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토(mentor)

새학기가 시작되었다. 막내 딸이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새삼 ‘살아간다는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해보게 되었다. 막내 딸은 입학 전날 “학교 가기 싫어~!”를 노래 불렀다. 쉬는 시간도 없고 공부가 무척 어려울 뿐 아니라 시험을 보면 야단을 맞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주변 사촌 언니들로부터 자주 들으면서 학교에 대한 선입견이 단단하게 또아리를 튼 것일게다. 내 딸에게 주입된 공포는 새 날에 대한 기대감보다 두려움이 켜켜이 쌓인 것이었다.
예림아~! 학교가면 재미나는 일도 많이 있어. 운동장이 넓어서 맘껏 뛰놀 수도 있고 생각이 깊은 친구들도 많이 만나고 선생님이 들려주시는 동화도 얼마나 재미나는데.... 이렇게 딸을 위로하고 설득하면서도 좀 우스웠다. 처음으로 가족과 부모품을 떠나 스스로 세상과 맞서야 하는 딸이 보이는 거부감은 당연한 것인데도 내가 쉽게 생각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사전을 찾아보니 ‘멘토르’(mentor)는 고대 그리스 이타이카 왕국의 왕인 오디세우스가 트로이전쟁을 떠나면서 아들 텔레마코스의 교육을 맡긴 ‘집사’의 이름이다. 동물의 강한 힘과 인간의 지혜가 결합된 ‘반인반수’ 멘토르는 오디세우스가 전쟁에서 돌아올 때까지 텔레마코스의 친구로 상담자로 교사로 다역을 하며 그를 잘 돌봐줬다. 장성한 텔레마코스가 돌아오지 않는 아버지를 찾아나설 때는 지혜의 신인 아테나와 미네르바가 멘토르의 모습으로 나타나 그를 인도하는 수호천사 노릇을 했다. 인생의 조언자, 후견인을 뜻하는 ‘멘토’는 여기서 유래한다.  
  따라서 멘토는 상대방보다 경험이나 경륜이 많은 사람으로서 상대방의 잠재력을 볼 줄 알며, 그가 자신의 분야에서 꿈과 비전을 이루도록 도움을 주며, 때로는 도전도 해줄 수 있는 사람. 예를 들면 교사, 인생의 안내자, 본을 보이는 사람, 후원자, 장려자, 비밀까지 털어놓을 수 있는 사람, 스승 등을 들 수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보면 아이에게 가장 적합하고 신뢰 있는 멘토는 부모이다. 그러나 부모만으로 한 아이 성장을 올곧게 도와주기는 역부족이다. 이 복잡다단하고 첨단으로 치달려가는  사회에서 말이다. 부모가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고 교육에 대한 관심과 철학이 굳건하다고 해도 전인적인 면에 있어서는 늘 부족함이 있기 마련이고 따라서 누군가가 아이 성장을 위해 도움을 주어야 하는 것이다. 옛 마을 공동체에서는 한 아이가 제대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온 마을 사람들이 필요하다는 것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졌다. 다른 집 아이라고 할지라도 못된 짓을 하거나 부족한 점이 보이면 이웃 어른들이나 선배들이 그 행동을 꾸짖어 바로잡았을 뿐 아니라 사람사는 일 모든 것들이 주변을 통해 보고 듣고 따라 배우기 때문이었다.

멘토가 필요하다. 내 스스로 멘토를 찾아가기는 힘들지만 자신이 따르고 싶고 존경할 만한 스승을 찾아보는 일이 참 중요하다. 함께 공부하는 도반이 멘토일 수도 있고, 늘 만나는 주변인들 중에서도 내게 필요함을 채워주는 멘토는 얼마든지 있을 것이다. 아, 그러고보니 나에게도 멘토가 절실하다. 우선 나부터 찾아나서야겠다.