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강원도 횡성에서 해오름살림학교 밭에 감자를 심었습니다.

매년 사월오일 청명 때 감자심기를 하는 것은

언 땅이 풀려 녹으면서 땅에 생명 기운이 가득차 오르는 날이기 때문입니다.

02학번 고대 철학과 김현우, 성공회대 사회학과 임정아, 서울대 법대 정성헌,
03학번 서울대 전기공학과 박기범,
04학번 서울대 인문대 박지현(초등5 동생 어여쁜 소현이랑)
05학번 고대 경영대 이상민, 경희대 한의대 김제신, 서울대 전기공학과 최석재 등 제자들과

해오름 선생님들, 해오름 어린이들 그리고 소리꾼 최은희 선생님과 보리출판사 편집장님

작은 책 발행인 등이 함께 하여 즐거운 시간을 가졌습니다.

우선 밭에 그득한 돌멩이를 골라내어 흙을 부드럽게 하고

검은 비닐을 씌워 가뭄에 대비하는 멀칭을 하고

씨눈을 골라 자른 감자를 밭에 넣었습니다.

미리 돈분이랑, 계분을 듬뿍 주었기 때문에 밭에는 향기로운 똥냄새가 그윽했지요.

하늘은 맑고 푸르러 봄 날 정취를 맘껏 느낄 수 있게 하였는데

아침 일을 끝내고나서 점심을 먹었습니다.

돼지 앞다리, 뒷다리를 서른 근 정도 숯불에 구우면서

들국화 술이랑 함께 얼큰한 점심을 나누었지요.

소리꾼 최은희 샘이랑, 보리 출판사 이선생님 부부가 장구를 치면서

판소리 여러 대목을 함께 뽑아 내어 분위기가 절정에 달했습니다.

조금은 고될 수 있는 밭일을 마치고 음식을 나누면서

함께 노래도 부르고 흥겹게 춤을 추면서

즐거운 점심을 먹었지요.

아, 그리고 나서 분위기가 고조될 만큼 올랐을 때

최석재 도반이 기타를 꺼내들고 조용히 앉았습니다.

곡 이름이 어려워 외지 못 했지만 무엇인가 멋들어진 클래식 세 곡을

뽑아내었습니다.

환상적인 연주 솜씨에 모두 넋을 잃고 봄 날이 주는 아련한 향취에 빠져들었습니다.

마지막으로 경남고 합창부 출신 전성헌 도반이 '사랑을 전하는 멜로디'를 지휘하면서

모두가 합창을 하고 나서

밭일을 마무리 했습니다.


매년 감자심기를 하였지만 올 해에는 더 재미있고 즐거운 노동이었습니다.

일하는 중간에 새참식으로 먹은 들국화 술과 좁쌀 막걸리 맛은

정말 일품이었습니다.

상민이는 거의 쉬지 않고 잔을 비웠는데 괜찮은지 모르겠습니다.


돌아 올 무렵 양양에서 번져오는 산불이

횡성까지 옮겨오면서 학교가 있는 마을 끝자락 산이 불타올라

헬기가 물을 나르며 산불을 진화하는 모습을 쳐다보기만 하고 그냥 왔는데

산불이 잘 진화되었는지 궁금합니다.

돌아와 뉴스를 보니 양양에는 낙산사가 전소될 만큼 큰 불이었다고 하여

걱정이 더 됩니다.


감자가 잘 열려서 캘 때쯤에는 이번에 참여한 도반들이 감자캐기에도

참여할 수 있으면 참 좋겠습니다.


5월 초에는 고구마 심기를 하러 다시 그 밭에 가는데

벌서부터 마음이 설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