질 수밖에 없었다. 오죽하면 똥방위라고 자조했겠는가? 이 모두가 오랜 군사독재의 정권이 남긴 그을음이다.
문민정부가 들어선 이후 십여 년간 변화의 물결이 사회전반에 스며들었고 국방부라고 예외가 될 수는 없었다. 그 상징적인 변화가 이번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사회복무제 허용이다. 국방부 창설 이후 가장 큰 변화를 알리는 상징적인 대 사건이다. 나라 안이 온통 연정사건에 시선이 쏠려 있어서 그 충격이 흡수 완화되었기 망정이지 평상시 같았으면 언문의 몽둥이짓이 불빛 앞에 하루살이처럼 난무했을 것이다.
“허용‘이지 ”인정”이 아니라고 누누이 강조해야만 하는 분위기인데도 불구하고 종전의 주장에서 급선회 하는 것을 보면서 향후 여타의 무거운 국방정책들도 국방부가 지금까지와는 달리 유연하고 더 적극적으로 해결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주었다. 그동안 국방부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가졌던 시민 사회단체가 이번 조처에 대해서 크게 환영하면서도 놀라워하는 것은 국방부에 대한 희망의 불씨가 살아났기 때문이다. 국방부의 입장에서는 적(?)을 동지로 얻은 셈이다.
그동안 사법부는 어떠했는가? 획일적인 법집행을 통해서 일만여명 이상의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범법자로 양산시켜왔다. 그러나 짧았던 7년간의 공론화는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에서 무죄와 위헌의 소수의견을 끌어내었고 하급심에서는 위헌법률심판제청, 그리고 무죄의 선고도 있었다. 그 이후부터 대부분의 병역거부자는 불구속으로 재판을 받고 있다.
종교적인 양심을 지키려는 순수한 청년들에게 법정최고형을 선고하면서 그것도 모자라서 도덕적인 파렴치범으로 낙인찍은 사법부가 이제는 재판정에서 대체복무제가 도입되어야 한다면서 입법이 될 때까지 선고기일을 연기하여 주고 직권으로 보석을 허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사법부의 부끄러운 과거사는 지금 이러한 방법으로 조용하게 반성이 진행되고 있다.
이제 남은 차례는 국방부의 몫이다. 그동안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반대 논리의 생산지였던 국방부가 뜸 한번 들이지 않고 사회복무제를 허용했기 때문에 이러한 돌변의 배경에 대해서 의혹과 당혹감을 금치 못하고 좌파의 압력이라는 섬뜩하고 원색적 용어를 동원하여 비난을 하는 것이다. 평생의 동반자가 곁눈을 돌리는 현실에 이 정도의 애증은 보여야 하지 않겠나. 그러면 사실 국방부가 압력을 받아서 끌려가고 있는가?
천만의 말씀이다. 대한민국의 국방부를 그렇게 폄훼해서는 안 된다. 국방부는 육해공군의 군정을 관활하며 군사에 관한 사항을 총괄하면서 국가예산 중 가장 큰 규모를 집행하는 부서다. 유사시에는 국가의 명운을 좌우지하는 중차대한 권한을 행사한다. 이러한 국방부가 국방정책의 핵심인 군인력을 군사작전의 전투력으로 사용되지 않는 사회복무제에 배정하면서 아무런 고심도 없이 조령석개 식으로 할 리가 없다.
국방의 모든 시나리오는 전투에서 최종 승리를 목표로 하기 때문에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의 공격과 방어의 시뮬레이션이 있다. 단 한치의 오차로 대패를 당할 수 있기에 훈련을 반복한다. 전투를 개시하거나 종료를 하는 시기와 방법은 실시간의 상황판단에 따라 변화무쌍하게 펼쳐진다. 속전속결이 있는가 하면 또 지구전도 있다. 그 많은 상황을 기민하게 대처하는데 있어서 국방부를 추월 할 수가 없는 이유가 바로 이러한 업무의 속성 때문이다.
당초 국방부는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해 “절대불가”의 입장을 견지했다. 일반 국민이 가진 “양심적 병역거부”라는 용어에 대한 오해는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었다. 모르고 있으면 가르치면 되는데, 잘못 알고 있기 에 잘못된 것을 들어내고 새로 채워야 했다. 그 상황에서는 “절대불가”가 맞다.
그런데 이제는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모든 정보가 초등학교의 교실에까지 소통되고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대통령이 되겠다가 아니라 양심적 병역거부자가 되겠다”는 이단아(?)가 우후죽순처럼 돋아날지도 모른다. 소신과 신념을 지키려는 아이들로 가득 차게 된다면 이보다 더 건강한 그 사회는 없을 것이다.
반대의 한 축이었던 사법부가 더는 일사불란하게 움직여 주지 않고 딴 목소리를 내면서부터 이단척결을 부르짖던 종교계 내부에서조차 소수자의 인권으로서 문제 제기를 하기에 이르렀다. 거기에 국가기관인 국가인권위원회가 두 최고 재판소의 판결을 배척하고 양심의 자유가 국방의 의무보다 열등하지 않다며 대체복무도입을 권고하기에 이르렀다. 우군은 줄어들고 그 자리에 하나 둘씩 늘어나는 반대편의 주장이 전염병처럼 확산되면서 불면의 노심초사는 시작되었다. 어디 그뿐인가?
UN에서는 형사처벌을 받은 양심적 병역거부자에게 대한민국 정부가 배상을 하라는 권고를 하기에 이르렀다. UN사무총장을 배출하여 국가적인 위상이 높아진 대한민국에서 그 압력을 피해가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이러한 분위기는 여타 부처의 조속한 해결책 제시를 독촉받기에 이르렀다.
상황판단에 동물적인 감각을 소유한 국방부가 적기를 놓칠리가 없다. 기민하게 대처한 것이다. 한없는 세월을 고색창연 할 것 같았던 “시기상조”라는 현판은 이렇게 하여 거두어 지게 되었다. 다른 부처라면 매를 맞을지언정 오기를 부려 버티었을 것이다. 과연 국방부답지 않는가?
국방부가 아니면 절대로 이렇게 급선회 할 수가 없다. 전투에서 원군이나 보급품이 달리면 한방에 끝을 내는 무기를 사용하던지 아니면 전투를 중지하는 협상을 시작하여 국면을 전환하는 대 결단을 내려야한다. 이번에 국방부는 이러한 대세를 읽고 민첩하게 결단을 내렸다. 향후 국가 위기시에도 틀림없이 국민을 안전하게 보호해 줄 것이라는 든든한 믿음을 가지게 했다.
물러서면서도 승리하는 지혜로운 결정을 내린 것이다.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사회복무제 허용은 국방부가 국민들로부터 더 신뢰를 받을 수 있게 해 준 소중한 기회를 주었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지닌다. 2009년까지 기다리지 말고 즉각 시행하도록 하자.

“안 되는 것도 되게 하라. 속전속결” 이것이 군인의 정신이 아닌가!


8. [중앙일보 사설] 대체복무가 특혜 돼선 안 된다 2007.09.19  

정부가 종교적 병역 거부자에 대해 대체복무를 허용키로 하고, 병역법 등 관련 법령을 개정할 방침이라고 한다. 종교적 이유 등으로 집총(執銃)을 거부하는 사람들에 대해 군복무 이외의 방법으로 병역을 대신할 수 있도록 하되, 현역병이나 일반 사회복무자들과의 형평성을 고려해 근무 강도가 특히 높은 곳을 대체복무 분야로 지정하고, 복무 기간도 훨씬 길게 하겠다는 것이다.

분단 상황이라는 특수한 안보 현실에서 국민 개병제는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의 안전을 유지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다. 헌법에 규정된 병역의 의무와 양심의 자유가 충돌할 때 양심의 자유를 소극적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러나 이로 인해 특정 종교를 중심으로 매년 평균 750여 명의 병역 기피자가 발생하고, 이 중 90%가 징역형을 선고받아 20대 초반의 젊은 나이에 전과자가 되고 있다. 이 또한 더 이상 외면하고 있을 수만은 없는 현실이다. 따라서 공동체에 대한 다른 기여를 통해 병역을 대신할 수 있는 기회를 이들에게 제공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검토해 볼 수 있다고 본다. 다만 대체복무가 병역 기피의 수단으로 악용되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한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정부는 전남 소록도의 한센병원과 경남 마산의 결핵병원, 서울·나주·춘천·공주 등의 정신병원 등 9개 국립 특수병원을 병역 거부자에 대한 복무 대상지로 우선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또 복무 기간도 2009년을 기준으로 할 때 현역병(22개월)보다 훨씬 긴 44개월을 제시하고 있다. 대체복무가 종교적 이유로 병역을 거부하는 사람들에 대한 특혜가 되어선 안 된다는 점에서 당연하다고 본다. 아울러 엄격한 판정 기준을 적용하고, 복무 실태에 관한 철저한 관리가 뒤따라야 함은 말할 것도 없다.

종교적 병역 거부자에 대해 대체복무를 허용하는 것은 소수자 인권 보호 차원에서 도입되는 불가피한 예외 조치의 성격을 갖는다고 볼 수 있다. 이로 인해 국민 개병제의 근간이 흔들리거나, 안보 의식이 약화되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한다.


9. [조선 사설] 종교적 병역기피자 대체복무는 국민 뜻 따라서  2007.09.18

국방부가 종교적 이유로 入營입영을 기피하는 兵役병역 거부자에게 代替대체 복무를 허용키로 하고 내년 중에 관련 법령을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이공계 인력과 해외파견 요원에게만 시키던 대체 복무를 종교적 병역기피자에게도 허용하되 정신병원, 노인요양소처럼 일이 고된 복지시설에서 현역 복무 24개월보다 긴 36개월을 복무시키겠다는 것이다. 국방부는 매년 700~800명이 종교 때문에 병역기피 前科者전과자가 되는 현실과, 여론조사에서 대체복무 허용에 贊反찬반이 반반씩 나올 만큼 달라진 국민의식을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2004년 7월 “국방 의무는 가장 기본적인 의무로 양심의 자유보다 우선한다”고 판시했다. 그해 8월 헌법재판소도 ‘양심적 병역기피자’를 처벌하는 현행 병역법이 合憲합헌이라고 결정했다. 국방부 방침이 전해진 직후 10대, 20대가 많이 이용하는 인터넷상의 여론도 찬성보다 반대가 훨씬 많다고 한다. 법원과 헌재뿐 아니라 국민 다수가 우리의 안보상황에서 종교를 이유로 대체복무를 인정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종교 때문에 못 가겠다는 사람을 罰벌하듯 억지로 입영시키는 게 軍군 전력에 도움이 될지도 생각해봐야 한다. 지금까지 종교적 병역기피로 3600명의 젊은이가 전과자가 됐다. 언제까지 이런 상황이 계속되도록 방치할 수도 없는 일이다. 미국·영국·독일 등 40여개국이 병역 거부권을 인정하는 국제적 추세도 무시할 수만은 없다.
문제는 논의의 시점과 방법이다. 국방부는 작년 초 民官민관 전문가로 대체복무연구위원회를 구성했지만 올 3월 보고서조차 만들지 못한 채 뚜렷한 이유 없이 위원회를 해체했다. 국방부가 公論化공론화 기회를 스스로 내던진 뒤 갑자기 대체복무 허용 방침을 밝히니 정부 내 좌파그룹의 압박에 국방부가 굴복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다.
종교적 병역기피자 문제는 국민적 토론의 場장에 올려 국민의 뜻을 물어서 결정해야 한다. 국방부가 누군가에게 쫓기듯 “내년까지 관계 법령을 개정하고 2009년까지 시행하겠다”고 잡은 일정에 집착할 이유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